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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39화 (139/200)

제139화

#139화

그 시각.

게이밍 플러그의 대표를 담당하고 있는 주나무는 어제 있었던 일을 빠르게 훑어보고 있었다.

‘정규전 전에 이런 사건이 일어날 줄이야.’

좁혀진 미간이 좀처럼 펴지지 않는다.

그만큼 레기온과 기간티아의 불화는 파급력이 컸다.

‘당장 있을 컨설팅도 애매해졌네.’

덕분에 예정된 컨설팅의 방향성이나 자료를 갈아엎는 건 물론이고. 이미 갈 곳을 정한 이들로부터 문의 사항이 폭주하기 까지 했다.

주나무는 신영범과 기간티아 성주의 대결이 담긴 영상을 응시했다. 기간티아 성주가 자신의 스킬을 자세히 공개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라그나로크 때의 목격담이나 증언을 토대로 추정된 게 전부였는데…….’

그간 높은 곳에서 포격만 해댄 탓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없었다.

한데, 이참에 시원하게 공개라도 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격의 차이를 각인시켜주겠다는 건지.

기간티아 성주는 야나 이바노프와의 전투 장면부터 신영범과의 전투까지 모두 공개한 상태였다.

‘포탈 스킬……, 인맥들을 통해서 자세한 스킬 매커니즘은 다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주나무는 각 성의 고위급과도 인연이 있었고.

기간티아 성주의 메인 스킬에 대해 간략하게 알고 있었다.

‘포탈 하나하나를 컨트롤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숙련도가 엄청나군.’

포탈 하나하나를 열고 조준한 뒤. 상대의 공격까지 방어하는 데에는 엄청난 심상력이 소모될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리 사기 같고 간편할 것 같아도.

‘기능이 사기적인 스킬은 그에 따른 리바운드가 확실하니까.’

가이아 얼라이언스 내부는 생각보다 공정한 룰에 의해 돌아간다.

처음 가지는 스킬은 노력.

대륙을 활보하면서 얻은 스킬은 운.

그 스킬을 감당하는 건 개인의 역량이다.

현재 기간티아 성주가 가지고 있는 스킬을 일반인이 가진다면?

‘어떻게 될지 뻔하지.’

대부분 감당하지도 못하거나, 기간티아 성주가 보여주는 화력의 10분의 1밖에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주나무는 기간티아 성주의 화력과 전투 센스에 대해 순수하게 감탄했다. 물론 기간티아 성주가 근접에 강한 건 의외였지만.

‘야나 이바노프의 공격을 대부분 흘려내고, 근접 공격에 대한 서브미션도 잘 잡혀 있는 편이다.’

주나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대수롭지 않게 이를 넘겼다.

어차피 기간티아 성주쯤 되는 사람은 멀리서 포격하는 게 중요했고. 괜히 앞에서 나섰다가는 전체적인 화력 저하로, 오히려 아군팀에 손해였으니 말이다.

삑.

그쯤, 영상 속 장면이 신영범과 기간티아 성주의 싸움으로 넘어갔다.

‘신영범……. 안개를 이용한 은신 쾌검 사용자네.’

근접 스킬 유저들의 은신 스킬 비중은 꽤나 높은 편인데.

신영범은 그중에서도 특출나게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무려 2개를 동시에 쓸 수 있지.’

안개에 따른 은신과 더불어 순간 지정 불가 상태까지 되기에, 어지간해서 근접전으로 붙으면 이기기가 힘들고.

특히 상대방의 성을 공격할 때.

안개를 깔아놓고 싸우면 점령석 주변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가 없었다. 해서, 한창 대륙 크기를 늘릴 시기에 이름을 날렸던 이가 신영범이었다.

‘물론 영토를 최대한으로 확장하고서는 방어 담당만 하는 수준으로 일감이 떨어졌지만…….’

신영범 정도면 그나마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으며, 다크 테이머가 된 이도 많았다.

‘그게 기간티아 성이 주장하는 바가 대중들에게 더 잘 먹히는 이유겠지.’

주나무는 턱 끝을 만지며 여러 의견에 대해 생각했다.

신영범이 일부러 한국 영토를 줄여서 다시 예전의 전성기를 되찾으려 했다던가. 레기온 성까지 원래부터 한통속이었다던가 등등.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다.

‘뭐, 아무튼 확실한 건.’

이제 성들 사이의 길항이 깨지고.

본격적인 내부 견제가 시작되었으며.

라그나로크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는 레기온 성이 작통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사냥조 활동 결과로 주도권 경쟁이 일어나게 생겼으니, 원…….’

라그나로크는 본디 레기온 성주의 지휘하에 평이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각 성을 담당하는 성주의 의견이 우선시 되어 라그나로크가 진행되게 생겼으니…….

‘레기온 진영과 기간티아 진영의 실적 싸움이 될 확률이 높겠네.’

레기온 파벌과 기간티아 파벌의 영토 보존이나 획득, 소실 등으로 인해 대륙 정세가 완전히 바뀔 게 뻔했다.

때문에, 어떤 진영에 붙을지가 중요했기에.

주나무는 두 진영의 성향과 화력에 대해 떠올렸다.

‘레기온은 소환수와 마법이 중심이고, 기간티아는 총기를 이용한 원거리 타격이 중심이지.’

레기온은 한꺼번에 많은 적을 쓸어버리고.

잠깐 동안의 쿨타임 사이에 소환수가 앞에서 적을 처리한 뒤.

다시 고화력의 스킬을 퍼붓는 전투 방식을 구사하고.

기간티아는 꼼꼼한 원거리 저격을 통해 적을 쓰러트리며.

체계적인 교대와 보급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빈틈이 없는 전투 방식을 선호했다.

그래서 그런지 각자 단점도 다른데.

레기온 같은 경우엔, 적이 특정 방어 세팅을 맞추고 오면 방어 수행 능력이 확연하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반면.

기간티아는 철저한 약점 히트 스팟을 노리고.

모든 아이템 세팅을 방어력 관통과 치명타에 집중했다.

순간 화력은 떨어지지만.

아이템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레기온 보다 좋았다.

‘레기온 성주의 온페리스가 강하긴 한데, 그거 빼면 딱히 눈에 띄는 소환수가 없다. 갑자기 온페리스보다 강한 소환수라도 들고나오면 몰라.’

레기온 성의 소환수 전력은 이름값에 비해서 크지 않았다.

성주를 제외하면 전부 와이번 수준에 불과하달까.

“흠, 아무래도 이번에 적 대륙들이 칼을 갈고 나올 것 같단 말이지.”

그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상상했다.

스킬 상의 빈틈이 있으며.

북부 전에서 야나 이바노프에게 돌파당한 전적이 있는 레기온.

그리고 기간티아.

“흠…….”

주나무는 고민 끝에 마음을 정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기간티아를 선택하기로 하고.

이어서 컨설팅 자료를 재조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지금까지는 레기온을 1순위로 추천했지만…….

‘시대가 바뀌어 간다.’

이제는 아니었다.

* * *

다음 날 아침.

대현은 평소처럼 학생 식당에 들렀다.

그리고 적당한 메뉴를 고른 뒤 자리를 탐색했다.

날씨가 나쁘지 않았기에.

‘오늘은 창가 쪽에 앉아볼까.’

걸어가서 앉는다.

오늘은 혼자 왔으니, 일부러 자리가 많은 곳을 고를 필요가 없었다. 익숙하게 자리에 앉아서 밖을 구경한다. 아침 운동을 다른 활동으로 대체해서 혼자 밥을 먹는 건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었다.

“혼자 먹어?”

“응?”

“잠시 옆에 앉아도 될까?”

“─??”

하지만.

오늘은 평소답지 않게 합석을 요청하는 이가 많았다.

고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려던 걸 멈추고 주변을 둘러봤다. 넓은 학생 식당의 한쪽 벽면. 전부 유리로 되어 있는 그곳에서 햇빛이 비스듬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반면 학생들의 움직임은 왜인지 모르게 차가워 보였다.

‘나한테 시선이 쏠려 있다.’

미묘한 시선의 변화가 느껴진다.

예전엔 단지 궁금해했다면.

지금은 경계와 호기심이 반쯤 섞인 얼굴이었다.

‘이유가 뭔지는 알겠네.’

고대현은 변화의 원인이 뭔지 자연스레 깨달았다.

‘그때, 레기온 성주가 나한테 말을 걸어서 그런 거겠지.’

연맹의 해체.

고위급 인물의 싸움.

대형 사건의 중심.

그리고.

그 마지막에 말을 건 존재…….

한창 레기온과 기간티아로 성향이 나뉘는 가운데.

레기온 성주가 고대현에게 물어본 알의 의미가 학생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주제 중 하나였다.

“예전부터 정태룡이랑 어울린 거 보니까 안 봐도 기사 대행이겠고. 성주랑도 여러 번 독대한 것 같네.”

상대가 추측을 늘어뜨리면서 은근슬쩍 합석을 시도한다.

“시끄럽네.”

대현은 조용히 밥을 먹고 싶었기에 미간을 좁혔다.

그러자 상대가 혀를 차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대현은 변화를 실감했다.

‘원래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는데.’

뭔가, 레기온 성에 대해 반감을 품은 이들이 많아진 것 같달까.

‘일단 발설하지 말라고 했으니 입 다물고 있어야지.’

대현도 그간 인터넷을 뒤져봤기에, 상황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두 성이 싸우는 중이지.’

제일 큰 두 성이 갈라졌다.

사실상 한국 대륙의 절반이 갈라지고.

둘 사이의 경쟁이 일어난 거나 다름없었다.

대현은 레기온 성주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툰드리스에 대해 상기했다.

툰드리스는 전방위적인 음파 공격이 가능한지라.

레기온 성주가 탐내고 있는 소환수 중 하나로.

‘나만 컨트롤 가능하다.’

고대현만이 컨트롤 가능하기 때문에, 레기온 성주가 그를 계속 잡아두려고 하는 게 어제까지의 일이었다.

‘내가 중심에 있다.’

레기온 성의 진영의 라그나로크 실적.

이걸 채워야 기간티아를 누를 명분이 생긴다.

현재 가지고 있는 스킬과 소환수라면 큰 도움이 될 터.

‘흠, 그런데 기간티아 성에서 야나 이바노프를 잘 관리하고 있으려나?’

대현은 야나 이바노프를 몇 번이나 상대했다.

그러나 한 번을 제외하면, 대부분 힘에 제한이 걸린 상태였다.

리미트가 풀린 야나 이바노프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겠지.

물론, 그녀가 거길 빠져나올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문제였다.

레기온 성주가 다른 성의 내부에 내통자가 있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

‘이건 전지수한테 물어봐야겠다.’

마침 이하린이 기간티아 소속으로 들어가고.

그 윗선에 있는 전지수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으니.

대현은 교실로 가는 김에 1반에 방문하기로 했다.

먹은 거를 반환한 뒤, 교실로 향하자 맨 첫 번째에 있는 1반 교실이 눈에 들어온다. 한데, 교실 앞에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뭐지?’

대현은 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그 이유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1반에 성주랑 관련된 사람 2명이 떡하니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기웃거릴 수밖에 없겠지.

“들어가 볼까?”

“아니, 좀 그렇긴 한데…….”

하지만, 주변에서 서성거릴 뿐이지.

넓은 1반 교실의 중심지까지 다가가는 이는 없었다.

대현은 코웃음을 친 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잠시 지나갑니다.”

그리고 태연하게 1반 교실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 끝에.

대현은 교실 중앙에 갖춰진 정원.

그 옆에 위치한 테라스에서 1반 인원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분위기가 침울해?”

분위기는 생각보다 다운되어 있었다.

일단 전지수가 무리에서 떨어져 있으며.

정태룡 또한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어? 어쩐 일로 왔어?”

이마를 짚고 미간을 좁히던 정태룡이 고개를 든다.

“그냥 어떻게 돌아가나 보러왔지.”

“안 그래도 그거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

한숨을 푹 쉰 정태룡.

고대현은 그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지만, 핵심은 승계식이었다.

“승계식 때문에 곤란해졌다고?”

“응.”

성을 이어받는 승계식.

이걸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으로 공을 많이 세운 이에게 권한이 넘어간다.

해서, 현재 성주를 갈아치우려는 여론.

그리고 뒤를 이을 자신의 티어 및 점수가 과도하게 조명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들 내가 조금이라도 못하면 끌어내리려고 이를 갈고 있더라.”

레기온 성 자체에서도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여론이 좋지 않았다.

“아니, 원래 잘하고 티어도 높으면서 뭘 그런 걸 신경 써?”

“부담감이 높아졌지. 그리고 폼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어렵고.”

정태룡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한다.

제 딴에는 심각해 보였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슬럼프 같은데.’

고대현이 보기엔 일시적인 슬럼프였다.

게다가 승계식은 곧바로 있는 게 아니라 3년 뒤에 있으니, 과도한 걱정이었다. 고대현은 적당한 응원의 말을 건네준 뒤, 전지수에게 향했다.

그녀도 정태룡과 마찬가지로 승계식이나.

당장 있을 정규전 성적에 쏠리는 관심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었다.

“1반 중에서 내가 제일 아래라 걱정이야.”

“그래도 걱정할 만한 티어는 아니지 않나?”

“이참에 상대 콧대를 누를 정도로 받아오라 하셔서.”

레기온의 정태룡보다 높은 티어는 물론이며, 티어 내의 세부 랭크 포인트 점수까지 이기는 게 기간티아 성주가 전지수에게 바라는 바였다.

‘나는 당장 골드나 플래티넘 정도만 가도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데…….’

대현은 오랜만에 역전 세계의 이득을 체감했다.

게임을 못 했던 것으로 치환된 덕분에 자신은 뭘 해도 칭찬을 받았으나, 다른 애들은 그게 아니었다.

‘내가 패밀리어 계약 같은 거로 도와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잠시 그런 생각이 고대현의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가 돕겠다고 입을 여는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나한테만 집중해야지. 이번에 밀리면 그다음 정규전까지는 또 몇 개월 뒤니까.’

이참에 확실히 끝내둬야 하기에.

고대현은 자신에게 집중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훈련 대륙 수업은 당분간 중단이다. 정규전 전까지는 학생 간의 내전이나 피드백이 이어질 예정이었다.

할 건 연습밖에 없었다.

“야나 이바노프는 잘 있대?”

그쯤, 고대현이 본제를 입에 담았다.

그러자 전지수가 주변을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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