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48화 (48/200)

제48화

#48화

휘이잉.

고대현은 드래곤 위에 있는 자신의 아바타를 보았다. 희뿌연 구름 사이를 통과하면서 이동하는 드래곤은 살짝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수송기 대신 드래곤인 건 특이하네.’

드래곤 위에 있는 200명의 학생들.

그들은 각자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언제나 느낀 거지만 한 맵에 200명은 많았다.

‘아까 그 보조 교사가 다 막는 식이었지…… 얼마나 강하면 그런 조건으로 나오는 거지?’

방식은 아직 제대로 모르겠다만.

어쨌든 1대 200이다.

그 수가 간단할 리 없다.

미니언 잡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대현은 밀려나는 풍경을 뒤로하고 지도를 꺼냈다. M을 누르자 화면 속의 자신이 허리춤에서 지도를 꺼낸다.

딸깍.

마우스로 농장 옆의 외딴 민가를 눌렀다. 그러자 지장 비슷한 표식이 나타나며, 영혼 같은 게 아른거렸다.

그것은 ‘뭐지?’하고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화살표처럼 착륙 방향을 가리켰다.

위치는 해안가 근처였다.

지도에 찍은 위치를 알려주는 모양이었다.

다시 시야를 돌려서, 고대현은 지도를 살펴봤다.

‘맵 크기는 사라하 사막 맵의 10배 정도인가……. 넓기도 해라. 어차피 지형은 모르니까 외곽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을 골랐다.

이번 게임의 목표는 현 모드에 익숙해지는 것이었기에, 비교적 사람이 없는 곳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대현은 지도를 접고 용의 등판을 둘러봤다. 이하린과 유금옥, 이태원 등등이 보였다. 보아하니 같은 팀이 아닌 솔로 모드였다.

‘5명이 한꺼번에 달려들면 힘들어서 그런 건가?’

여러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각자 싸우는 게 우선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고.

그 보조 교사라는 사람이 되도록 협공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도 있는 것 같았다.

‘흠.’

고대현이 이하린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우리 같은 팀으로 움직일래?”

“응? 듀오 모드는 아닌데 어떻게…….”

“그냥 같이 다니는 거지, 뒤에서 칼빵 안 놓는다는 약속하에.”

“그렇게 같이 다니는 거…… 반칙 아니야?”

“여기서는 아니지 않을까?”

“음.”

은근히 권유하니까 거절할 낌새였던 이하린도 다시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가까이에서 볼 기회구나. 저번 그라운드 제로 때는 다른 팀이었으니까.’

그녀로서는 고대현을 옆에서 자주 봐두면 좋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팀의 결성이 끝났다.

끼에에에엑-

그때 드래곤의 포효소리가 상념을 뚫고 들어왔다. 공기를 진동시키는 소리에 놀라기를 잠시…….

대현은 슬쩍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사람들의 등에 웬 푸른색 날개가 달려 있었고.

이는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띠링.

날개에 대한 의문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관련 문구가 나타났다.

[드래곤의 축복]

-하강 시 쓸 수 있는 날개를 생성합니다.

‘이걸로 낙하산을 대신하는 거구나.’

안 그래도 낙하산이 없는데 어떻게 떨어지지? 하고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대현은 축복 효과를 확인하듯,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은 이미 하나둘씩 지상으로 하강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살 지원이라도 하는 듯 보였다.

“갈 장소는 정했어?”

“어, 외곽지역부터 가게.”

대현은 마지막으로 지도를 보고, 드래곤의 발치 아래로 몸을 이동시켰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자 점프하면서 하강을 시작한다. 거의 드래곤의 몸에서 미끄러진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름을 통과하면서 섬에 가까워진다.

펄럭-

드래곤의 축복을 통해 나온 날개는, 낙하산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능동적인 비행이 가능했다.

덕분에 원하는 장소에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어디 보자.’

고대현과 이하린은 주변을 살피며 민가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퍼석퍼석하고 풀이 밟힌다.

이 모드의 땅은 우중충한 하늘과 더불어 곳곳에 안개가 깔려있었다.

소설에나 나오는 밝은 이세계 판타지보단, 수도승이나 이교도 처형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아우우-

중간중간 늑대와 같은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깔려서 스산한 느낌을 준다.

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경계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낡은 집.

끼익-

문을 열자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진다. 여기도 파밍 시스템은 비슷하겠지.

“각자 파밍하고 거실에서 모이자.”

“응.”

이하린과 갈라져서 바닥과 식탁, 선반 위를 뒤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손에 여러 장비가 모였다.

곰 가죽으로 만든 하이드 아머부터 해서, 단검, 도끼.

그리고…….

“여기서는 붕대 대신에 이거구나.”

대현은 갑옷과 병기 사이에 놓인 타원형 구슬을 내려다봤다.

부활절 달걀처럼 생기기도 한 이것.

그것을 보자 모니터에 정보가 나타났다.

[여신의 축복 정수]

-손에 든 상태로 깨트리면 체력이 회복된다.

붕대처럼 감는 시늉을 할 필요가 없고 훨씬 간편해 보인다. 무기들이 투박한 걸 고려해서 만든 듯하다.

절그럭-

대현은 가죽 갑옷을 몸에 착용시켰다.

무거운 곰 가죽이 땅으로 꺼지듯, 어깨를 잡아끌고 내려갔다. 솔직히 방어력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대강 1렙 조끼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무기는…… 도끼도 애매하고 단검도 애매하네.’

늘어놓은 무기를 하나씩 휘둘러본다.

딸깍.

딸깍.

일반적인 평타가 작동되었다.

도끼는 느리면서 투박하고, 단검은 빠른 공격이 가능했다.

‘문제는 검로가 너무 정직하다는 건데…….’

대현은 허리춤에 단검을 차고, 등에는 도끼를, 주머니에 여신의 축복 정수를 넣은 채 집의 2층을 탐사했다. 문 하나하나를 열어서 아이템을 살핀다.

“이거 너 쓸래?”

2층을 먼저 탐사하고 있던 이하린이 무기 하나를 건넸다.

[대검]

-몬스터의 엄니로 만든 거대한 검.

“크고 좋네.”

“들고 다닐 수 있겠어?”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는 이하린.

그녀는 대검을 받아든 고대현을 보면서 생각했다.

‘과연…… 저걸 견딜 수 있을까?’

처음 들었을 때의 무게가 장난 아니었다. 일단 들고 다니는 거 자체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이 정도면 문제없지. 오히려 좋아.”

“……진짜?”

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감정 표현으로 어설프게나마 의견을 표출할 수 있었다.

‘어차피 정교하게 움직이지 못할 거면, 거대한 대검으로 쓸어버리는 게 낫지.’

대현은 마우스를 클릭했다.

화면 속 자신이 대검을 휘두른다.

집이 좁아서 그런지, 집기들이 이리저리 떨어지고 천장에서 먼지가 떨어졌다.

“야, 나가서 해. 여긴 너무 좁아.”

역시, 안에서는 무리인가.

고대현은 얌전하게 집안을 돌다가 검술과 관련한 아이템을 발견했다.

[검술 교본]

-Lv1

상호작용 F를 눌러서 책을 펼치자, 스킬을 획득했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기술 1개가 나왔다.

-찌르기

찌르기 1개.

초라한 기술 목록을 보고 있자니, UI 도움 시스템이 작동된다.

찌르기 -> [단축키를 등록해주세요.]

찌르기 동작을 단축키로 등록하라고 한다.

대현은 적당히 방해되지 않을 선에서, 마우스의 중앙에 있는 스크롤 버튼을 선택했다.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밖에서 써볼까?’

대검을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안개는 아까보다 옅어진 상태였다.

한적한 밖에서 찌르기 스킬을 써본다.

딸깍.

슈슉!

[동작 구현 : 100%]

마우스의 스크롤 버튼을 누르니, 대검을 든 화면 속 자신이 빠르게 찌르기를 마무리한다.

대검으로 하는 찌르기라니.

원래라면 미친 짓이었겠지만. 몸이 피로할 일은 없었다.

‘이건 바람 검사의 찌르기랑 비슷한 모션이네. 그냥 운 좋은 트린담이어라고 생각하면서 컨트롤 해야겠다.’

고대현은 대검 찌르기에 맛 들인 나머지, 이쪽저쪽으로 찌르기를 써봤다.

보통 대검으로 이런 동작은 못 한다고 여길 테니. 나름 의표를 찌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대검이랑 맞는 스타일인가 보네? 너.”

“응, 써보니까 재미있는 것 같다.”

적당한 롱소드를 들고 있던 이하린의 눈빛이 떨렸다. 그녀도 롱소드의 손잡이를 잡았다.

삑.

[신경 부하 레벨 : 3]

손잡이를 잡자마자 손목에서 홀로그램 창이 떠오르며 대략적인 난이도를 알려준다.

‘저 대검은 5레벨이던데…….’

이하린에게 5레벨까지는 커버 가능한 범위였다. 하지만 그걸 들고 저렇게 찌르기 동작을 취하는 건 무리였다.

몇 번 휘둘러서 가볍게 만들어야 비로소 찌르기가 가능할 것 같았다.

“야, 나한테 찌르기 한 번 날려봐.”

“너한테?”

이하린이 자신에게 찌르기를 날려보라고 말하며 방패를 들고 방어 동작을 취했다.

“죽어도 난 모른다.”

고대현도 위력에 대해서 궁금했으므로, 사양하지 않고 찌르기를 날렸다.

부웅.

대검으로 하는 찌르기가 민첩하게 실행된다. 롱소드와 방패가 충돌한다.

쾅!

지이익.

이하린의 몸이 밀려나면서 흙이 파인다. 바닥에 11자가 생겼다. 다행히도 이하린은 죽지 않았다.

“위력은 어때?”

찌르기만 나오고 정확한 대미지가 없기에 질문했다. 방패 위로 얼굴을 빼꼼 내민 이하린이 말했다.

“음, 생각보다 강하진 않네.”

“진짜……?”

이하린이 허세를 부리는 걸 수도 있지만, 분위기상 그럴 것 같진 않고.

진짜 생각보다 안 강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계속 연격하면 위력적일 것 같아. 너 아까 보니까 연속으로 빠르게 쓰던데.”

“결국 빠르게 여러 번 찌르라는 거구나?”

“응.”

어차피 첫 일격부터 빠르게 날릴 수 있으니까. 계속해서 단축키만 누르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고대현은 이하린의 피드백을 머릿속에 저장했다.

‘나도 검술 교본이나 써볼까?’

한편.

방패를 내린 이하린도 일전에 파밍했던 검술 교본을 꺼냈다.

[검술 교본]

-Lv4

-오행베기

연속적으로 5번의 베기를 하는 기술이었다. 이하린이 교본에 나온 동작을 어설프게나마 따라 했다.

스핏!

그러자 칼에 가속도가 붙으며 미세한 오러가 생성된다. 찌르기에 비하면 파괴력이 높은 스킬이었다.

‘싸우는 도중에 쓰긴 어려울 것 같긴 하다만…….’

기술 자체는 좋지만, 숙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동작을 꺼내기란 어려울 것 같았다.

“뭐야? 그 사기 스킬은?”

“왜? 탐나?”

“조금.”

고대현은 나중에 이하린이 죽으면 저 스킬을 파밍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이동해 볼까?”

“그래.”

그리고 지도를 펼쳤다.

파피루스 같은 지도의 중앙에 작은 성이 있었다.

형식만 보면 자율적으로 진행되는 약식 공성전이라고 봐도 좋았다.

관찰의 범위를 넓히니, 섬 주변에 그라운드 제로의 전기장과 비슷한 빨간색 원이 있고.

원은 중앙의 성을 향해서 가까워진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악신의 업화가 몰려오는 중입니다!

전기장 대신에 악신의 업화라는 게 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독가스나 불 비슷한 제한 요소 같은데…….

‘이동 수단을 알아봐야겠다.’

대현은 주변을 돌면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뛰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탈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디 이런 특수 모드에서 체감이 크게 되는 요소 중 하나가 탈 것이니 말이다.

“탈 거 구하러 가자.”

“탈 거?”

“보니까 탈 만한 거 한두 개는 있을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듣던 이하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탈만 한 것을 찾아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펄럭- 크르르-.

어디선가 낮은 배기음 소리 같은 게 들렸다. 언젠가 들어본 듯한 소리였다.

“저기로 가볼까?”

“뭔가 느낌이 안 좋아…….”

부스럭거리는 풀들을 해치며 언덕 너머로 고개를 들었다.

“오.”

고대현과 이하린의 시선이 멈춘 곳.

거대한 와이번이 물을 마시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