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화
#69화
평가전을 앞둔 게임고의 교무실.
각 선생님이 학생들의 분석에 들어갔다.
원형 테이블에서 홀로그램 화면들이 이리저리 넘겨진다.
펄럭이는 소리 대신 평면적인 빛이 오간다.
“이 학생은 순간 호응력이 뛰어나네요.”
20반 구간을 관리하는 선생님, 클로이 연의 홀로그램 화면에 복잡한 수치들이 나타난다.
주로 한타와 1대1 교전에서 나타나는 반응 속도와 콤보 연계에 대한 것이었다.
클로이 연은 그런 요소를 중요하게 여겼다.
‘팀원의 스킬에 반응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인재가 필요해.’
같은 스킬도 팀원 간의 연계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로 나뉜다.
마루파이트와 바람 검사의 궁극기 연계라든지, 브라옴과 류시안의 패시브 연계 등등.
바로 옆 사람이 호응하면 아웃풋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런 능력은 대부분 ‘극적인 상황.’의 극복에 따라 결정됐다.
클로이 연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디 긴박한 컨트롤 장면 없나…….”
그때.
“39반이랑 했던 40반이 했던 전투에서 그런 장면 있던데요?”
1반 라인을 관리하는 선생님, 시수림이 말했다.
그녀는 신영범 학년 담임이 40반의 대결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다는 사실을 듣고.
40반의 기록을 유심히 관찰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두나무라 사원의 전투 이전에 했던 전투가 눈에 띄었다.
“40반이요?”
한편, 40반이라는 말에, 클로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는 그쪽 구간에서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는 생각을 했다.
“봐보세요.”
클로이가 믿지 못하자 시수림이 홀로그램 창 하나를 슥 하고 밀어낸다.
그러자 뒤로 밀려나던 창이 클로이 연의 앞에서 멈춘다.
게임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 이건?!”
맨 처음 보이는 장면은, 자랴가 중력 집속탄을 날려서 40반을 가운데로 끌어모은 뒤,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매트리가 일출의 시간을 쓰는 것이었다.
“자랴의 궁극기에 매트리의 궁극기라니, 연계가 좋네.”
2층 테라스는 올라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미리 궁 게이지와 타이밍을 보고 들어갔음이 분명하다.
클로이가 감탄하고 있으니, 보고 있던 시수림이 고개를 젓는다.
“조금만 더 보는 게 좋을걸요?”
“네에?”
그녀가 다시금 화면을 본다.
중력 집속탄에 매트리의 일출의 시간까지.
40반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많지 않아 보였다.
스릉.
그때였다.
돌연 반짝이는 무언가가 눈길을 끌었다.
확대했더니 켄지가 중력 집속탄에 묶여 있었다.
그것도 하늘을 향해서 검날 흘려내기를 사용하는 형태로.
‘검날 흘려내기로 매트리의 궁극기를 막으려고?’
검날 흘려내기로 일출의 시간을 막기란 어렵다.
하지만 살짝 빗겨내는 정도라면 가능하다.
클로이는 켄지가 일출의 시간을 흘려 보낸 뒤 궁극기를 사용해서 상황을 뒤집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클로이의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과정이 달라졌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에……?”
클로이는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시선이 멈춘 곳.
단순하게 흘려내기만 가능할 거라 예상했던 켄지가 일출의 시간을 완벽하게 반사했기 때문이었다.
‘각도의 어긋남이 없는 수직 반사를?’
일출의 시간은 차징 타입 궁극기라서 탄환의 반사만이 가능하다. 영상 속의 켄지는 일출의 시간을 튕겨내서 완벽하게 매트리의 미간에 적중시켰다.
쓰오옷─!!!
그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검용의 동작도 아름다웠다.
시전하기에 앞서 펼치는 검무(劍舞)를 완벽하게 펼친 켄지가 장검을 들고 돌진한다.
켄지가 살아있는 거에 당황한 적팀은 허우적거리다가 한 명씩 바닥으로 쓰러졌다. HP가 낮은 딜러부터 처리한 켄지는, 밖으로 탈출한 데바의 본체를 돌풍참과 함께 처리했다.
타탓.
이어서 이단 점프를 쓰고 하늘을 향해서 연속으로 돌풍참을 쓰자 켄지의 몸이 체공 중이던 팔라에게 닿는다.
팔라는 켄지가 일순 코앞까지 오자 당황했다.
재빨리 바주카포를 쏴야 하거늘.
비행 실수를 한 탓에 날개가 뜯어진 곤충처럼 비실거린다.
스걱!
팔라까지 처치한 켄지가 장검을 다시 수납한다.
궁극기의 지속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남은 상대팀은 탱커인 자랴 뿐.
쀽쀽쀽.
자랴는 뒤늦게 합류한 트레리스가 도와주었다.
아무리 실드가 있는 자랴여도 초당 피해량이 높은 챔프 2명이 돌아가면서 때리자 오래 버티지 못했다.
[-승리-]
결국, 게임은 40반의 승리로 끝났다.
누가 봐도 켄지가 만들어낸 극적인 캐리였다.
‘내가 원하던 거야.’
클로이가 입을 벌리고 보고 있으니, 커피를 마시고 있던 김원이 슬며시 부연한다.
“40반의 고대현이네. 자도 요즘 주시해서 보는 앤데. 관심 있어요?”
“고대현이요?”
“그 켄지 컨트롤하는 애가 고대현입니다.”
40반의 고대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시끄러웠던 일에 연루된 것 같았던 생각이 들 찰나.
‘그러고 보니 아이언 2가 있었다고 그랬지?’
고대현이 논란이 많았던 학생인 게 떠올랐다.
아이언 2 입학자라서 모든 선생님이 주시했었지…….
클로이는 고대현의 종합 데이터 스텟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사용한 스킬의 구현도가 전부 100퍼센트…… 올 퍼펙트네.”
이름 옆에 챔피언 이름이 나타나면서 동작 구현 타임 로그가 뜬다.
고대현이 입학한 뒤로 했던 모든 챔피언은, 100%의 스킬 동작 구현도가 기록되어 있었다.
“뤼븐, 앳쉬, 켄지까지…… 이 학생, 도대체 정체가 뭐죠?”
가끔 올 퍼펙트를 찍는 학생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챔피언으로 올 퍼펙트인 학생은 없었다.
‘게다가 평타 캔슬도 거의 없고…….’
앳쉬때의 기록을 보아하니 평타의 완성도마저 장난이 아니었다.
“훈련 대륙에서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그건 신영범 선생님만 볼 수 있어서…….”
신경 지구력이 높은 학생이니까 훈련 대륙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클로이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다가 고대현의 티어를 보았다.
“아이언 2라…… 아이언 2에 있을 실력이 아닌데, 왜 아이언 2였을까요.”
“저도 모르죠.”
추측이 가는 건 못하던 애가 갑자기 발전했다, 정도인데.
솔직히, 어디 성공 신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게이밍 플러그의 동기부여 사연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것이다.
“일단, 앞으로 진행하면서 계속 보도록 하죠. 어차피 잘하면 올라오니까.”
“하긴.”
이제 다른 학생도 봐야 했으므로.
선생님들은 대화를 마무리했다.
* * *
40반은 어제처럼 지하 캡슐실에 모였다.
다음 날에 있을 평가전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특히 다른 게임보단 그라운드 제로의 조율이 필요했으니.
“포메이션은 어떻게 할 거야?”
“글쎄.”
5인이서 전략이나 포지션을 짜기로 했다.
우리가 5인 팀이면 상대도 5인 팀이라는 것이니, 전략이라는 게 필요했다.
허건섭이 말했다.
“일단 몰아주기보다는 각각 드는 거로 진행하자.”
일반적인 팟은 어느 정도 포지션을 나누지만, 40반은 다들 비슷한 타입이었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짐도 누구에게 몰아서 주는 거보단 각각 부담하는 게 나을 것이다.
무엇보다 5명이 같이 해본 적이 없기에 확실하게 정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해서, 각자 강점도 확인할 겸.
이번 판은 프리스타일로 가기로 했다.
큐를 돌리고, 머지않아 게임이 시작되었다.
맵은 사하라 사막 맵이었다.
부우웅-.
수송기가 엔진소리를 내며 이동하고 있자니 어디로 내릴지 의견이 분분해진다.
“도박장 근처로 갈까?”
“흠, 금방 죽을 것 같은데.”
“어차피 연습인데 어때.”
“하린이 너는 어디가 좋아?”
“음. 건물이 많은 곳?”
이하린은 시가지 교전에서 능했기에 건물이 많은 곳이라고 답했다.
그때 고대현이 말했다.
“그럼 그냥 도박장으로 가자.”
어차피 눈에 잘 띄는 맵이니 5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다간 금방 포착당해서 죽는다.
그러니 처음부터 장비가 풍부한 건물 하나를 잡고 들어가는 편이 좋았다.
나중의 전기장 위치를 생각해도, 도박장은 맵의 거의 정중앙에 있으니 크게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듣고 보니까 그러네.”
“좋아. 도박장으로 가는 거로.”
전날에 간단하게 하는 게 목적이니까.
이러저러한 이유로 내릴 위치는 도박장으로 결정되었다.
“자, 이제 내린다.”
철컹.
수송기의 해치가 열린다.
상공에 가까워지자 한 명씩 하강을 시작한다. 고대현도 뒤따라서 수송기에 내렸다.
5명이 한 지점을 향해서 떨어진다. 그는 떨어지면서 적팀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부터 둘러봤다.
‘3팀 정도 있네.’
5인 팀이었기에 3팀이면 상당히 많은 인원이었다. 여기에 자신들까지 포함하면 20명이 된다.
치열한 교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낙하산이 펴졌다.
‘떨어지는 건 내가 제일 빠르네.’
고대현은 낙하산으로 방향을 컨트롤 하면서 위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 일찍 낙하산을 펼친지라, 아직 저 위에서 두둥실 내려오고 있었다.
이는 지금까지 그라운드 제로를 하면서 숱하게 봐온 장면이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제 보니까 이게 최고 장점이네.’
그라운드 제로를 하면서 지구력이 장점이라고 했지만.
갈수록 남들보다 빨리 내릴 수 있는 낙하산의 장점이 더 부각되었다.
대현은 아래를 보면서 생각했다.
‘내가 먼저 선점해야겠다.’
먼저 내릴 사람이기에 그럴 의무가 있었다.
타닥.
대현은 별안간 호텔 건물의 옥상에 착륙했다.
이런 지역은 옥상부터 시작하는 맛이 있으니까.
재빨리 무기부터 찾는다.
‘잘하면 땅 밟기 전에 처리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옥상을 돌아다니던 대현의 눈에 ump9와 9탄이 들어왔다. 지금은 총을 가릴 때가 아니므로, 최고 빠른 속도로 잡고 장전해서 하늘을 겨눴다.
타타타타탕-!!
보정기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퓨어한 총인 탓에 에임이 중간중간 엇나갔다.
그래도 상대에게 드문드문 적중은 했다.
‘맞아라. 맞아.’
고대현은 상대 팀이 땅을 밟기 전, 한두 명이라도 죽여볼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집중하면서 마우스를 눌렀다.
띠링.
[킬 : 1]
다행히도 1명을 없앨 수 있었다.
아직 나머지 14명이 있지만 1명을 죽인 거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내리자마자 이쪽에 잘하는 사람 있다면서 몸 사리자고 하겠지.’
이하린이 있어도 건물의 난전은 피해야 하는 요소였다.
이렇게 먼저 있다고 총을 갈겨주면 알아서 이 건물을 옥상을 피해갈 것이다.
“다들 여기 옥상으로 와.”
타다닷.
대현의 말에 따라서 호텔 건물의 옥상에 착륙한 40반.
그들은 고대현이 옥상에서 적 하나를 처치한 장면을 보았다.
실시간으로 적이 사라지는 것을 직관하면서 내려온 차였다.
“대현, 너 하강 속도가 꽤 빠르네?”
재빨리 권총과 탄알, 붕대를 습득한 허건섭이 말했다.
그는 수송기에서 내렸을 때부터 대현의 동작을 주시하고 있었다.
‘바로 머리를 최하단으로 박으면서 고속하강이라니. 생각보다 침착해.’
일정 고도 이하에서 낙하산을 펼치면 떨어질 때 몸이 일정 대미지를 입게 된다.
고대현은 그런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낙하산을 펼치고 있었다.
“내가 좀 빠른 편이지.”
대현은 그렇게 답하면서 배낭을 착용했다.
2레벨 배낭이었으니 공간이 아주 부족하진 않았다.
허건섭은 1렙 들었다.
5명 중에서 배낭을 습득한 이는 2명이 전부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모았네.”
“이제 장비는 거의 긁어모았지?”
대현은 팀원들을 살피면서 아래층으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옥상도 이제 먹을 게 없었다.
“아래층으로 가자.”
“여기로 들어온 사람은 없지?”
“파밍하면서 봤는데 아직은 없어. 그런데 곧 올 수도 있으니까 빨리 이동하자.”
끼익.
40반은 철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갔다.
혹시 모르니까 선열에 이하린을 앞세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곧 첫 번째 교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