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95화 (95/200)

제95화

#95화

전지수와 1대 1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6시간 전이었다.

‘언제 테라피룸에 가서 말이나 걸까 했는데.’

사실, 대현은 대기실에서 전지수를 곁눈질로 주시하고 있었다.

전지수는 정태룡과 노선이 달라서 컨트롤을 자세히 볼 기회가 적으니까.

OT 때 팀이었던 걸 제외하면, 적으로 만난 적조차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간단하게 권유해봤는데······ 예상보다 흔쾌히 수락해줬다. 고대현은 전지수를 데리고 이하린에게 갔다.

“야, 3인큐 할 사람 데려왔다.”

“어? 이 사람은······.”

이하린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아하, 소리를 내었다.

“OT 때 너랑 같은 팀이었던 애구나?”

이하린은 어색하게 서 있는 전지수와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그녀는 전지수와 붙었을 때를 짧게 상기했다.

분명 손아귀 힘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순간 당황해서, 빠르게 처리했을 정도로 말이다.

‘궁금하네······, 거기에 더해서 상위권이고.’

이하린의 눈빛이 반짝인다.

강한 학생과 붙는 것이 이 학교에 온 목적이라는 게 오랜만에 기억났다. 그녀는 대현에게 같이 해도 괜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같이 해도 되는 거지?”

“응.”

“그럼 3명이서 LOH 하는 걸로 결정.”

“그라운드 제로는 안 하게?”

“그건 어시스트 쌓이는 거 봐서.”

“어시스트는 갑자기 왜?”

“아, 그냥, 그런 게 있어.”

그리하여 이하린, 고대현, 전지수는 캡슐에 들어가서 접속하게 되었다. 전지수는 캡슐에 누우면서 생각했다.

‘둘 다 같이 해서 나쁠 건 없는 애들이다.’

고대현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실력 향상을 이루었으며.

이하린은 예상외의 날렵한 움직임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같이 하면서 정보를 알아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조건도 어느 정도 만족한 것 같고.

‘3인큐니까 아빠도 뭐라고 안 하시겠지?’

띠링.

3명은 별안간 소환사의 계곡으로 진입했다.

* * *

5명과 5명이 맞붙는 소환사의 계곡.

그곳에서 탑 붸인 한 마리가 미니언 사이를 구른다.

푝푝-!

붸인의 은화살이 적에게 닿는다.

맞라인 상대는 망치를 주로 쓰는 탱커 챔피언인 삐뽀였다.

삐뽀는 밀치기 스킬의 판정이 좋은 편인지라 탑에서 꽤 자주 나오는 챔피언이었다.

퓩퓩칭-!

하지만 구르기 스킬이 있는 붸인은, 밀치기 따위는 가볍게 피해버리고 평타를 때렸다. 붸인의 스킬 패시브가 터지면서 고정 대미지가 들어간다. 아무리 몸이 단단한 탱커 챔피언이라도, 원거리에서 고정 대미지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체력이 떨어졌다.

챙-!

중간에 삐뽀가 달려오면서 방어 장막을 펼쳐도 의미가 없었다. 일부러 방어 장막이 펼쳐질 때를 예측해서 구르기를 쓰지 않았으니까.

단지 볼트 발사로 밀어내서 견제하고, 범위 밖에서 공격하기 를 반복한다.

‘온다.’

가끔 상대 정글 그브가 모습을 비추긴 했다.

하지만 정글의 갱킹마저도 붸인을 막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붸인을 컨트롤하는 이의 정체는 전지수니까.

저런 어설픈 갱 따위는 다 파훼가 가능했다.

전지수는 돌아가는 그브의 등을 보면서 팀 간 전음으로 말했다.

“정글 탑에 있어.”

“확인 완료.”

“탑? 알았어.”

알겠다고 답하는 대현과 하린.

전지수는 우물로 복귀하면서 지도 스크롤을 펼쳤다.

현재 바텀에 있는 챔피언은 카리브스타와 세토.

카리브스타가 고대현이고, 이하린이 세토였다.

‘카리브스타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데······, 괜찮으려나?’

전지수는 의외로 비등비등한 바텀을 보면서 턱 끝을 만졌다.

카리브스타는 평타를 날리면서 폴짝폴짝 뛰는 챔피언인데.

평타로 창을 찔러 넣어서 누적 스택을 쌓는 게 핵심이다.

즉, 카리브스타를 잘하려면, 점프 무빙을 하면서 창을 최대한 많이 찔러 넣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초보자가 하기 어려운 동작이었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카리브스타 -> 캐이사]

아군 더블킬!

[카리브스타 -> 유메]

“응?”

하지만 전지수의 걱정이 무색하게.

대현은 시간이 지날수록 능숙하게 적 바텀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뭔데 벌써 더블킬이야?’

라인은 어차피 프리징하고 있으니.

전지수는 삐뽀를 뒤로 한 채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바텀을 확대해서 보기 시작했다.

폴짝-!

푹-!

고대현의 카리브스타가 점프 스탭을 밟으며 미니언을 먹고 있었다. 미니언에 창을 던지면서 점프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깔끔한데?’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었다. 극한의 절제미를 추구하는 움직임이었다.

“어떻게 이런 컨트롤을······?”

전지수는 고대현의 과거를 상기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맨날 귀찮다는 듯이 대충하고 그랬는데. 도대체 언제 익힌 거지?’

단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많은 게 변했다.

대현의 CS파밍에서 격세지감을 느낀 전지수는, 조만간 탑을 정리하고 빨리 한타에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용 앞에서 벌어지는 한타에서, 그녀는 카리브스타의 움직임을 직관할 수 있었다.

우웅- 쿵-!

영혼의 부름 스킬을 통해 세토가 적진에 침투한다.

세토에게 어그로가 끌린 사이, 대현의 카리브스타가 창을 던지면서 스텝을 밟는다. 날아오는 스킬을 피하면서 상대를 고슴도치로 만들자 그대로 뽑아 뜯기를 시전 한다.

촤악!

삐뽀 같은 탱커라도 창을 중첩 시킨 다음, 한 번에 잡아 뜯으니 Hp가 금세 바닥을 보였다.

‘내가 크게 나설 것도 없잖아?’

한타가 시작되고 3번 정도 굴렀을까.

전지수는 크게 뭔가를 하지 않았는데 마무리로 접어든 게임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어질어질하네.’

적들이 도주한다.

고대현의 앞에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라운드 제로에서만 실력이 오른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구나.’

고대현과 같이 한 건 OT가 전부.

나머지 LOH나 언더워치에서 그를 마주한 적은 없었다.

해서, 단지 신경 지구력만 뛰어난 줄 알았다.

‘설마 정태룡은 이걸 미리 알고 포섭한 거였나?’

······전지수는 도망치는 적을 멍하니 응시했다. Hp가 매우 낮아서 한 대만 치면 죽을 것 같은 캐이사가 있었다.

“아.”

전지수는 딸피를 보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한타 중이니까. 이거부터 끝내야지.’

그리고 구르기를 써서 캐이사에게 은화살을 날리려고 쇠뇌를 들었다.

스스슥.

하지만 캐이사가 곧장 투명화를 사용해 숨어버리는 바람에 쏠 수 없었다.

‘공속 업그레이드를 했을 줄이야.’

전지수는 발끝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탐지계 비술의 묘리를 끌어올렸다. 본디 빙의체를 사용하는 LOH나 언더워치에서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붸인의 패시브를 일그러뜨려서 사용하면, 조금이나마 가능하니까.’

붸인의 패시브는 반경 범위에 적이 존재할 경우 이동 속도가 빨라지는 것.

전지수는 그 작동방식을 비틀었다.

원래라면 불가능하다만.

엄청난 기감의 소유자인 그녀는 이를 해낼 수 있었다.

찌릿.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전기 신호.

‘저긴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그곳을 향해 조준하고 준비를 할 때였다.

촤라락-!

어디선가 쓰렉시의 랜턴이 날아왔다.

쿵.

초록색 구체가 앞을 가로막으며 시야를 어지럽힌다.

“크읏······.”

잠깐 보인 찰나의 틈.

은신 상태가 끝난 캐이사가 간신히 랜턴을 잡았다. 거의 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휴, 탈출.”

그대로 랜턴을 잡고 저 벽 너머로 날아가는 캐이사.

과연, 아군을 살리는 용도로 제일 많이 쓰이는 쓰렉시의 랜턴다웠다. 저렇게 빨리 움직이면서 아군을 낚아채 가는데, 어떻게 저지하겠는가.

‘더 빨리 잡았어야 했는데, 딴생각하다가 실수했다······.’

쫓아가기엔 거리 차이가 있다.

이에 전지수가 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였다.

피이잉-!!

그녀의 어깻죽지 뒤에서부터 들려온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것이 소리를 키워가면서 붸인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저, 저건?”

초록색 장창.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이 카리브스타의 창이었다.

저걸 언제 날린 걸까.

전지수는 멍하니 날아가는 창을 보다가, 일순 흡- 하고 숨을 삼켰다.

쒜애액-!!

창의 돌진이 멈추지 않는다.

살짝 휘어지고.

랜턴을 잡으면서 고속으로 후퇴하는 캐이사를 향해. 올곧게 날아간다.

이윽고.

푸욱-!

적을 처치했습니다.

트리플 킬!

[카리브스타 -> 캐이사]

딸피였던 캐이사가 땅을 밟음과 동시에 사망했다.

그것도 카리브스타의 창에 맞아서.

본디 랜턴이 주는 소량의 실드 때문에 살 법도 했지만, 아이템 차이로 인한 평타 대미지 격차로 인해, 캐이사는 한 번에 죽어 버린 것이었다.

“대현······ 방금 그건?”

전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빙의체 상태에서 비술을 쓰기 위해 패시브를 비틀기까지 했다. 한데, 아무리 봐도 굴절 활 파생 비술에 가까워 보이는 기술을. 어떻게 고대현이 사용했을까.

‘정태룡이 쓰는 거랑 비슷, 아니······. 고대현이 선보인 게 더 깔끔해.’

상대를 추격하면서 최소한의 굴절변화만 이루어진다. 이건 그도 못 하는 것.

정태룡과는 같은 반이며 라이벌 관계기에.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전지수는 그저 입을 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놀란 건 이하린도 마찬가지였다. 뤼신을 잘하길래 탐지계에 적성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종류의 비술을 사용하다니.

‘아니, 그것보다······.’

“뭐야, 너 저런 거 쓸 줄 모른다면서.”

“저거?”

이하린이 물어봐도. 고대현은 전혀 모른다는 말투였다.

아니, 알고 있는데 모른 척하는 말투로 일관했다.

한편.

‘그냥 쐈는데, 평타가 그대로 움직이는 걸 어떻게 설명하냐.’

내면의 공간 안에 있는 고대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앳쉬를 했을 때는 뒤에서 포킹만 해서 티가 안 나다가 오늘 이렇게 되었다. 아니, 뭐, 대충 되는 줄은 알았는데··· 저렇게 끝까지 따라갈 줄은 몰랐다고.

고대현은 이번에야말로 그냥 넘기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빨리 설명해봐.”

게임을 승리로 끝낸 뒤.

전지수와 이하린이 추궁한다.

“어, 음, 그냥 어쩌다 보니 나온 거라니까?”

때문에, 그는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그건 나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봐, 1반 애가 그렇다고 하잖아.”

전지수는 그녀 나름대로 원딜 실력을 높이고 싶어서.

이하린은 그냥 고대현이 괘씸해서 달라붙었다.

그렇게 심문을 당한 끝에.

“흠.”

고대현은 속으로 상황을 정리한 뒤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냥. 하니까 되던데?”

* * *

“정예 병력과의 일대 다 과외를 안 받겠다니······.”

기간티아 성의 성주, 전인택은 홀로그램을 보면서 미간을 좁혔다.

이제 중요한 시기인데 친구랑 해서 어쩌겠느냐고.

어차피 성의 정예 병력만도 못할 게 뻔하지 않냐고.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린 그는 관전창을 켰다.

친구랑 하는 것도 좋다고 답장했지만, 막상 봐서 못하면 갈아치울 작정이었다.

“이제 라그나로크가 코앞이다. 지수도 슬슬 세상의 무대에 모습을 비추게 해야지.”

전지수는 오빠인 전천후보다 재능이 더 뛰어나다.

따라서, 그녀는 성주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물론 아직 최상위권의 벽을 뚫지는 못했지만.

아직 1학년이니까.

더 훈련하면 금방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야나 이바노프 같은 날파리만 안 낀다면 말이지.’

으득.

로딩이 끝나고.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간 전인택의 눈앞에 관전창이 나타났다.

“어디 보자, 3인큐로 하고 있군.”

전인택은 곧장 같이하는 인원의 전적을 검색했다.

띠링.

그리고 결과가 나온 순간.

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으음? 내가 잘못 본 건 아니겠지?”

존재해서는 안 되는 티어를 본듯했다.

‘아니, 고티어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런······.’

처음에는 의아함.

시간이 지나자 어이없음을 느낀 그는.

상반신을 기울여서 관전창을 자세히 응시했다.

“이 녀석이 야나를 저지한 놈이군. 원딜폼은 나쁘지 않은데, 어떻게 티어가 그 모양인 건지······.”

전인택도 고위급 성주답게 고대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관전까지 하면서 자세한 컨트롤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도 야나를 감옥에 처넣는데 도움을 준 녀석이니, 한번은 봐주도록 할까.’

기간티아 성주는 자비로운 표정으로 관전창을 내려다봤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음?”

전인택의 눈이 별안간 동그랗게 커졌다.

그는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돌려봤다.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하기를 수분······.

마침내 잠잠해진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과외 선생 후보를 바꿔야겠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