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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08화 (108/200)

제108화

#108화

베팅할 때 정배와 역배라는 게 있다.

어려운 개념은 아니고.

배당이 낮은데 확률이 높으면 정배.

확률이 낮은데 배당이 높으면 역배라고 한다.

보통 한 방을 노리는 야수의 심장들이 역배를 하곤 한다.

‘저 사람은 역배충인 모양이네.’

역배가 성공했을 때의 쾌감. 그걸 못 잊고 계속한다면, 확실히 기본 소득이 있어도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찰나.

“나와.”

태해란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을.

하슬란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끌고 나가려 했다.

“미친X이 진짜!”

당연하게도 순순히 끌려나가는 일은 없었다.

일부러 주변의 시선을 끌려는 듯 발버둥 친다. 한창 열기에 취해 있기에 작은 소란 정도는 묻힐 만한 곳이거늘.

“뭐야? 뭐야?”

“싸움?”

활어처럼 날뛰자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이대로 사람이 더 밀집되면 난잡해지니까.

‘정보나 확인해야겠다.’

고대현은 디텍트 아이를 작동시켜서 상대의 정보를 확인했다.

띠링─.

[이름 : 태무진]

[빙의체 상태 : 각성]

[컨트롤 웨이브 : 없음]

‘빙의체 상태 각성?’

상태가 양호하거나 나쁘거나.

두 가지 종류의 것은 봤는데, 각성 상태라는 건 처음 본다.

이에 고대현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이놈, 아까 나 밀치고 갔던 애X끼 아닌가?”

불량해 보이는 사람들이 대거 집결했다. 그중 몇 명은 강인한 고대현의 몸에 밀려서 체면을 구긴 사람도 있었다.

언젠간 휘말릴 수 있겠다고 여기면서 왔지만.

이렇게 빨리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다.

“다들 헛짓거리하지 말고 꺼져.”

그때 하슬란이 후드를 내리고 신분을 알리는 명패를 꺼낸다. 레기온성의 엠블럼이 각인된 옷을 보자 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거 아까 인터넷에서 봤던 글이 생각나네…….’

고위급이 나타나면 굽실거린다고 그랬었지 아마?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그녀가 태무진의 멱살을 잡고 이동하자 인파가 절반으로 갈라진다. 전부 연관되기를 꺼리는 것 같았다.

“왜 높으신 양반이 여기까지 온 거지? 재수 없게.”

“이제 금요일 밤 지하 투기장까지 단속하는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일정 비율은 유지하기로 했잖아.”

수군거리는 소리.

고대현도 그런 소란 사이를 지나서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이미 저만치 앞서가 있었다.

털썩.

하슬란이 태해란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을 바닥에 내동댕이친다. 흙에 쓸리면서 비틀거리길 잠시, 그가 옷을 털면서 일어난다.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와서 참견질이나 하고…… 해란이가 시키더냐?”

현재 위치는 뒷골목.

인적이 드문 곳인지라 그의 목소리가 꽤 크게 울려 퍼진다.

태무진의 앞에 있던 하슬란이 인상을 팍 쓰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누군가가 시켜서 올 사람으로 보이나?”

눈빛이 일변하면서 손이 움직인다.

탐지계 비술에 능한 그녀의 손은, 어느새 태무진의 주머니를 뒤지고 있었다.

“자, 잠깐!”

별안간 하슬란의 손에 정사각형 물체가 잡혀 나온다.

붉은색 에메랄드처럼 생긴 돌을 움켜쥐자 태무진이 하슬란에게 달려든다.

우드득.

그의 입이 기괴하게 비틀어지면서 이빨이 돋아난다.

물어뜯기 스킬이 사용되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무기도 없는 태무진이 정사각형 물체를 되찾는 건 역부족이었다. 미리 움직임을 눈치챈 하슬란이 몸을 살짝 비틀어서 피한다.

그리고 이어서 등에 있는 대궁을 꺼내서 활시위를 당겼다.

활이 마나로 자동생성되는 방식인지라, 그는 단숨에 머리를 노려지는 형태가 되었다.

‘어른들의 사정이니까 난 잠시 가만히 있어야겠네.’

남의 사정을 자세히 아는 건 그리 좋지 못하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일이면 만날 때마다 괜히 불편해지니까.

대현은 멀찍이 떨어졌다. 그리고 시간 때울 겸 오랜만에 스킬 목록을 살폈다.

‘전용 퀘스트를 안 한 마지막 전사를 빼면 3개…….’

발광탄이 충분히 준비되었으니 쓸 수 있는 건 3개.

물론 연속적인 감마 스트라이크 원툴 사용으로 인해 다른 건 쓸 틈이 없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겠지.

‘다음 스킬은 뭘 얻을까.’

수호기사 홍영은, 지위나 업적에 따라 슬롯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가올 북부전이 끝나고 나면 슬롯이 늘어나는 걸까.

고대현이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응?”

디텍트 아이를 작동시킨 탓에 정보가 나타난다.

하슬란과 태무진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그보다 더 뒤에.

‘뭔 구경하는 사람이 저리 많지?’

처음엔 투기장에 있던 사람이 구경이라도 나온 거라 여겼다.

그가 3인칭 모드로 바꾼 뒤.

위에서 응시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전부 무기를 들고 있네?’

딱 봐도 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띠링띠링─.

디텍트 아이를 통한 정보가 계속 나타난다.

대현은 저들의 공통점을 단숨에 알아차렸다.

띠링─.

[컨트롤 웨이브 : (은신)형]

전부 은신과 관련된 비술을 쓰고 있었다.

‘은신이라면…….’

하슬란에게 탐지계가 있다 하더라도 눈치채지 못했을 확률이 높다.

대현은 인벤토리에서 서리 대검을 꺼냈다. 그리고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위해, 수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진짜로 습격해도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어. 용도를 들킬 확률이 높으니, 그전에 처리해야지. 걸리면 끝장이야.”

“후, 왜 하필 이때 레기온 쪽 인물이 온 건지…….”

검은 복면을 쓴 흑의인들이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얼마 전에 태무진에게 판매한 물건이 외부에 발각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왜냐, 이유는 간단했다.

“잘못하다간 반한연합과 내통하고 있는 게 알려지니까. 신중해야 해.”

해외 대륙 중에서도 한국과 협력 관계가 아닌 대륙들의 모임.

그들과 지하 투기장의 커넥션이 있으며, 최종적으로 이적 세력인 다크 테이머와 연관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다. 최소 영구 정지조치를 당하겠지.’

흑의인의 우두머리가 침을 삼키고 발을 뗀다.

아직 상대는 붉은색 보석의 정체를 알지 못했으니.

기회는 사실상 지금이었다.

“이때다!”

그는 단숨에 하슬란을 처리하려고 했다.

레기온의 인물이라고 해도 원거리 타입.

결국 근거리로 좁히면 이쪽이 유리하니까.

서걱─!!

하지만 몸을 스치는 푸른 섬광에 의해 저지당했다.

대미지 자체는 높지 않으나 분명히 누군가가 공격을 한 흔적이 몸에 남았다.

‘도대체 누가…….’

의문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바로 앞에 나타난 고대현의 존재가 이를 대신했으니.

대검을 든 존재.

흑의인의 수장은 상대가 누군지 기억해냈다.

‘투기장에서 저 여자의 옆에 있던 사람이군.’

그렇다면 레기온과 관련된 사람이라는 소리였다.

허나 그들에게 그런 걸 따질 여유는 없었으므로.

“안 잡고 뭐해!”

곧장 대현에게 돌격했다.

품 안에서 표창이 나가고, 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전부 암살형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라 기동과 순간 폭딜에 능했다.

따라서, 아무리 고위급이라도 이런 공격을 동시에 막는 건 불가능.

모든 흑의인들은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기에 다음 순간.

티티티팅─!!

흑의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의 공격을 되돌려 받아야 했다.

표창은 그대로 반사되었으며, 재빠른 검격은 옆으로 흘려졌다.

순식간에 2명의 인원이 퇴장했다.

‘이 많은 공격을 한 번에 전부??’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레기온은 그나마 과거의 검사들을 몇 명 배치했다는 소문이 있고.

실제로 신영범 길드장도 그곳에 남아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저런 실력의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에 흑의인의 수장은 언성을 높였다.

“다들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어! 간 봐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무기 강화.

연속 공격.

경화.

순간 무적.

치유력 감소.

최대 체력 비례 대미지.

처형.

이동 속도 저하.

공격력 흡수.

에어본.

고정 대미지.

치명타.

그랩.

동시에.

수많은 공격이 고대현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격이 닿는 일은 없었다.

감마 스트라이크 한 번이면 모든 회피가 가능하니까.

퍼엉─!

대현은 근거리의 적에게 발광탄을 날려서 스턴 시킨 뒤.

그대로 감마 스트라이크를 시전했다. 그러자 몸이 푹 꺼지면서 흑의인과 공기의 틈 사이를 수십 번의 칼질이 훑고 지나갔다.

서걱서걱─!!

이 작업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신경 지구력의 과다 소모를 통한 감마 스트라이크의 유지. 그대로 계속, 상대가 모두 소멸할 때까지 감마 스트라이크를 시전했다.

“어, 어떻게…….”

흑의인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니. 설마 산신 세력이 뒤에서 배신한 것인가.

스핏─!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곧바로 빛나는 푸른 줄기가 몸을 꿰뚫고 지나간다.

대미지 자체는 낮았지만, 불씨 사이에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상처를 입으니 체력이 간당간당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를 이렇게 농락하다니!’

이런 수준의 숙련도라면 진작에 일망타진이 가능했을 것이다.

한데 이러고 있다는 건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푹-!

하지만 안다 하더라도 저항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제길…….”

[로그아웃됩니다.]

주변은 어두웠다.

때문에,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상대의 동작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퇴장당했다.

“휴, 겨우 끝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이는 고대현뿐.

그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적이 죽으면서 남기고 간 인벤토리 속의 부산물들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좋은 아이템이라도 있나 봐야겠다.’

대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아이템을 살폈다. PK에 맛들린 사람은 계속 PK만 한다더니, 그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것 같았다.

‘어디 보자…… 이 치유력 감소 효과가 달린 검은 좋아 보이네.’

아이템 대여섯 개를 챙긴 고대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의 눈에 돌연 반짝이는 붉은색 돌이 보였다.

“이건 뭐지?”

대현은 들어서 아이템을 확인했다.

일전에 하슬란이 태무진의 품에서 꺼낸 돌이었다.

‘소중하게 여기던데, 좋은 아이템인가?’

보고 있으니 아이템의 정보가 나타난다.

[도파민 다운로더]

-효과 : ??????

‘음?’

효과가 의도적으로 가려진 아이템이었다.

다만.

도파민이라는 건 고대현도 들어본 바가 있기에 알 수 있었다.

의도적으로 도파민을 분비시켜서 마약처럼 쓰는 물건.

‘원래 세계에서는 관리가 느슨해진 탓에 한때 문제가 됐었지.’

여기에도 있을 줄은 몰랐다.

‘이런 거까지 손대다니, 역시 역배충답네.’

고대현은 하슬란과 태무진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아이고 선생님 제발 이것만은…….”

“이거 놔라.”

하슬란이 멸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며, 태무진이 매달리고 있었다. 딱 봐도 도파민 다운로더와 관련해서 말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신호가 느껴져서 잡았는데…… 도파민은 또 뭔데?”

“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냥 장신구입니다. 별거 아닌…….”

‘음?’

대화를 듣고 있던 고대현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도파민 다운로더에 대해서 모를 수가 있나?

설령 처음 본다 하더라도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사실을 통해서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음, 아무튼, 다시 이곳에 오면 내가 정식으로 관리 시스템에 건의해서 친자 권한을 박탈시킬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네, 네 알겠습니다.”

아니다.

진짜로 모르네.

대현은 하슬란이 태무진에게 순순히 돌을 건네주는 걸 보았다.

그녀는 용도를 짐작하지도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기본 주입 지식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건가?’

모든 인류는 살면서 필요한 기초 지식을 주입받는다.

그렇다면, 저 부분은 필요가 없다고 판별한 걸까.

하지만 저런 게 대놓고 있는데……, 과연 누가 자발적으로 배워서 제작했다는 건지.

‘잠깐…….’

그때였다.

돌연, 뇌리에 책을 읽던 이하린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흠.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 이제 가자.”

그런 고대현을 현실로 불러들인 것은 하슬란의 목소리였다.

“너도 앞으로 이런 곳에는 안 오는 게 좋아. 보다시피 좋은 곳은 아니니까.”

“네…….”

흑의인들이 습격했던 사실은 나중에 말하기로 했다.

‘이하린이 연관된 건가?’

혹여라도 친구가 감옥에 가면 찜찜하니까.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는 와이번을 타고 여기를 벗어날 때까지 머리를 비워둘 작정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아까 그 돌은 진짜 뭐였을까.”

띠링─.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곧장 눈앞에 인물 적응형 퀘스트가 나타났으니 말이다.

[정보 수집이 완료되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인물) 적응형 퀘스트]

-붉은 돌에 대해 조사한 뒤, 상부에 보고하기.

* * *

그 시각.

바체슬라프는 필드 스와핑을 한 중국 대륙의 한 장소에 와 있었다. 그는 옆에 있는 중국 측 성주를 보면서 말했다.

“도파민 다운로더를 퍼트린다는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한국 대륙의 투기장을 중심으로 퍼트리고 있는 중입니다. 기본적인 컨트롤 체제와 연결된 거라서 잡기가 쉽지 않지요. 잡으려면 현 가상현실 체계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니.”

“그렇군.”

바체슬라프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게 다 그쪽 정보망 덕분입니다. 어떻게 자동감지에도 안 걸리는 것을…….”

중국 측의 성주는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쓸모없어진 구시대의 유물인 공부가 지금은 계획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바체슬라프는 자신의 머리를 톡톡치면서 대답했다.

“다 아는 정보망이 있지.”

한국 내부에 있는 특수한 조직.

비록 몇 달 전부터 연락이 끊겼지만, 의심하지 않으며.

“이제 던전이나 보러 가시게나.”

바체슬라프는 태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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