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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92화 (92/200)

제92화

#92화

학교로 복귀한 다음 날 아침.

‘방에 들렀다 갈까.’

일과에 따른 운동 후 기숙사에 들른 고대현.

그는 오랜만에 오늘의 퀘스트 내용을 살폈다.

[오늘의 퀘스트]

-듀오로 1판.

-LOH로 어시스트 20개 이상.

듀오로 게임 1판과 어시스트 20 이상이라…….

같이 하면서 어시스트를 많이 챙길 법한 포지션은 서포터였다.

자연스레 바텀 듀오로 가면 좋겠다는 스멀스멀 올라온다.

‘누구랑 같이할까.’

고대현은 적당한 후보군을 떠올리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가는 길. 복도가 길어서 그런지 자꾸만 다른 반의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스쳐 지나가면서 보이는 상위권 교실의 시설은 언제봐도 좋아 보였다.

‘나도 빨리 윗반으로 올라가든가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40반 문 앞에 섰다.

드르륵.

[오늘은 평가전 피드백에 들어갈 예정이니 교실에서 대기하고 있거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스크린에 안내 문구가 떠 있었다.

내용을 보아하니, 평가전 피드백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 주에 평가전을 했었지.’

너무 쉽게 이겨서 그런 걸까.

평가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대현은 기억을 더듬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나름 유명해 보이는 사람 한 명을 참교육하고, 이어서 다음날 이하린의 집에 방문했다.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평가전을 기억할 틈 따위는 없었다.

‘자기 전에 동작 등록을 하기도 했고 말이야.’

기숙사에 방문 후.

대현은 이하린에게 배웠던 동작을 단축 버튼에 등록했다.

배운 기술이 다양하지 않기에 2개 정도 등록하니 끝이 났다.

나머지 버튼은 상대에게 물건 주기라던가 인사하기로 때웠다.

F 키로 무기를 든 다음, 단축키로 팔을 뻗으니 건네주는 모양새가 예상보다 자연스러웠다.

‘이제 비술만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는 것이라면 익혀두는 게 좋다.

결국 상위권으로 갈수록 미세 컨트롤 싸움이 중요하니까.

LOH나 언더 워치는 몰라도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체감이 클 것이다.

대현은 유금옥과 이야기를 나누는 이하린을 응시했다.

잠깐 떠오른 의문에 불과했으나, 하루 동안 곰곰이 생각한 결과.

이하린은 정체불명의 비술을 쓰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가르쳐달라고 할까?’

딱 보니까 비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고.

그런 사람이 익히고 있는 거니까 구리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봤을 때 강해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물어본다고 해서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나중에 상황이 되면 말해봐야지.’

당장은 급하지 않다.

등록한 단축키마저도 당장은 사용할 일이 없을 거다. 아마 그렇게 되기 전에 적이 쓰러질 테니까. 그나마 쓸 곳이 있다면 야나 이바노프 정도?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쓸 상황은 훈련 대륙 수업밖에 없겠지.

드르륵.

그렇게 생각하는 도중.

김원 선생님이 40반 교실에 들어온 건 오전 9시쯤이었다.

그는 홀로그램에 떠 있는 자료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피드백은 언더 워치부터 진행할게.”

이번에는 따로 불러내서 상담하진 않았다.

팀 게임이니까 피드백도 팀 전체가 듣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듯했다.

김원은 스크롤을 넘기면서 특이 사항을 메모한 부분을 펼쳤다.

타임 라인 같은 섬네일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고, 그 옆에 설명이 적혀 있었다.

“초반에 앞을 확인 안 하고 나갔네? 상대 조합을 보고 조심해서 움직였어야지.”

“아, 네…….”

“그리고 다들 컨트롤은 좋은데 뒤를─.”

언더 워치는 전체적으로 쓴소리를 많이 들었다.

한 명에게 의지하는 게 크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한 명은 당연하게도 고대현이었다.

“탄환을 맞고 기둥에서 떨어지는 순간에도 침착을 잃지 않았지…… 너희들도 대현이를 본받으렴.”

김원 선생은 홀로그램 화면을 분할시켜서 각자의 앞에 두었다.

보여주는 장면은 마지막 부분.

기둥에서 떨어지는 핸조가 솔쟈보이를 조준하는 장면이 모두의 눈에 각인된다.

“그 순간에도 활을 안 놓은 거야?”

“마지막에 저런 식으로 이겼던 거구나…….”

평가전의 전체적인 기록은 비공개였기에.

40반 아이들은 이제야 자세한 전투의 윤곽을 확인한 참이었다.

다들 수군거리면서 대현의 기록을 돌려본다.

항상 적을 노려야 하는 건 기본. 그러나 순간적인 보호 본능 때문에, 저런 폭발의 순간까지 적을 조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놓쳐도 다시 리스폰 되긴 하는데······ 순간적으로 조준한 거치고는 지나치게 정확해.”

보고 있던 허건섭이 중얼거린다.

그는 표면상으로 이 반에서 티어가 제일 높은 학생이었다.

그렇기에. 이쯤 되면 허건섭도 대현의 본 실력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너, 나중에 금방 위로 가겠네. 적어도 20반이나 10반 라인에는 들어갈 것 같은데?”

“너무 띄워주는 거 아니냐?”

대현은 고개를 저으며 웃어넘겼다. 물론 실제 목표는 훨씬 더 높은 지점이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이럴 때는 조용하게 넘기는 게 좋으니까.

“자, 다들 잘 봤지?”

그렇게 언더 워치 피드백이 끝나고.

별안간 LOH와 그라운드 제로 피드백이 시작되었다.

LOH는 4대5로 진행되어서 그런지 평가가 후했다.

중간중간 모난 부분은 있지만, 한 명이 빠진 상태로 이겼으니 크게 꼬집을 만한 건 없었다.

그나마 말할 게 있다면 픽 조합 정도인데.

“바람 검사는 원래부터 했던 거니?”

김원이 고대현을 보면서 말했다.

“네.”

고대현은 바람 검사로 바텀 솔라인을 섰다.

처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능숙한 동작이었다.

김원은 고대현과의 첫 상담을 떠올렸다.

‘그때 주 챔피언을 하나씩 조사했었지’

간단하게 자신 있는 픽을 말하라 했고.

이에 고대현은 바람 검사를 입에 담았었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네.’

그는 대현에게 후반 한타 장면을 보여줬다.

“바람 검사 컨트롤이 아주 능숙해. 특히 이 부분-.”

바람 검사로 젤아스의 뒤를 쫓을 때 쓰던 기술.

EQ 점멸이 재생되었다.

“레드 골렘에 보법을 타면서 점멸을 쓰는 거 보니까 처음부터 의도했던 거지?”

“네.”

“그렇다면 소질이 있는 거군.”

김원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몇 가지를 더 메모했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까지 다 봐주고.

얼마나 지났을까.

이어서 그라운드 제로 피드백 시간이 되었다.

“태원이는 시가지 전에서 은엄폐좀 잘해야겠구나. 기록 보니까 머리 내밀다가 죽는 경우가 많네.”

“아, 네.”

“그리고 장전 속도가 느려. 기본 동작 연습 좀 해야 할 것 같다.”

고대현을 제외하고는 장전 속도가 기대 이하였다. 그나마 이하린이 좀 빠른 수준이었다.

‘그나저나, 이하린은 혼자서 단독으로 움직인 것 치고는 성과가 좋네. 적진에서도 침착하고.’

비록 고대현에게 밀렸지만, 이하린도 신영범 학년 담임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학생 중 하나였다. 오티 때 움직임이 좋더니 이 정도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다.

“하린이는 잠입 실력이 좋아. 이번에 적 교란을 능숙하게 잘하던데 이게 본래 스타일이지? 잘했네.”

“에헤헤, 감사합니다.”

처음엔 팀워크 문제로 한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전략으로 칭찬받고 있는 그녀였다.

“방금 보여준 전체적인 피드백 내용은 개인 메일로 한 부씩 전송했으니, 더 궁금한 게 있는 사람은 거기서 체크 해.”

“네에─.”

피드백은 여기쯤에서 종료되었다.

그래 봤자 3판이기에 더 끌 것도 없었다. 김원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창문 밖을 응시했다. 다음 수업은 가상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서 직접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었다.

“적당히 자습하다가 시간 되면 체육관으로 이동하렴.”

“체육관이요?”

“응, 오늘은 심상력 강화 수업이란다.”

또 저번처럼 몸 쓰는 건가?

이하린의 집에서 수련했기 때문에 약간의 근육통이 생긴 고대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번에도 빠질 수는 없으니 가긴 가야겠네.’

저번에 했던 홀로그램 측정처럼 귀찮은 게 많을 거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대현은 별안간 체육관에 도착했다.

들어가니 클로이 연 선생님이 반겨 주신다.

‘심상력 강화 수업이라…… 뭘 할지 궁금해지네.’

대현은 준비된 세트장을 훑었다.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바닥에 매트가 깔려있으며, 클로이 연 선생님은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큰 활동은 필요 없는 듯했다.

“오늘 수업은…….”

대현이 생각에 잠겨있으니, 클로이 연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특수 명상으로 진행할 거야.”

‘특수 명상?’

간단하게 수업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본 수업은 기계형, 동물형 등의 인외 챔피언을 위한 특별 마인드컨트롤 훈련이며.

보조를 위해 증강현실 장치까지 사용한다고 한다.

“각자 정해진 자리에 앉아봐.”

학생들이 바닥에 앉고.

이를 확인한 클로이 연은 바닥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지잉,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앞에 원이 생성되었다.

네온사인을 둥글게 굽혀서 만들어 놓은 듯한 고리였다.

“이건 심상의 형태를 시각화시킨 거란다. 실시간으로 내 뇌파와 신경 변화를 체크 해서 변화하지. 오늘은 이걸 통해서 수업해볼 거야.”

측정을 위해서 각자 배정된 필드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이어서 클로이 연 선생이 했던 과정을 모두가 튜토리얼처럼 따라 하자, 모두의 앞에 빛나는 고리가 나타났다.

“원이 기본형이야. 인간형을 다루는 심상의 형태라고 생각하면 편해.”

원은 기본적인 인간형 챔피언.

여기서 변주를 가하면서 최적의 상태로 맞춰야 한다.

사람 손가락마다 지문이 다르듯, 챔피언에게 맞는 심상의 형태도 다르니 말이다. 클로이 연은 이 과정에 앞서 기본적인 명상법부터 알려주기로 했다.

“자, 다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코로 천천히…….”

명상 방법은 간단했다.

정신을 집중하면서 눈을 감고 특정 심상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면 된다.

“지금부터 팔다리가 하나씩 가벼워진다고 생각하면서…… 내쉬고, 주 챔피언을 떠올리면서 움직여봐. 아마 움직이는 게 달라질 거야.”

꿈틀.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에 있는 원이 움직인다. 떠올린 심상에 따라서 변화하는 구조였다.

“인외 챔피언에 빙의했다고 상상하면서 머리를 굴려야 해. 그래야 변화가 생겨.”

이게 싱크로율이 제일 높게 나오는 방향으로 길을 제시해 줄 거라며.

클로이 연이 시범을 보이고, 그 후에 학생들이 따라 한다.

그러자, 꿈틀거리면서 마치 열쇠를 맞추라는 듯.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는 고리.

클로이 연은 체육관을 쭉 훑어보면서 입을 열었다.

“챔피언마다 최적의 형태가 있는데. 지금은 처음이니까 각자 자유롭게 해봐.”

오전 시간이라서 그런지 다들 군말 없이 숨을 내쉬었다.

‘가만히 앉아서 진행되니까 편하네.’

……분위기는 조용했다.

준비된 매트 위에서 각자 자세를 잡고 눈을 감고 있으니 당연한 거지만.

고대현은 자칫하면 졸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피드백 시간에 봤던 자신의 헤드샷 기록을 떠올렸다.

“흠.”

어차피 자신은 PC모드라서 심상력 수련용 명상은 의미가 없었다.

해서, 근래 들어 제일 어려웠던 국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부우웅.

불러온 기억 속 장소는 흔들리는 오토바이 위였다.

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줌을 당기고 쏴야 하는데 십자선이 가만히 있질 않는다.

즉, 탄알이 날아갈 지점을 예측해서 쏴야 한다는 건데.

‘그땐 운이었어.’

말이 예측샷이지 감지가 가능한 사람에 비하면 운에 가깝다.

정신을 집중하면서, 전지수라면 어떤 식으로 했을지 상상해본다.

‘나는 아직 느리다. 전지수였으면 더 빨리 없앴겠지.’

더 어렵게.

심상은 오토바이에서 1대 1장면으로 전환된다.

1대 1을 해본 적은 없으니 그저 상상일 뿐이지만.

서로 시가지에서 대립하며 머리를 노린다.

맵핵 수준의 감지력을 자랑하는 전지수.

해상 위에서의 더블킬과 단둘이 1대1을 하는 장면을 접목시키자 도저히 이기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위치가 감지된다고 가정하면, 먼저 시야각을 이용해서 사격을…… 아니, 그냥 접근해서 이하린처럼 하는 게 좋으려나?’

여러 가지 미래를 도출한 결과.

상대에 대한 데이터가 너무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과연, 전지수는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만큼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을까.

상상으로 해봤자 정신승리에 가까운 장면만 도출된다.

‘쓸모없어.’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언제 1대1이나 하자고 해야겠다.’

아직 서로 친한 단계는 아니지만.

대충 스터디 하자는 느낌으로 말하면 되겠지.

대현은 혼자서 배회하던 전지수의 모습을 상기했다.

권유하는 게 그리 어려울 것 같진 않았다.

“다시 내뱉고, 이제 다들 눈 떠봐.”

선생님의 말씀에, 고대현은 눈을 떴다.

밝은 빛이 들어오면서 미간이 좁혀진다.

“응?”

다들 저마다 찌그러진 타원을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고대현의 앞에는 여러 개로 분열하는 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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