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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93화 (93/200)

제93화

#93화

모든 반이 체육관으로 이동하기 전.

각 구간의 담당 선생님에 의해 피드백이 이루어졌다.

“39반은 더 정진하도록.”

39반은 이번 평가전 피드백에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특별 전형 합격자가 끼어있는 탓에, 평균 티어가 최하위인 반과 붙어서 전패했으며.

4대 5였던 LOH에서 마저도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평가전에서는 잘하자.”

“LOH연습 좀 더 해야겠어.”

“그러게…….”

39반은 축 처진 채 이번에 받은 학교 코인을 계산했다.

다행히도 말싸움이 오가진 않았다.

싸워봤자 평가전 결과는 더 안 좋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다들 한 것이었다.

“20밖에 안되네…….”

“20이면 얼마나 적은 거지?”

“이 정도면 아마 한쪽 벽면도 못 채울걸?”

한편, 대략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강대협의 미간이 좁혀졌다.

‘겨우 20…….’

전투를 치른 후.

좋든 싫든 성의 일부가 부서지거나 타격이 갈 텐데.

남은 잔여 코인을 계산하니, 한두 번 보수할 수 있는 양이 전부였다.

“……40반은 이번에 대충 파악했으니까. 다음에 잘하자.”

“이번 평가전에서는 꼭 이겨야 해.”

그래도 40반은 저번 판으로 얼추 파악했다.

어차피 평가전은 매주 있으니.

결국 장기적으로 전략을 잘 짜는 사람이 유리했다.

‘한 학기 동안은 40반을 잘 분석하면 끝날 일이야. 계속 1반이랑 붙는 2반보다는 훨씬 낫지.’

안 좋은 생각만 해봤자 나아질 일도 없기에.

39반은 패배감을 털고 다음 수업을 위해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수업 내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심상력 강화 수업이라…… 이건 뭐 하는 거지?”

“그러게. 심상력은 내부에서 직접 컨트롤해 봐야 강화되는 거 아닌가?”

심상력 강화 훈련이 따로 있지는 않다. 체육관에 도착한 학생들은 클로이 연의 방식이 생소했다. 그냥 하다 보면 오른다는 식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

“나도 몰라.”

그녀가 눈을 감고 아무거나 떠올려 보라고 하는 순간까지, 그저 눈만 감았다가 뜬 사람도 있었다.

‘좋아, 2개 성공.’

그런 와중.

강대협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원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강대협의 형은 게임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니까.

‘형이 알려준 거랑 크게 차이는 없네.’

기본적인 원이 인간형 심상이며, 각 챔피언마다 최적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그는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다.

‘다른 애들은 거의 1개로 놀고 있군.’

강대협은 2개의 고리를 보면서 정신을 집중했다.

생각을 2배로 해야 하기에.

개수가 많을수록 요구 집중력이 높아진다.

스르륵.

시간이 지나면서 강대협의 고리가 점점 변화한다.

궁극기를 써서 분신까지 2개를 컨트롤했던 경험을 떠올리자, 2개의 원이 자유자재로 컨트롤된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옆을 보았다.

배치상 오른쪽으로 갈수록 상위권 반이 있었다.

‘상위권 반은 역시 다 알고 있네.’

2개로 만족했던 강대협의 시선이, 빛나는 고리 여섯 개를 컨트롤 하고있는 조지아에게서 멈춘다.

분명 두뇌 회전이 빨라서 여러 개를 빠르게 컨트롤하는 걸 잘한다고 그랬지.

뛰어난 사람은 조지아뿐만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직접적으로 가르쳐주기 전이 건만.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하암…….”

기하학적인 모양이나, 아예 고리를 겹쳐서 입체로 구성한 범단월과 정태룡, 전지수가 눈에 들어온다. 전부 강대협과는 수준이 한층 달랐다.

‘조금만 딴생각이 나도 흐트러질 텐데…… 집중력이 대단하네. 그래도 뭐, 상위권한테 저 정도는 당연한 거니까.’

강대협은 상위권 반에서 멈춘 시선을 다시 원래 자리로 복귀시켰다.

어차피 수준 차이가 나기에 열등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이라 그런지 미숙한 애들이 태반이니까.

“오, 그거 어떻게 한 거야?”

그때였다.

강대협의 심기를 거스르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여러 개네?”

“글쎄다. 그냥 눈 뜨니까 이 모양인데.”

오른쪽이 아닌 왼쪽.

그러므로 많아봤자 한계가 있을 텐데…….

무심코 고개를 돌리니 뛰어난 바람 검사 컨트롤로 팀을 나락으로 보내버린 존재.

평가전 주요 패배 원인인 고대현이 태연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저건?’

바람 검사를 컨트롤하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으니.

대충 2개에서 3개일 거라 예상한 강대협이 고대현이 만든 심상 고리의 수를 확인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강대협은 곧장 입을 벌리고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고대현 앞에 있는 고리의 수가 8개를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무슨……?’

정제되어서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라 계속해서 분열한다.

도대체 집중력의 레벨이 어느 정도까지란 말인가.

이를 멀리 있던 클로이 연도 느끼고 다가온다.

“대현 학생, 오늘 처음 한 거 맞지?”

“네? 네.”

고대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한다.

고리의 분열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를 본 클로이 연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무한 분열 형…….’

심상 고리 훈련은.

요리로 따지면 가열 시간 정도의 권고 사항이며, 내면의 단축키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고리를 별 모양으로 만들어서 회전시키는 것에 능숙해지면, 부스터 온의 게틀링 건 조종이 더 정교해진 다던지.

여러 가지 부유 장치들을 조종하기 편해진 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어떤 형상을 떠올린 건지 말해줄 수 있니?”

“음, 그냥 1대1 장면 상상하면서 집중하니까 되던데요?”

하지만 무한 분열 형만큼은 이야기가 달랐다.

‘저게 가능할 정도면, 집중했을 때 투사체가 엄청 느리게 보인다고 하던데.’

순간적인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면 일어나는 현상.

조지아와는 다른 의미로 대단한 것이었다.

‘40반의 고대현…….’

클로이 연은 대현의 검날 흘려내기 장면을 상기했다.

그는 핸조의 연속 사격은 물론이고, 일출의 시간까지 튕겨냈다.

그렇다면 저런 형태가 나오는 게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지.

“쟤는 뭐야?”

“뭔데 그래?”

클로이 연이 가만히 있자 39반은 물론이고 38반의 인원까지 기웃거린다.

심지어 1반의 전지수까지도.

그러나 정작 이러한 감정이 들게 한 장본인, 고대현은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크흠.”

그저 시선이 쏠리는 게 불편했는지 손을 휘휘 저어서 고리를 없애버린다.

‘아차…….’

그 모습을 본 클로이 연은 지금이 수업 시간이라는 걸 깨달은 뒤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컨트롤할 때 좋은 기본 심상 구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게 어딜 봐서 아이언이야.’

강대협은 이번 평가전 대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 *

40반은 오전 수업을 끝낸 뒤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근데 우리 정규전은 언제쯤 열려?”

숟가락을 움직이고 있던 고대현이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정규전?”

“응, 이제 슬슬 할 때 아닌가 싶어서.”

정규전.

원래 세계로 따지면 랭크 게임.

이쪽 세계에서는, 랭크 게임이 특정 시기에만 가능하다.

중간, 기말고사 비슷한 개념이니까.

하고 싶다고 해도, 하는 게 불가능.

때문에 고대현의 공식적인 티어는 아직도 아이언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보통 6월이랑 10월 초에 해. 근데, 너 게임고 학생이면서 정규전 일정도 모르다니 참…….”

말을 하던 이태원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규전 일정도 모르는 애가 게임고에 들어오다니.

그리고 학기 초만 해도 발목을 잡을 줄 알았던 사람이, 지금은 팀을 캐리하고 있다니.

이태원은 사이드로 나온 빵을 질겅질겅 씹으며 중얼거렸다.

“왜 모를 수도 있지.”

“맞아, 대현이는 캐리만 해주면 돼.”

당사자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애들이 나서서 편을 들어준다.

이태원은 장난으로 한 말이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고대현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6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궁금했던 점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시험은 며칠 동안 해? 설마 하루 만에 다 끝내는 건 아니지? 한 일주일 하나?”

원래 세계에서는 시험을 3일에 걸쳐 치른 적이 많았다. 하루에 일정 과목 몇 개씩 3일 정도 한 게 일반적이다.

게임이라는 건 시간을 참 많이 잡아먹으니까.

여기도 장기적으로 치르는지 궁금해졌다.

“으, 응?”

“??”

그런데 이런 대현의 의문에.

앞에 앉아 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아까까지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라면서.

지금은 진짜로 모르냐는 얼굴들이었다.

“그때는 오버클럭 해서 시간 밀도가 달라져.”

결국 보다 못한 허건섭이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오버클럭?”

학교에서 보는 중간 기말은 내부 인원으로만 하기에 오버클럭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대규모의 인원이 보는 정규전은.

“밖에서의 1시간이 내부에서는 5시간으로 변해.”

“아아······.”

내부의 시간 흐름을 조정한다.

중요한 시험 때만 허용되는 오버클럭.

판당 시간이 길다 보니 이런 식으로 여유를 늘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되게 지루할 것 같네.”

“응. 실제로 끝나고 나면 대부분 번아웃이라서, 1주일 정도는 수업 안 해.”

“오, 그건 좋─.”

좋네, 라고 말하려던 고대현의 입이 멈췄다.

어차피 안 해도 게임 할 건데…….

생각해보니까 좋고 뭐고 딱히 상관이 없었다.

그나마 나은 게 있다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된다는 것 정도였다.

“대현, 진짜로 입학하기 전에는 게임 많이 안 해봤구나.”

그때였다.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 유금옥.

일반적으로 경악하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그녀는 어제 봤던 정보를 종합하고 있었다.

‘주말에 본 계정 기록에 따르면 진짜로 많이 안 해봤던데……. 단기간에 이렇게 발전한 건가?’

고대현을 통해 핸드 무비와 컨텍하게 된 그녀는.

주말 동안 김성현 대표와 메시지를 나누며, 앞으로의 컨텐츠 방향성에 대해 토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대현의 모든 서브 계정 정보를 얻게 되었다.

‘고대현이 야나로 의심받은 사람이었을 줄은 몰랐네.’

되짚어보면 유추할 거리는 많았지만.

당시에는 아직 대현과 거리감이 있던지라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유금옥은 포크로 접시에 있는 고기를 푹, 찍으면서 김성현 대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나는 라그나로크 준비 때문에 당분간 일이 있어서…….

-그동안 제가 몇 개 하면 되는 거죠?

-응, 너무 많이 할 필요는 없어. 그냥 3대 종목으로 2개 정도면 될 것 같아.

-네! 맡겨만 주세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당연하게도 자신은 아니고, 고대현을 모델로 한 영상 말이다.

핸드 무비는 최근에 떠오르는 채널 중 하나였으니.

유금옥은 영상을 대충 만들 생각이 없었다.

“야.”

그래서였다.

유금옥이 오후 수업을 끝낸 뒤 기숙사로 향하는 고대현의 옷깃을 잡은 것은.

“오늘 같이하자.”

핸드 무비 측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비교적 여유로운 오늘 하는 게 어떻겠냐고.

그녀가 말하자 고대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오늘 채널에서 연락 왔더라고.”

“그래?”

“어, 대표님이 네 영상 스타일 괜찮대.”

“크, 흠, 다, 다행이네.”

결과물을 인정받아서 기분이 좋아진 유금옥.

그녀는 고대현을 따라서 기숙사 지하에 있는 캡슐방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가는 길.

유금옥은 이하린과 마주쳤다.

이하린은 캡슐방 옆에 있는 헬스장에 자주 오는 편이었으니까.

“어? 둘이 같이하게?”

“응.”

“그럼 나도 껴서 3인큐로 할까?”

이하린은 학기 초에 있었던 켄지 튕겨내기 실험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한 명이 더 있다고 해서 나쁠 건 없으니, 유금옥도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끄덕이려고 할 때였다.

“잠깐.”

고대현이 이하린에게 말한다.

“한판 정도는 둘이서만 하고 싶어서.”

“둘이서?”

“듀오로 돌릴 거거든.”

“듀오?”

이하린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 그럼 내가 탑이나 미드 가면 되는 거 아니야?”

“안돼.”

“어라? 왜……?”

고대현은 둘이서만 해볼 조합이 있다면서 캡슐방으로 향했다.

이는 오늘의 퀘스트 중 하나인 ‘듀오로 하기’ 퀘스트 때문이었지만.

‘뭐지.’

사정을 모르는 이하린은 묘한 거리감을 느꼈다.

하지만 뭐라 할 말은 없기에.

“그럼 난 운동하고 나서 합류할게.”

“어, 끝나면 연락할 거니까 그때 들어와.”

‘평가전을 대비해서 새로운 조합이라도 연습하는 거겠지…….’

이하린은 멀어지는 둘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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