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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33화 (133/200)

제133화

#133화

특별 케어라고 해서 정규 수업에 비해 그리 길진 않았다.

그저 방과 후에 잠깐 활동할 뿐.

게임이 저녁을 넘어서까지 진행되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대현은 그로부터 약 2시간 후.

특별 케어 수업을 끝마친 뒤, 기숙사에 돌아올 수 있었다.

털썩.

대현은 기숙사 침대에 누운 채 오늘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

-네 덕분에 강박증이 많이 완화됐어.

‘어이가 없네.’

일명 아우솔 선배에 대한 감상이었다.

게임 내부에서는 기척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옆에 있어도 괜찮았다니.

PC 모드로 움직이는 게 탐지계에 잘 안 걸린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그 선배는 앞으로 팀 게임 좀 열심히 해야겠네.’

한 타와 컨트롤 실력은 좋으나, 적은 물론이고 아군과의 거리도 신경 쓰는 바람에 나타난 문제가 많았다. 그런 부분은 앞으로 차차 고쳐나가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나저나…….’

그쯤, 대현은 자신의 스마트 워치 내에 있는 메모장 프로그램을 켰다. 메모장엔 정규전에 대한 내용이 몇 가지 적혀 있었다.

3대3 전투는 매일 하는 판과 크게 다를 게 없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으나, 이어지는 정규전 팁은 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정규전은 일반전이랑 많이 다르니까.’

티어의 갱신이 이루어지는 정규전은, 매일 열리지 않으며 정해진 기간에 오버클럭 모드로 진행된다.

오버클럭 모드는 게임 내부의 속도를 빠르게 조절할 수 있기에, 평소보다 게임을 몇 배나 많이 치르는 게 기본이었다.

‘그라운드 제로 같은 건 신경 부하 수치가 많이 내려간다고 그랬지, 아마?’

시간당 부하량을 고려했기에 그로기 상태에 진입할 일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5인으로 구성된 팀으로 함께 하기 때문에 신경 쓸 게 많았다.

‘일반적인 학생은 스트레스가 엄청나겠네…….’

솔로 랭크라고 해도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전 학교 시절의 티어를 기초로 mmr을 편성하고.

일부러 던지는 등의 트롤 짓을 하는 학생을 걸러도.

응시생들은 항상 날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실수라도 하면 심적 부담감이 장난 아니겠어.’

팀 간 통신 같은 경우는 음성 변조 처리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멘탈이 조금이라도 약하면 지장이 많이 갈 게 뻔했다.

‘그래도, 직접 무기를 맞대면서 싸울 때도 있으니까. 여러모로 걸러내야 쓸만한 사람들이 나오겠지.’

그렇게.

고대현이 위의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띠링─.

‘정태룡?’

간단하게 LOH나 하자고.

정태룡에게서 연락이 왔다.

‘흠.’

1반 아이들과 본 대륙에서 활동한 적은 있어도 3대 종목에서 팀을 이룬 적은 거의 없었다. 이참에 같은 팀으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오늘은 편하게 서포터로 가야겠다.’

특별 케어까지 꽤 많은 게임을 했기에.

대현은 쉬어갈 겸 서포터나 하자는 생각과 함께 LOH에 접속했다.

초대받은 사설 방에 들어가자, 이미 많은 사람이 대기하는 중이었다.

“왔어?”

“어,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네?”

“2반에서 시간 나는 애들 4명 정도 끼워 넣었어.”

방장을 맡고 있던 정태룡이 부연 설명한다.

“정규전 전이라서 그런지 다른 반 애들도 우리랑 하고 싶어 하더라고.”

그의 말대로 방의 구성원 전체가 상위권이었다.

표면상 비 상위권은 고대현이 유일했다.

‘상위권은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한다더니. 그 말이 진짜였네.’

다만 지금은 학기 초와 비교했을 때 인식 차이가 생겨서 그런지, 고대현이 온 것에 의문을 표하는 이는 없었다.

“그럼 팀은 이대로 간다. 다들 이의 없지?”

“응, 이 정도면 균형 있게 잡힌 것 같아.”

팀 편성은 1반에 있던 전지수가 빠지고, 그 자리에 고대현이 들어가는 것으로 되었다. 2반도 간발의 차이로 2반이 되었을 뿐. 티어 자체는 높으니, 겉으로 볼 땐 밸런스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내가 밸런스 파괴긴 한데……, 이번에는 적당히 서포터나 할 거니까 상관없겠지.’

이어지는 팀 간 회의를 통해 서포터로 가기로 한 대현은.

픽 창에서 어떤 챔피언을 고를지 고민했다.

‘하던 것만 해서 지루하니까 새로운 것 좀 해볼까.’

그간 게임을 하면서 느낀 건데.

이 세계는 생소한 조합에 대해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았다. 당연하게도 재미나 예능을 위한 픽은 없는 수준에 가까웠다.

‘이왕 하는 김에 재미있는 픽으로 가야겠네.’

상대의 반응도 궁금하고.

대현은 정태룡과 봇 듀오인 김에 새로운 조합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맨날 정석적인 픽만 하는 것도 재미가 없으니까.

“너 원딜 뭐 할 생각이냐.”

“나? 일단 케이사나 게이트린 할 생각인데.”

“센아 할 생각 있어?”

“센아?”

센아는 서포터로 쓰이는 챔피언 중 하나였다.

물론 원딜로 쓸 때도 있지만, 정태룡은 센아 원딜을 딱히 선호하는 편이 아니기에 그가 미심쩍어할 때였다.

“내가 세이온 할 거니까 네가 센아 해라.”

고대현이 세이온을 한다고 말했다.

“세이온?”

세이온은 탱커 챔피언 중 하나로, 무난한 쉴드와 돌진 스킬.

그리고 미니언을 발로 차서 앞으로 밀어버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못 쓸 챔피언은 아니긴 한데…….’

세이온보다 좋은 탱커 서포터는 많다. 굳이 쓸 필요가 없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현의 말에, 정태룡은 자신의 의견을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네가 미니언에 속박 스킬 쓰면 내가 그거 앞으로 찰게.”

센아의 속박 스킬인 검은 안개의 포옹.

그것이 시전되는 시간 차이를 이용해서 적을 속박을 시킨다는 것이었다.

‘검은 안개의 포옹은 꽤 넓은 범위를 속박시키니까. 미니언에 쓴 다음 세이온의 스킬로 날리면 대응이 어렵긴 하겠어.’

이론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통할지는 미지수지만…….

‘어차피 내전이니까.’

정태룡은 순순히 픽을 바꿨다.

해서, 최종적으로 나온 조합은 아래와 같았다.

[세이온]

[센아]

[너달리]

[붸인]

[콜키]

“탑 붸인?”

“왜, 탑 붸인이 어때서?”

범단월은 의외로 탑 붸인을 고른 상태였다.

‘탑에 원딜 같은 거 들고 가서 깔짝이는 사람이 너무 많네, 여기는.’

원거리 딜러를 선호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탑에도 원딜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혀를 차면서 아군 픽을 살핀 대현은.

“흠…….”

이어서 상대 조합을 확인했다.

[게이트린]

[럭쓰]

[젤아스]

[갱그플랑크]

[시반아]

‘미드 젤아스에 정글 시반아 탑 갱그플랑크고. 나머진 바텀이네.’

게이트린이랑 럭쓰 정도면 할 만한 상대였다.

물론 전지수가 다루는 게이트린이 꽤 강할 것 같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게 강하니까 상관없어.’

띠링─.

[소환사의 계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렇게 판이 시작되고.

대현은 정글 리쉬 후 바텀으로 향했다.

* * *

‘바텀이 센아랑 세이온?’

게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전지수는 상대 바텀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고대현은 그렇다 치고.

정태룡은 센아 원딜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으음, 못 나올 조합은 아니긴 한데…….’

어디까지나 최선은 아니다.

라고, 전지수가 생각하면서 미니언을 공격할 찰나─.

후욱.

정태룡이 센아의 스킬인 검은 안개의 포옹 시전 동작을 취했다.

눈치가 빠른 전지수는 센아의 손동작을 보자마자 회피를 위해 움직였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퍼석.

‘어?’

하지만 그런 긴장이 무색하게.

센아의 스킬은 미니언 사이를 뚫지 못했다.

전지수는 멀리 있는 아군 미니언을 응시했다.

우우웅.

미니언의 주위로 소용돌이가 돌고 있었다.

저 소용돌이가 끝나면 주변에 스턴이 들어가는 스킬로.

본래라면 적에게 맞춰야 하는 스킬이었다.

‘빗나간 건가?’

그렇기에 전지수가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쿵!

세이온이 발을 들어서 앞으로 뻗는다.

챔피언이 아닌 미니언에게 쓰는 동작이었다.

‘설마……?’

세이온의 발끝이 미니언에게 향하는 순간.

전지수는 해당 픽의 의미를 이해했다.

미니언을 날리는 세이온과 시간 차이로 스턴이 들어가는 센아의 스킬.

후욱!!

날려진 미니언이 럭쓰의 앞에 도달하면서, 둘의 조합이 시너지를 발휘한다.

철컥.

소용돌이가 멈추면서 때마침 앞에 있던 럭쓰가 스턴에 걸린다.

“무슨?!”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쩌저적.

이어서 센아의 특성인 빙결이 발동된다. 땅에 얼음이 길쭉하게 깔리면서 뒤에 있던 전지수까지 슬로우에 걸렸다.

파직! 쿵!

뒤이어 센아의 관통하는 어둠과 세이온의 도끼 내려찍기가 작렬한다. 아직 초반이라 대미지가 강하지 않아서 죽진 않았지만, 럭쓰는 체력이 꽤나 줄어들고 말았다.

‘센아랑 세이온의 스킬을 저런 식으로 쓰다니…….’

“잠시 라인 당기자.”

“으, 응…….”

전지수는 결국 라인을 당기고 CS를 먹기로 했다.

중간중간 럭쓰가 스킬로 견제를 하긴 했지만, 세이온의 보호막 스킬 때문에 유의미한 딜이 들어가지 않았다.

‘센아도 생각보다 리치가 길어서 까다롭네.’

센아의 주요 스킬인 관통하는 어둠은.

미니언을 꿰뚫고 공격함과 더불어 아군의 힐까지 가능하다.

럭쓰가 스킬로 피를 빼도 다시금 힐로 채우기는 바람에, 초반은 쓸데없는 마나 소모로 느껴질 정도였다.

‘정태룡이 제안하진 않았을 거고……. 그럼, 이것도 대현이가 하자고 한 건가?’

쩌저적.

그때 센아의 빙결 특성 소리가 전지수의 회상을 깼다.

자신은 투망 스킬을 통해 어느 정도 회피가 가능했으나.

럭쓰는 그런 게 불가능한 탓에 자꾸 럭쓰가 속박에 걸렸다.

‘정면에서 빠르게 날아오니까 어쩔 수 없긴 해.’

라인을 당긴 덕에 킬을 주진 않았지만.

속도만 보면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나중에 봇 듀오로 써볼 만할 정도랄까.

그로부터 얼마 동안은 상대의 행동을 살피면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조합상 탱을 갈 것 같았는데 딜을?’

중간중간 세이온의 패시브로 생성된 시체가 상대에게 돌진하는 아이템인 자객의 손톱과 슬로우 아이템을 통해 달라붙었다.

‘뭐지.’

처음에는 신기하다 싶었으나.

전지수는 돌연 의아함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아이템 빌드나 행동이 게임을 이기는 것보다 ‘방해’에 치중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딜은 충분하니까 탱으로 가는 게 좋을 텐데…….’

그렇기에.

전지수는 대현의 컨트롤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이 강하다고 해도 결국 팀 게임이고.

검바람 나락처럼 한타만 하는 것도 아닌데 저런 템트리라니.

그것은 이어지는 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쥘리언과 유릭을 픽해서 좀비에 폭탄을 달아서 보내거나.

펜테온과 레엔가 같은 근접 암살자 챔피언을 쓰는 일이 자주 있었다.

‘처음에는 폭발적으로 강하지만, 후반에 내가 크면 별론데…….’

저런 픽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니고.

내전이 끝난 뒤 판수를 살펴보면, 후반으로 갈수록 유통기한이 와서 질 때도 많았다.

‘왜.’

전지수가 앞선 일에 대한 심리를 들은 것은.

마지막 판.

누군가가 일정 문제로 인해 나가는 바람에 팀이 재편성되고.

고대현과 전지수가 같은 팀의 바텀에 설 때였다.

“서폿으로 암살자 챔피언 해도 돼?”

“어? 응, 뭐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녀가 말끝을 흐리는 사이 챔피언이 선택된다.

고대현이 고른 챔피언은 미드에서나 쓰이는 챔피언인 르블론이었다.

“르블론을……?”

“응, 적 원딜이나 농락하게.”

“상대 서포터가 좀 튼튼한 편인데 가능하겠어? 질 수도 있는데.”

전지수가 그리 말하자, 고대현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너무 승패에 집착하지 마.”

“왜……?

“어차피 내전이고. 이 게임은 상대방 열받게 하려고 하는 거니까.”

“열받게……?”

상대방을 열받게 하려고 게임한다.

‘어째서.’

전지수는 고대현이 했던 말을 여러 번 되뇌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수는 여전히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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