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96화 (96/200)

제96화

#96화

대현은 고민했다.

‘어떻게 하지.’

이하린과 전지수. 그들은 해명을 원하고 있었다.

단지 킬딸을 위해 날린 평타가 이 정도 효과를 불러오다니······.

고대현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상황을 빠르게 종합했다.

‘일단······.’

시스템적인 차이를 이용해서 계속 사용할 수야 있겠지만.

LOH에 한정되어있는 꼼수일 뿐.

그라운드 제로나 언더워치.

궁극적으로 가이아 얼라이언스 내부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시스템적으로 발전하면 또 몰라.’

UI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최근 특정 동작을 단축키처럼 쓸 수 있는 기능도 생겼고 말이다.

하지만 사용하는 것과 가르치는 건 경우가 다르다.

‘가르치는 건 역시 불가능해.’

결국, 대현은 가르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자신의 일정 부분을 까발려야 하는 거니까.

이렇게 되면 해야 할 말은 하나였다.

“그냥. 하니까 되던데?”

어쩌다가 나온 거로 변명하는 수밖에.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게 그냥 해서 나온 거라고?”

“또??”

예상대로 어이없다는 듯 반응하는 두 사람.

보통 이렇게 뻗대면 제 뿔에 지쳐서 포기하던데.

아무래도 대놓고 곡사를 하다 보니 쉬이 넘어갈 수 없는 듯했다.

대현은 차분하게 생각했다.

‘이하린은 정체불명의 기술, 전지수는 고위직급에 더해서 실력도 높아.’

전지수도 그렇고.

이하린도 그렇고.

둘 다 같이 하면서 실력을 키우기 좋은 사람이었다. 얻을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다.

‘이 두 사람한테는 오래 숨길 수 없겠네······.’

만약 상대가 정태룡 무리나 임상배였다면, 재수 없게 대응하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 있는 두 명은 조금 애매했다.

“흠.”

대현은 여러 가지 미래를 시뮬레이션했다.

계속 모른 척 뻗대다가 호감도가 하락하거나.

그밖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

그리고 학교 친구로서의 신뢰 등등.

그런 것들을 상상하고 있자니, 뇌리에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하린은 나한테 밥을 해줬어. 그냥 밥도 아니고 손수 만든 핸드 메이드 수작업 밥을······.’

돌연 옛정을 생각해낸 고대현.

예전에 사준 밥값 대신이긴 해도, 이하린은 기술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밥도 해줬다.

‘그에 비해서 난······.’

이대로 계속 변명하면서 기만할 것인가.

아니면 밝힐 것인가.

‘안 되겠다.’

대현은 이하린에게만 자신의 비밀을 살짝 알려주기로 했다.

물론, PC모드 같은 자세한 이야기는 빼놓고.

그냥 나도 너처럼 특별한 게 있다.

대충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되겠지.

띠리링.

“아, 네······?”

다행히도 속마음을 말할 기회는 곧장 찾아왔다.

전지수가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보이스를 차단한 것이었다.

짧은 시간.

고대현은 이하린에게 짧게 말했다.

“나중에 너한테만 따로 설명해줄게.”

“······!!”

짧게 숨을 삼키는 이하린.

그녀는 짧은 시간 동안 가만히 있다가.

대현과 마찬가지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럼, 그때 모른다고 했던 건 결국 거짓말이네?”

“어?”

뭐야.

설마 화났나.

토라진 목소리에 멈칫하기를 잠시.

“어······ 난 잠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급한 일이 있다면서 먼저 접속을 종료하는 전지수.

그렇게 이하린과 단둘이 남았다.

“지금 설명해도 되지 않겠어?”

그 직후였다.

이하린이 해명을 요구한 것은.

‘이러면 어쩔 수 없지.’

고대현은 하는 수 없이 1대 1방을 생성했다.

그리고 맨 처음 진아와 했던 훈련 모드 내부를 다시 보면서.

“그러니까 뭐냐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

일전의 평타를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하린이 선택한 챔피언을 향해서 쏘고 평타가 계속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LOH에서만 쓸 수 있는 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퓻-!

“이게 말이 돼?”

점멸을 써서 피했으나 평타를 맞고 목소리를 높인 이하린.

화나서 높인 건 아니고.

당황스러워서 그런 것이었다.

“대상을 지정해서 쏘는 스킬도 아닌데 어떻게······.”

대현은 이렇게 쏠 수 있는 이유를 ‘빙의체’의 힘을 끌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빙의체의 동작과 신경 지구력을 부담을 역으로 이용한 비술.

대충 그런 식으로 설명하니 이하린이 입을 틀어막는다.

“그럼 그라운드 제로에서 지구력이 강했던 것도 비슷한 거야?”

“응.”

“신경 지구력을 일정 부분 무시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니······.”

“그 대신 몸이 경직되는 게 문제지만.”

“그런······.”

그녀의 눈이 대현의 아바타를 훑는다.

그는 앳쉬를 고른 상태였다.

‘챔피언의 힘을 끌어다 쓴다고?’

설명 자체는 특별하지 않다.

기존에도 동작 구현을 통해 챔피언의 스킬을 쓰니까.

하지만 대현은 좀 더 심화적인 부분까지 끌어다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서 일전의 평타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LOH에서만 된다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제한이 있는 건 자신도 마찬가지였으니 따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그런데 그라운드 제로는 빙의체 컨트롤 방식이 아니잖아.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이하린은 추가적으로 질문했다.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빙의체의 힘을 이용한다고 했는데, 그라운드 제로는 빙의체 컨트롤 방식이 아니었다.

“그건─.”

대현은 머리를 굴렸다.

‘평타는 얼추 해결됐는데 나머지가 문제구나.’

자신의 신경 지구력이 제일 돋보이는 곳은 그라운드 제로다.

그리고 그라운드 제로는 본래의 몸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빙의체 방식이 아니니까.

따라서 앞선 설명에 오류가 생긴 격이었다.

‘잘 설명해서 넘겨야 한다.’

고대현은 그라운드 제로 내부에서의 자신을 떠올렸다.

이어서 다른 사람까지도······.

‘비술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많이 쓰인다고 그랬지. 전지수, 정태룡, 이하린도 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비술을 썼으니까.’

빙의체를 쓰는 비술이라고 거짓말을 했으니.

여기서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한 그가 입을 열었다.

“따지고 보면 그라운드 제로도 빙의체로 움직이는 거잖아.”

“응? 그, 그런가?”

예상외의 대답인지 이하린이 멈칫한다.

“생각해봐. 진짜 몸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통각도 일정 이상 안 느껴지는 거고, 사실상 우리는 모든 게임에서 빙의체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지.”

마스터 우나 켄지 같은 챔피언에 빙의해서 움직이는 게 빙의체 컨트롤 방식이며.

나머지는 실제 몸을 쓴다는 인식이 기존 학생들의 마인드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빙의체라는 대현의 말이 그러한 인식을 흔들었다.

“어, 그, 그러네?”

“그럼 그럼.”

LOH나 언더워치에서 망치를 들거나 하는 힘을 빙의체가 부담하는 것처럼.

그라운드 제로의 빙의체에게 힘을 부담하게 한다.

이것이 고대현의 설명.

“흐음, 그렇구나······.”

“이제 알겠지?”

“응. 조금.”

“그러니까 가끔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그런 줄 알고 있으라고.”

여기까지는 잘 넘어간 것 같다.

“응, 그런데 그거 어떻게 쓰는 거야?”

문제는 쓰는 ‘방식’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정신을 집중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해야 하나?’

대현이 고민할 때였다.

“아,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돼. 그런 건 보통 비밀이니까.”

이하린이 괜찮다면서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그런 ‘방식’까지 물어본 건 실례라고 여긴듯했다.

“으음, 그러면 이제 내걸 말해줄 차롄가?”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자기 비밀을 말해준다고 하지 않으니까.

“네 거?”

“응, 나도 일정 부분은 말해줘야지.”

솔직히 PC모드를 밝히지 않았으니.

설명을 듣기 전과 후의 큰 차이는 없었다.

결국 능력이 뛰어나서 다됐다, 식으로 끝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하린은 뭔가가 있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괜찮은 것 같았다.

“마음대로.”

딱히 손해 볼 것도 없기에.

대현은 단축키를 이용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린이 동작을 취하면서 말한다.

“밥 먹을 때 건섭이한테 들었지? 오버클럭이라는 게 있다고.”

“어. 근데 그건 왜?”

“나도 비슷한 거거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험 같은 경우엔 오버클럭으로 내부의 시간을 빠르게 흘러가게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하린의 비술이 오버클럭과 비슷하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부분에서 그런 걸까.

“난 심장을 오버클럭 시키는 거야.”

“심장을?”

끄덕.

고개를 주억거린 그녀가 말을 잇는다.

“그렇게 하면 갑자기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면서 강해지고······ 아무튼 그렇게 되거든.”

‘심장 오버클럭이라······.’

고대현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빙의체의 힘을 빌려온다고 했던 자신보다도.

훨씬 말이 안 되는, 상식을 뛰어넘는 비술이었다.

그는 이하린이 심장박동을 체크하던 걸 상기하고 입을 열었다.

“몸은 괜찮냐? 그거.”

“으, 응?”

“몸에 무리가 안 오냐고.”

“어, 그, 글쎄······?”

고대현은 이하린이 당황했다는 걸 느꼈다.

‘원래 세계에서도 공부한답시고 몸 상하는 애들이 많았지.’

어쩌면 이하린도 비슷할지 모른다.

‘비술은 시험 족보나 비법 같은 거고······, 얘는 학생이야.’

대현은 오랜만에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이곳은 역전 세계고, 여기 사람은 게임에 너무 진심이라는 것을.

“몸 안 상하게 잘해봐. 여기 의료 기술이 좋긴 한데, 뭐, 잘 안될 수도 있잖아?”

“아, 알았어······.”

여기까지 말했으면 됐겠지.

고대현은 비술에 관한 이슈도 끝낸 김에 접속을 종료하자고 했다.

이제 슬슬 12시가 가까워지므로.

* * *

그쯤.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고성(古城).

돌로 된 벽에 넝쿨이 달라붙고 차가운 그늘이 내려앉은 곳에서.

막 접속을 끝낸 캡슐의 해치가 열린다.

치이익.

구금 시간이 끝난 이후.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야나 이바노프는 금발 머리카락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야.”

허리를 툭툭 치면서 땅에 발을 디딘다.

매일매일 접속한 뒤 감옥 해서 하는 일이라고는 명상하기가 전부.

그나마 변곡점이 있는 일은, 훈련 대륙에서의 보조교사 참여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몸풀기로 운동이나 해야지.’

야나는 평소처럼 운동 루틴을 시작했다.

달리기부터 시작해서 근육 운동까지 마친 그녀는 샤워를 마친 뒤, 자리에 앉았다. 수업 날이 다가오고 있으니 슬슬 준비를 해야 했다.

‘어디 보자······ 이제 3일 남았네.’

시간이 몇 번 조정된 나머지 주 1회 수준이 되었지만.

그녀는 딱히 상관이 없었다.

무엇을 하든 다 밟아버리면 그만이니까.

홀로그램 창에 이런저런 정보를 띄우면서.

손가락을 움직이던 야나는 문득 고대현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변칙적인 동작은 좋다.

하지만 중간중간 경직된 움직임이 옥에 티였다.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이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하면 언젠가 한계가 다가오기 마련이지······.’

고대현의 동작으로 세세한 공격에 대한 방어는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점령전을 할 때 요새를 점거하려면 어쩔 수 없이 근접해야 하는데.

그 정도면 베테랑 선에서 금방 컷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내가 잘 가르쳐주면 몰라.’

야나 이바노프는 고대현을 가르쳐주는 자신을 상상했다.

이리저리 공격하면서 약한 부분을 공략하고 밟아준다.

‘이게 참 가르침이지.’

야나 이바노프는 이런 식으로밖에 배우지 못했기에.

고대현에게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나마 다른 게 있다면 더 알기 쉽게 부숴준다는 것 정도일까.

“흠흠.”

그녀가 계획을 짜고 있을 때였다. 뒤에서 굵직한 음성이 귓전을 침범한다. 고개를 돌리니 건장한 체격의 남자, 바체슬라프가 서 있었다.

“일은 잘됐어요?”

“미안미안, 아직 위치가 정확하지 않아서 애먹는 중이란다.”

“꼭 성공해야 하는 거 알죠? 그래야 만날 수 있으니까.”

“암, 당연하지.”

그렇게 말한 바체슬라프는 벽에 걸린 빨간색 지도를 응시했다.

모든 대륙이 하나로 합해진 지도는, 다시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견고하게 묶여 있었다.

바체슬라프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야 혁명을 할 수 있으니.”

* * *

심상력 훈련을 시작한 지 2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담당 선생님인 클로이 연은 슬슬 성과를 보고자 했다.

“자, 이번엔 훈련을 토대로 직접 컨트롤해 보는 시간을 가지자.”

체육관에 캡슐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가상현실 헤드셋이 제공되었다. 역시 게임고라는 말이 곳곳에서 나오기를 잠시.

띠링.

별안간 접속을 시작한 학생들이 한 장소에 모였다.

전교생이 모일 수 있게 만든 특별 훈련 모드였다.

‘각자 움직이면 평가가 제대로 안 되니까.’

클로이 연은 각각 앞으로 나와서 자신 있는 챔피언을 컨트롤하라고 말했다.

“픽하는 챔피언은 어려운 거로 고르렴. 그래야 수업을 한 보람이 있잖니.”

그녀의 말에, 다양한 챔피언들이 앞으로 나왔다.

베크스, 얄리스, 너달리 등등······.

‘음, 나는 뭐하지?’

그런 와중.

‘그러고 보니 이것도 연습 많이 해야 하는 챔피언인데 안 했네······ 이참에 해야지.’

고대현은 픽창을 보다가 돌연 한 가지 챔피언을 선택했다.

“꼬그모? 너 꼬그모도 했었어?”

의외인 걸까.

아니면 영상 때문에 그런 걸까.

옆에서 유금옥이 물어본다.

이에 고대현은 웃으면서 답했다.

“아, 이번에 해보려고.”

꼬그모의 카이팅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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