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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40화 (140/200)

제140화

#140화

야나 이바노프는 기간티아 성의 지하 감옥으로 이전되었다.

지하 감옥은, 단순하게 소환 위치만 고정되는 게 아니다.

기본 소득이나 게임 내부의 행동, 할당 접속 시간까지.

사실상 밖의 생활까지 통제된다.

‘단순한 활동 정지나 벤이랑 다르지.’

퍼스널 계정은 인당 하나인데.

야나 이바노프 같은 경우엔, 할당 접속 시간을 어기면 계정이 사라지고 다시는 본 대륙에 접속할 수 없게 된다. 원래 세계로 따지면 신용 불량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야나 이바노프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랐다.

그녀는 나갈 방법을 구상하고 들어왔으니까.

단순한 방어책만으로는 안 된다.

다행히도 이런 점을 기간티아 성도 인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사람은 지금 아빠가 스킬로 관리하는 중이야.”

“스킬이면……, 그 이상한 포탈을 말하는 건가.”

고대현은 기간티아 성주의 스킬을 근거리에서 관전했었다.

‘확실히, 그 스킬을 방어에만 쓴다면…….’

설령 야나 이바노프가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보조 병력 몇 명이 붙는다고 가정하면,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룰 브레이커를 스킬로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름 그대로 규칙을 파괴하는 아이템이니까.’

포탈 스킬마저도 뚫으면 큰 의미가 없었다.

고대현은 전지수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포탈 스킬에 대한 의구심이 전혀 없어 보였다.

기간티아 성주의 스킬을 믿는 걸까.

아니면 당장 있을 정규전 때문에 신경을 꺼두는 걸까.

‘내통자에 관한 걸 질문하려고 했는데…….’

질문해도 큰 수확이 없을 것 같았다.

이에 고대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전지수가 입을 연다.

“너도 사냥조 활동 참가해?”

“응, 그런데 물어보는 거 보니까 설마 너도?”

사냥조 활동.

당장 어제 설명을 듣고 온 참이었다.

기사 대행까지 참가하는 건 기간티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나는, 아마 이하린이랑 같이할 것 같아.”

“그래?”

‘나랑 경쟁 상대네.’

자신은 레기온 소속이고 전지수는 기간티아 소속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서로 경쟁하게 될 게 뻔했다.

“언제부터 하는데?”

“그건…….”

나름 큰 권한을 걸고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일까.

전지수는 이제 더 이상의 정보를 말하길 꺼렸다.

“아, 괜찮아. 말 안 해도 돼.”

‘나머지는 이하린한테 물어봐야지.’

이 상황에 대해서는 이하린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현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40반 교실로 향했다.

* * *

하루 종일 접속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다.

하지만 접속해도 지정된 장소에.

그것도 감옥에서 벽만 보고 있는 건 일반적인 일은 아니었다.

‘여기는 저번에 있던 곳보다 더 재미없네.’

야나 이바노프가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살핀다.

레기온 성 지하에 있던 감옥.

그곳은 일반적인 감옥의 디자인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은 단지 스킬적 제한만 걸린 상태였다.

‘제한이 강화됐다.’

그러나.

새로 이전한 기간티아 성의 감옥은 레기온 성보다 빡빡했다.

일단 주변에 벽과 바닥, 심지어 빛조차 없었다.

‘온통 어둠.’

스킬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뭔가를 할 수 없는 공간이다.

야나는 평소처럼 감각을 집중시켜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살폈다.

‘딱히 감지되는 건 없는데.’

그녀의 감각에 크게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

그냥 시야가 제한된 감옥이겠거니 싶었다.

물론, 걸리는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뭔가 계속해서 팽창하는 느낌.’

감지하기도 전에 멀어져서 결국 느끼지 못하게 된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관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간티아 성주인가 보네.’

야나 이바노프는 얼마 전 기간티아 성주의 스킬을 상대했던지라 대강 추측할 수 있었다.

‘뭐,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의미는 없지만.’

스킬을 쓸 수 있다면 해볼 만했겠지만.

지금처럼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로는 역부족이었으니.

결국 계획이 실행되기 전까지는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야나 이바노프는 기간티아 성주와 싸웠던 기억을 되짚어봤다.

‘…….’

하지만 그런 식으로 시간을 때우는 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주변이 조용해지고 이전에 비해서 감각이 차단되자, 그간 하지 않았던 생각이 수면 위로 떠 올랐기 때문이다.

‘어떻게 온다는 걸까.’

그녀는, 사실 룰 브레이커와 관련한 계획을 들어본 적이 없다.

훈련도 그렇고 침략전도 그렇고.

그저 가만히 있다가 명령이 내려오면 움직일 뿐.

직접 나서서 자세한 질문을 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재미없어. 그래도 전에 있던 성은 훈련 대륙에라도 갈 수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띠링.

긴 시간 끝에, 드디어 접속 종료 가능 메시지가 나타난다.

야나는 기다릴 것도 없이 종료를 눌렀다. 그러자 의식이 전환되면서 현실에서 눈을 뜬다. 캡슐을 열고 밖으로 나온 그녀는 곧장 바체슬라프에게 향했다. 계획이 어긋난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빨리 정보를 알려야지.’

그러나 바체슬라프를 만나고 대화를 한 끝에.

그녀는 그간 착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알고는 있었는데, 그쪽에서 먼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군. 오히려 좋아.”

“좋다고요?”

누군가에게서 온 연락을 훑어보던 바체슬라프가 고개를 끄덕인다.

“큰 틀에서 볼 때는 계획에 맞게 흘러가는 중이다.”

그가 자신 있게 말하자 야나 이바노프도 안심한 표정을 짓는다.

다만.

“그 윗선이랑은 연락이 안 되는 게 문제야.”

한국 대륙 내부의 고위급 내통자.

본디 이근희와 함께 연구했으나.

그녀가 중간에 없어지는 바람에 레기온 성과 필드 스와핑을 할 시절까지도 원시적인 형태로 남아 있던 기술. 룰 브레이커의 계량형을 알려준 사람과 연락이 두절되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락이 됐는데…….’

바체슬라프가 미간을 좁히며 턱 끝을 만진다.

설마 그 사람도 배신할 걸까.

예전에 기술만 빼가서 잠적한 그 사람처럼?

‘깊숙하게 참여해서 큰 의혹은 없었다만.’

이런 식으로 연락이 안 되면, 그간 준 게 있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바체슬라프는 인상을 풀고 다시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훑었다.

‘그래도 레기온 보다 기간티아가 먼저 먹혀서 다행이야.’

원래 계획은 레기온의 약점을 파고 들은 뒤.

반한 연합 구성원을 내부에 앉혀서 룰 브레이커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도파민 다운로더를 먼저 잡아낼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하지만 레기온에서 갑작스레 내부 숙청을 시작하는 바람에 계획이 물 건너갔었다. 처음에는 기껏 육성한 야나 이바노프를 레기온 성 감옥에 방치하게 되나 싶었지만.

‘기간티아 쪽에 심어놓은 사람이 야나 이바노프를 옮기게 주도할 줄은 몰랐다.’

기간티아에 심어놓은 반한 연합 구성원이, 성들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훈련 대륙에서의 싸움을 부추긴 덕분에, 야나 이바노프를 다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기회. 절대 놓치지 않는다.’

룰 브레이커의 물량에 오차가 생겼지만.

이대로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천장을 보며 짧게 입꼬리를 올렸다.

* * *

“좀 더 위로!”

“미드 막아!”

그 시각.

게임고에서는 한창 내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용 타임이야. 다들 주변으로 모여!”

“지금 가는 중.”

소환사의 계곡.

중앙에 있는 미드 라인과 하단의 바텀 라인 사이에 있는 둥지. 팀에게 버프를 주는 용을 처치하기 위해 팀원들이 모인다.

용 타이밍에는 서로 용을 처리하려고 하기에.

시간을 봐가면서 팀원과 합류하는 게 중요했다.

‘족장 드래곤이라서 버프가 강하다. 빼앗기면 불리해.’

LOH는 5대 5게임. 아무리 한 명이 잘해도 한계가 있다.

특히 도트딜 추가 피해와 처형 효과까지 부여되는 족장 드래곤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고대현이라고 해도, 빼앗기면 감당하기 힘들었다.

“에어본 시키면 바로 들어갈게.”

“기다려봐. 각재는 중이니까.”

하지만.

쿠웅-!

마루파이트의 돌진에 의해 적이 공중에 떠오르며.

곧장 고대현이 컨트롤하는 바람 검사가 최후의 돌풍으로 적들을 공중에 묶어놓고 검격을 날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군 원딜이 적을 조준한다.

탕탕탕탕-!

[더블 킬]

[트리플 킬]

순식간에 3명이 처리된다. 게임이 후반부인지라 3명이 죽으면 그대로 게임이 끝난다고 봐도 좋았다.

[승리]

[게임이 종료됩니다.]

예상대로 서렌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의 게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규전 전에 하는 게임은, 게임고라는 위치에 걸맞게 꽤 강도높게 진행되었다.

‘벌써 5판째인가.’

고대현이 전적을 훑는다.

원래 세계에서도 시험 전에 자습을 많이 시키듯.

이곳도 반끼리 자유로운 내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보통 이런 때는 높은 반과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너무 높은 반은 아랫반과 내전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럴 바엔 일반 전을 돌린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인지 하위급 반임과 더불어 적당히 실력이 좋은 40반은 내전 상대로 인기가 좋았다.

‘오랜만에 밀도 있게 게임해서 좋네.’

대현은 한때 하루 종일 게임을 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의 치열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잠시.

그의 시야에 이하린의 모습이 잡혔다.

탕탕탕!!

다시 게임이 시작되고.

현재 발을 디디고 서 있는 곳은, 그라운드 제로 내부였다.

띠링-.

디텍트 아이를 켠 대현의 모니터에 이하린의 상태가 나타난다.

‘흠, 괜찮더니, 오래 하니까 슬슬 안 좋아지네?’

컨트롤 웨이브에 점점 과부하가 걸리고 있었다.

야나 이바노프의 비술을 소멸 파동으로 상쇄한 뒤로 지구력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대현은 패밀리어 계약으로 인해 생긴 자신의 스킬을 살폈다.

‘정확하게 말하면 스킬은 아니지만…….’

상대의 컨트롤 웨이브를 복사한 뒤. 비술 자체를 단축키로 등록해 놓은 덕분에 대현은 비술을 스킬처럼 쓸 수 있었다.

그중 소멸파를 통해 상대의 비술을 상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파동 소멸을 일으켜 과부하를 없앨 수도 있었다.

대현은 마우스를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지금은 둘밖에 없었다.

“야, 너 괜찮냐?”

“으, 응? 왜?”

이하린의 피곤해 보이는 듯한 곁눈질이 이어졌다.

“아니, 너 상태 별로 안 좋아 보여서.”

“으음, 컨디션이 좀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는 이하린.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그녀가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혹시……, 저번에 했던 거 하려는 거 아니지?”

딱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나쁘면 안 되니까.’

미리 예방 차원에서 말한 건데…….

어째서인지 그런 구도가 되어버렸다.

‘괜히 물어봤네.’

대현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아니, 그냥 혹시나 해서.”

“그런 거 아니니까 괜찮아.”

그렇게 대답하면서 몸을 돌리는 이하린.

과부하 상태에 빠질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다행이다.’

대현은 안도하면서 게임을 속행했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게임이 끝난 뒤, 이하린이 곧장 조퇴를 했기 때문이다.

역시, 상태가 별로였던 모양이다.

‘계획에 차질이 생겼네.’

라그나로크의 뒤에서 뭔가를 조율하는 조직인 아웃라이어.

그리고 아웃라이어와 자신의 유일한 접점인 이하린…….

고대현은 이하린과의 관계를 이용해서 정보를 알아내려 했다.

이근희는 단검을 가져와야 하는 등. 비교적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지. 일단 툰드리스를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당분간은 소환수랑 놀아야지.’

고대현이 툰드리스를 소환했다. 오롯이 정규전만 준비하기보단 육성을 겸비하면서 퀘스트 조건을 채울 계획이었다.

츠즈즈즈.

그때였다.

시선을 한 면을 채우고 있던 풍경이 쪼개지면서 노이즈가 생겨난 것은.

‘이건?’

대현은 균열의 정체가 뭔지 단번에 눈치챘다.

‘아웃라인에 들어갈 때랑 똑같아.’

레이나프라에서 비밀의 장소로 들어섰을 때 봤던 풍경.

정상적인 그래픽에 의해 나올 수 없는 장면이기에 뇌리에 남아 있었다. 고대현은 키보드를 조작해서 균열로 향했다.

다음 순간.

“안녕.”

균열 속에서 얼굴을 내민 이근희가 인사를 했다.

그 태연한 움직임에, 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원래 레이나프라에서만 활동 가능하다면서요.”

“잠깐 문을 여는 건 가능하거든. 아무튼……,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빨리 오라면서 손짓하는 그녀를 보며.

대현은 약간의 의구심을 품다가.

‘아니야 마침 잘됐어.’

걱정을 떨치고 균열로 향했다.

스륵.

화면이 잠시 검게 변하고 밝아진다.

마침내 고대현이 도착한 곳은.

저번에 왔던 아웃라인의 오두막집 내부였다.

‘또다시 여기 올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일 때문에 불렀죠?”

호기심 반 경계심 반으로 묻자, 이근희가 한숨을 푹 쉰다.

그리고 심장 부근을 가리키면서 입을 열었다.

“하린이한테 문제가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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