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78화 (78/200)

제78화

#78화

고대현은 이하린과 함께 교실로 돌아왔다.

그는 이하린에게 슬쩍 몸 상태에 대해 질문했다.

“괜찮냐? 할 수 있겠어?”

“응, 문제없어.”

이하린이 자신의 팔뚝을 보여주면서 힘을 준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알통이 솟아오르지는 않았다. 건강미가 넘친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그래서 전 판에 샤크호가 계속 바텀 미는데 내가…….”

“······대현이가 쓰라는 장소에 잠수해서 들어갔는데, 바로 젤아스가 있더라고.”

“마지막에 바람 검사 궁극기가 잘 들어가서…….”

40반 인원은 전 판에 있었던 일을 무용담처럼 풀어놓았다.

4대5로 이긴 것이었으니, 이하린에게 설명이 필요했다.

[10분 뒤에 시작할 예정이다. 시간 맞춰서 접속하도록.]

그라운드 제로 평가전 안내가 뜬 건, 점심때 먹은 음식이 어느 정도 소화됐을 때였다.

[링크 스타트]

[게임이 대기 중입니다…….]

‘아직 대기해야 하네.’

가상현실에 접속한 고대현은, 내면의 공간에서 마우스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오랜만에 퀘스트 창을 훑었다.

[지속 퀘스트 : 하루 플레이 시간 : 6시간]

[오늘의 퀘스트 : 친구와 함께 플레이 3시간]

[종합시설 3단계]

[UI 4단계]

잔여 골드 : 40

매일매일 수업을 하고 게임을 돌리다 보니 골드가 빨리 생성되었다.

대현은 이참에 종합시설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종합시설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종합시설 3단계] -> [4단계]

정체 단계였던 시설이 4로 변환되었다.

UI는 감정표현 등의 기능 추가를 보여줬는데, 시설은 과연 어떨지…….

고대현이 팔짱을 끼고 PC를 가만히 응시할 때였다.

철컥철컥-

여러 장비가 변신 로봇처럼 구조를 바꿔나간다. 마우스의 그립감이 좀 더 좋아지고 스피커의 변형이 이루어졌다.

“오, 나쁘지 않네.”

이리저리 둘러보던 고대현의 시선이 문득 키보드에서 멈춘다.

키보드에서 독립된, 완전히 새로운 장비가 추가되어 있었다.

“이건……?”

이리저리 기울일 수 있는 플라스틱 기둥이 있고, 그 옆에 여러 개의 원형 버튼이 존재했다.

그걸 신기하고 보고 있자니, 별안간 눈앞에 새로운 문구가 나타났다.

[동작 등록 후 단축 설정이 가능합니다.]

[동작을 등록하세요.]

[등록하시려면, 좌측의 A 버튼을 눌러주세요.]

‘동작 등록?’

보아하니, 몇 가지 동작을 따로 설정해서 분리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행동에 제한을 느끼던 고대현은 입꼬리를 올렸다.

‘좋네.’

그는 주저 없이 좌측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의자 옆에 있는 바닥에 푸른색 원이 생성되었다.

“뭐지?”

고대현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푸른색 원 위로 갔다.

띠링.

[동작을 취하세요.]

‘응?’

턱 끝을 만지며 미간을 좁힌 그는, 별안간 새로운 장비의 작동 원리를 깨달았다.

‘내가 직접 움직이라는 거구나?’

고대현은 원 위에서 정권 지르기 동작을 취했다.

[모션 캡처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작 1, 버튼 1에 저장하시겠습니까?]

확인을 물어보는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눈앞에 있는 창을 유심히 내려다보던 고대현은 문득 이하린을 생각했다.

이하린이 보여줬던 동작은 따라 할 가치가 충분해 보이니까…….

‘나중에 이하린한테 가르쳐달라고 해야지. 밥 얻어먹었으니까 거절은 못 할 거다.’

고대현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 * *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몇 분 뒤.

40반 인원이 눈을 뜬 곳은 수송기 내부였다.

2팀이 붙는 구조인지라 수송기안에서 반별로 칸이 분리되어 있었다.

“어디로 가지?”

언제나처럼 허건섭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현재 맵은 그린 인페르노.

적당히 작으면서 녹지대가 많은 맵이었다.

“내가 먼저 내릴게. 상대가 언제 내릴지 정확하게 모르긴 하다만…….”

“해치 열리는 소리로 판단할 수 있을걸?”

“그럼 다행이고.”

전략은 간단하다. 시가지 전투에서 강한 이하린이 단독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인원은 외곽부터 파밍을 하면서 전기장 영역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난전으로 빠르게 승부를 볼 수도 있었지만. 39반과의 에임이나 전략 차이 등을 고려해서, 40반의 장점인 지구력을 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하린, 적당하게 보고 빼던가 해.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내가 알아서 할게.”

쿠궁.

해치가 열리는 소리에 맞춰서 이하린이 먼저 하강을 시작했다.

그녀는 39반이 내리는 위치가 대강 보인다고 말해줬다.

“흠, 우리는 11시 방향부터 시작하자.”

이하린을 제외한 나머지는 북서쪽의 섬에 내리기로 했다.

머지않아 고대현도 하강을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머리를 최하단부로 내려 박은 그는 제일 먼저 지면에 발을 디뎠다.

“아직 여유 있으니까. 천천히 파밍하자.”

대현은 이곳저곳 돌면서 배낭 안에 탄알과 구급약품을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이하린과 같이 떨어져서 그녀를 보조할까 했지만.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려되었다. 게다가 이하린이 단독으로 움직이고 싶다는 의견을 표했다.

‘그때 이하린이 야나와 싸울 때 보여줬던 움직임, 그거 나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

고대현도 그런 쪽에 로망이 있었다.

물론, 단순 동작 등록으로는 구현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입식 타격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휴, 파밍은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네.”

파밍을 끝낸 아이들이 짐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쓸만한 것을 골라서 분배했다.

“이건 네가 들면 되겠네.”

“내가?”

저번 연습에서 본 결과.

저격 실력이 예상보다 좋았기에, 고대현은 저격 소총인 M24를 들었다.

대현은 총을 이리저리 전환하면서 업그레이드된 장비의 감촉을 느꼈다.

‘이 정도면…… 불가능하진 않겠다.’

속으로 짧게 결론을 내린다.

에임은 어느 정도 복구됐다.

이제 적을 포착하기만 한다면 높은 적중률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4명은 이어서 인근 마을로 이동했다. 거기서 총의 파츠와 에너지 드링크, 진통제를 보충했다.

고대현은 서브 총으로 뭘 선택할까 두리번거렸다. 유금옥이 하나만 들고 다니라고 했지만, PC 모드이니까 부담될 일은 없었다.

‘오랜만에 보네.’

그러던 중, 대현은 익숙한 무기를 발견했다. 길쭉하면서 앞에 뾰족한 탄두가 달린, 예전에 임상배와 했을 때 들었던 무기, RPG가 있었다. 파괴력은 강하지만 세계가 바뀌고 나서 보기만 하고 써보진 않았다.

“이거 어떠냐? 하나 들고 다닐까?”

고대현이 RPG를 들고 오자 애들이 정색하면서 고개를 흔든다.

“그걸 쓰려고?”

“왜?”

“들고 다니기 귀찮은데, 막상 전투할 때가 되면 별로야.”

RPG는 거의 일회용으로 써야 하는 무기다. 들고 다니는 수고스러움에 비하면 가성비가 떨어졌다. 모두 그걸 들 바에는 다른 걸 쓰자는 마인드였다.

“내가 잘 들고 다닐게. 혹시 모르잖아.”

그러나 고대현은 이번 판에 이 무기를 써보고 싶었다. 어차피 힘들지도 않으니 놓고 다닐 이유는 없었다.

치직.

“적 발견했어. 중앙 사원 근처야.”

그때, 이하린의 장거리 통신이 들려왔다. 39반은 예상대로 중앙 사원에 내린 모양이었다.

“이제 어쩌려고?”

“대충 교란만 시키고 빠질게. 너희들 합류할 때까지 기다려야지.”

교란하는 레벨이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허건섭은 무리하다가 죽는 일은 없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 뒤로 파밍할 때마다 간간이 이하린이 소식을 전했다. 상대 팀은 이제 슬슬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중이라고 한다. 아마 전기장 범위가 나왔기 때문이리라. 40반도 전기장 범위에 따라서 이동을 시작했다.

“RPG는 기어코 챙기네.”

가는 길에 유금옥이 대현의 배낭 옆을 보면서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 대현의 배낭에는 RPG 하나가 달려 있었다.

“내가 드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렇게 들고 다니다가 결국 귀찮아서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그렇고 운전은 어떻게 할 거야?”

두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허건섭의 말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는 픽업 트럭의 앞에 서 있었다.

“운전?”

“일단 나는 잘못해.”

“가다가 전복될 정도만 아니면 돼.”

그린 인페르노가 사하라 사막 급으로 지형이 험준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한 명이 나머지를 다 태운 상태에서 조종해야 한다는 게 부담감으로 다가온 듯했다.

“내가 할게. 빨리 타.”

결국 고대현이 핸들을 잡았다.

부우웅.

엔진이 낮은 소음을 내면서 바퀴를 굴린다. 대현은 적당히 키보드를 누르면서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통과했다. 적당한 직진 길에 속도를 올리고 커브 길에서 속도를 낮춘다.

“생각보다 능숙하네?”

“꽤 해봤거든.”

이는 고대현의 PC모드 자동 보정 때문이었지만.

사실을 알 리 만무한 아이들은 저마다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거의 도착했다.”

지도를 보고 있던 허건섭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적이 있는 지역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우웅.

그때였다.

갑자기 위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가끔 레어한 무기를 떨어트리고 가는 보급 비행기였다. 위를 보니, 상자가 낙하산에 의지해서 천천히 내려오는 게 보인다.

“보급이나 먹고 갈래? 아직 시간 좀 남았잖아.”

거리는 멀지만, 자동차가 있으니 줍고 전기장 내부로 들어가기는 쉬워 보였다.

보급 상자에는 보통 좋은 배율과 총이 있기에 팀원도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대현은 곧장 방향을 바꿨다.

“뭐야, 온다면서 왜 방향 틀어?”

“보급 좀 먹고 간다.”

“아까부터 가만히 있어서 심심한데…….”

지도를 펼쳐본 이하린이 통신으로 칭얼거린다. 상대도 전기장이 좁혀드는 범위 내부인지라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보급품이 떨어진 전기장 경계선 구역. 그 근처에 차를 세운 고대현이 빠르게 보급 저격 소총을 손에 넣으면서 말했다.

“이제 가니까 조금씩 싸우고 있어 봐. 정면 싸움은 말고, 주의만 끄는 식으로.”

고대현은 양각으로 상대를 포위하면서 싸울 생각이었다. 이하린이 쏜 방향에 시선이 끌렸을 때 뒤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하린은 대현의 말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녀는 항상 붙어서 싸우는 게 기본값이었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총은 권총이 전부니까.

“알았어.”

그렇게 대답한 이하린은 휴양지 건물 내부로 살금살금 이동했다.

* * *

39반도 40반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점심을 먹으며 약간의 회의를 거쳤다.

“언더 워치도 지고, LOH도 졌는데 가망성 있냐?”

“글쎄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잘하고, 다음 주에 이기면 되지.”

학교 코인 지급용인지라 엄청 중요한 평가는 아니었다.

매주 있는 잦은 빈도가 이를 증명했다. 물론, 훈련 대륙에서 쓸 자원이 모자라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타격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었다.

다음 평가전이 오기 전까지 보완하는 수밖에…….

39반은 교실로 이동했다. 그러자 이제야 LOH 평가전이 끝난 반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강대협은 왜인지 모를 시선을 느끼며 교실 내부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좁았지만. 지금은 아늑하다는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39반 인원은 10분 뒤에 시작할 예정이다. 시간 맞춰서 접속해.]

앞에 있는 스크린에 안내 문구가 뜬다. 시간에 맞춰서 접속하니 그린 인페르노 맵으로 향하는 수송기 내부였다. 5대 5로 진행하다 보니 제일 작은 맵에서 진행하는 듯했다.

“다른 반이랑은 분리된 구조네.”

팀이 2개다 보니 수송기 내부는 둘로 나누어져 있었다.

39반은, 리더 역할을 하는 강대협의 주도하에 하강을 시작했다.

무기가 많이 나오는 섬의 중앙 사원이 그들의 목적지였다.

확률적으로 전기장 내부에 잘 걸치고, 파밍으로도 앞설 수 있는 위치였다.

펄럭.

강대협은 낙하산을 펼치며 주변을 둘러봤다.

근처에 떨어지는 40반 인원은 없었다.

이에 상대는 외곽지역부터 시작하려나 예상하는데…….

‘저 애는 뭐지? 애매하게 혼자 떨어지네.’

저 멀리서 낙하산 하나가 떨어지는 게 보인다.

‘한 명씩 움직이는 구조인가?’

40반은 특별전형 합격자들이 모인 곳이다.

그렇다면 전략을 일반적인 반과는 다르게 갈 수도 있었다.

각각 들 수 있는 짐의 양이 많으니 산개해서 파밍한 다음에 모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땅에 착륙한 39반 인원은 낙하산을 걷어낸 뒤 본격적으로 총과 총알 파밍을 시작했다.

9탄과 5.56탄, 7.62탄 AKM, QBZ, M416 정도가 손에 들린다.

전기장은 범위가 나온 것은, 39반이 부속 파츠로 스코프와 수직 손잡이, 붕대와 구급상자를 챙기고 난 다음이었다.

“전기장은 다행히도 중앙으로 좁혀드네.”

지도를 확인한 천연주가 고개를 끄덕인다.

“근처에 있는 건물로 이동해서 경계나 서자.”

“그럴까?”

“괜히 넓게 움직였다가 위치 노출돼. 그리고 아까 혼자 분리해서 떨어진 애도 신경 쓰이고.”

지금 있는 사원은 넓고 사방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문이 많았다.

좀 더 폐쇄적이고 관리가 편한 건물로 이동할 필요성이 있었다.

‘어차피 상대 팀이 여기로 올 확률이 높으니까.’

천연주는 그간 봤던 전기장의 범위 축소 데이터를 떠올렸다.

지금 구도대로라면, 2, 3차 전기장까지는 이 근처에 걸칠 확률이 높았다.

“그럼 미리 설계나 해놓자.”

“설계?”

“그거 있잖아. 탄알이랑 붕대 배치해서, 그거에 시선 끌린 사이에 처치하는 거.”

“아아, 그거.”

미끼를 던지는 것과 같은.

꽤 고전적인 방법이었다.

“그거에 걸릴까?”

“잠깐 멈칫거리기만 해도 좋아. 그사이에 쏘면 되니까.”

39반은 인근에 있는 휴양지 건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저격 총을 몇 개 더 획득했다.

‘40반은 지금쯤 다리를 건너왔겠지?’

천연주는 망원경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린 인페르노 맵의 북서쪽에는 거대한 섬이 있다. 그 섬과 그린 인페르노가 몇 개의 교량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사실, 그린 인페르노 자체도 작아서 큰 섬과 작은 섬이 근접해 있는 이미지였다.

‘아까 한 명이 떨어진 위치를 생각하면 이 근처일지도 몰라.’

4시 방향에서 11시 방향으로 향하는 수송기.

그 애는 자신들이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렸으니, 이 주변에서 감시하고 있을 확률도 존재했다.

‘한 명이 따로 떨어져서 위치를 알려주는 전략인가?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 것 같네.’

천연주는 다음 주에도 있을 평가전을 위해서.

상대의 전략 타입을 눈에 새겼다.

그렇게 들어오는 길목에 탄알과 붕대를 배치할 때였다.

스윽.

옆에서 탄알 박스를 건네준다.

“아, 땡큐.”

그것을 집어서 적당하게 배치했다. 잠깐이라도 시선을 끄는 게 목적인지라 대충 배치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뒤를 돌아보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텅 빈 복도의 공기가 날카롭게 피부로 스며드는 듯했다.

천연주는 몇 발자국 걷다가 다시 서서 총을 들었다.

‘누구지?’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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