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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42화 (42/200)

제42화

#42화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요?”

“응, 저런 걸 튕겨내는 사람은…… 내가 알기론 1억 스텍의 그 사람만이 유일해.”

그 말을 끝으로.

성주는 과거, 린이지 내의 러시아 대륙을 방문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 당시의 자신은 어린 나이였고.

아직 성주가 될 시기도 아니었다.

단지 타 대륙을 관광하기 위해 허가를 받고 들른 차였다.

‘뭐 하는 중이시죠?’

‘농사를 짓는 중입니다.’

성주의 회상 속에서 한 청년의 모습이 잡혔다. 그는 손도끼를 들고 슬라임을 잡고 있었다.

어딜 봐도 농사는 아니었다.

‘농사……요?’

‘네. 스텍을 쌓는 중이거든요.’

‘아.’

레전드 오브 히어로의 챔피언인 나세스.

나세스의 ‘호미 내려찍기’라는 스킬은, 미니언을 먹을 때마다 스킬 대미지가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

‘호미 내려찍기가 서브 스킬이시군요.’

성주는 그 청년을 안쓰럽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호미 내려찍기는 대대적인 너프가 가해진 뒤 편입된 스킬이었다.

스텍에 따른 공격력 상승 비율이 98% 너프 먹고.

그렇게 얻은 힘도 방대한 지구력을 대가로 바쳐야 쓸 수 있었다.

노력 대비 효율이 최하위인데다가.

강한 한 방을 날린다고 해도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성주는 그 청년의 학창 시절 티어가 낮다고 생각했다.

성인식의 서브 스킬 획득 경쟁에서 밀렸기에, 호미 내려찍기 같은 걸 얻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몇 스텍이시죠?’

‘십만 스텍이요.’

십만 스텍이면.

사회 초년생의 메인 스킬 대미지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이었다.

겨우 그 정도의 힘을, 많은 신경 지구력을 소모해서 사용하다니…….

‘안 힘드세요?’

‘괜찮아요. 스텍 쌓는 건 즐겁거든요.’

그렇게 말한 청년은 계속 슬라임을 잡았다.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톡, 하고 치니 슬라임이 한 번에 소멸한다. 정밀하게 조절된 한 방. 청년의 얼굴에 힘든 기색은 없었다.

‘그럼 수고하세요. 저는 이만…….’

성주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애써 무시하고 발길을 돌렸다.

그 청년을 다시 마주한 건, 자신이 성주가 된 다음 필드 스와핑 명목으로 러시아대륙을 방문했을 때였다.

‘저, 저기…….’

‘네?’

‘아직도 농사짓는 중이세요??’

그 청년.

아니, 이제 청년이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남자가 스텍을 쌓고 있었다.

얼마나 스텍을 많이 쌓았는지는 모르겠다만.

손도끼를 움직이는 그의 손은 매우 조심스러워 보였다.

스걱.

슬라임을 베어낸 남자가 한숨을 푹 쉬고 쓰러지더니, 이내 로그아웃되었다.

그로기 상태에 걸린 것이었다.

‘저런, 무모하게!’

그로기 상태가 왔다는 건 신체에 부담이 걸렸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저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스텍을 쌓아왔다는 걸까?

도대체 언제부터…….

성주는 별안간 다시 접속한 남자, 바체슬라프를 향해 말했다.

‘미쳤어요? 몸 버리려고 작정한 건가요?’

‘하하, 그런 건 아니고…… 얻을 게 있어서요.’

‘얻을 거요?’

바체슬라프가 레기온 성주에게 손짓했다. 그들은 러시아대륙의 지옥 던전 안에 들어갔다.

‘……그렇군요. 그 사이에 성주가 되시다니. 대단합니다.’

‘그쪽이야말로 대단하네요. 스텍을 1억이나 쌓다니…….’

‘아니에요. 그냥 휘두르기만 했는데요 뭘.’

‘그런 걸 그냥 휘두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핀잔을 주니 태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바체슬라프.

그는 거대한 보스 몹, 썩은 아귀 대공의 앞에 섰다.

‘썩은 아귀 대공을 한 방에 잡으면 특전 스킬을 준다는 소리가 있어서…….’

‘그런 낭설을 믿어요?’

그런 소문이 있었다.

각 대륙의 보스 몹을 한 방에 처리하면 특전 고유 스킬이 떨어진다는 소리가.

하지만 보스 몹을 단번에 처리할 수 있는 유저는 없었다.

대륙마다 있는 고유 스킬도 이미 다 나와 있는 상태였고…….

따라서 이 아귀를 잡는다고 해서 뭔가 나올 것 같진 않았다.

스걱.

그래도 바체슬라프는 썩은 아귀를 향해 손도끼를 휘둘렀다.

다음 순간.

다리 하나가 빌딩 한 채만한 썩은 아귀의 체력이 0이 되었다.

‘어……?’

바체슬라프의 몸이 픽 쓰러지고, 그 위에 스킬북이 떨어진다.

성주는 다가가서 스킬북을 펼쳐봤다.

[변성 고중력]

만진 사물의 신경 부하값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숙련도에 따라서 사물을 원거리에서도 조절할 수 있는 사기 스킬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부하 값에 따라서 위력이 천차만별로 나뉘겠네.’

약한 사람이 쓰면 한없이 낮은 출력 밖에 안 나올 스킬이었다.

좋긴 하다만.

한국 대륙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스킬이었다.

성주가 스킬북을 읽으면서 가만히 있자니, 별안간 바체슬라프가 접속했다.

‘가지고 도망갈 줄 알았는데…… 착한 분이시군요.’

‘안 도망가요. 어차피 제가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건 그렇네요.’

바체슬라프가 스킬북을 챙겼다.

바로 등록해서 써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나중에 한국 대륙으로 서버 이전하실 생각은 없나요? 그걸 쓰면 꽤 강해질 것 같은데.’

‘아닙니다. 아, 그리고 어차피 제가 쓸 게 아니라서요.’

성주의 눈이 커졌다.

‘그런 걸 당신이 안 쓰면 누가 쓰죠?’

‘제 딸이요.’

‘딸? 자식이 있었어요?’

‘네.’

‘쩝…… 그렇군요. 그런데 이걸 딸이 쓰기엔…… 애초에 그 쪽한테 적합한 거 아닌가요? 이 스킬.’

바체슬라프가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알게 될 겁니다.’

성주는 흥미가 생겼다.

‘딸도 그쪽 부류인가 보네요.’

‘저보다 뛰어납니다.’

‘농담도 잘하시네…….’

이때는, 그저 단순한 딸바보로 여겼다.

‘딸 이름은 뭐로 정했어요?’

‘야나. 일단 그렇게 설정했습니다.’

‘좋은 이름이네요.’

‘나중에 접속하면 언제 저희 성에 한 번 오세요. 그 스킬.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 궁금하네요.’

‘네. 갈게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언젠가.

언젠가.

그 말이 뇌리에 메아리처럼 맴돈다.

이윽고.

엄마.

“……엄마!”

그녀를 회상에서 끄집어낸 것은 정태룡의 목소리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하세요?”

“아, 응. 잠깐 옛날 일이 떠올라서.”

“1억 스텍이면, 바체슬라프를 말하는 거 맞죠?”

“어…….”

바체슬라프.

그는 일격필살의 남자라 불리는 러시아 대륙의 왕이었다.

‘그런 사람만이 튕겨낼 수 있을 정도의 공격이라면…… 고대현, 저놈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인 거지?’

그라운드 제로에서 봤을 때 대단한 수준이긴 했다.

하지만 바체슬라프에 비견될까, 라고 물어본다면 미지수였다.

설령 된다 하더라도 1억 스텍을 쌓는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퍼퍼퍼펑!

그러던 중.

연속적인 폭발음이 들려왔다.

화면을 보니 스턴 특무대가 야나에게 108 스턴진을 걸고 있었다.

* * *

“천천히!”

“침착하게 던져!!”

검은색 두건을 쓴 사람들이 발광탄을 하나씩 꺼내서, 야나에게 던진다.

한 명씩.

한 명씩.

돌아가면서.

히트 지점이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안 되는 정교한 작업.

야나가 속박되는 동안, 수호 기사가 마총의 스코프를 확대해서 그녀의 머리를 노렸다.

탕-!!

탄환이 날아가다가 야나의 정수리 앞에서 멈춘다.

우드득우득.

구겨지는 총알이 이내 점으로 변해서 땅에 떨어졌다. 수호 기사는 눈을 크게 떴다.

‘저게 메인 스킬의 효과인 건가?’

성주는 변성 고중력의 숙련도가 일정 이상 오르면 주변 사물의 부하 값을 조정할 수 있다고 그랬다.

위기를 느낀 수호 기사가 고대현에게 말했다.

“저 사람을 한 번만 더 묶는 거…… 가능합니까?”

“가능하긴 할걸요?”

“부탁드립니다.”

그 까칠하던 사람이 부탁한다.

고대현은 즉시 수락하려다가 이득을 볼 방안을 떠올렸다.

‘원래는 D부터 시작이라고 했으니······.’

“A급 기사 대행증을 주면 할게요.”

“그건 제 권한이─.”

까딱.

그때였다.

발광탄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야나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움직여볼까.”

그녀가 입술을 뗐다.

상대는 아군이 많아서 광범위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

야나 이바노프는 생각했다.

‘그러니 할 거면 지금이다.’

벌써 밑천을 드러내는 건 아깝지만.

벗어나려면 이 수밖에 없었다.

우웅.

스턴사들의 장비가 일순 붉은색으로 빛나더니, 곳곳에서 경악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어? 갑자기 소모 값이 왜 이래?”

“윽, 무게가.”

상반신이 흔들리면서 108 스턴진이 깨진다.

이대로 가면…….

스턴 특무대 대장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가 마지막으로 외쳤다.

“모두 메오카이의 매복 속박을 써라!!”

나무 챔피언인 메오카이의 매복 속박.

그것은 장비 없이 쓸 수 있는 스턴 스킬 중.

제일 확실하게 상대방을 묶을 수 있는 스킬이었다.

‘비록 근거리로 붙는다고 해도! 여기서 저놈을 최대한 묶는다!’

우드. 우드드.

땅을 파고 들어간 특무대원들이 손이 야나의 다리를 잡았다. 그러나 그녀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콰직!

한명 한명 두더지 잡기 하듯 망치에 짓눌린다.

“귀찮게…….”

그녀의 게슴츠레한 눈빛이 전장을 훑었다. 발걸음이 느리다.

갑옷을 중첩한 상태에서 메인 스킬인 변성 고중력까지 개방했다.

아무리 괴물 같은 야나 이바노프라도 이쯤 되니 신경 지구력이 슬슬 한계에 달했다.

‘이대로 계속 버틸 수 있나?’

야나의 고개가 불빛이 일렁이는 산 너머에서 멈췄다. 여론이나 이미지적으로 타격을 주려면, 적어도 성에 흠집은 내야 했으니.

끼기기기긱.

망치에 모든 힘을 집중했다.

부하 값이 극상으로 치솟는다.

딛고 있는 땅이 조각나면서 특무대원들이 로그아웃된다.

중간중간 수호 기사의 탄환이 날아왔지만 닿기도 전에 찌그러지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파직 파지직.

붉은색 스파크가 일대를 점령한다.

‘이 정도면 아버지의 1억 스텍 일격 필살에 맞먹는다. 땅에 닿기만 한다면, 성의 반파는 예약된 일…….’

그녀의 손에서 망치가 떠나가려 하는 순간이었다.

퍼석.

변성 고중력의 영역 안으로.

누군가가 발을 들였다.

“또 네놈인가…….”

창과 방패를 쥔 남자.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자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보인다.

‘닮았……나.’

아무렇지도 않게 무기를 들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님 막으면 A급 대행증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막을 수 없을걸?”

쿵.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

땅이 기울면서 지반 침식이 일어난다.

팔, 다리, 어깨에 가해지는 신경 부하가 수십 배로 증가한다.

이 정도 수준은 아버지랑 할 때도 해보지 않았던 것.

“자, 어떠……냐?”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던 야나의 눈이 빠르게 깜빡였다.

시선이 고정된 곳.

“흠. 글쎄요.”

멀쩡하게 다가오는 남자가 있었다.

야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걸 버텨?’

그녀는 망치를 던져야 한다는 것도 잊었다. 한국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머릿속에 돌연 한 가지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이 시점에서 이런 짓을 할 만한 사람은…….’

설마.

“당신, 그 영상 속의 그 사람?”

“그 영상?”

“그 의심 영상 말입니다.”

“아아.”

고대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말로 그렇다는 것을 표현했다.

이에 야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사람도 커뮤니티를 봤으면, 자기가 나랑 묶여서 엄청나게 무시당하는 걸 봤겠지?’

사실 이 싸움은 고독한 싸움이었다.

그런 와중에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투지를 거두고 말했다.

“나중에 우리 대륙으로 오는 게 어떻습니까? 그런 대행증 같은 건 생략하고 그냥─.”

“싫은데요.”

고대현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네에……?”

깜빡.

깜빡.

야나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눈꺼풀을 깜빡였다. 한국 대륙에 있어봤자 이득은 없을 텐데···.

“왜지……? 아니, 왜죠? 우리 대륙이 너무 작아서 그런 건가요? 지, 지금부터 넓혀나갈 거니까. 너무 걱정─.”

“아니.”

또다시 야나의 말 허리를 자른 그가 창을 들었다.

“제가 학생이라서요.”

고대현은 생각했다.

신영범 학년 담임은 이런 괴물들을 상대할 인력을 키운다고 그랬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게임고에 다니는 게 이득이었다.

어차피 컨트롤 적인 제한은 존재하고, 부모님도 게임고 다니는 걸 좋아하니까 말이다.

‘이런 사람들 공격 막는 용도로만 쓰여도 충분히 대우받을 것 같은데?’

고대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한편.

‘학생인데 이 정도라고? 그럼 전지수 또래겠구나.’

야나는 과거를 떠올리고 있었다.

순간 전지수와 저 남자애가 겹쳐 보였다. 만약, 저 사람이 이 대륙에 계속 남는다면.

‘남들처럼. 그냥 평범해지는 게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야나 이바노프는 망치를 강하게 쥐며, 다시 투지를 끌어올렸다.

“학생인 게 어때서요? 어차피 거기 있어도 대우도 못 받고, 학교에서 케어해주지도 않을 텐데.”

“해요. 요즘에.”

“네?”

“신영범 선생님이 이상한 무거운 칼 들기 같은 거 시키더라고요. 다음 주부터 이걸로 수업한다면서.”

신영범…….

그 사람이?

야나 이바노프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졌다. 그녀가 뭔가를 말하려 입가를 달싹일─.

“전투 중에 헤드헌팅은 규칙 위반입니다.”

바로 그때였다.

고대현의 어깨 뒤편에서 푸른 빛이 터져 나왔다.

“저건?”

고대현도 화면을 전환해서 뒤를 보았다. 파란색 빛의 띠가 여러 겹으로 줄줄이 세워져 있고, 그 뒤에 수호 기사가 총을 들고 서 있었다.

‘제이수의 가속 역장??’

수호 기사의 메인 스킬인 중첩.

이에 따른 가속 역장 5 중첩이 총알을 빠르게 통과시켰다.

핏-!!

“설마, 저 인간…….”

빠르게 날아오는 총알을 반경으로 흙과 나무가 소멸하면서 거대한 터널이 생긴다. 파괴력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야나와 자신을 한 번에 날려버릴 생각인 듯했다.

‘잡아두라는 게 이런 거였어?’

너무 빠른 나머지 손가락을 움직일 시간도 없었다.

그때.

콰드드드득!

붉은 아우라가 총알을 방어했다.

엄청난 파괴력에 갑옷을 몇 겹이나 중첩한 야나의 HP가 낮아졌다.

‘아, 죽었네.’

그게.

고대현이 모니터로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야나 이바노프가 저 모양인데. 애초에 방패도 안 든 자신이 무사할 리 없었다.

거의 닿자마자 즉사했다.

수호 기사의 ‘묶어달라’는 주문을 훌륭하게 수행한 것이었다.

띠링.

[전투에서 탈락하셨습니다.]

“에휴, 나중에 A급 대행증 안주기만 해봐라.”

고대현은 혀를 차면서 접속을 종료했다.

옆에서 진아가 관전하고 있을 테니.

이쯤에서 경과보고를 해줘야 했다.

띠링-.

[접속이 종료되었습니다.]

고대현은 귓가에 들리는 소리를 인식하며 눈을 떴다. 동생 방 천장이 보였다.

‘얘는 관전한다면서 메시지 하나 안 남겼네.’

방이 조용했다.

둘러보니 옆에 있어야 할 진아가 없었다.

고대현이 의아함을 느끼며 침대에서 일어날 때였다.

털썩.

갑자기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대현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 게임을 오래 했나? 나도 드디어?’

이게 그로뭐시기 상태인 건가?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점령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에 누웠을 때, 다리를 꼬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 반대편 다리를 눌렀기에.

피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느낌 개 같네.’

간지러운 감각이 점점 강해지면서 차가운 느낌이 든다.

고대현은 자신의 다리를 주물렀다.

다음부터는 다리를 꼬고 헤드셋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벌컥.

그렇게 어느 정도 회복이 끝나가는 찰나.

방문이 열리고 진아가 들어왔다.

양손에 팝콘과 콜라를 들고서.

“오빠 벌써 나왔…… 응……?”

말을 하던 진아가 입을 꾹 닫고, 대현의 다리 쪽을 응시했다.

‘왜 저러고 있는 거지??’

진아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자 저럴 만한 이유가 곧장 뇌리를 스쳤다.

‘설마……?’

그로기 상태.

신경 괴사.

되짚어보면 그런 걸 견뎌냈으니, 몸이 성할 리 없었다.

“오빠 설마 그로기…….”

“응? 아, 이건 그냥 다리에─.”

“설마! 신경 괴사가……?”

진아의 귀가 자동 필터링을 하고 있었다. 대현의 말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진아야?”

“엄.”

“엄?”

“엄마아아!!!”

갑자기 엄마를 부르면서 방을 뛰쳐나가는 진아.

대현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꼈다.

‘저거 설마.’

얼마나 지났을까.

진아의 관리 감독하에.

고대현은 꼼짝없이 병원행 공유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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