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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34화 (134/200)

제134화

#134화

다양한 조합은 그 뒤로도 계속되었다.

속박 스킬이 있는 레샨드라와 소자하.

멀리서 견제가 가능한 유성 특성 미포와 젤아스.

마루파이트와 바람 검사까지.

전부 상대 봇을 파괴하거나.

확정적인 킬을 내기 좋은 조합을 골랐다.

이는 전지수가 고대현에게 동화되어서가 아니었다. 단지 일전에 고대현이 말했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그 결과.

‘초반에는 상대 원딜을 처리하기 좋긴 한데, 후반으로 갈수록 한계가 명확하고. 어느 정도 이상만 실력이 올라가면 금방 회피한다. 게다가 실패하면 아예 라인이 망해버리는 리스크도 존재하고…….’

일정 부분은 좋지만 조금만 상위권으로 올라가면 통하지 않을 법한 게 많았다. 솔직히 학원 같은 곳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것도 있고 말이다.

“휴, 오랜만에 봇 파괴 조합해봐서 좋았다.”

“…….”

하지만 고대현에게 그런 건 상관없어 보였다.

띠링-.

[게임이 종료되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격렬했던 내전도 어느덧 끝에 도달했다.

다들 게임을 종료하고 접속을 종료하는 한편.

전지수는 게임을 종료한 뒤, 게임 선택 대기모드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종목을 고르기에 앞서 신체 싱크로율을 체크하는 공간에서.

‘효율보다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라……, 그런 것도 전략인가.’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생각하고, 상대의 행동을 유도한다 가정해도.

본질적인 승패를 도외시하는 듯한 뉘앙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승패는 상관없다고?’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이기려고 하는 것까지는 좋다.

한데, 승패의 가치를 훼손시켜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전지수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재미있어 보이긴 했지.’

다만, 본능적인 무언가가 스스로에게 그런 컨트롤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전지수는 그런 감정이 자신의 어느 부분에서 기인하는지 어렴풋이 눈치챘다.

‘이제 쓰면 안 되는데…….’

그녀가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띠링─.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누구지?’

전지수는 상반신을 숙여서 연락 내용을 확인했다.

자신의 아버지인 전인택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전체적인 메시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내일 있을 훈련 대륙 수업에는 참여하지 말 거라.]

내일 수업을 빼라.

내용 자체는 간단했다.

‘응?’

하지만 너무 간단했기에 오히려 의문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수업 자체를 빠지라고 하시다니…….

살면서 몇 번 없었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으니 조퇴하는 거로 처리될 거야.]

전지수는 문자 내용을 보고 턱 끝을 만지며 고민했다.

만약 내일 빠진다면, 반 점수에 관련된 부분에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부분까지 다 처리해서 ‘이야기가 되어 있다’라고 한 것일 확률이 높았기에.

‘그냥 가만히 있어야겠다.’

전지수는 침묵하기로 했다.

이대로 물어봤자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접속을 종료합니다.]

그녀는 접속을 종료한 뒤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 * *

게임고의 수업은 크게 평일 수업과 평가전으로 나뉘며.

평일 수업과 평가전 사이엔 특별 수업이라는 게 껴 있다.

보통 특별하다고 하면 얼마나 특별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본 대륙 옆에 있는 훈련 대륙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사실상 특별 수업이 게임고에 오는 목적이라고 봐도 좋았다.

저번 주에 있었던 블록 방어전만 해도 라그나로크의 약식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 걸 한 번 경험하면, 일반적인 학생보다 경험치가 몇 배나 높은 상태가 된다. 따라서 학생들이 매주 있는 훈련 대륙 수업을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특별 수업은, 달리 말하면 보조 교사를 마주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 보조 교사를 어물쩍 넘어갈 수 있을 리 없기에.

학생들은 훈련 대륙 집결지에 서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보조 교사에 대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글쎄다…….”

신영범 학년 담임은 중간중간 상황을 보면서 봐주기나 하지.

그 보조 교사는 가차 없이 학생들을 떨어트렸다.

해서, 그 교사를 피하길 바라는 한편.

어떻게 하면 파훼할 수 있을까에 대한 토론이, 학생들 사이에서 제일 많이 오가는 대화 중 하나였다.

그런 상황 속.

“내가 그 사람이랑 붙어봤는데…….”

의외로 말이 많은 이는 임상배였다.

그는 보조 교사와 여러 번 합을 겨루고.

공성전 때도 단일 상대 기록으로 순위권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고대현보다는 아래지만…….’

특히 도끼의 움직임은 직접 가르침을 받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세하게 봤다.

그렇기에.

“음, 솔직히 말해서 뚜렷한 파훼법은 없어.”

임상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학생이 그런 괴물을 이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방법이 없다고?”

“그 정도야?”

임상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거리고 그렇고, 원거리 공격 방어 능력도 뛰어났으니까.”

자신이 근거리에서 움직임을 막고 성에 있던 팀원이 원거리 사격을 하는 방식으로 갔으나, 보조 교사의 대검 던지기 한 번에 무너졌다. 이런 것으로 봤을 때 적어도 30명은 넘어야 막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럼 앞으로 있을 수업마다 계속 져야 한다는 거야?”

“흠, 글쎄다…….”

계속 지면 나름의 밸런스 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건 40반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반의 골칫거리였으니까.

“도대체 40반은 어떻게 이긴 거지? 신기하네.”

다만 40반만큼은 이런 분위기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어떻게든 비벼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다고 해야 할까.

특히 저번 수업 때는 전체 반에서 1등을 하기까지 했다.

“거기는 무식하게 신경 지구력만 높은 애들 모인 곳이잖아. 어쩔 수 없지…….”

“고대현이었나? 걔가 티어랑 다르게 잘한다더라. 거의 혼자서 캐리한다던데.”

40반이 전체적으로 유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인원이 점수가 높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한명이 멱살을 잡고 끌어올리는 특이한 구조를 갖춘 반이었으며, 최근 들어선 고대현의 존재를 1학년 전체가 알고 있을 정도였다.

“40반한테 가서 물어 봐볼까?”

“아니, 물어봐서 뭐 하게. 애초에 들어서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임상배가 고개를 젓는다.

그는 기억 한편에 존재하는 고대현의 컨트롤을 상기했다.

‘분명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바뀌었지…….’

그라운드 제로에서의 신경 지구력을 직관했기에.

물어봐서 따라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하고 있는 그였다.

그때.

“저번에 보니까 상배가 탱킹 좀 하던데, 이대로 더 수련해서 마크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그와 같은 반에 속해 있던 친구가 입을 열었다.

현실적으로 임상배가 앞에서 탱킹을 하고, 뒤에 있는 사람이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거 말고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를 임상배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문제는.

‘내가 담당하는 게 당연하게 되면, 뚫렸을 때 내 탓을 한다는 거지.’

만약 맨 앞에서 몸으로 탱킹한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전적은 구리게 나올 확률이 높았다.

저번에 혼자 남았던 건 거의 운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원거리를 못 하는 편도 아니니까.’

좋은 전적을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힘들어서 다음 수업 시간에서 폼이 떨어질 수도 있는 문제도 있었기에.

임상배는 옆에 있는 애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너네는 무빙 연습이나 해. 날아오는 검도 못 피하면 어떡하냐?”

“무, 무빙? 큼……, 당연히 연습해야 그런 거는.”

임상배가 저번 수업에 대해 추궁하자, 당시 한 번에 아웃당했던 반 아이들이 말을 돌린다.

“그런데 그 사람 정체가 뭘까.”

그러던 중.

보조 교사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고 보니…….”

“레기온 소속인 것 같긴 한데. 누군지는 모르겠더라. 애초에 그런 스타일을 본 적도 없고.”

단지 ‘보조’라고 명시했을 뿐.

보조 교사에 대한 정보는, 학교 측에서도 학생에게 알려준 게 거의 없었다. 그나마 추측이 가는 사람은 과거에 유명했던 검사나 정도랄까. 신영범 선생님의 옆에 있는 걸 보아하니 그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되었다.

“정체?”

갑자기 전환된 대화 주제에, 임상배도 언젠가 조사했던 정보를 떠올렸다.

예를 들어서 과거 한국 대륙을 넓히는 데에 도움을 줬지만.

이제는 에이징 커브가 와서 뒤로 밀려난 사람들.

정규적인 스타일은 아니니.

그중에서 있을 확률도 존재했다.

‘물론 말투가 늙어 보이진 않았지만…….’

그렇게.

임상배가 추측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수업을 시작하겠다.”

신영범 학년 담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상엔 어느새 신영범 학년 담임과 보조 교사가 서 있었다.

과연 오늘은 어떤 수업을 하게 될지.

모든 학생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신영범 학년 담임이 입을 열고 말했다.

“오늘 할 수업은 특수지형 방어다.”

* * *

그 시각 40반.

고대현도 수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특수지형 방어 수업은 라그나로크의 대륙 접합지점을 대비한 수업이군.’

라그나로크에서 각 대륙이 합쳐질 때.

일반적인 평지끼리만 결합하지 않는다.

산이 몰려있는 지역이라던가.

땅굴이 있는 지역 등등.

어떻게 해서든 틈이 생기기 마련.

포킹이나 원거리 공격을 통해 견제해도, 지형지물을 이용해 목숨을 연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수지형 방어 수업은 위와 같은 상황을 대비한 수업이었다.

“오늘은 남부 지역에서 자주 나오는 동굴형에 대한 방어전 수업을 할 예정이다.”

신영범 학년 담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가운데.

동굴형 지형구조에 대한 정보가 허공에 있는 가상스크린에 나타난다.

대륙과 대륙 사이의 접합지점.

흔히 접경지라고 하는 장소.

마치 개미집처럼 이리저리 얽힌 듯한 지면이 존재했다.

“평소에는 땅이 다 엎어버릴 정도로 포격했지만, 이제 그런 것도 슬슬 한계더군. 그래서 이참에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 훈련을 시행할 계획이다.”

갈수록 힘쓸 방어면적이 늘어나면서 집중 타격을 할 화력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이런 곳에 숨어들 만한 사람을 처리하는 걸 가정한 수업을 하겠다는 말이 이어졌다.

‘이거 안 봐도 내용이 뻔하네.’

듣고 있던 고대현이 수업 내용을 짐작한다.

‘야나 이바노프를 인위적으로 만든 특수지형에 넣고, 각반이 상대하는 구도겠지.’

저런 상황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만한 사람은 야나 이바노프밖에 없었다. 따라서 고대현이 추측한 커리큘럼이 맞을 확률이 높았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하린이 있는 우리 반이 유리해.’

이하린은 근접 전투에서 뛰어난 감각을 지니고 있어서 본 수업에서 유리하다. 야나 이바노프가 강하다고 해도, 저번에 이하린이 야나 이바노프를 상대하는 걸 직접 직관한지라, 고대현은 큰 걱정이 되지 않았다.

‘걱정은 안 된다. 여차하면 소멸파를 쓰면 되니까.’

거기에 더해서.

이하린과의 패밀리어 계약을 통해 얻은 비술 중.

상대의 컨트롤 웨이브를 소멸시키는 비술이 존재하니까.

기본적인 야나 이바노프의 스킬이 강력해도 여러 가지 비술까지 곁들여서 싸우면 해볼 만하겠지.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이하린과 야나 이바노프의 미묘한 관계가 신경 쓰였다.

아웃라인 쪽에서 봤을 때 뭔가를 아는 것 같긴 했는데, 아직 직접 알아낼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바체슬라프의 단검을 가지고 와야 말해준다고 했었지.’

아직은 어쩔 수 없이 정보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알도 있고.

아마 이번 라그나로크가 끝나면 어느 정도 윤곽을 보는 게 가능하겠지─.

라고, 고대현이 생각하고 있을 순간.

쿠구구구.

하늘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아래로 내려왔다.

쿠웅.

이윽고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낙하체가 지면을 진동시키며 주변에 먼지를 일으켰다.

“음?”

신영범 학년 담임이 적잖이 당황하는 걸 보니, 수업의 일환은 아닌 것 같았다. 대현은 미상의 낙하체가 떨어진 곳을 향해 화면을 확대했다. 그러자 떨어진 것의 정체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

낙하한 물체는 무기나 돌 같은 게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뭐, 뭐야?”

“어? 저 사람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흙먼지 사이에서 몸을 일으킨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차갑고도 딱딱한.

쐐기를 박는 듯한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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