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75화 (75/200)

제75화

#75화

혼자서 바텀을 선다는 게 아주 생소한 일은 아니었다.

가끔 원딜이 못해서 다른 라인으로 가는 서포터.

혹은, 탈주 때문에 혼자서 서본 경험은 꽤 있었으니까.

슈슉, 슉.

따라서, 고대현이 바람 검사로 캐이사와 록스의 스킬을 피하고.

Cs도 적절하게 챙기는 건 평범한 일…… 아니, 오히려 일상이었다.

고대현은 문득 과거를 회상했다.

‘한때 대리를 만난 적이 있었지.’

이 세상은 퍼스널 계정이니 뭐니 하면서 제도가 빡빡하지만.

이전의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남의 게임을 대리해주거나 쩌리 계정으로 같은 팀에 들어가서 캐리해주는 일도 당연히 있었다.

고대현은 언젠가 만났던 대리기사와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상황적인 측면이 그렇네. 지금 보니까.’

물론 남의 티어를 억지로 올려주는 짓은 아니지만.

어쨌든 팀의 손해를 감수하고 이겨야 한다는 것에서 비슷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아니면 말고…….’

하섹!

잡념을 끝낸 바람 검사의 칼끝이 미니언을 찌른다.

2번 찌르기를 쓰니 칼끝에 바람이 충전된다.

이대로 찌르기를 쓰면, 전방으로 돌풍이 나간다.

‘돌풍검을 쓰면서 바람을 날리는 게 핵심이지.’

바람 검사는 미니언이나 상대 챔피언, 오브젝트를 보법으로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돌풍검이라는 스킬이 있다.

이 돌풍검이라는 스킬을 잘 써서 상대 공격을 회피하고, 자신의 바람을 밀어 넣는 게 이 챔피언의 주 스킬 콤보라 할 수 있었다.

- 빛으로!

때마침 록스의 빛의 주박이 날아온다.

고대현은 미니언에 돌풍검으로 쓰면서 위치를 전환했다.

화면 속 바람 검사가 미니언을 밟고, 슥- 이동한다.

빛의 주박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슥슥슥-

바람 검사는 연이어 돌풍검으로 미니언을 밟았다.

무림 고수가 나뭇잎을 밟는 초상비를 쓴다면.

고대현이 컨트롤하는 바람 검사는 미상비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삑.

[동작 구현 : 100%]

동작 구현이 100에 달한 바람 검사의 몸이 전장을 통과한다.

그리고, 일순, 돌연, 순간, 갑자기, 록스의 앞에 도달했다.

“읏……!”

당황한 록스는 빛의 특이점을 날렸다.

이에 원형으로 된 빛의 에너지가 앞으로 날아온다.

‘느려.’

딸깍.

고대현은 즉시 돌풍장막을 써서 빛의 특이점을 막았다.

바람에 맞은 빛의 에너지가 허공에서 사라진다.

근거리에서 날린 스킬.

대 근거리에서 날린 방어 스킬.

두 스킬의 충돌이 무를 만들었다.

고요하다. 바람 소리만이 가득했다.

‘오늘은 어쩐지 바람 검사에 집중하게 되는 날이네.’

바람 검사를 컨트롤 하게 되면 나타나는 특유의 마인드 상태가 있다.

현재 고대현은, 바람 검사의 마인드에 동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핏-! 하섹-!

록스의 스킬을 피한 바람 검사가 검을 록스에게 찔러 넣는다.

캐이사가 날린 공허의 폭우가 돌풍 장막에 맞아서 사라진다.

고대현 곧장 다음 동작을 이행했다.

‘록스에게 돌풍검을 밟는 동시에. 바로 Q를 누른다.’

단순하게 바람을 충전한 상태에서 날리면 일직선의 폭풍이 날아간다.

하지만 돌풍검으로 보법을 밟으면서 바람이 충전된 검을 쓴다면?

스스슥-!

바람 검사의 주변의 일정 거리에 있던 유닛이 에어본된다.

돌풍의 흐름을 일직선이 아니라 원형으로 휘두른 것이었다.

이 때문에 록스와 캐이사가 동시에 공중으로 떠올랐다.

바람 검사는 공중에 떠오른 록스에게 평타와 찌르기를 몇 대 더 날렸다.

파앗!

HP가 낮아져서 겁먹은 건지.

록스가 점멸을 쓰면서 뒤로 빠진다.

‘일단 여기까지.’

대현은 다시 미니언에 보법을 밟으며 뒤로 돌아왔다.

그리고 복귀버튼을 누른 뒤 우물에 돌아왔다.

“대현, 바텀 상황은 괜찮아?”

“응? 괜찮아. 오히려 적당히 어려워서 재미있어.”

“그, 그래?”

갱을 갈까 물어보려던 이태원은 순간 말이 막혔다.

‘어려워서 재미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이태원은 고대현의 말을 이해하려다가 포기했다.

“그냥, 나중에 샤크호 몇 번 와서 밸런스 깨졌다 싶으면 부를게.”

“으, 응 알았어…….”

아이템 상점에서 흡혈의 호미를 산 고대현은 다시 바텀으로 향했다.

처음에 공속 치명타 템을 사도 좋지만.

일단 버티는 게 중요했으니 흡혈의 도끼를 샀다.

‘바람 검사는 피흡 하면서 싸우는 맛도 있으니까.’

기본 스킬에 생명력 흡수가 있는 챔피언을 제외하고.

바람 검사의 생명력 흡수는 꽤 상위급이었다.

이 흡혈의 호미만 있다면, 집에 갈 상황에서 가지 않아도 되었다.

‘일단 버티면서 상대방의 마나를 빼야겠어.’

2명이라서 그런지 마음 편히 스킬을 낭비하는 느낌이 있었다.

고대현은 노 코스트의 장점을 이용해서 최대한 유지력을 높일 생각이었다.

스걱스컥-!

라인에 도착한 고대현은 재빨리 라인을 밀었다.

상대는 라인을 최대한 빨리 밀어서 상대 팀 타워에 미니언을 박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미니언을 정리하고 있자니, 별안간 록스와 캐이사가 바텀에 도착했다.

캐이사는 무난하게 갑철궁 하위템, 록스는 마나 재생 아이템과 악마의 고지서를 하나 샀다.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은 템트리였기에, 고대현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른 라인 상황이나 볼까?’

이번 기회에 얼떨결에 탑에 가게 된 유금옥을 보았다.

그녀는 이하린의 의지를 이어서 탑 세토를 하고 있었다.

세토 자체가 강한 챔피언이었으니, 겉으로 봤을 때 큰 어려움은 없는 것 같았다.

‘정글도 나름 괜찮은 것 같고…….’

아까 샤크호의 점멸을 뺀 뒤로 또 카정을 안 당하고 잘살고 있었다.

이따금 미드에 갱을 가곤 하는데, 실패하긴 했어도 상대가 점멸을 빼면서 달아나거나 CS적인 손해를 보게 만들었다.

‘음, 그런데 샤크호는 어디 있는 거지?’

고대현이 미니언을 밀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맵에서 눈을 떼고 바람 검사의 위치를 보았다.

어느새 중앙을 넘어있었다.

‘라인을 당긴다……?’

단순히 바람 검사가 무서워서 당긴 걸 수도 있지만.

상대는 5인 팀이고, 정글이 무려 샤크호다.

고대현은 싸한 기분을 느꼈다.

키킥.

그때, 뒤에서 샤크호가 나타났다.

어릿광대를 모티브로 한 은신 암살자.

놈이 바람 검사의 뒤에 공포 박스 함정을 설치하고, 뒤치기했다.

스걱- 속속!

뒤에서 때리면 대미지가 강해지는 샤크호의 특성 덕분에 HP가 훅 낮아진다.

고대현은 재빠르게 앞에 장막을 펼쳤다.

이어지는 록스의 주박을 막기 위함이었다.

펑!

공포 박스가 터지면서 바람 검사가 공포에 걸렸다.

일순 컨트롤 불가 상태가 되었다.

다행히도 미리 깔아놓은 돌풍 장막 때문에 스턴에 걸리는 일은 없었다.

‘이대로 빼야 한다.’

아직 매드무비를 찍을 정도의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다.

고대현은 침착하게 바람 검사를 컨트롤했다.

돌풍검은 밟은 방향으로 튀어가는 거니까.

뒤에 있던 샤크호를 보면서 돌풍검을 밟았다.

바람검사가 샤크호를 밟으면서 뒤로 슥- 통과한다.

다행히도 킬은 내주지 않았다.

“바텀에 샤크호 있었어. 다들 참고해.”

“그래? 야, 킬 안 줘서 다행이네.”

바람 검사에 약간의 불신을 가지고 있었던 허건섭이 안심하면서 말했다.

그는 젤아스의 스킬을 피하느라 약간 진이 빠져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샤크호가 자꾸 미드에 찝쩍거리는 바람에 제도를 픽했음에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샤크호가 아마…… 지금쯤 바위게 먹고 있을 거야. 한 번 가봐.”

“바위게? 알았어.”

고대현의 말에 템켄치가 이동한다. 샤크호는 마침 바위게를 때리고 있었다.

“얍!”

이태원이 재빠른 속도로 강타를 내리쳤다. 다행히도 샤크호는 강타가 없는 상태였다.

바위게를 빼앗은 템켄치는 그대로 바텀으로 향했다.

바람 검사는 집에서 아이템을 사고 복귀한 상황이었다.

그는 고대현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갱 갈 거니까 준비해. 6렙 찍었지?”

“응.”

적 정글이 소강상태인 지금이 기회였다.

고대현도 갱킹에 승인을 내렸다.

이태원은 3거리의 뒤쪽으로 돌아간 다음, 템켄치의 스킬 중 하나인 해저 잠수를 사용했다.

땅 아래로 잠수한 템켄치가 록스와 캐이사의 뒤에 나타난다.

푸확!

템켄치가 머리를 들어 올리자 록스와 캐이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삑.

[동작 구현 : 60%]

‘이런…… 구현도가 조금 떨어지나?’

템켄치도 두 다리와 두 팔이 있는, 사실상 인간형 챔피언이었지만.

이런 스킬적인 부분은 인외 챔피언의 난이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구현도가 낮으면 에어본이 정말 미세하게 될 텐데…….’

바람 검사의 궁극기는, 에어본 된 챔피언에게 순간 이동해서 검을 휘두르는 것이다. 이후 바람 검사의 치명타 대미지가 적의 방어력 일부를 무시한다.

한마디로 적에게 순간이동하면서 강한 칼을 가지게 되는 스킬이었다.

다만, 공중에 뜬 적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궁극기 검무를 사용해야만 발동 가능했다.

‘그런데 너무 얕게 떴다.’

공중에 뜨는 틈이 너무 짧아서, 바람 검사가 정신을 집중할 틈새도 없어 보였다.

‘바람 검사와 적 챔피언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이에 이태원이 너무 성급하게 들어갔다고 생각할 때였다.

“잘했다.”

고대현의 전음과 함께.

공중에 하나의 그림자가 더 추가되었다.

그것이 계곡의 태양을 가렸다.

바람 검사의 모습이었다.

-소리에게, 돈-!

체공하면서 칼을 휘두른 바람검사가 록스와 캐이사의 몸을 난도질한다.

이후 땅에 착지한 대현은 곧장 돌풍 장막을 썼다.

‘저건……?’

이태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저건 그냥 돌풍 장막이 아니었다.

“장막을 쓰면서 찌르기를?”

돌풍 장막의 초식인 땅긋기를 쓰면서 찌르기 발도를 사용했다.

이 두 개의 스킬 사이에서의 틈을.

이태원은 감히 발견할 수 없었다.

“태원! 빨리 안 때리고 뭐 해!”

“아, 미, 미안.”

이태원은 정신을 차리고, 템켄치의 혀로 록스와 캐이사를 유린하는 데에 힘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킬이 나왔다.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바람 검사 -> 록스]

[바람 검사 -> 캐이사]

정글의 힘을 빌렸긴 했지만, 이 정도면 순조롭게 풀렸다.

후련한 미소를 지은 고대현은 이태원에게 말했다.

“이제 용 먹으러 가자.”

“어, 그, 그래…….”

고대현의 바람 검사가 칼을 검집에 넣으며 유유히 이동했다.

이태원은 바람 검사가 보여준 순간의 묘리를 되새기며, 그 뒤를 따라갔다.

* * *

“어째서 바텀이 망한 건데?!”

젤아스의 불만 섞인 말이 전음을 통해 퍼져나갔다.

젤아스 뿐만이 아니었다. 바텀을 제외한 전라인이 그러했다.

“상대는 바람 검사 한 명 아니야? 그런데 그걸 당해?”

캐이사와 록스는 천천히 항변했다.

“마지막에 템켄치가 바텀으로 갱을 날카롭게 와서…… 그리고 바람 검사가 생각보다 잘해.”

“으, 응 맞어. 그러게 말이야·…….”

록스는 은근하게 템켄치가 갱을 왔다는 사실을 강조해서 말했다.

정글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함이었다.

“초반에 팔다리를 못 자른 바텀이 잘못한 거지. 2대 1인데, 생각보다 잘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하지만 샤크호는 앞서 갱을 왔었고.

이에 제대로 호응하지 못한 건 바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아, 그냥 미드 가서 젤아스 도와주고 제도나 죽일걸. 지금 제도 나 때문에 피 말려서 CS도 많이 못 먹었는데.”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때, 쉐앤이 중재에 나섰다.

“너무 싸우지들 마. 아직 게임 초반이고, 적은 우리보다 1명 적잖아. 지금부터 착실하게 하면…….”

쉐앤은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했다.

팀원 전체가 쉐앤의 말 허리를 잘랐기 때문이었다.

“넌 왜 궁 안 썼냐?”

“맞아. 궁극기가 아군을 보호하는 건데.”

탑에서 힘겹게 세토를 상대하던 쉐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궁 써달라고 말도 안 해놓고서는…….’

곧이어 팀의 분열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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