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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66화 (66/200)

제66화

#66화

바텀에서 한창 레온아를 컨트롤 하고 있던 이하린은 생각했다.

‘약을 주입받고 난 뒤 리미터를 최대한 풀어도 몸에 무리가 없었다.’

팔과 다리가 오가는 육탄전.

그런 건 어머니인 이근희와도 해보지 않은 것이었다.

이하린은 다음 수업이 기대되었다. 그 보조교사와 대련하면 실력이 금방 오를 것 같았다.

“하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때 옆에 있던 좌야, 유금옥이 말했다.

이하린은 화들짝 놀라며 검을 들었다.

“아, 미안.”

“이제 슬슬 시간 지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맵 브리핑 좀 해줘. 일단 네가 우리 팀 옵저버니까.”

“응, 알겠어.”

이하린은 이주리얼의 기묘한 화살과 잔느의 순풍 범위 밖에서 지도를 펼쳤다. 탑, 미드, 봇은 문제가 없었다.

다만 정글의 위치가 좀 의외였다.

‘적 정글로 들어가네?’

고대현의 뤼신이 강을 넘어서 적 정글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고대현이 정글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뤼신으로 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으니까.

쿠- 익-후- 펑펑펑-!

하지만, 이어지는 뤼신의 케힌 죽이기에.

이하린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커졌다. 정글에서 발걸음을 틀어버리는가 싶더니, 케힌이 나타난 방향을 향해서 횡파를 날린다.

‘케힌은 벽 안에 있어서 뤼신으로 기척을 느끼기 힘들었을 텐데?’

뤼신 사용자가 보는 풍경은, 검은 배경에서 흰색 선이 난잡하게 오가는 노이즈에 가까웠다. 검은색 종이에 흰색 선을 마구잡이로 긋는 것처럼 된다.

횡파와 땅찍기를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상대가 보이긴 하다만.

일상적인 난도가 너무 높은 챔피언이었다. 일각에서는 감각을 끌어올리는 특별 훈련용으로 쓰인다고 하는데, 이하린은 그간 뤼신으로 그런 훈련을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와…….’

그러나 고대현의 컨트롤을 보니, 그런 훈련을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맞추고 바로 들어가서 손발을 저렇게 빨리 움직인다고? 뤼신을 몇 번이나 한 거지?’

발차기와 주먹질의 동작 구현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이하린은 고대현이 체술 쓰는 걸 본 적이 없기에 적잖이 놀랐다.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브리핑을 해야 한다는 걸 상기하고 입을 열었다.

“뤼신, 상대 레드 진영에서 대기하다가 케힌과 교전……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강함.”

팀원 전체 전음으로 말한 것이기에, 곧장 시끄러운 말들이 들려온다.

“뤼신이? 대현이 너, 언제 상대 정글 들어간 거야?”

“케힌을 이겼다고? 대단하네.”

뤼신으로 정글을 도는 것도 힘들 텐데 상대 정글 진영에 들어가서 적 정글을 죽이기까지 했다.

워낙 의외의 상황인지라 이태원이 장난스럽게 말한다.

“실수로 정글 몹인줄 알고 잡은 걸지도 몰라.”

그의 농담에 웃음이 오가는 가운데.

이하린만은 웃지 못했다. 아무래도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본 건 자신이 유일한 듯했다.

“나중에 바텀 갈 거니까 대기해.”

고대현이 바텀에 온다고 전음을 보냈다.

이하린은 지도를 보면서 루트를 체크했다.

정글링을 신속하게 처리한 그가 바텀으로 내려온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연기해. 알았지?”

“응응.”

고대현은 바텀 타워의 뒤로 돌아가서 라인 중간에 있는 부쉬에 잠복했다.

이하린에게 각이 되면 스턴으로 물라고 하면서.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니, 별안간 상대 이주리얼과 잔느가 바텀으로 복귀했다.

잔느는 별생각 없이 부쉬 근처로 와서 와드볼을 던졌다.

노란 공이 수풀 사이로 훅 날아간다. 곧이어 땅에 박혀서 불빛을 낸다.

“아!”

당황한 잔느가 멈칫한다. 그때 이하린이 잔느에게 신축성 빛의 검을 던졌다.

빛의 검이 잔느에게 닿자, 레온아의 몸이 잔느에게 돌진한다.

닿은 대상에게 시전자가 돌진하는 스킬이었다.

‘스턴을.’

이하린은 레온아의 방패치기 스킬로 잔느의 머리를 때려서 스턴을 먹였다.

정지한 잔느를 처리하는 일은 쉬웠다.

뤼신이 횡파 공명 돌진으로 날아가서 평타를 몇 대 때리니 잔느가 삭제된다.

다음 상대는 이주리얼이었다.

이주리얼은 잔느에게 힐 스펠을 써준답시고 앞비전을 써서 온 상태였다.

앞비전 이주리얼은 죽어 마땅하기에, 유금옥의 좌야와 이하린의 레온아가 빠르게 움직였다.

좌야의 깃털 회수 발 묶기가 작동하면서 이주리얼의 몸이 멈춘다.

이어서 쿨타임을 돌린 레온아의 방패치기가 발동된다.

쿠- 익- 후!

뤼신의 횡파가 이주리얼을 마무리한다.

고대현이 더블킬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팀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이태원이 고대현에게 말한다.

“네가 앞으로 우리 팀 정글해라.”

이번 연습은 평가전에서 각 포지션을 결정하는 자리기도 했다.

하여, 고대현의 평가전 포지션은 [정글]이 되었다.

이하린도 고대현의 정글에 찬성하는 바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대현은 브리핑이랑 리딩 요구를 잘 안 하니까.’

그 어려운 뤼신을 하면서, 맵을 봐달라거나 브리핑을 해달라는 요구가 없었다.

이하린은 옵저버로 할 일이 없어서 라인전에 집중이 가능했다.

“그럼, 이태원이 탑으로 변경하고. 포지션은 이대로 고정인 거로?”

“괜찮네.”

회의를 통해서 이태원이 탑으로 이전되고, 고대현이 정글이 되었다.

“곧 용 타이밍이고, 상대 정글 3시 방향에서 포착.”

이하린은 맵을 보면서 말했다. 상대 잔느와 이주리얼은 대충 물어도 죽는 수준이 되었기에 맵 보기에 집중했다.

촤라락.

그때였다.

머리위에 눈이 생기면서 바텀 뒤에 카드 더미가 생긴다. 아군 트위스터 페이트의 궁극기가 아니었다.

‘저건…….’

때마침 허건섭의 외침이 전음을 통해서 들려왔다.

“사일라스야! 다들 피해!”

그러나 이미 늦었다. 카드 더미에서 나온 사일라스가 돌진과 쇠사슬 휘두르기를 쓰면서 달라붙는다.

그뿐만 아니라 케힌도 벽에서 튀어나와서 달려든다.

이제 보니 전부 바텀을 억제하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었다.

‘최대한 원딜을 보호한다.’

이하린은 탱서포터의 임무대로 사일라스에게 달라붙어서 좌야를 보호했다.

사일라스의 머리를 방패로 찍으면서 스턴을 건다. 그러나 케힌의 낫 내리찍기까지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케힌이 땅에 낫을 내리치자 좌야의 몸이 떠오른다.

거기에 적들의 공격이 퍼부어진다.

철컥-!

국장 시해자를 사용한 사일라스가 HP를 채우면서 좌야에게 달라붙었다.

쇠사슬 짓이기가 평타와 섞여서 종합 대미지로 들어간다.

이주리얼도 뒤에서 얼빠지게 놀고만 있지 않았다.

난조준 이격을 차징한 이주리얼의 손에서 마법 에너지파가 집속된다.

삑.

[동작 구현 : 78%…….]

그걸 본 이하린은 생각했다.

‘안돼, 큰 거 온다!’

이주리얼의 난조준 이격은 챔피언을 관통해서 날아가는 마법 스킬이기에.

레온아로 방어해줄 수 없었다. 중간에 스턴을 걸어서 궁을 끊어주면 몰라.

‘지금은 사일러스를 막느라 불가능해.’

뒤에서 오륜의 텔레포트가 내려오고, 허건섭의 트위스터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지만, 이대로 가면 애매한 2대 4전이 될 뿐이었다. 텔을 써서 내려왔으니 라인 손해도 보겠고 말이다.

이하린이 오륜의 텔레포트와 트위스터의 궁합류를 기다릴 때였다.

돌연 고대현의 뤼신이 나타났다.

‘뤼신? 이런 난전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으려나?’

막 도착한 오륜과 트위스터가 스킬을 쓰고.

미니언, 적과 아군이 한데 뒤섞인 아수라장이었다.

누군가의 기척을 특정해서 읽는 게 불가능했다.

슥-.

하지만 뤼신의 움직임은 그녀의 걱정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와드에 보호막을 쓰면서 이동한 뤼신이 사일라스의 몸을 찬다.

아니.

파앗-!!

차면서 점멸로 이동한다.

뤼신의 궁극기인 돌려차기의 시전 중간에 점멸이 사용된다.

발이 적에게 돌진함과 동시에.

아이템 벨트의 좌측에 있는 점멸스펠 버튼을 누른다.

삑.

[동작 구현 : 100%]

단거리를 이동하는 스펠인 점멸.

거기에 뤼신의 돌려차기가 합쳐진다.

원래라면 A라는 지점에서 찼을 돌려차기가 점멸을 쓴 지점에서 실행.

아군 타워를 향해서 차는 방향이 상대에게 차는 방향으로 수정된다.

점멸을 먼저 쓰고 스킬을 사용했다면, 절대로 나오지 않았을 속도.

빠걱!

날아간 라일라스의 몸이 잔느와 케힌, 이주리얼의 몸을 띄운다.

부우우웅!

그 위에 오륜의 궁극기, 양의 박치기가 실행되면서 2중 에어본이 된다.

“다들 공격!”

어떻게 흘러갔는지, 이 뒤부터는 간단했다.

이하린이 날린 레온아의 궁극기를 적들이 많이 모인 곳에 떨어지고.

상대 팀은 탑 초각스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죽는 이상한 구도가 되었다.

“정비하고 용 먹으러 가자.”

“그래.”

이번 한타로 인해 유금옥의 좌야만 죽었다.

이하린은 용 오브젝트로 이동해서 몸을 대준 다음에 우물로 이동했다.

그리고 아이템을 사서 라인으로 복귀했다.

원체 단단한 챔피언이 아이템까지 앞서니까 돌이 되었다.

이주리얼의 기묘한 화살이 날아와도 딜이 안 박힌다.

“이거 초각스만 아니면, 나 죽을 일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초각스의 섭식은 고정 피해를 입힌다.

그걸 피하기만 하면 나머지 스킬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보기란 힘들어 보였다.

“아까 대현이가 점멸 궁 써서 그런지 게임이 잘 풀렸어.”

그때 유금이 라인으로 복귀하면서 말한다. 그녀는 고대현의 뤼신 컨트롤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이하린도 고대현이 보여줬던 움직임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

안 그래도 사일라스를 막느라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 자신의 앞에 나타나서 돌려차기 점멸 궁을 쓰니 잊으려야 잊을 수 없었다.

[타워가 파괴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게임은 어느덧 중반부가 되었다.

이하린은 각 라인으로 돌아다니면서 게릴라 전투에 참여했다.

좌야는 이제 보호가 필요 없을 정도였으니까.

“각 보이면 들어갈까?”

“우리가 먼저 걸어도 될 것 같은데?”

“그럼 선 플레어 폭발 쓰고 들어갈게.”

“응.”

탑에서 무리하게 타워 다이브를 감행한다.

레온아가 먼저 플레어 폭발을 쓴 뒤, 방패찍기로 스턴을 걸어준다.

초각스도 탱커 챔피언에 속해서 그런지 몸이 단단했다.

그러나 레온아 만큼은 아니었다.

꽤애애애액!

집단 린치를 가하니 비명을 내지르면서 죽는다. 레온아가 너무 단단한 나머지 섭식으로 먹을 각이 나오지 않았다.

레온아는 집에 복귀했다가 다시 원거리 딜러와 합류했다.

좌야는 한창 2차 타워를 밀고 있었다.

콕콕-!

“나중에 이걸로 매드무비 만들어야겠다.”

좌야의 깃털을 타워에 박던 유금옥이 대뜸 매드무비에 대해서 꺼냈다.

“매드무비?”

“응, 요즘 취미가 생겨서.”

이하린은 처음에 그냥 매드무비 봇으로 만든다는 소리인 줄 알았다.

그러나 대화를 해본 결과, 유금옥은 손으로 작업하는 걸 선호하고 있었다.

‘수작업 매드무비라니. 이상한 취미네.’

이하린은 문득 매드무비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녀는 스스로에 대한 매드무비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했던 전투의 다시 보기는 있지만 그런 걸 편집해서 올리진 않았다.

애초에 엄마가 허락하지도 않았고 말이다.

“궁금하다. 나중에 만든 거 보여줘.”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을 때 보여줄게.”

그냥 보여줘도 되는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띠링.

[상대가 5/5로 항복했습니다.]

그때였다.

퍼엉-!

[-승리-]

적 수정이 깨지면서 승리 표시가 나타났다. 너무 압도적으로 졌기에 서렌을 친 것이었다.

비정규 일반이긴 해도, 40반은 상대에게 서렌을 받아냈다는 사실이 좋았다.

“잠깐 쉬었다가 하자.”

곧바로 다음 판으로 해도 되지만,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치이익.

잠깐 밖으로 나온 이하린은 화장실에 가려던 고대현과 마주쳤다.

‘밥도 얻어먹었고······ 당분간은 계속 넘겨야겠네.’

확인하고 싶은 건 많지만, 재능이 있다는 건 확실해 보였기에.

그녀는 한동안 의문을 접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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