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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21화 (121/200)

제121화

#121화

친척들과 만나는 건 내일이다.

그러므로 오늘 정태룡과 레이드를 가도 일정상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주말에 게임한다고 칭찬을 듣는 판이었으니 말이다.

‘친척이랑 만나는 건 일단 기억에서 삭제시키고, 지금은 레이드에나 집중해야지.’

레기온 성주와의 대화를 마친 뒤.

대현은 정태룡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그때.

“그런데 어디에 있는 던전으로 갈 건데?”

성 밖으로 나가고 있던 중, 정태룡이 질문한다.

고대현은 어차피 고민할 게 없었으므로 한 번에 답했다.

“A급. 무조건 A급 몬스터가 나오는 곳으로.”

“A급?”

옆에서 따라붙던 정태룡이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저번에 5명이 들어가고 2명만 살아남은 던전.

그곳에서 출현한 몬스터의 난이도가 A급에 육박했기 때문이었다.

저번에는 그나마 5명이어서 괜찮았지만.

지금처럼 2명이서 가면 꽤 힘들게 분명했다.

“보조해줄 사람이라도 모집하게? 아니면 파티 참가?”

“음…….”

고대현도 RPG는 거의 해보지 않았다.

레이드를 많이 가보지 않았기에 정확한 난이도는 몰랐다.

아니, 그보다도 자신은 살았는데 정태룡만 죽어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안전은 확보해야 했다.

“그럼 파티를 구하자.”

“파티는…… 성 내부인원을 요청할까, 아니면 모험가 길드에서 대기하다 거기 사람들이랑 갈까.”

“그냥 길드로 가자.”

이제 성 내부인원이 붙는 건 아무래도 좀 불편했다.

뭔가 막 대우해줘야 할 것 같고, 감시라도 당할 듯한 분위기인지라 지금은 피하고 싶었다.

“길드는 어디 쪽이야?”

“이쪽으로 10분 정도 가면 돼.”

대현은 정태룡의 뒤를 따랐다.

날씨가 외부와 연동인 듯, 모니터로 보기에도 따사로운 햇살이 땅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경치가 꽤 좋았다.

키보드 하나로 몸을 컨트롤 하고 있자니.

옆에 있는 정태룡이 눈에 들어온다.

“워프게이트나 와이번이라도 타고 이동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

“응? 아, 요즘 되도록 그냥 이동하려고 하거든.”

신경 지구력에 익숙한 컨트롤을 위해 직접 움직이는 걸 늘렸다고 부연 설명하는 정태룡.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야나 이바노프도 그런 훈련을 했었지.’

무거운 짐 들고 뛰기라던가.

무기를 들고 헤엄치기라던가.

신경 지구력 차력 쇼라고 여겨질 만한 행동을 많이 했다.

‘신경 지구력은 태생적인 개인차가 심하고, 수련으로 늘어나는 폭이 거의 없어서 잘 안 한다고 하던데…….’

아마, 최근에 있었던 굴절 비술.

그것의 미완 원인이 팔의 신경 부하 상한선과 관련됐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아, 잠깐만.”

그렇게 이동하는 길.

별안간 발걸음을 멈춘 정태룡이 인식 저해 아이템을 착용했다.

현 한국 대륙에서 정태룡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기에.

저런 식으로 외형이나 얼굴에 조정을 가하는 것이었다.

이미 대행 계정에서 외형이 바뀌었지만.

바뀐 외형조차 외부에 다 알려졌다고 한다.

“유명하면 피곤하네.”

“어쩔 수 없지. 그만큼 얻는 것도 많으니까.”

무언가를 증명하는 인식표나 명함이 예부터 중요하듯.

현시대에서 가상 공간 내부의 지위가 가지는 의미는 컸다.

굳이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도 외부적인 시선이라던가 하는 것 때문에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하기 싫어지거나 하진 않냐?”

“귀찮을 때도 있지. 특히 기량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거나 하면 스트레스도 받고. 여러모로 신경 쓸 게 많긴 하지.”

정태룡과의 대화 결과.

대현은 적당히 유명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뭐어,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지만…….’

단지 적에게 대비하기 위해 정보보호 조치가 들어갔을 뿐.

머지않아 자신도 이름을 숨기기 힘들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도 성주나 해 먹어야지.’

레기온 성주와 몇 번 만나고 보니, 성 내부의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성주를 목표로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하린이랑 관련된 문제도 해결해야겠지.’

대현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단순한 대륙과 성을 뛰어넘어서 아웃라인에 머무는 존재.

아직까지 그녀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을 알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세계가 바뀌기 전에도 제도의 틈바구니에서 이득을 취하는 세력이 있기에.

그렇구나, 하고. 머리로 대강 이해했을 뿐이었다.

그때.

“이제 곧 도착이야.”

정태룡이 임무를 받는 모험가 길드 건물을 가리켰다.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건물이기에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 구조도 딱히 특별할 게 없었다.

고대현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디텍트 아이 정보를 훑고 있으니.

“우리는 기사니까 좀 더 대우받는 매칭을 선택할 수 있어.”

정태룡이 다가와서 설명한다.

“기사만 모인 임무팟이 좀 더 사람들 스킬도 강하고 할 만해.”

“그래? 그럼 그쪽으로 해야지.”

“잠깐, 그런데 그 전에 스킬 정보를…….”

정태룡이 말끝을 흐린다.

워낙 강해서 까먹고 있었는데…….

‘감마 스트라이크 레벨만 높을 것 같네.’

되짚어 보니, 고대현은 아직 스킬 레벨을 많이 찍을 시점이 아니었다.

“이름을 바꾸는 건 되는데, 스킬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이라서……, 우리는 꽤 질 떨어지는 곳에 선택받을 수도 있겠네.”

“쩝, 어쩔 수 없지. 나 같아도 레벨이 낮으면 거르니까.”

감마 스트라이크의 스킬 레벨은 높았다.

그냥 쓰기만 해도 올랐으니까.

하지만, 다른 스킬의 레벨은 낮았다.

아직 마지막 전사 해금 퀘스트를 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와, 거의 한 스킬 외길 인생 산 사람 같은 정보표네.”

대현의 정보표를 본 정태룡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다른 건 10레벨 이하인 것에 비해, 감마 스트라이크 하나만 50레벨을 넘겨 섰으니, 이걸 본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음, 실제로 감마 스트라이크 외길로 걷긴 했지.”

이번 친척 모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나머지 스킬의 레벨 작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고대현이었다.

“너, 다음 스킬 슬롯 열리면 뭐 추가할 생각이야?”

“스킬이라…… 좀 더 유틸성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먼저 해본 사람이 후발 주자에게 한마디 더 해주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본능이다. 따라서, 정태룡은 고대현의 스킬 추가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저번 블록 수업에서 캐리해서 특별 케어 대상자로 뽑혔으니까. 원거리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은데……, 이참에 올마스터를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올마스터? 그거 이름은 멋진데 잘못하면 그냥 잡탕 캐릭터 되기 쉬운 거 아니었나?”

실제로.

조합이나 수련에 들일 수 있는 시간.

무기를 살 수 있는 재화가 평범한 개인에게는 한정되어 있기에.

올마스터 같은 건 비주류 픽이었다.

솔직히 상위권 기사도 잘 하지 않는 행위였다.

다양성 있게 스킬을 지녔다고 해봤자, 여유 스킬 슬롯에 그간 안 해봤던 거 한두 개 추가하는 정도였으니까.

“흠, 만약 추가한다면 불사랑 관련된 스킬도 좋고, 아예 먼 거리를 이동하는 스킬도 좋을 것 같아.”

“어차피 감마 스트라이크로 잘 죽지도 않으면서 불사? 양심이 없네.”

“이왕하는 거 사기를 목표로 해야 하지 않겠어?”

자신은 기대를 받는 게 많았다.

그런 기대에 전부 부응하려면 사기 캐릭터 정도는 필수로 갖춰야 할 것 같았다.

“그럼 비해고 패시브는 어때.”

“그거?”

스킬이 편입될 때는 항상 패치가 된 다음 적용된다.

비해고의 패시브 같은 경우에는 적의 스킬을 쓸 수 있는데.

상대의 망령을 컨트롤할 때 신경 부하가 5배로 증가하고, 시야가 어두워진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띠링-.

그때였다.

때마침 A급 몬스터 포함 레이드에 걸어놓았던 매치가 잡혔다.

이어서 모험가 길드 내부에 있는 만남의 광장에서 만남이 시작되었다.

현 레이드의 정원은 30명.

따라서 광장에 모인 사람이 꽤 많았다.

“상태창을 보니 다 모이셨군요.”

파티원의 대장을 맡은 사람이 눈앞에 나타난 창을 보면서 설명을 이어나간다.

“지금부터 가실 지역은 툰드라 테라입니다. 이번 북부전을 대비해서 관련 아이템을 챙겨야 한다고 성에서 직접 하청이 들어온 겁니다.”

성이 직접적으로 모든 재원을 채집하지는 않는다.

이런 식으로 모험가 길드를 통해 임무나 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뭐냐, 이거 사실상 내가 써야 할 걸 직접 채굴하는 느낌이네.”

“흐흐, 그러네.”

고대현이 북부전에 참가할 걸 아는 정태룡이 낮게 웃었다.

비유하자면 자기 식탁에 올라올 걸 직접 채집하는 느낌이었다.

‘주말농장인가.’

그들이 서로 웃고 있으니, 파티장이 인원 분배를 시작했다.

“일단, 근접 딜러는 다 앞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후방으로 빼겠습니다.”

파티는 기사가 소수, 나머지는 일반인이었다.

편제를 나누니 대부분이 전열이고, 5명이 후열이었다.

“눈이 내리고 몬스터 자체도 흰색이라서 포착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앞에 계신 분들이 수고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기온이 낮아서 몸에 가해지는 신경 부하도 강해질 터.

그럼에도 전방에 서게 될 사람들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이렇게 되는 게 당연했고, 근접이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앞에서 잘 부탁한다. 난 뒤에서 잘 보고 있을게.”

“뒤에서 꿀 빠네.”

그리고 남들과 마찬가지로.

스킬 정보에 따라 고대현은 앞.

정태룡은 뒤에 서게 되었다.

그냥 감마 스트라이크만 긁으면 된다지만.

뭔가 손해를 본 듯한 기분을 고대현이 느낄 때였다.

“오늘 처음 오신 분이죠?”

누군가가 고대현에게 말을 걸었다.

전열에 서게 될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아, 네…….”

“정보를 보니까, 소속이 레기온이시던데…… 설마 기사?”

현재 파티는 기사가 6명 존재했다.

5명은 뒤에 있고 그중 한 명만이 앞에 있는 것이었다.

“네, 기사이긴 해요.”

“근딜 출신 기사는 오랜만에 보네요. 스킬을 보니까, 아직 수습 기사인가 봐요?”

수습 기사는 아직 정식 기사는 아니며.

비유하자면 인턴 같은 거였다.

“요즘 근접 기사를 뽑기도 하는군요. 신기하네요.”

“그러게요. 일반 원딜 기사 TO도 빡빡하면서.”

고대현은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그저 듣고만 있었다.

그의 성격상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몇 마디 할 수는 있었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 마주칠 줄이야.’

대현의 마우스 포인트가 문득 한 지점에서 멈춘다.

그의 모니터에 비친 존재는 자신의 친척 누나인 심서희였다.

‘아까 진아한테 들었었지.’

상위권 9개 길드인 베스트 나인에 지원했다가 낙방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길드에서 마주칠 줄이야.

대현은 파티원 정보가 나타난 스크롤을 훑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심서희의 스킬을 살폈다.

‘……스킬 절반이 근접일 줄은 몰랐네.’

대륙에서 첫 스타트를 할 때.

가지는 스킬 선택권에서 우선순위에 밀려나면 저렇게 스타트하게 된다고는 들었다.

‘수능 등급이 떨어져서 대학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과 비슷했지…….’

보통 처음 가지는 스킬이 저렇게 되면.

나중에 늘어나는 슬롯에서 점점 다른 스킬을 추가하거나, 자기만의 새로운 조합을 연구한다고 하는데. 애초에 슬롯을 늘려서 자수성가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알고 있었다.

대현은 역전 전의 세상을 상기했다.

‘심서희 누나, 아주 상위권은 아니고 중간쯤 하는 대학으로 갔었지, 아마.’

그녀가 간 곳도 꽤 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역시 대기업을 목표로 하기엔 최상위권보다 불리했다.

‘그래서인지, 나한테 관심을 좀 가지는 것 같은데…….’

대현은 자신에게 은근하게 질문하는 심서희를 바라봤다.

“보니까 발광탄이 있는데, 설마 특무대라도 노리시는 건가요?”

새롭게 늘려지는 슬롯으로 조합 포부를 밝히거나.

현재 가진 스킬의 숙련도나 새로운 콤보를 어필하거나.

아마, 여러 가지를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낙방했으니 궁금하겠지.

‘그렇다고 기사 대행 고대현이라고 할 수도 없고.’

현재 쓰는 대행 계정의 아바타는 변형이 가해졌다.

거기에 더해서 파티까지 비실명으로 참가했으니.

오랫동안 보지 않은 심서희 누나는 절대 모르겠지.

“혹시 들어가는 비결이라던가……, 따로 알려주실 수 있나요?”

“흐음…….”

대현은 하는 수 없이 짧게 답하기로 했다.

“스킬 하나에 충실하면서 예습 복습 하듯 게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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