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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41화 (41/200)

제41화

#41화

“대리기사……?”

야나 이바노프의 눈이 남자의 몸을 훑었다.

아무런 아이템도, 장비도 없이 방패만 있는 퓨어한 상태.

그녀는 대리기사라는 말을 곱씹은 끝에.

‘설마 기사 대행인가?’

상대가 기사 대행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보통 기사 대행은 초짜들만 있을 텐데.

‘내 공격을 단신으로 막아?’

야나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모양을 보아하니 팬테온의 방패 막기 스킬이었다.

방패 막기는 시전 방향으로 공격하나를 무효화시킬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구현도가 떨어지면 몸에 대미지가 들어가는 스킬이었다.

즉, 눈앞의 남자는 100%의 구현도를 자신하고 들어왔다는 소리.

‘노 아이템이래서 스쳐도 죽음일 텐데 바로 뛰어들다니…….’

속으로 감탄한 야나의 시선에 문득 반짝이는 게 잡혔다.

은색의 점이 점점 커진다.

저건…….

야나가 회피를 위해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나 일정 순간에 굴절된 쐐기는 뱀처럼 그녀의 어깨에 박혀 들었다.

푹!

몸이 뒤로 밀려나면서 벽에 박힌다.

붸인의 볼트 스킬이었다.

야나 이바노프의 몸이 고정되자 화력들이 퍼부어진다.

눈부신 광선이 어둠을 몰아내는 가운데.

“잘 막았다.”

수호 기사가 고대현의 뒤에 착지했다.

그리고 무기를 전환했다.

“학생치고는 대범하네, 굳이 여기까지 와서 저 공격을 받아내다니.”

짧게 감탄한 그녀는, 곧바로 다음 스킬의 이행을 위해 몸을 숙였다.

장총에 새겨진 마법진이 용암처럼 반짝인다.

철컥철컥.

총에서 뻗어 나온 철골이 좌우로 길게 늘어진다.

끼이이잉.

공기를 집속 하는듯한 소리와 함께 넓은 바람이 전방을 휩쓸었다.

센아의 궁극기인 그림자 대포였다.

강물 같은 비취색 줄기가 전장을 가로지르며 아군에게 실드를 준다.

가운데 줄기가 상대에게 대미지를 주긴 하지만, 엄청난 고 딜링기의 기술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서포팅 위주로 하시네요.”

고대현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금도 완드와 스태프를 든 마법사들이 록스의 궁극기를 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수호 기사는 화력보단 부가 기능적인 스킬만 쓰고 있었다.

“상대가 스킬을 전부 끌어낼 때까지 이쪽의 스킬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왜요?”

“스킬에는 상하관계가 있으니까요. 상대의 모든 스킬을 최대한 본 다음에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야나 이바노프처럼 스킬이 많은 고위직급은 더더욱.”

“아 그렇구나……. 아니. 잠깐, 저 사람이 야나라고요?”

대현의 눈이 커졌다.

금발 머리를 가진 여자는 끽해야 20대 초반 정도로 보였다.

“네, 보통은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만 알려져 있죠.”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야나 이바노프는 갑옷을 입은 여자 사람.

딱 그 정도의 인식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얼굴을 보고 나니 뭐랄까.

‘생각보다 젊구나…….’

저런 나이에 고위급이라니…… 나도 가능할까.

고대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별안간 야나 이바노프 쪽에서 반응이 왔다.

아니.

땡그랑.

데구르르.

반응한 건.

당한 건 아군이었다.

열심히 공격하던 선열이 모두 지팡이를 떨어트렸다.

마법사들의 머리 위에 황금빛 파도 같은 것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대현은 스킬의 정체가 무엇인지 눈치챘다.

“갤리오의 고일 방패네.”

주변에 있는 적들을 도발해서 일종의 무력 상태로 만드는 고일 방패.

그것에 당한 마법사들이 마도구를 떨어트리고, 야나 이바노프를 향해 느리게 걸어가고 있었다.

수호 기사는 혀를 차면서 생각했다.

‘이제서야 새로운 스킬을 꺼내다니 독종이군.’

스킬 수는 지위에 따라서 그 최대가 결정되어 있었다.

현재 야나 이바노프가 가질 수 있는 스킬 수는 30개 정도.

따라서 아직 전력의 절반도 나오지 않았다.

“제가 나서야겠네요.”

허리춤에서 물병을 꺼낸 수호 기사가 총열에 은색 물을 촤악, 뿌렸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야나 이바노프에게 평타를 날리기 시작했다.

은색 화살이 총구 끝에서 발사되었다.

퓩퓩!

안 봐도 붸인의 은화살이었다. 붸인은 3타가 고정 딜로 들어가기에 저런 탱커를 상대하는 데에는 최적이었다.

“윽!”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호 기사의 총이 흔들렸다.

이에 총을 다잡은 수호 기사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갑옷을 몇 겹이나 중첩한 거야? 괴물 같은 녀석.”

고대현은 마우스를 돌려서 수호 기사의 손을 보았다.

손에 가시가 돋아서 총의 파지를 방해하고 있었다.

‘저게 가시 갑옷…… 효과인 건가?’

“수호 기사 정도는 대비하고 왔습니다.”

그때 야나 이바노프의 딱딱한 음성이 귓전에 걸쳤다.

자동으로 번역된 목소리인지라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대현은 다시금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무기는 창 하나, 방패 하나. 가지고 있는 스킬은 방패 막기 하나……. 진짜 궁핍하네.’

고대현은 옆에 있는 수호 기사에게 말했다.

“다른 스킬은 못 줘요? 방패 막기 하나는 너무 구린데.”

“그 정도 수준이 D급 기사 대행이 할 수 있는 최대입니다.”

대현은 혀를 찼다.

권한 좀 더 주면 어때서.

순간 괜히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고쳐먹었다.

‘잠깐이지만 돌아가는 시스템도 알고…… 뭐 나름 이득은 봤잖아?’

사고회로가 끝나가는 동시에, 야나의 몸이 위로 뛰어올랐다.

그대로 망치를 내리찍는다.

망치가 자색으로 빛났다.

부웅-!

그 순간.

대현은 수호 기사를 보호하기 위해 움직였다.

손가락을 움직이자 방패 막기 스킬이 작동된다.

슈슉. 슉. 슈슉.

방패를 앞으로 들면서 창을 빠르게 움직인다.

공격 모션도 있지만, 사실상 대미지는 거의 없는 방어기였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죽는다.’

야나 이바노프의 공격에 곤죽이 된 마법사가 지천으로 널렸다.

고대현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풀 아이템인 상대 챔피언의 공격을.

1레벨 팬테온이 막아선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콰앙!!

삑.

[동작 구현 : 100%]

Pc모드 덕에 간신히 공격을 막았다.

방패에 닿은 망치가 공기를 진동시킨다.

그 장엄한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전해졌다.

“또 막아……?”

벽을 친 듯한 감각이 야나의 팔을 점령했다.

기술의 견고함이 힘을 앞질렀다.

‘이런 숙련도라니. 도대체…….’

딸깍.

그때였다.

고대현이 키보드를 누름에 따라서 창이 일직선으로 움직였다.

그냥 휘두르기만 하는 기본적인 찌르기.

그라운드 제로에서 정글도를 휘두르는 정도의, 아주 단순한 찌르기였다.

평타였다.

채앵!

그러나 그것이 변성 고중력 상태인 망치를 튕겨냈다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방패에 의해 멈춰있던 망치가, 창끝에 의해 밀려난다.

망치가 먹빛 하늘에 붉은색 호를 그렸다.

쿠구구궁.

야나의 어깨를 지나쳐서 땅에 떨어진 망치가 대지를 뒤흔들었다.

일대에 있는 모두의 몸이 흔들렸다.

누군가는 무릎을 짚고, 수호 기사는 총을 놓쳤다.

아비규환 속에서 오직 고대현만이 곧게 서 있었다.

“아……?”

야나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망치를 밀어낸 사람은, 지금까지 아빠 말고는 없었는데…….’

매일 아버지인 바체슬라프와 함께 수련했었다.

그때마다 바체슬라프는 손도끼 하나로 거대한 망치를 밀어내곤 했다.

‘그걸 여기서 경험하다니.’

푹!

그때 정신을 차린 수호 기사가 볼트를 날렸다.

야나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또다시 아까와 같은 패턴이 반복되나 싶었으나.

이번에는 레기온 병사 측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빛의 섬광이 날아왔지만, 구현도 하락으로 대미지가 거의 없었다.

마법사들의 고질적 문제인 지구력 부족이 나타난 것이었다.

‘이 틈에 몸을 피해야겠다.’

워무그의 갑옷이 있으니.

일정 시간 동안 공격을 받지 않으면 체력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야나가 망치를 회수하고, 수풀 사이로 뛰어들 때였다.

휙.

돌연 야나 이바노프의 안면에 빛나는 구체가 날아들었다.

야나는 그것이 뭔지 눈치챘다.

‘이건 분명, 레기온 성 직속!!’

다리를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일전의 충격 때문인지 회피할 수 없었다.

결국.

퍼엉.

시야가 흰색으로 변하면서 몸이 흔들렸다.

순백으로 변한 감각 가운데.

드문드문 상대의 정체가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모두 거리를 벌려! 108 스턴진을 펼쳐라!!”

야나의 주변으로 몰려든 108명의 인원.

그들이 모두 발광탄을 들었다.

* * *

그 무렵 레기온 성 상부.

“결국 스턴 특무대까지 보내시네요.”

상황을 지켜보던 정태룡이 자신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레기온 성의 주인인 그녀는 홀로그램 화면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어. 야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거든.”

“강한 건 알죠. 그런데 스턴사들까지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린이지에서 사용하는 스킬은 메인과 서브로 나뉜다.

메인은 각 대륙에서 얻을 수 있는 고유 스킬.

이 경우는 개인당 하나밖에 가질 수 없다.

야나가 쓰는 메인 스킬인 변성 고중력이 고유 스킬에 속했다.

종합하자면 메인 1에 서브는 유동.

플러스알파로 개인의 세분화된 컨트롤 양식인 비술이 있었다.

레일하라트의 지각 변동, 팬테온의 방패 막기 같은 건 3대 종목에서 넘어온 서브 스킬에 속하는데.

기본 골자를 이루는 그라운드 제로를 제외하고.

스킬은 대부분 언더 워치와 레전드 오브 히어로에서 결정되었다.

‘그중에서 악용될 만한 기술은 어느 정도 조정을 받지.’

두 게임에서 비롯되는 스킬의 종류는 수백 가지에 달한다.

종류가 많다 보니 그중에서 몇 개는 사기성이 짙을 수밖에 없었다.

흔히 CC기라 불리는 스턴 스킬이 그러했다.

단체로 돌아가면서 스턴 기술을 쓰면, 상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만들 수 있기에.

스킬이 편입되는 과정에서 스턴 기술들의 난이도가 대거 조정되었다.

사용할 때 지구력 소모가 극심하거나.

시전 동작의 난도가 올라가거나.

히트 범위가 미세하게 좁아지거나 등등.

그중에서 매트리의 발광탄은 대대적인 조정을 받았다.

히트 범위는 극소하게 좁아지고, 스킬의 쿨타임도 증가했으며.

발광탄이 터질 때 시전자도 빛의 영향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스킬 슬롯을 2칸이나 차지하는 괴랄한 마이너스 요소도 있는데.

덕분에 지위가 낮은 일반 유저가 발광탄을 쓰는 일은 없었다.

그때, 성주가 말했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스턴 특무대잖니. 지금 아니면 언제 스턴사의 존재가 필요할까.”

“그렇긴 하죠…….”

스턴 특무대는 스킬적인 손해를 무릅쓰고 성에 투신한 특수 부대.

고작 1명을 상대로 일반 병력을 넘어서 특무대를 꺼내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라그나로크 때 적장을 묶기 위해 편성된 게 스턴 특무대였으니, 쓸 거면 지금이 적기였다.

정태룡은 108명이 이동하는 장면을 보다가 화면을 넘겼다.

한타가 열리는 장소가 나타났다.

‘이 사람은?’

문득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마침 성주도 똑같은 사람을 발견했는지 정태룡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 사람, 오늘 네가 데려왔던 친구 아니니?”

“후원 관련으로 불렀을 때는 살짝 내빼더니…… 설마 접속했을 줄은 몰랐네요.”

정태룡은 신영범이 고대현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그를 포섭하려고 했었다.

‘그땐 거절해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까 쉬울지도?’

기사 대행이 가지는 스킬은 방패 막기 하나.

장비도 기본 방패와 창뿐이었다

창이랑 방패 하나 쥐고서 이 밤중에 저길 나갈 정도면 중증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냥 의례적으로 주는 건데, 저거로 참전을 하네. 설마 전투광 스타일인가?’

그가 상반신을 기울이고 전투 장면을 응시할 때였다.

쿵!

고대현이 야나 이바노프의 망치를 막은 뒤 밀어냈다.

그간의 파괴력으로 봤을 때, 무게가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그걸 밀어내다니.

정태룡이 성주에게 말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세상에…….”

성주는 입가를 가리고 있었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는 것처럼.

“왜 그러세요?”

“이 아이.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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