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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19화 (119/200)

제119화

#119화

드르륵.

낮게 울리는 마우스의 스크롤 소리.

고대현은 한창 무기를 바꾸며 적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무리 힘이 덜 든다고 해도 근접으로 바뀐 지 오래기에.

조금이라도 신경을 느슨하게 했다간 아웃당하기 십상이었다.

‘이제 슬슬 힘들어지네.’

화면의 4분의 1 정도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좀비 게임에서 추격당하는 기분이었다.

무턱대고 달려드는 이가 많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뒤에!”

그는 한창 싸우고 있던 이하린의 뒤를 지적했다. 공격이 뒤통수에 닿기 직전에 알아차린 그녀는, 겨우 상반신을 숙여서 회피했다. 그리고 반격을 날린 뒤 옆으로 빠져나왔다.

“이제 슬슬 후퇴해야겠는데?”

그렇게 말한 이하린이 2학년 라인으로 향한다.

아무리 그녀라도 스킬을 수십 개나 퍼부으니 버티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상대는 탱템을 두르고 오는데, 이쪽은 딜 템만 가능한지라 물리면 죽음이었다.

‘그나마 죽은 사람을 계속 살리긴 했다만…….’

이하린과의 합공으로 적을 죽여서 그 적에게 죽은 아군을 살린다.

처음에는 적들이 당황해서 먹히는 구도였으나, 지금은 서로 적응해서 그런지 킬을 하고 나면, 잠시 뒤로 빠져서 부활을 못 쓰게 만들고 있었다.

‘좀 더 저격을 하는 구도가 필요해.’

이전처럼 움직이면서 아군을 살리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 고대현. 그는 선배들이 알려줬던 꿀팁 자리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무기를 전환해서 스코프로 줌을 당겼다.

아군을 죽인 대상은 따로 표식이 뜨기에 스코프에 잘 잡힌다는 게 그나마 상황을 쉽게 만들어줬다.

“아까부터 누가 날 살리는 거지?”

“이거 고른 사람은 처음 보네.”

선배 라인까지 가자 부활의 덕을 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앞에서 죽을 때마다 적절한 타이밍에 살렸으니 이전보다 버티는 시간도 훨씬 많이 늘어났다.

‘순위를 봐볼까.’

대현은 곁눈질로 순위를 응시했다.

현재 40반의 순위는 10위권 중반까지 안착해 있었다. 그간의 전적을 되짚어본다면 이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었다.

“뭐야, 이번 1학년 왜 이렇게 잘해?”

이에 고대현에게 여러 팁을 알려줬던 선배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좀 모자랄 거라 여겨서 이것저것 알려줬더니, 실력이 상위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문제는 선배들의 신경 지구력이 1학년 40반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신경 지구력을 중점적으로 봐서 들어온 이는 현 1학년이 유일했으니까.

“이, 이제 그만 살려도 될 것 같은데…….”

중간에 지친 선배들은 ‘이제 그만.’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기권을 원했다. 순위도 나름 높게 기록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흠, 어쩔 수 없나.’

고대현은 결국 몇 명을 포기하기로 했다.

쿠구구.

그리고 그쯤, 맵에 이변이 일어났다.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컴컴해졌다.

당연하게도 볼 수 있는 거리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 맵에서 이렇게 어둡게 한 적 있었나?”

“아니. 이번이 처음 같은데…….”

선배들의 말을 듣자 하니, 난이도가 조정된 모양이었다.

어두워지니 적의 암살자가 날뛰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이에 보고 있던 순위표가 일순 요동치면서 변화한다.

상위권에서도 커버가 힘들다는 것이겠다.

그래도 대현은 이전에 얻은 보상 덕분에 상황이 나은 편이었다.

‘저번에 얻은 시야 보상.’

[야간 투시력 향상기]

-야간 상황 시, 시야가 야간 투시 모드로 변환됩니다.

화면이 자동적으로 야간 투시경 모드로 변한다.

화면 밝기를 높이는 것과는 다른, 좀 더 깔끔하게 밝아진 느낌이었다.

그는 어두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적들의 머리를 노렸다.

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사람이 헤드샷을 맞고 쓰러진다.

스걱-!

하지만 계속된 우위를 가져가는 건 힘든 일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암살자 한 명이 옆에 있는 사람을 베어 넘긴다. 아이템의 효과로 인해 몸이 잠시 투명해진 그가 대현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 있었군.”

암살자는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고대현을 찾고 있었다.

원래 빨리 끝났어야 할 40반이 막히자 슬슬 자존심이 상하던 차였으니까.

스윽.

그는 공격을 1회 막는 실드와 함께, 상대에게 돌진하는 스킬, 그리고 공포 스킬을 동시에 사용했다. 이 정도 거리면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죽게 되어 있었다.

“어?”

그래서인지 옆에서 갑작스레 암습이 들어왔을 때.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재빠른 2타로 실드를 벗긴 다음 곧장 정타를 날린다.

스킬이 전부 원거리와 메이지류였기에 들고 있던 총과 평타로 후려친 것이었다.

‘감히 나한테 근거리로 공격을?’

상대의 공격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과 더불어.

순간 자존심이 상한 카람빗 길드의 제5 공격대장.

그는 당돌한 이하린의 행동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못 보는 특별한 술수를 보여주도록 하지.’

제5 공격 대장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첫 과정은 간단하게 합장하듯 박수를 치는 것이었다.

지잉.

호수에 돌을 떨어트린 것처럼 파문이 퍼져 나간다. 주변의 시선이 쏠린다. 그는 이어서 특수한 손동작을 취했다. 스킬이 동작 구현으로 실행되는 최소한의 기준과 실패 지점에서.

삑.

[동작 구현 : 0%]

[동작 구현 : 0%]

[동작 구현 : 0%]

.

.

.

비밀리에 전해지는 동작 패턴을 구사한다.

지이잉.

일명 최면 비술.

지금까지 이걸 보고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던 사람은 없었다.

그렇기에 다음 순간.

“헤에, 역시 타국의 높은 길드라서 그런가 이런 거까지 쓰네.”

머리를 살짝 흔들고, 다시 괜찮아진 듯 다가오는 이하린을 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안 통한다?’

지금 보니 옆에 있는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에게도 통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방금 뭐한 건데?”

“예전에 우리 집에서 알려줬던 거 있잖아. 다른 나라 비술.”

“아아, 그건 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둘을 보고 얼어붙은 제5 공격대장.

‘둘이 뭐 하는 놈이지?’

그런 그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퍽!

곧장 날아 들어온 공격에, 시야는 어느새 검게 변해 있었다.

띠링.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대현의 앞에 적 처치 창이 나타났다.

대현은 창을 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살려주고 하면, 내기는 어떻게 하냐?”

“응? 아, 그렇네. 내기가 있었지.”

이하린은 골똘히 고민하다가 말을 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서로 안 살려주는 거로 하자. 어차피 순위도 엄청 올라갔으니까.”

“그래.”

둘은 조건을 수락한 뒤 흩어졌다.

하지만, 둘 중 마지막 순간까지 쓰러지는 사람은 없었다.

따라서 내기는 무승부였다.

* * *

‘드디어 끝난 건가?’

경리단은 3학년이었다. 따라서 본 수업을 두 번 정도 치른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두 번의 경험이 있는 그녀에게도 올해의 블록 방어 수업은 꽤 길었다.

‘거기에 더해서 중간에 빛도 없애버리고 말이야…….’

‘제발 떨어져라.’ 식의 악의가 넘치는 난이도였다.

경리단은 종료된 순위창을 보다가 익숙한 반을 발견하고 몸을 우뚝 세웠다.

“40반도 있네?”

자신의 반인 15반 라인의 위에 40반 라인이 존재하고 있었다.

‘전체 순위로 보면 5등.’

40반이 여기까지 온건 그녀로서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작년까지 같았으니 변수는 아마 고대현일 텐데…….

‘역시 레기온의 후원을 받는 애라는 건가.’

예전부터 범상치 않다고 여기긴 했어도 이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백일광 선생님이 가만히 계시지 않겠지.’

백일광 학년 담임에게 40반은 버린 반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40반도 인지하고 있기에 각자도생하는 분위기였고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올렸으니,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아침에 하는 거로 할까.”

경리단은 적당히 수긍하기로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1학년 라인의 임상배가 눈에 들어왔다.

그도 순위창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너도 40반이 올라온 게 신기한 모양이네.”

“네……, 솔직히 좀 복잡한 기분이네요. 고등학교 들어와서 확 변한다는 사람 있다는 말, 그냥 선생님들 낭설이라고 여겼는데…….”

그가 머리를 긁적인다.

경리단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뭐, 어쨌든 오늘 1, 2학년 내전 때 잘해봐.”

“아…….”

오늘 1학년 라인이 예상보다 빨리 돌파당한 관계로, 일종의 벌칙형 개인 내전이 마련되어 있었다.

임상배는 똥 씹은 표정을 짓다가 로그아웃했다.

해가 어느덧 중천에 떠 있었다.

* * *

이번 수업은 신영범 학년 담임의 수업이 쓸모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였다. 그래서 중간에 난이도를 높인 거고 말이다.

하지만 1학년 40반은 보란 듯이 모든 난관을 헤쳐나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대현 학생 혼자서 캐리한 형태였지.’

그날 이후로 얼마나 지났을까.

백일광은 그때의 영상을 전 교직원 회의가 있는 곳에서 다시금 봐야 했다.

“호오, 대단하네요.”

“이 정도 학생이면 굳이 아랫반에서 방치할 필요가 있을까요?”

동작 구현도 올 퍼펙트에, 무기 전환 속도도 최상급.

명중률 또한 높았다.

이에,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간다.

공통적으로 나오는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로 귀결되었다.

“특별 컨설팅 대상으로 넣죠.”

“찬성입니다.”

“나쁘지 않네요.”

특별 컨설팅.

티어가 낮은 학생이 높은 티어를 받을 수 있게 특별 관리를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현재 고대현 학생은 교내 점수는 좋은데, 그……, 정식 티어가 좀 말이 아니거든요. 이참에 잘 분석해서 확실하게 올리게 도와주자고요.”

처음에는 전형 수혜자, 적폐 대상이었지만 어느새 재능충, 노력의 대가로 인식이 변한 고대현이었다.

솔직히 정식 티어도 높게 나올 것 같았기에, 반대하는 선생은 거의 없었다.

백일광도 직접 본 게 있기에 반대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도 올리는 게 좋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앞으로 정규전까지 얼마나 남았죠?”

“3달입니다.”

“그럼 그때까지 잘 케어하는 걸로 하고. 이쯤에서 회의 마무리합시다.”

결국 고대현을 따로 케어하는 것으로,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 * *

특별 컨설팅이 확정된 이후.

고대현은 주말을 맞이해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오랜만에 부모님에게 경과보고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에서 특별 케언가 뭔가 해준다더라고요.”

“어머 그러니? 다행이네.”

안 그래도 적응을 못 할까 봐 노심초사했던 대현의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궁금하네.”

그때 진아가 옆에서 한 소리 거들었다.

초기에는 게임고 특별 전형 넣을 시간에 정규전 티어나 올리라고 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고대현에게 쓴소리 하나 못하고 있었다.

저번의 붸인 1대 1전 이후로 그를 어느 정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아직 시간 여유는 좀 있니?”

“시간이요?”

주말마다 본 대륙에 접속해서 활동하던 그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집에 오는 주말에도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하고 있으니, 뭔가 가족한테 소홀해진 기분이 들었다.

“있어요.”

그래서 이번 주말 만큼은 시간을 내기로 했다.

바체슬라프의 단검 회수 퀘스트랑 검술 수련 퀘스트는 평일에 학교 끝나고 하지 뭐.

대현은 밥을 입에 넣으며 이어지는 아버지의 말에 집중했다.

“이번 주에 할아버지 생신이니까 너도 같이 가자꾸나.”

“아.”

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무래도 시작된 것 같았다.

친척 간의 모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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