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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60화 (60/200)

제60화

#60화

꾸욱꾸욱.

한편, 이하린은 오른쪽 손목을 잡고 손바닥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어제보다 괜찮아졌다.’

택배로 받았던 약물.

그것을 주입하고 난 뒤 몸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하린은 손아귀에 힘을 줬다. 그리고 느꼈다.

‘오히려 예전보다 나아졌어.’

과장을 덧붙여서, 리미터를 최대로 해제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후후.”

그렇게 이하린이 자신의 힘에 취해있을 때였다.

안내 사항이 귀를 비집고 들어온다.

“저번에 보니까 티밍이 많더구나. 그래서 그냥 2인 팀으로 할 수 있게 조정했다. 여기서 각자 팀을 할 사람을 고르도록.”

뜨끔.

이하린의 어깨가 들썩였다.

티밍이라는 건 솔로 모드인 게임에서 팀을 이루는 걸 의미한다.

그녀가 저번 시간에 고대현과 했던 게 티밍이었다.

‘이거 완전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잖아?’

이하린은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응시했다.

그런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표정도 온전치 못했다.

다들 어딘가 찔린 듯한 표정이었다.

‘나만 티밍한 게 아니었구나.’

이하린은 왜인지 모를 안도감이 드는 한편.

‘누구랑 팀 하지?’

팀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탐색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곧바로 뇌리에 고대현의 존재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고대현과 너무 오랫동안 팀을 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바로 생각이 나다니.

‘타입이 비슷하니까 어쩔 수 없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고대현도 신경 지구력.

자신도 신경 지구력이었으니 친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옆을 둘러보던 중…….

“어.”

이하린은 상위권에 둘러싸인 고대현을 발견했다.

범단월, 태해란, 전지수.

전부 쟁쟁한 천상계 학생들이었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눈을 깜빡였다.

고대현이 언제부터 저런 귀족 레벨의 아이들과 어울렸지?

이하린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이언 2랑 천상계가 친하게 지낸다고? 어째서??’

그녀는 여러 가지를 추측해봤다.

그 결과 엮일 만한 요소에는 ‘실력’이 있었다.

고대현은 실제로 켄지나 독수리 여왕 같은 고속 챔피언도 무리 없이 사용하니까.

어쩌면, 20반과의 대결에서 새어 나간 걸지도 모른다.

“흠.”

이하린은 다시금 고대현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기분이 오묘하다. 자신만이 알고 있던 무언가를 남들이 다 알아버린 기분이었다.

“하린! 같이 할래?”

그때 유금옥이 다가왔다. 이하린은 의미 모를 감정을 뒤로 치우면서 말했다.

“팀?”

“너, 같이 할 사람 없어 보여서.”

유금옥도 같이 하면서 어느 정도 친해진 상태였으니.

이하린은 유금옥과 같은 팀을 하기로 했다.

“히히, 고마워.”

“뭘 이런 거 가지고.”

두 명이 팔짱을 끼고 헤실거리고 있으니, 별안간 신영범 학년 담임이 새로운 룰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킬이 랜덤으로 떨어지는 게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번에는 각 개인의 업적에 따라서 무기에 추가 효과가 붙는 거로 변경했다. 다들 참고하도록.”

떨어져 있는 스킬을 파밍하는 방식에서 업적 습득 방식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운에 의해서 차이가 너무 벌어지는지라 조정에 들어간 듯했다.

‘업적이라…….’

툭.

이하린이 설명을 듣던 중.

누군가의 몸이 그녀의 팔에 닿았다.

고개를 돌리니, 옆에 임상배가 있었다

‘이거, OT에서 나 무시하던 놈이네.’

이하린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그러나 임상배는 반응하지 않았다.

“어째서 저놈이…….”

자세히 보니.

그는 옆을 보지 않고, 고대현을 보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야, 대현이 보고 있었냐?”

“응? 너는……?”

아래를 내려다본 임상배가 벌레를 본 듯한 표정을 짓다가.

찌릿.

“커, 흠…….”

슬금슬금 피하면서 팔짱을 풀었다.

이하린은 임상배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고대현이랑 아는 사이?”

어째서 저놈이, 라고 했으니 초면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임상배가 고대현에게 적개심을 가지는 걸 처음 봤기에 궁금해졌다.

“아는 사이냐고?”

임상배는 뭘 그런 걸 질문하냐는 어투로 답했다.

“아는 사이긴 하지. 같은 학교였으니까.”

“같은 학교?”

이하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렇다면, 고대현의 옛날 실력을 알고 있다는 거겠다.

이근희의 말을 떠올린 그녀가 질문했다.

“왜, 그땐 어땠는데?”

“상대팀으로 만나면 좋은데, LOH에서 같은 팀이면 속 터지는 놈.”

“끄음.”

지금의 인식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이하린은 확인차 다시 말했다.

“내가 같은 반이라서 아는데, 고대현. 쟤 그라운드 제로도 좀 하고, LOH도 잘해.”

“LOH를?”

임상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니언도 못 먹고 맵 브리핑도 못 하는 무능한 녀석인데. 어떻게 잘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하지만.

딱 한 가지 짚이는 점이 있던 그는, 턱 끝을 만지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흠. 병원 신세 한 번 지고 사람이 좀 달라지긴 했어…….”

“병원?”

병원. 이하린은 병원이라는 단어를 곱씹었다.

이어서 단서를 종합했다.

순간적으로 약화 된 신체.

입원 후에 생긴 실력 변화.

그리고 지금…….

자신만의 생각을 되짚던 이하린은. 중얼거리면서 유금옥에게 돌아갔다.

‘궁금하면 직접 가서 물어보든가. 왜 나한테 저러는 거냐.’

임상배는 이하린이 없어지자 긴장된 몸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띠링.

[곧 게임이 시작됩니다.]

그런 임상배의 앞에 안내 문구가 떠올랐다.

섬으로의 이동이 시작된 것이었다.

* * *

끼에에엑-!

마른하늘에 포효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강 과정은 저번처럼 드래곤으로 이루어졌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화이트 드래곤이었다.

“지금 내리자!”

“오케이.”

파다닥.

드래곤의 축복으로 땅에 내려온 전지수는 지도를 펼쳤다.

현재 떨어진 지점은 섬의 왼쪽 아래.

부둣가의 해안 마을에 가까웠다.

그녀는 뒤이어 착륙한 고대현에게 말했다.

“건물에 들어가서 파밍부터 하자.”

규칙이야 어떻든 간에 파밍은 빨리하는 게 좋겠지.

전지수는 고대현을 봐주면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뽀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이동하고 있자니 입김이 나온다.

몸이 살짝 무겁다. 아무래도 밸런스 조정이 가해진 것 같다.

‘무기가 약해진 대신에 평균적으로 느껴지는 걸 올렸네.’

일정 통각 이상은 신경 부하로 변형된다.

온기와 냉기도 마찬가지였다. 한계점을 넘기면 신경 부하로 치환되어서 몸을 무겁게 만든다.

‘조퇴했다고 들었는데, 괜찮으려나.’

전지수는 옆에 있는 고대현을 바라봤다.

“몸은 괜찮아?”

“괜찮아. 내린 지 얼마나 됐다고.”

둘은 계속해서 이동했다.

대화가 잠시 단절된다.

사삭!

그때였다.

“아.”

“어!”

적이 나타났다. 아직 무기도 안 주웠는데 나오다니.

대현은 당혹감에 마우스를 다잡았다.

저놈들은 거의 내려오자마자 물건을 주운듯했다.

‘지금 쓸 수 있는 건 주먹 평타가 전부인데…… 이걸로는 못 이긴다.’

이때가 자신이 이하린과 비교해서 한참 떨어지는 부분이었다

무기가 없으면 주먹 날리기가 전부인데, 그나마 변칙적인 게 점프는 엎드리는 척하다가 주먹 날리기 정도였다.

대현은 몸을 돌리면서 말했다.

“도, 도망가자.”

“으, 응.”

전지수도 무기가 없이는 2명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그녀도 재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퓻퓻!

그러는 사이, 뒤에서 화살이 날아온다.

고대현은 1인칭에서 3인칭 모드로 바꾼 뒤 시야를 넓게 보면서 화살을 피했다.

팍! 파르르르.

지나친 화살이 나무에 맞아서 덜렁인다.

발자국들이 눈밭에 새겨진다. 달리다가 2층집 하나가 나왔다.

“저기!”

대현과 지수는 2층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상대의 공격이 빠르진 않았다.

장전 시간 때문에 그런 듯했다.

“난 위로 갈게.”

파밍을 위해 두 사람은 잠시 갈라졌다.

전지수는 재빠르게 1층부터 뒤졌다.

그러자 낡은 선반 위에서 크로스 보우건이 나왔다.

그것을 파지 하니, 그녀의 눈앞에 글귀가 떠오른다.

[기본 스킬 : 평타]

이게 왜 나타나는지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화살 장전을 마친 전지수는, 창틀에 몸을 기대서 맞상대를 응시했다.

얼굴을 보아하니 20반 대에 포진해 있는 학생이었다.

‘무기는 둘 다 활.’

다행히도 둘 다 정태룡 급의 활 컨트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화살이 오두막집의 벽면에 무의미하게 푹푹, 박힐 뿐이었다.

‘소모를 노리자.’

전지수는 쏘려다가 상대가 멈추는 걸 기다렸다.

어차피 이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활로 자신들을 처치하는 건 불가능했다.

화살로 오두막집을 뚫을 수도 없고 말이다.

‘근접은 나도 밀리지 않으니까…… 할 만하다.’

오빠인 전천후 급은 아니지만, 감지의 범위를 극한으로 좁혀서 공격을 피하는 수준은 가능했다.

이에 전지수가 상대의 접근, 혹은 물러남을 기다릴 때였다.

띠링.

그녀의 눈앞에 아까와 같은 문구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의 상태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투 튜토리얼 공시]

[상대가 ‘눈 위에서 화살(일반 활) 30회 쏘기’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얼음 궁사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상대의 무기(활)에 특수 효과가 부여됩니다.]

“응?”

업적이라는 거에 저런 것도 포함이었나?

전지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중간 모드라고 해도 사실상 처음 하는 방식이기에 모르는 게 많았다.

‘진동.’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기댄 통나무 벽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점점 커진다. 투사체의 기척을 느끼진 못하지만, 무언가가 온다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콰앙.

아까까지 기대고 있던 벽면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동시에 무언가가 펑- 하고 터지면서 흰색 냉기가 내부를 점령했다.

푸쉬이이이-!

물에 드라이아이스를 담근 듯한 현상이 벌어졌다.

한기가 뿜어져 나와서 전지수의 팔과 다리를 타고 올라온다.

흰색의 성에가 끼면서 신경 부하가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건…….’

그녀는 상대가 얻은 특수 효과가 어떤 종류인지 눈치챘다.

‘앳쉬의 얼음 화살이랑 비슷하네……. 그런데, 저런 업적 하나 했다고 주기에는 너무 좋은데.’

“아니, 쿨 타임 30분 뭐야.”

“그래도 이거 했다고 주는 게 어디냐. 빨리 가보자.”

저 멀리서 다가오는 적들의 목소리가 귓전에 걸친다.

‘아니다. 좋은 편은 아니네.’

그러나 전지수는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스턴 효과가 있어서 스턴에 걸린 듯했다.

‘몸이 얼어서 안 움직여…….’

전지수는 본디 그라운드 제로에서 제일 두각을 드러냈다.

LOH나 언더 워치 같은 빙의체 방식은,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내심 멀리했었다.

‘그런데 정작 입학하고 나서 그라운드 제로형 게임에서만 광탈을 해버리니 원…….’

지금에서야 그 업보를 받는 것 같았다.

뭐, 실제로는 운이 나빠서 그런 것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들었다.

전지수는 스턴이 풀리길 기다렸다.

다행히도 조금씩 몸이 움직인다.

하나.

둘.

셋.

저벅저벅.

그러는 사이, 소리가 점점 커진다.

상대의 위치는 바로 앞, 3 미터 정도였다.

이대로 계속 있으면 죽을까. 살까.

전지수는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의 2 대 1……. 위험하지.’

그녀는 다시금 그 영역에 손을 댔다. 내면의 스위치를 켠다.

딸깍.

크로스 보우건을 든 그녀가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긴다.

핏!

핏!

화살이 교차 된다.

한발이 전지수의 허벅지에 박히고, 나머지 하나는 상대방의 목에 적중했다.

우당탕.

다리 하나가 무너지면서 전지수의 몸이 나무 바닥을 구른다.

1킬을 했지만, 나머지 한 명까지 처치하는 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게 크로스 보우건은 연사가 아니니까.

“잘 가라.”

남아 있는 상대가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활시위를 당길 때였다.

전지수의 어깻죽지 뒤에서 투사체 하나가 날아왔다.

펑-!

그것이 상대방의 얼굴에 적중했다.

그의 몸이 비틀거린다.

전지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촤악!

그대로 자신의 허벅지에 박혀있던 화살을 뽑아서 상대의 급소에 찔러넣는다.

퍽!

이어서 주먹으로 명치를 가격했다.

“헙!”

예상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쓰러지는 상대방.

‘겨우 없앴다.’

전지수는 그 위에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돌렸다.

“이거 좀 구린 것 같은데…….”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

길쭉한 지팡이 하나를 들고 있는 고대현이 있었다.

“아, 하하…….”

전지수는 웃으면서 그 모습을…….

아니, 정확하게는 그 앞에 떠오른 글귀를 바라봤다.

[‘극한의 상황에서 적 처치’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투사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무기(권)에 특수 효과가 부여됩니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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