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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23화 (123/200)

제123화

#123화

보스몹.

얼어붙은 대지룡의 등에는 크게 3가지의 몬스터가 있다.

강한 등껍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스 터틀.

빠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아이스 크롤러.

마지막으로 병정 역할을 하는 아이스 앤트까지.

전부 아주 강하진 않지만 각각 까다로운 점이 있었다.

‘앤트는 무시할 수 있어도 아이스 크롤러는 내가 처리해야겠네.’

접근했을 때 적을 인식하는 속도부터가 남다르기에.

3인칭으로 보니까 누가 강한 몹인지 대강 예상이 되었다.

대현은 바닥을 빠르게 기다가 공격하는 아이스 크롤러를 대상으로 감마 스트라이크를 시전했다.

슥슥!

그러자 잔상과 함께 몸이 사라지면서 아이스 크롤러에게 대미지가 들어간다.

하지만 얕은 자상만 생길 뿐, 치명타가 들어가지 않았다.

심지어 방어력이 강한 아이스 터틀도 아닌데 말이다.

뒤이은 크롤러의 행동을 본 대현은 곧장 이유를 눈치챘다.

‘일정 시간 공격을 안 받으면 체력 리젠이 빨라지는 타입이네.’

한 번에 숨통을 끊지 못해서 목숨을 부지한 몬스터가 체력을 보충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현은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을 보곤 상성이 그리 좋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같은 빙속성이라서 딜로스가 있네. 다른 거로 바꿔야지.’

뇌 빼고 감마 스트라이크만 날리다 보니.

같은 속성이라 대미지가 덜 들어가는 걸 잊고 있었다.

크르륵!

“어딜.”

펑!

대현은 접근하는 아이스 크롤러에게 발광탄을 던져서 스턴을 먹이고 무기를 전환했다. 저번에 레이나프라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을 처치하고 주운 녹색 검이었다.

‘고통스러운 상처 효과가 적용되는 검. 아주 좋지는 않지만 서리 대검보단 좋겠지.’

그는 곧바로 스턴이 풀린 몬스터에게 감마 스트라이크를 썼다.

허공을 가르는 수많은 검격이 아이스 크롤러의 몸에 상처를 낸다. 대미지가 눈에 띄게 증가하진 않았지만, 치유력 감소 효과가 적용되어서 적의 체력 리젠 속도가 줄어들었다.

탕탕!

그가 전장을 누비는 사이, 뒤에 있던 사람들이 몹을 저격해줬다.

“저 감마 스트라이크는 언제봐도 깔끔하네.”

정태룡이 활을 가다듬으며 말한다.

저번의 거미 던전에서도 봤지만, 감마 스트라이크의 완성도가 지나치게 뛰어났다.

이를 정태룡의 옆에 있는 파티원들도 느낀 걸까.

“내가 그간 검사를 여럿 봤는데 저 정도 수준은 처음 보는군.”

“아까 보니까 같이 있던데, 아는 사람인가?”

정체를 숨기고 파티에 참가했기에 스스럼없이 물어보는 사람들.

정태룡은 대충 자신의 동기라고 둘러댔다.

“그쪽도 사격 실력이 상당히 뛰어나던데, 이번 수습기사 물이 좋은가 보네요.”

높아 봐야 평기사인 그들에게 정태룡의 활 실력은 수준 이상이었다.

“뭘 이 정도 가지고요.”

그렇게 말한 정태룡이 활시위를 당긴다.

한창 레이드 중인지라, 대화는 금세 끊어졌다.

핏-!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화살이 휘어지다가 몬스터에 눈에 적중한다. 이어서 또 한발을 당기며 쏘자, 예상보다 매끄러운 굴절활 비술이 완성되었다.

‘연사…… 어제는 안됐는데, 지금은 잘 되네.’

그는 미세한 차이를 바로 인식할 수 있었다.

어제 혼자서 연습할 때만 해도 뭔가 안됐는데, 지금은 달랐다.

차이점은 고대현이 근처에 있다는 건데…….

싱크로율 교류 분배기에 대해 알 턱이 없으니, 정태룡은 그저 내면의 호승심이 발동해서 더 잘 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나저나 A급 보스몹 토벌이 가능할까.’

레이드에 조건에 A급 보스몹 토벌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붙어서 무리라고 판단되면 후퇴하는 게 기본이었다.

여기서 다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뒤에도 좀 봐줘.

그가 고대현에게 전음으로 개인 통신을 보냈다.

대현은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비해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뒤? 아직도 그 지점이야?

-이쪽은 빨리 가기 힘들어. 그리고 지금 경사진 구조잖아.

-아 그랬었나.

무심한 목소리였다.

이에, 정태룡이 저 너머를 보면서 레이드 구조에 관해 설명했다.

-파티원들이 무리라고 생각되면, 대장 판단하에 후퇴 가능이야. 지금 후퇴하면 어차피 못 쓰러트리니까. 적당히 아군 케어하는 게 좋을걸?

-하긴, 죽으면 인벤에 있는 아이템 랜덤으로 버리는 거였지.

파티원이 있는 이상 어느 정도 팀을 챙기긴 해야 했다.

‘최소 인원이 정해진 레이드만 아니었어도 두 명이서 학살하는 건데 말이지.’

고대현은 정태룡이 엿봤다면 기겁했을 만한 생각을 한 다음.

후방에 정체된 팀을 도와주기 위해 이동했다.

한편, 전열을 담당한 심서희는 한창 아이스 터틀을 상대하면서 고전하는 중이었다.

“빨리빨리 탱킹 좀 하세요!”

“원딜 안 지키고 뭐 합니까?”

“넵!”

심서희가 뒤에서 들려오는 구박에 재빨리 몸을 움직여서 몬스터를 막는다.

퉁!

‘윽, 생각보다 단단해.’

둔중한 감각이 팔을 저리게 한다.

아이스 터틀의 외부 장갑은 공격력이 14% 증가 하는 메인 스킬이 있어도 뚫기가 어려웠다. 그녀는 자신의 메인 스킬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났다.

‘포텐셜이 좋다고 해서 골랐는데, 이럴 때마다 좀 너무하네.’

스킬을 사용한 다음 평타가 강화되는 일반적인 스킬이지만.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면, 공격력 증가 말고도 다양한 효과가 붙는다.

치명타나 공포, 혹은 고정 대미지 같은 거 말이다.

때문에 처음 던전에서 발굴했을 때는 좋았는데…….

지금 보니까. 초반 스텟이 구려서 남들보다 딜로스가 심했다.

‘메인 스킬로 역전 각을 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망한 것 같네.’

본 대륙을 돌면서 좋은 메인 스킬을 얻는 게 마지막 역전 방법이었다. 하지만 초반 성장 자체가 어렵다는 게 자꾸 보이면서 미래 또한 불투명해졌다.

‘적어도 베스트 나인은 들어가야 체면이 서는데.’

이번 주말에 친척 모임까지 있는데 뭐라 말을 해야 할지…….

서희가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혀를 찰 순간이었다.

스걱!

섬광 줄기가 몬스터를 훑고 지나갔다.

쩌적.

방금의 일격으로 인해 잡몹인 아이스 엔트 대부분이 반으로 갈라져서 죽었다.

다음 순간.

“도와주러 왔습니다.”

일전의 수습기사가 위의 말과 함께 눈 위에 나타났다.

“앞에서 다시 돌아온 건가요, 설마?”

“네.”

대검을 쓰면서 언덕을 올랐다가 굳이 다시 내려와서 도와준다.

그쯤, 서희는 상대방의 전략을 이해하길 포기했다.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면 쉽사리 내려오지 못할 텐데 말이다.

스스슥!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의 실력이 그녀보다 몇 수는 위라는 것이었다.

퍼퍼펑.

발광탄 3개를 연속으로 투척하면서 아이스 크롤러의 움직임을 저지.

이어서 감마 스트라이크로 몬스터를 베어버린다.

‘어디 보자, 남은 녀석이.’

몬스터를 처치한 고대현이 주변에 남은 몬스터의 수를 센다.

잔여 발광탄의 양은 아직 충분했다.

그대로 몬스터의 헤드 박스 부분을 조준하면서 날리자, 다수의 아이스 크롤러가 움직임을 멈춘다.

세 가지 몬스터 중에서 아이스 크롤러가 제일 상대하기 귀찮았던 걸 생각하면, 후방에 있는 저격 라인에게 큰 도움을 준 셈이었다.

탕탕탕.

이를 증명하듯, 총성과 화살이 오가면서 발광탄에 맞은 적을 처치했다.

“이제 앞으로 갑시다.”

그렇게 말한 고대현이 사람들을 이끈다. 하지만 이미 지쳐있는 파티원들이 많은지라 속도가 느렸다.

결국, 그들이 경사진 면을 오를 때까지 고대현이 시간을 끌어야 했다.

“죄송해요. 제가 좀 느려서.”

심서희가 어렵사리 발걸음을 옮긴다.

극저온 디버프가 걸린 나머지 거동이 평소보다 배로 힘들었다.

티티팅.

고대현은 그 앞에서 아이스 크롤러의 얼음송곳 발사를 수차례나 튕겨냈다.

“어떻게 저런 검날 흘려내기를…….”

“허어, 요즘도 검날 흘려내기로 저런 퍼포먼스를 뽑아내는 사람이 있다니.”

눈보라 때문에, 혹은 저마다 앞에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는 등의 이유로.

그간 대현의 동작을 보지 못했던 이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단순한 수습기사인 줄 알았던 유저의 실력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보고 있을 시간 없어요! 빨리 위로 가요.”

“아 참, 그랬었지.”

이렇게 된 이상 빠르게 레이드를 성공시켜야 했기에.

정신을 차린 파티원들이 얼어붙은 대지룡의 머리로 향한다.

그 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이변은 갑자기 일어났다.

띠링.

[뉴럴 퓨즈 카트리지 잔량이 부족합니다.]

뉴럴 퓨즈 카트리지의 잔량이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런 메시지가 뜨는 건, 병원에서 연습할 때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최근에 갈아주는 걸 까먹었는데 마침 부족해졌네.’

내면의 PC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현은 남들보다 뉴럴 퓨즈 카트리지가 소모되는 속도가 빨랐다.

기숙사에 있는 헤드셋은 카트리지를 대용량으로 쟁여뒀기에 부족할 일이 없었건만.

집에 있는 가상현실 헤드셋은 퓨즈 교체하는 걸 까먹은 듯했다.

‘지금부터는 남은 뉴럴 퓨즈로 잘 버텨야겠다.’

고대현이 뒤로 물러나자 심서희가 그의 곁에서 주변을 엄호한다.

“괜찮으세요? 엄청 무리하셨는데…….”

이런 환경에서 너무 격하게 움직였다.

지금까지 보인 행동만으로도 이미 한계점을 넘었다.

심서희 뿐만 아니라 전열에 있던 모두가 위와 같은 생각을 했다.

“왼쪽은 내가 막을 테니 오른쪽은 자네가 맡아.”

“거, 젊은 친구가 너무 열심히 하네.”

후열에 있는 사람들에게 구박과 남모를 무시를 받던 도중 무리해서 도와주러 온다. 힘 조절을 못 한다고 깠던 게 생각나서 그런 걸까. 전열에 있던 사람들은 왜인지 모를 죄책감을 느끼며 대현을 보조했다.

‘응? 마침 뉴럴 퓨즈가 다 떨어져서 힘을 아껴야 했는데 잘됐네.’

대현은 덕분에 안정적으로 호위를 받으며 얼어붙은 대지룡의 머리 근처까지 향할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부터는 위험해도 신경 안 써드립니다. 그냥 죽으세요. 보수는 등록하신 코인 지갑으로 보내 드릴 테니.”

파티장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 정도로 마지막 페이즈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쿠르르르르.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이 일어난다.

아니, 얼어붙은 대지룡이 입을 연다.

두개골이 위로 올라감에 따라서 땅이 움직인다고 느껴지는 것이었다.

“중간중간 음파 공격을 가하니까 조심하세요.”

“음파 공격이요?”

“네, 방어할 틈을 안 주는 패턴을 쓰는 보스몹이거든요.”

그래서 전열에서 방어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부연 설명하는 파티장.

삐이이이이이-.

때마침 그에 응답하듯 강력한 음파 공격이 일대를 진동시킨다.

일종의 드래곤 피어에 가까운 공격이었다.

“아이고 골이야.”

“듣고 있으니까 귀가 점점 아파지는군…….”

각자 무기를 들고 있는지라 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만약 막는다 하더라도 이를 뚫고 들어오는 데다가.

중간중간 공격하는 아이스 크롤러 때문에, 모든 파티원은 여과 없이 음파 공격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챙챙!

심서희가 아이스 크롤러 몇 마리를 쳐내고 귀를 막는다. 처음에는 참을 만했으나 점점 대미지가 누적되는지라, 컨트롤 정확도가 떨어지고 집중력이 분산되었다.

‘그냥 그만두고 싶다…….’

뒤에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서서 쏘기만 하는데.

자신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고생하니까 더 하기가 싫었다.

핏-!

그때였다.

수습기사가 대열을 이탈해서 대지룡의 약점으로 돌진한 것은.

아까도 무리하더니 지금도 무리를 한다.

삐이이익.

게다가 때마침 음파 강화 패턴 구간이라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저 정도는 해야지 레기온 성에 들어간다는 건가?’

심서희는 상대에게서 벽을 느꼈다.

저런 걸 버티면서 가다니.

자신과는 격이 다르지 않은가.

‘저렇게 하면 오래 못 간다니, 완전 바보 같은 소리였네.’

그녀는 과거의 발언을 부끄러워하면서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 *

-야, 너 혼자 그렇게 나가도 괜찮은 거냐?

-지금 안 처리하면 위험한 지점이거든.

한편, 고대현은 정태룡과 전음으로 대화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아니, 그거 말고. 음파 공격은 그냥 무시하고 가게?

-괜찮아.

대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면의 PC 볼륨을 완전히 차단했다.

‘음소거 하니까 편하네.’

정태룡의 목소리와 몬스터의 소리마저도 들리지 않는.

여러모로 조용한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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