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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24화 (124/200)

제124화

#124화

고대현이 얼어붙은 대지룡의 머리로 향한다.

이를 뒤에서 보던 파티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는다.

“저 사람! 혼자서 저길 가다니!”

“드디어 미친 건가?”

한창 음파 공격이 가해질 구간인데, 이를 무시하고 향한다.

검을 손에 쥔 수습 기사는 귀를 막지도.

발걸음을 주저하지도 않고 앞으로 향할 뿐이었다.

실제적인 신체에 적용되는 대미지는 없지만.

정신적인 대미지는 계속 축적되기에 파티장이 경악한다.

“엄청난 정신력이야. 어떻게 하면, 저걸 무시하면서 계속 앞으로 가는 거지?”

그간 이 레이드를 여러 번 왔기에 상대의 특별함이 돋보인다.

여타 파티원들이 귀를 틀어막으며 얼굴을 구기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행동이었다.

‘내가 좀 더 높은 사람이고, 수습 기사만 아니면 스카우트 제의라도 해보는 건데……, 아깝군.’

파티장이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혀를 차는 한편.

“이런 간단한 레이드를 저렇게 진심으로 할 줄은 몰랐네.”

놀란 건 고대현을 비교적 오랫동안 봐온 정태룡도 마찬가지였다.

신경 지구력이 대단하다고 여긴 적은 많았으나.

지금처럼 심적인 부분에서 인내력이 강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으니까.

‘애초에 감마 스트라이크를 깔끔하게 쓰는 시점에서 인내심이 높다는 건데……, 내가 익숙해져서 과소평가하고 있던 것 같네.’

정태룡이 보조라도 해줄 겸 귀에서 손을 뗐다가 다시 미간을 좁히고 틀어막는다.

그렇게 고대현에 대한 무수히 많은 재평가가 들어갈 때.

드드득.

당사자인 대현은 새로운 패턴을 맞이하고 있었다.

계속된 음파 공격에도 적이 가까이 오자, 새로운 패턴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몸 뒤집기를 쓰는 거냐 설마?’

시야가 기울어진다.

그렇다.

얼어붙은 대지룡.

이 거대한 보스몹이 자신의 머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뒤집고 있었다.

-이놈 몸 뒤집을 것 같거든? 알아서 잘 살아라.

-엄청 달려야겠네. 그런데 너는 어쩌게?

정태룡이 물어봤지만 음성이 들리지 않는 관계로 고대현이 답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긴박해서 정태룡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보다도 사람 몸 위에 올라탄 개미 같은 상황인지라, 바닥에 깔리지 않게 몸이 기우는 반대편을 향해서 뛰어야 했다.

다행히도 속도가 빠르진 않아서 다들 적당히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난 그동안 이놈이랑 철로 대화해야겠네.’

고대현이 동작 모션 단축키를 이용한 평타를 정수리에 내려친다.

하지만 방어력이 높은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띠링.

추가적으로 보스몹의 체력 바가 나타난다.

정수리에 날린 평타가 저 정도 들어가는 건가? 이대로 가면 하루 종일 붙어서 때려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A급이 이 수준이면, S급은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짧게 한숨을 내쉬는 고대현.

저번의 거미 몬스터는 계속 감마 스트라이크를 써서 클리어했지만.

이번엔 뉴럴 퓨즈 카트리지 때문에 같은 방법을 쓸 수 없었다.

‘그냥 회피용으로만 써야겠네.’

깡깡깡-!

결국.

모션 단축키에 등록된 찌르기 동작을 미친 듯이 연타하기로 했다.

그렇게 광석 채굴하는 듯한 칼질이 계속되는 가운데.

치이이익.

엄청난 냉기가 분사된다.

일반적인 냉기가 아니라 마법적인 대미지를 가미하고 있는 냉기인 탓에 대현의 HP가 줄어들었다.

삐이이이.

그뿐만이 아니었다.

음파 공격이 형태를 바꾸었다.

음파가 향하는 범위인 파란색 선이 고대현이 있는 방향에만 집중된다.

기존의 음파가 전체적으로 퍼져 나갔다면.

이제는 머리에 있는 침입자에게만 집중되게 패턴이 변형된 것이었다.

‘응, 그래도 안 들려.’

물론 대현은 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별 타격이 없었다.

좀 위험하다 싶으면 1 정도로 살짝 올리면 될 문제였다.

슥슥!

그는 이전처럼 칼질을 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되면 감마 스트라이크를 통해 회피와 딜링을 반복했다.

삐이- 삐이- 삐이-.

점멸하듯이 울리는 강 음파 공격 패턴에, 보던 사람들은 감히 접근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건 멀리서 저격이나 하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꿰에에엑!

얼어붙은 대지룡이 드디어 쓰러졌다.

육중한 몸무게가 땅을 내리치면서 가루 같은 눈을 사방으로 퍼지게 한다. 덕분에 한동안 밀가루를 뿌린 듯한 환경이 지속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띠링.

[보스몹 토벌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수가 지급됩니다.]

[MVP : 낼쉬드]

모두의 눈앞에 레이드 완료 메시지가 나타났다.

“패턴이 바뀌어서 그런지 난이도는 올라갔지만, 레이드 시간 자체는 엄청 단축됐네.”

정태룡이 하얀 입김을 내뱉으면서 말했다.

본디 30분은 소비되었을 예정인 보스몹 레이드는, 현재 10분 만에 끝난 상태였다.

이런 과감한 공략법은 처음인 탓에 정태룡도 10분 만에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스르륵.

마침내 주변이 맑아지면서 보인 장면은 보스몹의 머리에 칼을 꽂고 있는 고대현이었다.

누가 봐도 저 사람이 처리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풍경이었다.

“이번 딜링 1등은 저 청년이겠구먼.”

“파티 참가명이 낼쉬드라고 그랬나? 젊은 애라서 조금이라도 힘들면 안 할 줄 알았는데, 물건이군 그래.”

이 정도의 레이드에서 별다른 사상자 없이 레이드를 마쳤기 때문일까.

그 장면을 본 파티원들이 대현의 정신력에 감탄했다.

비틀.

그때였다.

우뚝 서 있던 고대현의 몸이 비틀거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대지룡의 머리에서 곡선으로 떨어지는 그를 받아낸 사람은 심서희였다.

“괘, 괜찮으세요?”

그녀가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설마.’

뭔가 익숙한 감각.

이에 심서희가 몸을 일으킨 뒤, 그의 몸 상태를 살폈다.

“그로기 상태?”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수습 기사가 강제 접속 종료 상태라는 걸 알아차렸다.

‘머리에 붉은색 링이 뜨는 걸 보니까 그로기 상태 때문에 나간 것 같다.’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일정 시간 내에 다시 접속하면 되긴 하다만. 다시 들어오지 않는 걸 보니 그로기 상태에 심하게 걸린 모양이었다.

“뭐야, 뭔 일인데?”

“그로기 상태 때문에 강제 접속 종료 당해서 다시 못 들어오는 것 같아요.”

“결국 그로기 상태에…….”

어느새 몰려든 파티원들이 대현의 빙의체를 빙 둘러쌓았다.

그간 보여준 과격한 움직임 덕분에, 모든 이가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게 원인이라 생각했다.

띠띠띠.

때마침 유지 제한 시간이 지나면서 몸이 파스스, 부서져서 사라진다.

‘여기까지 진행된 거면 틀림없군.’

철컥.

파티장이 총을 내려놓고, 레이드를 캐리한 이에게 예를 표한다.

철컥.

절그럭.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캐리한 뒤 그로기로 떠나간 자에게 대한 예의범절은 다 갖추고 있었기에.

“…….”

그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짹짹.

그때, 어딘가에서 새소리가 들려온다.

조용하다.

눈 덮인 땅 위.

푸른 하늘이 참으로 맑은 날이었다.

* * *

그 시각, 대현의 방.

“아니, 이게 끊기네.”

고대현은 한창 헤드셋의 부품을 갈아끼고 재접속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트리지를 찾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

‘캡슐은 이렇게 될 일이 없는데……, 다음에는 캡슐방에 가서 할까.’

잡다한 생각과 함께 게임이 재시작된다.

띠링.

그러자 별안간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제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정 리스폰 지역에서 재시작됩니다.]

재시작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레기온 성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결국 나가리 된 모양이네.”

하필 뉴럴 퓨즈 때문에 나가게 되다니.

그럴싸한 변명을 할 틈도 없었다.

‘약하다고 오해받는 건 아니겠지?’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지만 괜히 신경 쓰였다.

나대다가 꼴불견으로 그로기 당한 사람으로 인식되면 그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그쯤, 대현은 자신의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린이지 내부의 상태창이 아닌, 내면의 PC 모드에 의한 상태창이었다.

[패밀리어 퀘스트(1) 완료]

[남은 퀘스트를 확인하시겠습니까?]

패밀리어와의 레이드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남은 퀘스트인 일정 시간 같이 있기는, 아직 완료하기엔 몇 주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하나만 완료하면 패밀리어 슬롯을 늘릴 수 있으니, 달성 속도는 꽤 빠른 편이리라.

“이제 레이드 보상이나 봐볼까.”

마음이 후련해진 대현은, 이어서 레이드의 보상을 보기 위해 인벤토리를 열었다.

띠링.

[MVP 보상]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루트로 해당 보스몹을 클리어하셨습니다.

-히든 보상이 지급됩니다.

“응??”

그러자 히든 보상을 주겠다는 글귀가 눈을 침범한다.

대현은 몇 분간 히든 보상이라는 말을 곱씹다가 입을 열었다.

“역시 밸런스 파괴 게임답네. 바로 히든 보상을 주네.”

각 스킬의 밸런스나 아이템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대현에게.

현 대륙의 히든 보상 시스템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러고 보니, 사회 초년생은 대륙 곳곳을 돌면서 메인 스킬을 찾는다고 했었나?’

대현이 알기로는 그것이 ‘마지막 역전 기회.’ 같은 것이었다.

따라서, 이 MVP 보상도 그런 메인 스킬류가 아닌가 생각될 순간이었다.

“대현 학생? 아까 도련님이랑 나가시더니 왜 다시 여기에……?”

수호기사, 홍영이 다가왔다.

분명 아까 정태룡과 나간다면서 성을 떠나놓고 다시 리스폰 장소에 있으니 의아한 듯했다.

대현은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레이드 하다가 헤드셋에 문제가 생겨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어요.”

“그럼 도련님은 아직 북부에 계시겠군요.”

홍영은 정태룡이 고대현과 함께 레이드에 참가했다는 사실에 놀란 눈치였다.

“옛날에는 그런 실력 떨어지는 일반인이랑 같이 레이드 하지 않으셨는데…….”

매일 같이 호위를 붙여서 편하게 사냥을 하던 그였다.

그런데 직접 맨몸으로 북부 레이드까지 떠나시다니.

정태룡을 관리하는 홍영은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아무튼, 대현 학생은 이제 무리하지 마시고 그냥 접속 종료하세요. 도련님한테는 제가 말씀드릴 테니.”

“넵.”

홍영은 대현의 대답을 들은 뒤 자리를 떠났다. 한창 바쁜 시기라서 그런지 발걸음이 빨랐다.

대현은 멀어지는 홍영의 뒷모습을 보다가 MVP 보상을 해금했다.

띠리링.

그러자 효과음과 함께 보상 항목이 상태창에 나타났다.

“이건??”

고대현이 상반신을 앞으로 숙이면서 마우스의 스크롤을 돌려 화면을 확대한다.

[얼어붙은 대지룡의 알]

그의 시선이 멈춘 곳.

일전에 처치한 보스몹의 알이 떡하니 보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 * *

보통 주말에는 큰일을 제외하고선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다.

특히 본 대륙은 더더욱 그러했다. 매일 9시에서 6시까지 소속 길드나 클랜에서 던전을 돌며 일하는데, 주말까지 그런 것들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후우, 다 풀었다.”

이는 한창 문제를 잡고 있던 고숙희도 마찬가지였다.

대현의 고모인 그녀는 주말에 책을 잡고 있기 바빴다.

‘집안에서는 날 닮은 애들이 없어서 다행이야.’

그 뒤로, 얼마나 지났을까.

고숙희가 책을 덮고, 한창 캡슐방에서 본 대륙 활동을 하고 있을 서희에 대해 생각한다. 서희가 아주 잘 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꿀릴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처럼 쓸데없는 공부에 매진하느라 뒤 쳐진 조카보다는 훨씬 나은…….

고숙희는 기지개를 켜던 중, 돌연 생각을 멈췄다.

“아 참, 게임고 갔다고 그랬지??”

워낙 믿을 수 없는 일인지라 한참을 찾아봤다.

그 결과 특별 전형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듣자 하니 티어는 아이언 2라고 하던데…….

그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 적폐 전형이라는 말이 나돌았었다.

서희가 졸업했으니, 더 이상 입시 문제로 가족 행사에 불참할 수는 없기에.

‘이참에 검증 좀 해보고 민서 엄마한테 알려줘야지.’

고숙희가 내일 만나 보게 될 조카.

그러니까 고대현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보고 있을 때였다.

띠리링. 철컥.

문이 열리고 서희가 집에 돌아왔다.

“오늘도 열심히 했네.”

다른 사람이랑 부대껴서 레이드를 가는 게 얼마나 고역인지 알고 있기에. 스펙 쌓느라고 레이드 수를 채우는 서희가 대견한 그녀였다.

“나, 목표 정했어!”

“응? 갑자기?”

그런데 오늘따라 축 처져 있을 서희의 의욕이 넘쳐흐른다.

이유를 물어보니, 목표를 정했다고 하는데…….

“거기가 어딘데?”

“레기온, 길드 말고 그냥 기사로 지원할 거야.”

“어이구…….”

목표를 크게 잡는 습관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기에.

고숙희는 이어지는 서희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저녁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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