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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36화 (136/200)

제136화

#136화

포탈은 이동형 포탈과 공격을 스톡해두는 아공간 포탈로 나뉜다.

야나 이바노프의 대검을 상대할 때 사용된 게 이동형 포탈이며.

무수히 많은 탄환을 발사하던 것이 아공간 포탈로, 두 종류 모두 한계 중량이 존재한다.

이동형 포탈 같은 경우는 찰나의 순간만 견디면 되기에 지금까지 그럭저럭 버텼지만.

우르르─.

아공간 포탈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전체적인 아공간 내부 무게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줄이기 위해 무기들을 쏟아내자, 바닥에 떨어진 무기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차곡차곡 쌓인다.

그런 풍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간티아 성주와 야나 이바노프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꾸욱.

야나 이바노프가 막혀 있는 자신의 팔을 응시한다. 팔에 관절기가 걸린 탓에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야나 이바노프는 기억을 되짚었다.

‘대검이 닿기 전에 옆면을 손바닥으로 짚으면서 도약. 그리고 빈틈을 타서 팔에 관절기를 걸었지…….’

기간티아 성주가 취한 동작은 정교하기보단 동물적이었다.

뭔가 정형화되지 않고 본능적으로 나오는 느낌이랄까.

‘전지수의 재능이 위에서부터 이어받은 것 일 줄은 몰랐네.’

그녀는 곁눈질로 옆을 살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표정과 현재 눈앞에 보이는 표정이,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고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아무튼…….’

야나 이바노프는, 팔에 걸린 관절기부터 풀기로 했다.

과거의 일은 그렇다 치고.

지금은 다시 빠져나와서 반격하는 게 제일 중요했으니까.

‘이 정도는 힘을 가하면 금방 풀린다.’

몸에 힘을 준다.

드득─.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관절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힘을 줘서 억제하기보단 굳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야나 이바노프는 눈을 부릅떴다.

‘이건……, 설마 경직계?’

순간적으로 몸에 가해지는 신호를 억제한 뒤.

돌처럼 딱딱하게 굳히는 비술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그걸 기간티아 성주가 익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예상보다 더 근접에 강한 타입이라는 걸까.

‘힘이 제한되지만 않았으면, 땅이랑 통째로 날려버리는 건데…….’

그렇게, 야나 이바노프가 속으로 혀를 차는 사이.

“발악은 끝났나?”

이죽거리면서 말한 기간티아 성주가 바닥에 포탈을 생성시키자,

우웅─.

발부터 빠진 두 사람이 수백 미터 떨어진 포탈로 빠져나오면서,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순식간에 반전된다.

이번에 이어져 있는 곳은 근거리가 아닌 상공.

기간티아 성주가 땅에 착륙하기 전 공중에 정박 시켜 놓은 와이번의 등. 그곳에 찍어놓은 핀 포인트였다. 기간티아 성주가 관절기를 풀자, 야나 이바노프와의 거리가 벌려진다.

“떨어져라.”

아니, 떨어지는 건 야나 혼자였다.

기간티아 성주는 곧장 이동형 포탈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 뒤, 바닥에 떨어진 무기 중 하나를 골라서 손에 쥐었다.

‘흠, 1천억짜리면 충분하겠지.’

무거워진 총을 들어 올린 그가 얼굴을 찌푸리면서 위를 조준한다.

그간 스톡해둔 공격만 날리고 직접 방아쇠를 당기는 건 오랜만이었지만.

‘여기쯤이군.’

호흡을 멈추고 손가락에 힘을 주니.

탕-!!

총성과 함께 날아간 탄환이 야나 이바노프의 몸을 꿰뚫는다.

기간티아 성주의 눈앞에 상대가 처리되었다는 문구가 나타났다.

‘다시 레기온성 지하감옥으로 리스폰됐군.’

그녀는 리스폰 지점이 고정됐기에 죽어서도 감옥을 떠날 수 없었다. 만약 계속 접속할 수가 없는 그로기 상태가 되면?

‘오버클럭이 가동되어서 체감시간이 길게 조정되지.’

감옥 내부에서만 오버클럭이 적용된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정해진 기간에는 속박당한 채로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해서, 어지간하면 침략전을 걸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나갈 생각으로 침략전을 걸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쯤, 기간티아 성주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신영범이 다가오고 있었다.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놈인데, 이제야 처리할 명분이 생겨서 다행이야.’

띠링─.

[결투장이 생성됩니다.]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고유 스테이지가 생성된다. 대결 상대에게만 대미지가 들어가게 설정된 곳으로, 지금부터 이곳에서 지면 페널티를 받게 된다. 물론 성주 급의 인장이 소모된 지라, 시전자는 페널티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으나.

“근접전도 꽤 하시는군요.”

신영범은 태연하게 검을 들며 말을 이었다.

“저 대신 수업을 지도하셔도 될 정도입니다.”

가벼운 도발.

그러나 기간티아 성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상대를 조준할 뿐.

“자세한 질문은 지하 감옥에서 받겠다.”

기간티아 성주가 진지하게 나오자 신영범도 검을 들고 자세를 잡는다.

푹.

그가 땅에 검 끝을 박아넣자, 검이 박힌 땅을 중심으로 안개가 퍼져나가고. 동시에 신영범의 몸이 은신 상태가 되면서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기간티아 성주는 퍼져나가는 안개를 응시했다.

그리고.

‘안개가 전부 퍼지기 전에 처리한다.’

재빨리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지만 그보다 빨리 상대가 안개 속으로 몸을 숨기고.

곧 기간티아 성주의 눈앞에 아래와 같은 문구가 나타났다.

띠링─.

[대상은 면역 상태입니다.]

* * *

고위급 간의 대결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고급 기술의 공유는 득보다 실이 많기에.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친선전으로 이뤄진다.

그만큼 매우 희소하다는 의미다.

거기에 더해서 외부 유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성주의 대결인지라, 학생들이 눈을 떼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와, 저 스킬 저렇게 연속으로 쓸 수 있는 거였구나.”

“화력이 일반인이랑은 비교가 안 되는데……?”

“그런데 갑자기 왜 싸우는 거지?”

여러 가지 말이 오간다.

기간티아 성주의 스킬부터 시작해서.

신영범의 전투 기교.

그리고 야나 이바노프에 대한 것까지.

“보조교사가 그 사람일 줄은 몰랐는데……, 그럼 우리 그동안 적이랑 싸운 거였네.”

“그러게, 이거 논란 좀 되겠는데?”

적과의 직접적인 전투.

일반적인 학생이 치를 일은 거의 없으며.

희소성만 따지면 학생이 할 수 있는 수업 중 최상급이었다.

그러나 수감 중인 사람을 꺼내서 쓸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이는 임상배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상대했던 게 야나 이바노프였다니…….”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이가 적이었다.

그녀에게 나름 내적 친밀감까지 가지고 있던 임상배는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다들 전투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임상배는 정신을 차리고, 돌아가는 상황을 분석했다.

‘갑자기 성주가 와서 싸운 다라……, 보니까 야나 이바노프랑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만약 야나 이바노프와 관련이 없었다면?

굳이 여기까지 와서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학생들에게 보여서 논란을 만들려는 건가?’

기간티아 성과 레기온 성 소속의 학년 담임.

어쩌면, 야나 이바노프를 사이에 둔 두 집단의 싸움일지도 몰랐다.

임상배는 전투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여기에서 마주치는 건 오랜만이네.’

그는 고대현과 마주쳤다.

앞으로 더 이동하기도 애매해진 임상배는.

‘입이 근질근질한데 추측한 사실이나 말해야지.’

오랜만에 고대현에게 말을 걸었다.

자신이 추리한 사실을 말하고 싶은데.

다들 정신이 팔려있어서 말을 걸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넌 이 전투 어떻게 보고 있냐?”

“나? 삼인칭으로.”

“뭐?”

“농담이야.”

임상배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거, 잘못하면 연맹도 위태로울 수 있어.”

“연맹? 무슨 연맹?”

“아니, 10대 성 연맹 있잖아.”

“그런 게 있었어?”

“흐음…….”

임상배는 미간이 좁혀지는 걸 간신히 참았다.

‘뭐, 일단 나처럼 기사 대행까지 하는 급이 아니면 모를 수도 있긴 하지.’

그가 잠시 입을 다물자, 고대현이 역으로 질문했다.

“일단 싸우는 거 보니까 내분이 일어난 것 같긴 해.”

“거기까지 이해했으면 됐네.”

임상배는 전투가 일어나는 곳으로 곁눈질로 살피며 설명을 시작했다.

한국 대륙도 한때는 내부에 있는 성끼리 싸우곤 했으나.

10대 성끼리 연맹을 맺어서 라그나로크를 제외한 모든 싸움을 최소화했고.

한국 대륙은 오늘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만.

최근 들어 확장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했기에.

다시 전투력이 내부로 향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임상배가 심각하게 말하는 한편.

‘흠, 과연…….’

고대현은 설명을 들으며 옆에서 일어나는 대결을 유심히 관찰했다.

사용하는 스킬의 위력이나 퀄리티가 상당해서 저절로 눈길이 갔다.

특히 기간티아 성주의 스킬은, 사기에 가까운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방어와 공격이 동시에 가능하네.’

일반적인 투사체 같은 경우에는 날리는 즉시 되돌아온다.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보이긴 하다만.

스킬이나 탄환을 발사하는 포탈도 있어서 빈틈을 노리기 힘들어 보였다.

‘신영범 선생님도 지금은 버티고 있지만, 언젠가는 위험해지겠지.’

대현은 화면을 확대해서 안개 속을 응시했다.

스슥.

신영범 학년 담임이 한창 안개에 숨은 채 공격을 회피하고 있었다.

‘면역 상태라서 공격을 무시하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버틸지.’

퍼져 나가는 안개와 더불어 은신과 면역 상태까지 섞여 있다.

효과만 보면 엄청나다.

하지만 스킬을 무한정 지속할 수 없기에.

공방일체의 포탈을 공략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근접 비술도 뛰어나서 빈틈을 노렸다고 해도 얼마나 승산이 있을지는 모르겠네.’

고대현은 디텍트 아이로 기간티아 성주를 스캔했다.

그러자 컨트롤 웨이브, 비술 부분에 여러 가지가 적혀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당장 눈에 띄는 것만 3개, 그리고 물음표로 가려진 거 하나.’

비술이 아예 없는 신영범 학년 담임과 비교하니 더욱 풍성해 보였다.

‘저 물음표는 전지수한테서도 봤던 것 같은데……, 배운 거였나?’

고대현은 기억을 더듬었다.

과거, 이하린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비술은 비밀리에 전수되는 것도 있다고 그랬었지 아마?’

같은 집안사람에게서 동일한 게 나타났으니.

사실상 전지수와 비슷한 종류의 것일 확률이 높았다.

물론 직접 본 적이 없기에 확정 지을 수는 없었다.

탕-!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전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

기간티아 성주가 포탈을 통해 지속적인 회피를 한 끝에.

신영범의 스킬 지속 시간이 끝난 것이었다.

중간에 불사까지 쓰면서 기간티아 성주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었으나.

상대를 멀리 떼놓을 수 있는 스킬 때문에 제대로 된 유효타조차 먹이지 못했다.

‘무빙도 생각보다 좋아서 역량 차이가 확실했지.’

신영범 학년 담임의 실력 자체는 월등했다.

허나 스킬 구성 자체가 완벽한 카운터에 가까웠다.

‘만약 나였다면…….’

고대현은 머릿속으로 전투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감마 스트라이크는 사방에서 가해지는 공격이니까. 포탈로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거고. 검날 흘려내기로 중간중간 방어하면, 내가 카운터 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지정 불가 대상이 되는 신영범 학년 담임보다도.

‘내 스킬이 상대하기 편해.’

고대현이 기간티아 성주를 상대하기 적합했다.

물론.

‘내가 성주랑 싸울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고대현이 위의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펄럭.

거대한 그림자가 지면을 덮는다.

이에, 마우스 휠을 돌려서 위를 향하게 하니.

‘온페리스.’

레기온 성주의 드래곤, 온페리스가 상공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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