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10화 (110/200)

제110화

#110화

모두가 좋은 스킬을 얻을 수는 없다.

성적이 낮아서 스킬 경쟁에서 밀리면, 단순하게 방어력 증가.

이동 속도나 공격 속도 증가 같은, 그저 그런 스킬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졸업하고 여기에 발을 디디는 순간 운명은 정해진 셈이지.’

고위급 던전은 당연하게도 좋은 스킬을 가져야 클리어가 쉬웠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은 메인 스킬의 획득뿐이었다.

메인 스킬은 어느 정도 ‘운’이 좌우하는 게 있으니까.

그러나, 히든 피스 같은 메인 스킬은 대부분 고위급 던전에서 나왔다. 물론 운 좋게 낮은 던전에서 얻은 덕에 인생 피는 사람들이 있다곤 하지만, 과연 그 비율이 얼마나 되겠는가.

‘0.1%는 되려나?’

그나마 검사나 전사로 강하게 쓸만한 스킬 보유자가 투기장에서 이름을 날리는 식이었다.

현실은 예상보다 냉혹했으며, 보이지 않는 천장이 명확하게 존재했다.

‘확률이 참 극악하지.’

결국엔 자포자기한 이들이 모인 곳이 바로 레이나프라였다.

모인 동기부터가 이 모양이니 스킬들이 좋을 리 없지.

대부분 조악한 스킬을 가지고 있고, 근거리 타격이 대다수였다.

이하린이 오전부터 레이나프라의 입구로 향한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레이나프라의 외전 곳에서는, 잃을 게 없어서 앞뒤 없이 PK부터 갈기는 사람이 많으니까.

아무리 고대현이라고 해도 이곳에서 다수를 상대하는 건 힘들 것이다.

‘흐응…… 그건 아닌가?’

길을 가던 이하린은 고대현의 특이한 비술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가 속으로 비술 복사라 붙인 그것.

‘신경 지구력이 높은 건 물론이고, 타인의 기술까지…….’

입학하기 전 엄마에게 받은 리스트에 있던 범단월보다도 상위 클래스였다.

정보에 따르면, 범단월은 타인의 작동 묘리까지 봐야 흉내를 낼 수 있다.

움직임을 보는 게 우선이라는 소리다.

개인적으로 익히지 않고서는, 내면에서 일어나는 무언가를 따라 할 수 없었다. 그가 은신계는 쓸 수 있지만, 탐지계는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재능이 출중하다는 소리지만…….

‘고대현은 그런 과정을 무시하고 했지.’

고대현은 단번에 소멸 파동까지 다루는 데에 성공했다.

거기에 더해서 신경 지구력까지 높았으니, 자신의 완벽한 상위호환에 가깝다고 봐도 좋았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그렇기에 그녀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따라 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은 어머니인 이근희에게도 말했었다.

‘워낙 중대한 사건이니까…….’

오늘 고대현을 만나려는 이유도 그를 이근희에게 데려가기 위함이었다.

아마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지.

부스럭.

투닥탁!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

전방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중간중간 걸걸한 목소리도 섞이는 걸 보아하니 통행세를 뜯는 사람들인 게 확실했다.

‘벌써 접촉한 건가?’

이하린은 허겁지겁 뛰어갔다. 중간중간 튀어나온 나무뿌리와 수풀을 헤친 끝에, 그녀는 소리의 근원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어?’

그런 이하린의 눈에 들어온 건, 고대현과 포개어져 있는 자신의 어머니였다.

‘왜 여기에……?’

그가 단순히 불량배와 싸우고 있는 줄 알았던 이하린은 당했다.

사람들을 다 처리한 건 그렇다 치는데.

저 포즈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둘이서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근희의 게임 내부 아바타는 상당한 동안이었다. 따라서 이하린에게 보이는 의미는 다른 이들과 달랐다.

‘저거, 분명 나인 줄 알고 저런 걸 텐데.’

이하린이 고대현의 오해를 살만하게 접근한 어머니에게 화를 내는 한편.

‘엄마라고?’

고대현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동급생의 어머니를 내쳤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접 대면하는 풍경도 아니건만, 손에서 땀이 흘렀다.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 이하린의 어머니, 이근희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냥 시간도 남고. 궁금해서 먼저 와봤단다.”

“말도 없이요?”

“응.”

이하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근희.

“비슷한 것도 아니고 똑같은 거라면서? 그러니까 먼저 확인해 본거지.”

이어진 것은 모녀의 평범한 말다툼이었다.

“아니, 내 친구랑 먼저 만나서 이러는 게 어디 있어? 백 퍼센트 나인 줄 알고 그렇게 행동한 걸 텐데.”

“어머, 넌 줄 알아서 이랬을 거라고? 사이가 아주 돈독한 모양이구나.”

이하린이 당황한다.

“으, 아, 아무튼!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휙 돌리자 이근희가 입꼬리를 올린다.

“그럼, 네가 멋대로 집에 남자애를 들인 건 되고?”

“그, 그건…….”

여기까지 하니 잠잠해진다.

흠칫하는 이하린을 뒤로하고.

이근희는 고대현에게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이동할까? 자세한 이야기는 본거지로 가서 하자고.”

고대현은 이하린을 응시했다.

‘레이나프라에 따로 머무르는 곳이 있는 건가?’

그녀도 소속하는 성이 있기에 이곳에 존재하는 걸 거다.

그렇다면 레이나프라에도 성이 있다는 게 아닐까.

‘설마 엄마가 성주인가?’

의문은 많았다.

그러나 질문하지는 못했다.

‘질문할 분위기가 아니니까…….’

띠링─.

[이름 : 이근희]

[빙의체 상태 : 속박]

[컨트롤 웨이브 : (증강)형, (????)형]

단지 꺼놨던 디텍트 아이를 키고, 앞서 나가는 이근희의 등을 바라볼 뿐이었다.

“괜찮아? 엄마가 무슨 이상한 말 안 했지?”

그의 옆에서는 이하린이 바짝 붙어서 따라오고 있었다.

“응. 별거 없었어.”

대현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단축키를 눌렀다.

끄덕끄덕.

이하린이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부스럭. 부스럭.

그러는 사이 산세는 더 험해졌다.

이런 위치에 있는 게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산성이라도 지어놓은 건가?’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도착한 곳은 절벽이었다.

전방에는 침엽수림이 넓게 펼쳐있고 아래에는 낭떠러지가 있는 절벽 말이다.

“이동할 거니까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해둬라.”

이근희가 말하자 이하린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 따라와. 놓치지 말고.”

꾸욱.

그녀가 팔짱을 끼면서 달라붙는다. 그리고 앞으로 이동하자고 하는 것이다.

참고로 앞은 아무것도 없는 절벽이었다.

‘낭떠러지인데 어디로 간다는 거지?’

이에 고대현이 물어보려는 순간.

팟─!

흰색 빛이 점멸하면서 시야가 일변했다.

처음에는 모니터가 나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어?’

발을 디디고 있던 땅이 사라졌다.

고대현이 마우스를 돌리자 풍경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하늘과 나무의 풍경이 유리 파편처럼 깨진 채 하늘에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했다.

땅을 비추던 햇빛도 자취를 감췄다. 빛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단지 은하수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빛이 중심을 밝히고 있었다.

끼기기긱.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늘은 시작이었을 뿐.

세상을 구성하는 파편이 돌아간다.

어떤 건 산보다도 거대했으며 파도처럼 흐르기도 했다.

파앗.

중간중간 점멸하듯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면의 뒤로 원래 있던 낭떠러지의 풍경이 보인다.

‘여기는.’

대현은 어렴풋이 눈치챘다.

마치 맵 밖의 공간으로 내려온 듯.

가상현실을 구성하는 그래픽 텍스쳐가 이리저리 깨져 있는 공간.

게임에서 정해진 맵의 구역을 관리자 모드로 이탈했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때, 앞서가던 이근희가 뒤를 돌아봤다.

“잘 왔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웃라인’에.”

* * *

아웃라인.

아웃라이어.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이하린이 아웃라이어를 입에 담았었다.

‘그런 거였구나.’

고대현이 이제야 그 의미를 이해할 때.

이하린이 멋쩍게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그……, 처음이라서 당황했지? 그래도 너한테만 알려주는 비밀이니까…….”

비밀치고는 크다.

그래도 알려줘야 할 이유가 있던 거겠지.

고대현은 잠자코 그들을 따라갔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무형의 땅을 밟으며 나아간 지 얼마나 지났을까.

눈앞에 일그러진 집 하나가 나타났다.

아주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적당한 규모의 2층집이었다.

허허벌판에 뜬금없이 있는 집이라서 그런지 기묘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흘렀다.

“그럼,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지.”

의자에 앉은 이근희가 자리에 앉은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우리 편인가?”

“우리 편이요?”

“반한연합이 아닌 거냐고 물어보는 거다. 일단, 그쪽은 우리랑 대립하는 사이거든.”

반한연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문맥상 한국 외의 세력인 건 확실했다.

고대현은 당장 다가오는 라그나로크 때 북부를 담당할 예정이었으므로 반한연합에 속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흐음…… 속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근희는 신중한 표정으로 고대현의 얼굴을 살피며 생각했다.

‘눈빛에 흔들림이 없다. 잘 훈련받았거나 결백하거나, 둘 중 하나겠네.’

제3자를 이 공간에 데려온 건 그녀로서도 리스크를 동반하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한 이유는, 딸과의 관계.

그리고 사용한 비술 때문이었다.

‘바체슬라프는 내가 떠난 뒤로 아는 게 없으니까 비술을 만들지는 못했을 거고, 그나마 확률이 있는 건 블랙 페이지 정도인가?’

이 공간에 들어온 순간부터.

빙의체에 대한 자료는 모두 수집되고 있는 셈이었기에.

이근희는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러쿵저러쿵.

그렇게 간단한 호구조사와 취미 등등 잡다한 정보까지 오가고…… 별안간 고대현이 질문하는 차례가 왔다.

“어제 여기를 방문했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습격했었어요. 결국 제가 다 처리하고, 이걸 주웠는데…….”

달그락.

그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건 도파민 다운로더였다.

외형은 단순한 보석처럼 생겼지만, 이근희는 그게 뭔지 단번에 눈치챘다.

“도파민 다운로더구나.”

‘알고 있다.’

대현은 상대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침을 삼켰다.

이 공간도 그렇고, 알고 있는 정보도 그렇고.

상대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시스템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 정도로 파고들었으니, 어쩌면 도파민 다운로더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겠지.

‘어머님, 죄송합니다. 처음 만난 날부터 나락으로 보내버리겠군요.’

그러나 이어지는 이근희의 말은 고대현이 상상한 것과 달랐다.

“그거, 반한연합이 뿌리고 다니는 물건이니까 조심해. 그놈들은 사람들을 중독시켜서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

조심하라는 말투였다.

‘뭐지? 나쁜 쪽이 아닌 건가?’

되짚어보니.

반한연합이냐고 물어본 것도 그렇고.

이근희는 그들과 대립하는 뉘앙스를 취하고 있었다.

일단 좀 더 알아내야겠다.

‘음, 뭘 물어보지? 도파민 다운로더의 자세한 내용? 아니면 다른 거를…….’

고대현은 뭘 질문할 건지 고민하다가 문득 떠올렸다.

이하린이 야나 이바노프와 아는 사이라는 것을 말이다.

‘간단한 거부터 질문해야지.’

상대가 경계하는 게 보이니까.

대현은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서 대화의 폭을 넓혀갈 생각이었다.

다른 궁금한 정보도 궁금하지만.

상대가 입을 닫으면 끝이니, 먼저 친밀도를 올리기로 했다.

“야나 이바노프?”

그러나, 야나 이바노프에 대한 정보는 간단하지 않았다.

“야나 이바노프는…… 한때 내 제자였다. 바체슬라프는 동업자였지. 물론 지금은 결별했지만.”

야나 이바노프는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바체슬라프는 나랑 목적이 비슷했어. 그래서 협력했지. 하지만 계속 같이 있다 보니까 맛이 간 게 느껴지더라고.”

대현은 의도치 않게 묵혀놨던 모든 질문의 답을 듣게 되었다.

“그 사람의 목적은 모든 대륙을 통일하는 거다. 반한연합이나 도파민 다운로더도 다 그쪽 작품이지. 하린이가 아는 것도 내가 알려줘서 그래. 바체슬라프의 자식들이 제대로 각성하면, 한국에서 상대할 사람이 없거든.”

요약하자면, 전부 바체슬라프의 흑막이며.

이하린은 이를 막기 위해 육성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가? 어떻게 전 대륙을 통일하지?’

고대현은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게.

라그나로크가 끝나면 대륙이 다시 쪼개지지 않는가.

모든 대륙이 합쳐지면서 나라 간 전쟁이 시작되는 건 라그나로크 시기뿐이었다.

딱-!

그때였다.

이근희가 손가락을 튕김에 따라 허공에 정보가 나타난다.

“녀석은 아마, 높은 확률로 이걸 만들고 있을 거다.”

그리고 말했다.

한때 바체슬라프와 연구했던 무기에 대해서.

[룰 브레이커]

-세계의 규칙 하나를 파괴한다.

“룰 브레이커?”

“그래, 룰 브레이커다.”

이근희가 손으로 깍지를 낀 채 말을 이었다.

“공간 확률을 비트는 에인션트 바위게의 핵 5개를 오망성으로 배치해서 만들어지는 아티펙트야. 저렇게 하면 억지로 공간이 찢어지고, 그걸 이용해서 규칙 하나를 파괴할 수 있거든.”

“규칙이라니……, 예를 들면요?”

규칙의 범위는 넓었다.

때문에, 고대현이 사용처를 감도 못 잡고 있을 때.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 야나 이바노프가 레기온 성 지하 감옥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그녀가 야나 이나노프를 언급하면서 미간을 좁혔다.

감옥.

침략전.

처음엔 의문이었다.

왜 굳이 야나 이바노프 같은 강자를 한국 대륙의 감옥에 들어가도록 부추겼는가.

‘어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중국에 있다고 그랬지.’

하지만 어제.

그가 타 대륙에서 에인션트 바위게를 레이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함으로써 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

‘녀석은 아마도…….’

이근희는 정적 끝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바체슬라프는 라그나로크 당일. 룰 브레이커로 야나 이바노프를 탈출시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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