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25화 (125/200)

제125화

#125화

[얼어붙은 대지룡의 알]

-부화시키겠습니까?

‘예.’

[부화까지 남은 시간 : 75시간 30분 58초]

수락을 누르자 부화까지 남은 시간이 나타난다.

소요 시간은 대략 3일이었다.

‘얼어붙은 대지룡의 알이라…….’

대현은 알이 부화하는 중이라는 창을 지긋이 바라봤다.

직접 꺼내서 부화할 필요가 없어서 간편했다.

만약 사람이 직접 품거나 따로 퀘스트를 진행해야 했다면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다.

‘내일 할아버지 집에 가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지.’

대현은 접속을 종료했다.

눈을 뜨자 평소처럼 책으로 가득한 방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매일 기숙사에 있어서 체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책이 방 안의 공간을 꽤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원래 버리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게임고에 붙어서 그냥 방치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이사 갈 일 있으면, 그때 싹 다 정리해야지.’

고대현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스마트 워치를 보고 있으니.

띠링.

정태룡에게서 연락이 왔다.

[몸은 괜찮음?]

몸이 괜찮냐고 물어본다.

‘흠.’

대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ㅇㅇ]

띠링─.

[레이드에서 이렇게 무리하는 경우는 처음 봤네.]

갑자기 접속이 끊어져서 걱정된 모양이었다.

‘하긴, 이렇게 된 적은 거의 처음이니까…….’

뉴럴 퓨즈 카트리지 때문에 나갔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한 듯했다.

‘그로기 상태에 걸려서 나간 거라고 착각하면 곤란하지.’

약하다고 오해받으면 앞으로의 후원 생활이 곤란해질 수 있다.

이에 고대현이 정정 메시지를 보낼 때였다.

[나 기사 대행하려고.]

이하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내용은 전지수의 기사 대행 권유를 수락하겠다는 것이었다.

고대현은 이하린이 본 대륙에서 활동하면 좋은 입장이었기에 축하 답장을 보냈다.

[잘됐네, 그럼 언제부터 활동하는데?]

[아마 다음 주부터?]

기간티아성에서 개인적인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새로 만들어지는 계정이지?]

[응, 전에 쓰던 건 잠시 버려야지.]

굳이 기사 대행 계정을 받지 않아도, 이하린은 본 대륙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바타가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정식과 비정식이라는 것 정도였다.

[기사 대행 계정이면 성에도 자유롭게 출입 가능하니까 좋을 것 같아.]

[나중에 들어가고 시간 나면 연락해, 레이드나 가자.]

[새로 만들어지면 레벨업부터 해야 되는데?]

[아 그랬었지.]

자신의 감마 스트라이크는.

계속된 정밀 사용으로 인해 단기간에 숙련도 레벨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이렇게 빨리 오르기 어려웠고.

이는 이하린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천천히 와,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응]

결국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고.

자리 잡기가 끝나면 만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어차피 라그나로크와 정규 랭크전.

특별 케어 기간이 연달아 있기에, 대현도 이번 주가 지나면 시간이 얼마나 날지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

‘자자.’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얼어붙은 대지룡의 새끼를 어떻게 쓸지 상상하면서.

대현은 잠자리에 들었다.

* * *

다음날.

고대현은 가족과 함께 타지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할아버지의 집은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았다.

자율주행 공유차로 이동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 즈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했다는 소리와 함께 차가 멈췄다.

‘여기가 할아버지네 집.’

대현은 차에서 내린 뒤, 어색하게 아파트 안으로 향했다.

역전되기 전의 세상에서도 그리 자주 찾아뵙지 않았으니.

사실상 몇 년 만의 방문이었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바뀌셨으려나.’

약간의 긴장과 함께 기다리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나오신다.

“어이구, 오느라 고생했구먼, 이번엔 어쩐 일로 이렇게 빨리 온겨?”

항상 안 오거나 와도 느지막하게 오던 대현네 가족이.

이번에는 일 등으로 왔다는 말을 귀에 담으며.

대현은 철문을 넘어 집안에 발을 들였다.

그러자 식탁에 음식이 가득한 게 눈에 들어온다.

고급 식재료 팩과 제조 AI가 탑재된 로봇으로 만든 음식이라고 하는데.

딱 봐도 집에 있는 제조 로봇보다 음식 퀄리티가 높아 보였다.

“누나랑 동생은 아직 안 왔네요?”

아빠가 말하자, 할머니가 고개를 저으신다.

“둘 다 아직 오는 중이라고 하네.”

“그래요?”

현수네는 일 때문에 조금 늦고.

고모 쪽도 뭔가를 챙기느라 늦게 온다는 말이 이어졌다.

대현네 가족은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대현이가 이번에 게임고에 들어간 게…… 맞나?”

과일을 먹으면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던 중.

할아버지가 문득 질문하신다.

“아이고 이 영감이, 저번에 붙었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뇌에 에이징 커브가 왔나…….”

“크흠, 워낙 안 믿기니까 그런 게지.”

할머니의 핀잔에.

할아버지는 머리를 긁적이시다가 화제를 전환했다.

“학교생활은 할 만하고?”

“네, 할 만해요.”

“그려? 아, 가만있어봐라……, 대현이 티어가 어디였지?”

“아이언 2요.”

“뭐시여?”

아이언 2라는 수치를 듣자마자 눈을 크게 뜨신다.

‘할아버지는 내가 막판에 성공 신화처럼 티어를 올려서 입학한 줄 알고 계셨던 것 같네.’

분명 부모님이 전화로 설명했었다고 들었는데.

인식의 괴리가 너무 커서 그런지 기억이 왜곡되신 것 같았다.

하긴, 과학고를 8등급으로 입학했다는 소식을 들은 거나 다름이 없으니까. 뇌에서 정보를 거부했을 가능성이 크겠지.

“아니, 아이언 2가 어떻게 게임고에…… 내가 알던 곳이랑 다른 곳이여?”

“같은 곳 맞아요, 아버님.”

그때, 엄마가 항변하듯 설명을 시작했다.

그 뒤로부터 장장 20분 가까이 특별 전형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신경 지구력을 측정? 요즘은 그런 전형도 있구먼. 내가 요즘 입시 제도는 통 들어본 적이 없어서…….”

본인 때와는 달리, 제도가 복잡해졌노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한 할아버지는,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셨다.

“그래, 우리 대현이가 수고가 많았네. 그, 특…….”

“특별 전형이요.”

“특별 전형도 통과하고 말이야.”

정상적인 방법으로 통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할아버지의 얼굴 표정이 한껏 나아지셨다.

“진아는 다이아 티어에, 대현이는 게임고에 들어갔으니 집안 걱정이 없겠구먼.”

“아유, 걱정이 없긴요. 이제부터가 시작인데. 가서 버티는 것도 문제예요. 호호.”

엄마가 입가를 가리며 웃는다.

힘든 점을 나열하면서 은근히 자랑하는 방식 중 하나다.

이제 어떻게 수업을 따라가냐는 질문이 들어오면.

특별 케어 이야기를 꺼내고.

진로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곧바로 레기온 성 기사 대행 소식으로 무한 받아치기를 하시겠지.

“아 참, 그러고 보니 대현이 수업은─.”

그리고 할아버지가 예상대로 입을 열 순간이었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때마침 다른 친척들이 모두 도착한 것이었다.

모든 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친척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어머, 대현이니? 많이 컸네?”

소란스러운 첫 인사가 이리저리 오가고, 어른들은 저마다 모여서 으레 하는 안부 인사를 나눈다.

“아이고, 음식이 좀 식었네. 다시 데울 때까지 기다려봐.”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끼리 자연스레 여유가 되는 방으로 이동한다. 밥이 준비될 때까지의 아주 짧은 순간, 대현은 현수와 눈이 마주쳤다.

“형, 게임고 갔다면서?”

“응.”

현수는 한창 자신감이 철철 흐르는 나이였다. 원래 세계로 따지면 한창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는 시기랄까.

“아니, 형 수준에 어떻게 게임고를 가?”

이를 증명하듯, 곧바로 어떻게 가냐는 질문을 하는 현수였다.

“내 수준이 뭐 어때서?”

원래 세상에서도 은근히 무시를 하던 녀석이기에.

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형, 나랑 1대1 해서 이긴 적이 없었잖아.”

“1대 1?”

과거의 어떤 일이 변환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당장 1대1을 해서 질 일은 없어 보이기에.

고대현이 1대1 신청을 걸려고 할 때였다.

“밥 다 됐다. 어서 나오거라.”

밥이 다 됐다는 말이 들려온다.

대현은 하는 수 없이 식탁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단순 명절이 아니라 할아버지 생신 모임인지라, 밥상에 앉아서 축하드리는 게 우선이었다.

‘생각해보니까 헤드셋도 안 가져왔네.’

거기에 더해서 헤드셋도 안 가져왔고 말이다.

물론, 밖에 있는 캡슐방에 가거나 하면 끝나는 문제지만.

현수 녀석이 갑자기 독서실로 따라오라는 급의 말을 들을 리가 없지.

‘관두자. 어차피 좀 이따가 기사 대행 이야기만 꺼내도 다 압살 가능하니까.’

대현은 속으로 말을 삼켰다.

그러는 사이, 짧은 생신 축하 절차가 마무리되고.

어느덧 후식 시간이 다가왔다.

먹을 때는 막상 음식을 입에 넣느라 큰 대화가 없었지만.

밥을 다 먹고 과일 타이밍이 되자, 본격적인 질문과 탐색이 시작되었다.

“서희는 요즘 뭐하니?”

“아, 저, 저는 취업 준비요.”

“저번에 베스트 나인 지원했다 안 그랬나?”

“그, 그게…….”

서희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그거 말고……, 그냥 기사 준비하게요.”

“기사?”

기사라는 말에 고대현이 반응한다.

‘저거 설마.’

저번 레이드에서 만났지만, 정체를 밝히진 않았다.

그때는 잠깐 스쳐 지나가는 거로 여겼는데.

상대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기사요? 요즘 기사 좋더라고 많이들 말하더라고요.”

요즘 라그나로크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서 하도급인 길드보단 성에서 관리하는 기사가 편해졌노라고.

대현의 엄마가 입가를 가리며 웃는다.

당장 기사 대행에 대해 말할 타이밍은 아니지만.

상대 패의 약점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서희가 스킬이…….”

그렇게 서희가 보유한 스킬을 뜯어보면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훈수가 이어지기를 몇 분…….

“한데, 대현이가 게임고에서 몇 반이라고 그랬지?”

서희는 녹초가 되고, 드디어 대현의 차례가 되었다.

“40반이요.”

“40? 반이 되게 많네.”

일반고는 한 반에 30명이 일반적이고.

대안 학교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모이는 것도 없이 각자 가상 공간에 접속하는 것으로 커리큘럼이 마무리된다.

게임고처럼 반을 40개로 나누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려? 40반이면 좋은 건가?”

“아, 그거 티어 순이예요.”

그때, 현수가 대신 답했다.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과 함께 말이다.

“아, 맞다.”

할아버지는 일전에 끊긴 질문이 기억나셨는지,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수업은 따라갈 만하고? 거기 붙은 애들은 다 컨트롤 천재 아니여?”

“할 만해요. 최근에는 신경 지구력 위주로 수업하거든요.”

대현은 딱히 튀지도, 자랑하지도 않는 뉘앙스로 답했다.

“요즘에 그런 수업을 한다더니 진짠가 보네.”

그러자 작은 아빠가 반응하신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자 하니 게임 교육업을 하신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특별 전형이나 게임고 내부 사정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아 참! 말 나온 김에, 간단한 테스트 해 볼 생각 없니?”

“테스트요?”

그때였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교육업자는, 인류 관리 시스템 에덴에 의뢰해서 3대 종목에 따른 오더 메이드 모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이어졌다.

“간단한 반응 속도랑 CS 테스트란다.”

‘게임고에서 훈련 대륙 상황을 조정하던 거랑 비슷한 건가 보네.’

고대현이 과거를 되짚어보며 시선을 돌리자, 직접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 현실 헤드셋이 보인다.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굳이 안 해도 돼.”

“아니요. 괜찮아요.”

고개를 끄덕인 대현은, 이어서 현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1대1 모드도 있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