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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50화 (50/200)

제50화

#50화

그 무렵, 전지수는 정태룡과 싸늘하게 대치하는 중이었다.

전지수가 칼을 정태룡의 목덜미에 대면서 말했다.

“아까 보조 교사로 나온 그 사람. 누구야?”

풍기는 아우라가 비슷했다.

감지에 능숙하기에 느꼈다.

처음엔 기우로 넘기고자 했지만.

갑자기 생각난 정태룡의 발언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다.

“궁금해?”

“응.”

신영범 학년 담임은 기간티아보단 레기온과 연이 깊다.

여기에 오기 전, 레기온 성 산하의 돌풍 길드장이었으니까.

그러한 이유로 신영범과 관련된 일은 정태룡이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럼 죽고 나서 찾아오던가.”

정태룡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파삭.

그때였다.

풀숲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수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정태룡의 후원을 받는 무기장인 조지아였다.

“티밍?”

전지수가 몸을 뒤로 젖히며 피했다.

기척을 감지하고 있었기에 유연하게 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 명인가.’

적의 수를 체크 한 전지수가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투척했다.

챙-!

그 짧은 순간.

검에서 방패로 전환한 조지아가 단검을 막아냈다.

역시 에펠라오스 고수다운 무기 전환 속도였다.

‘하지만 계속 날린다면 어떨까.’

챙챙-!!

현재 모드는 신경 부하가 기존 수치보다 높았다. 저런 식의 무기 전환은 비효율적이었다.

핑!

“읏!”

결국 방패를 놓친 조지아.

그녀가 이어서 무기를 전환했다.

끝에 철구가 달린 사슬이 뱀처럼 날아오면서 전지수의 다리를 휘감았다.

그리고 잡아당겨서 넘어뜨린 뒤 잡아끈다.

“이런…….”

하지만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한 번에 잡아당기기란 쉽지 않았다.

‘신체 보정이 너무 없잖아?’

로드 피그의 갈고리를 생각하던 조지아의 얼굴에 낭패가 서렸다.

“끝났어?”

촤락!

역으로 사슬을 잡아당기자 자세가 흐트러지는 조지아.

전지수가 재빠르게 바닥의 단검을 주워서 조지아를 마무리 지었다.

털썩.

조지아가 뒤로 풀썩 넘어간다.

뒤에 있던 정태룡은 사라지고 없었다.

기척을 감지해보니 근처에 있는 나무 뒤편이었다.

파파팍!!

이를 인식하자마자 화살이 날아와서 땅에 박힌다. 사람은 감지할 수 있어도 미리 쏜 화살은 감지할 수 없기에, 팔과 다리에 몇 개를 맞았다.

‘무겁네…….’

전지수는 은폐물 뒤에 숨은 다음 자신의 손을 쥐락펴락했다. 뭔가 풍선에 바람이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파파팟!!

“읏.”

전지수는 이어지는 화살을 몇 번 더 피하다가 떨어져 있는 대궁과 화살을 주웠다.

나무 뒤에 있는 상대를 소지하고 있는 보우건으로 맞추긴 힘들다.

게다가 상대는 휘어지는 화살을 날리는데, 보우건으로는 그게 힘들뿐더러 자신은 그걸 익히지도 않았으니까.

끼익.

전지수는 대궁을 당겨봤다.

장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전혀 당겨지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볼까.’

나오랄 때는 안 나오고 항상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만 발현되는 힘.

이번에는 조지아한테 쇠사슬로 그랩 당하고 나서야 쓸 수 있었다.

“해보자.”

전지수는 화살을 걸치듯 활에 올려둔 채 대궁을 들고 앞으로 뛰어나왔다. 공격은 허용하되 헤드샷은 나오지 않게…….

피잇─!!

뺨을 화살이 스치고 지나갔다.

끼이익.

그때마다 활시위가 당겨졌다.

“조금만 더…….”

팍!

화살이 이어서 어깨와 가슴팍에 하나씩 박힌다. 체력이 일순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갑옷이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바로 빈사 상태가 될 뻔했다.

‘이건…….’

한마디로.

위험했다.

끼기기기긱-!!

위험 상황을 인식하자 ‘그 상태’ 돌입된다.

‘이번만 써야지·····.’

활시위가 최대로 당겨진다. 전지수는 발끝에 힘을 줬다. 상대가 있는 나무를 인식한다.

그리고 쇠뇌를 날리듯 손가락 끝에서 힘을 뺐다.

다음 순간.

퍼걱!

화살이 나무를 뚫고 지나갔다.

별안간 털썩하고 정태룡이 옆으로 쓰러졌다. 호롱불로 변한다.

“하아…….”

전지수는 간신히 성공한 도박의 결과를 마주하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 하하······히, 읍!”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려고 한다. 그녀는 입가를 틀어막았다.

-이 아이는, 광전사의······.

전지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래서 아버지가 쓰지 말라고 한 건데…….’

생명이 위협당할 때만 나오는 힘에 의지하게 되면 위험하다.

그녀의 아버지 전인택은 위의 주장을 하면서, 전지수가 감지 쪽 비술을 익히게 했다.

다행히도 얼추 적성에 맞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느낌. 중독되면 위험할지도…….”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눈을 감았다.

푹!

왜냐하면.

정태룡이 쓰러지기 전, 공중에 날려놓은 화살이 자신의 정수리로 떨어졌기에.

* * *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는군.”

상황을 관전하던 신영범이 낮게 중얼거렸다. 야나 이바노프가 처음부터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감옥에 있어서 몸이 상당히 답답했나 보지?’

야나 이바노프는 하루의 일정 시간을 지하 감옥에 접속해서 보내야 했다. 몸을 움직이는 게 습관인 그녀에겐 엄청난 고역이었겠지.

그녀는 결국 인식 저해를 걸어서, 이번 수업의 보조로 참여하는 것에 동의했다.

“물론, 저게 좋은지는 모르겠다만…….”

신영범은 낮게 중얼거렸다.

감옥에 있다고 해도 하루의 몇 시간 정도는 밖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나가면 통제 영역을 벗어난다.

야나가 그녀의 아버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는 미지수였다.

‘오히려 내 학생들보다 야나가 이번 경험으로 강해질지도 모르지…….’

내부에서 이번 일에 대해 많은 반대가 있었던 것도 위의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영범은 이번 일로 야나의 실력이 올라도 딱히 상관이 없다고 여겼다.

‘어차피 강해져도 성에서 알아서 하겠지.’

이번 레기온 성 침략전에서, 레기온은 병력의 5%도 채 꺼내지 않았다. 애초에 수호 기사도 4기사 중 제일 약한 사람을 보냈다.

솔직히 상대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를 보자는 느낌이 강했다. 죽어도 현실에서 죽는 게 아닌지라, 패를 확인하는 목적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과연 이놈이 생태계를 흐릴까. 아니면 새로운 메타를 불러올까…….’

그는 미간을 좁히며 생각했다.

메타 변화라는 것은 어지간하면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나마 일어난다면, 라그나로크 후의 인식이나 상태변화 정도였다.

‘당분간 메타 변화 정도의 타격이 생기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나오겠군.’

18대 성주 중 기간티아의 반응이 거셀 것이다. 학생들도 그렇겠고.

[뭐, 뭐야 저거!]

쓰걱!

‘이 학생도 금방 죽었네.’

신영범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현재 접속된 200명 중 남은 사람은 100명이었다.

그중 돌다리에 발을 들인 사람도 꽤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살아남은 이는 없었다.

‘마음 같아선 나도 들어가서 붙고 싶다.’

야나의 능력치는 메인 스킬의 최대 상한 출력 10%를 제외하고 전부 봉인된 상태였다.

저번 라그나로크 때 정도는 아니겠지만, 자신도 힘을 제하고 싸우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일 것 같았다.

‘응? 이 녀석은?’

그때.

다음 도전자가 나타났다.

신영범은 그가 누군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범단월…….”

그는 1반의 인원이며 정태룡에게 후원을 받는 존재였다. 저번 수업 때 바람 검사로 맞붙었는데, 뤼신을 꽤 잘했다.

‘듣자 하니 뭘 해도 금방 잘한다는데…….’

레전드 오브 히어로에서는 역량 차이가 심해서 그런지 한 번에 죽었다.

이번에는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영범은 자신의 학생을 흥미롭게 응시했다.

서걱!!

영상 속 범단월은 활을 제 몸처럼 다루며, 야나의 검을 능숙하게 피해냈다.

핏.

범단월이 화살을 날린다.

굴절된 화살 수십 발이 야나의 사각으로 날아든다.

“?!”

처음 보는 기술인 걸까.

살짝 당황하면서 겨우 회피한다.

투구 때문에 시야각이 좁아서 더 힘든 듯했다.

‘역시, 이번 일은 야나만 더 성장시키겠네.’

상위 원거리 딜러 중에서 저 기술을 쓸 줄 아는 사람은 꽤 있다. 다음 조우 때는 어렵지 않게 피해내리라.

즉, 적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데…….

그런데도 신영범은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야나가 강해져서 한국 대륙의 영토를 줄여주면…… 다시 검사가 많아질 확률이 높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쩌다 보니 야나가 강해지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구도가 되었다. 원래부터 이런 구도를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필요하긴 해.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니까.’

신영범이 정체기에 들어선 한국 대륙을 떠올릴 때였다.

펑!

범단월이 날린 화살 중 하나가 터졌다.

발광탄이었다.

순간 눈앞이 밝아진다. 이에 야나가 멈칫하면서 팔을 휘적거린다.

“윽…….”

신영범도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여기서 발광탄을 날릴 줄이야.

밝은 빛이 줄어들자 다시 전투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휘익!!

갑자기 입에 손을 대고 휘파람을 부는 범단월.

저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한 의문에 답하듯 돌다리 아래의 수면이 일렁였다.

물 아래의 거대한 그림자가 커지더니, 이내 물보라를 일으키며 야나 이바노프를 덮친다.

이에 신영범은 상반신을 앞으로 기울였다.

홀로그램 화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도마뱀??’

찡그린 시선 끝.

거대한 도마뱀이 야나 이바노프의 팔을 물고,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대검과 갑옷을 입은 그녀가 수면 아래로 모습을 감추었다.

“설마 길들여서 미리 매복시켜 놓은 건가?”

뭘 해도 잘한다더니, 테이밍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모양이다.

기대감이 최고조로 상승한 가운데.

첨벙첨벙.

물이 흔들리는 다리 위에서, 범단월은 화살 3개를 장전했다. 얼음 마법 효과가 가미된 특수 화살이 발사된다.

쩌저적.

화살이 물에 닿음과 동시에 수면이 얼어붙었다. 한기를 머금은 빙판이 영역을 넓혔다.

조용하다.

‘흠, 저기서 끝날 사람이 아닌데 말이지.’

보통 사람은 끝났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신영범의 반응은 달랐다.

비록 라그나로크 때와 모드가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피지컬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신영범의 기억 속에 있는 야나는 그런 존재였기에.

쩌적.

그가 자신도 모르게 기대감을 품고 화면을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푸각!

돌연 장창이 얼음을 뚫고 올라와서 범단월의 뺨을 스쳤다.

워낙 기습적인 일격이었기에 그의 자세가 무너졌다.

상반신이 흔들리며 활에서 손을 떼고 바닥을 짚는다.

그러는 사이, 얼음을 뚫고 수십 자루의 검이 투척 되었다.

한 사람이 지니고 있을 무기의 양이 아니었다.

신영범은 그녀가 어떤 아이템을 사용했는지 한 번에 눈치챘다.

‘저건, 초반에 주웠던 아공간 주머니로군.’

맨 처음에 임상배한테서 파밍한 아공간 주머니.

야나 이바노프는 아공간 주머니에 계속해서 칼을 집어넣고 있던 것이다.

콰드득!

마침내 얼음 위로 올라온 그녀가 장대 높이 뛰기를 하듯, 돌다리 위로 올라왔다.

한 손에 거대한 도마뱀의 머리를 들고서.

휙.

그것을 범단월에게 던지고, 대검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쾅!

활을 가로로 비틀어서 겨우 방어한 범단월의 입에서 삐걱거리는 말이 새어 나왔다.

“엄청…… 무겁네.”

“이건 가벼운 편인데.”

꾸욱.

야나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대검이 연한 적색으로 발광한다.

압박이 범단월의 손목과 발목을 자극했다. 10% 상한의 아래인 5% 정도의 힘이었지만.

으드득.

돌바닥이 우득,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흙먼지를 토해낸다.

발이 점점 바닥을 파고 들어간다.

보고 있던 신영범은 궁금해졌다.

아마 야나도 100%를 쓰고 나면 바체슬라프처럼 그로기 상태에 들어가지 않을까?

신영범이 턱 끝을 만지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자니, 별안간 야나가 대검에서 손을 뗐다.

“으읏?”

범단월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며, 그 위를 대검이 덮치면서 압박한다.

꾸득, 꾸드득.

바닥에 엎드려진 범단월의 주변으로, 무게 압박에 의한 분화구 같은 원이 생긴다.

“오……. 버티네?”

크윽.

범단월이 여러 개를 따라 할 수는 있어도, 야나를 흉내 낼 수는 없었다.

“활도, 쏘려면…… 힘이, 필요하거든요.”

그가 겨우 이를 갈면서 말했다. 호기로운 모습에 야나 이바노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한계를 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

저건, 이 세상에서 제일 고결한 모습이니까.

“그럼 이번 판이 끝날 때까지 버텨보던가.”

스르릉.

뒤로 돌아서.

아공간 주머니에서 롱소드를 뽑은 그녀가 전방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어느새 5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다.

‘1인 모드라고 하더니, 빌어먹을 티밍…….’

신영범의 설정으로 다른 스킬은 다 막히고.

메인 스킬의 10%만 쓸 수 있으며.

대검도 기본 신경 부하 값이 이상해서 여러모로 열악했다.

‘이 정도면 잘해봐야 원래 힘의 20%인가…… 지도 너프 시켜서 학생이랑 뜨라고 하면 기겁할 거면서 잘도 이런 걸 시키네.’

마음속으로 신영범에게 욕을 날렸다.

그래도.

“한꺼번에 와라. 시간 없으니까.”

야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의 칼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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