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40화
“방패 막기요?”
“팬테온의 스킬인 방패 막기입니다. 창과 방패. 그리고 그 스킬 하나가 주어지죠.”
“스킬 인심이 별로인 것 같은데…….”
수호 기사의 미간이 구겨졌다.
“원래 미성년자가 여기 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스킬을 쓰는 건 더더욱 파격적인 일입니다. 어차피 그거마저도 쓸 일은 없을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시길.”
고대현은 수호 기사가 강하게 나오자 무안해졌다. 너무 많은 질문을 한 것 같았다.
“나중에 생각 바뀌면 찾아오고.”
“알았다.”
정태룡의 말을 마지막으로.
결국 도망치듯 접속을 종료했다.
대현은 캡슐에서 나온 뒤 아빠를 마주했다.
“끝났니? 뭐라고 하디?”
“아, 뭐 별거 없었어요.”
대현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학교에서 눈에 띈 것부터.
어쩌다 보니 후원 권유를 받은 것까지.
“……정말이냐? 성에서 너를?”
“네, 기사 대행증도 받았어요. 일단은…….”
아빠의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았다. 불안했던 표정은 어느새 풀려 있었다.
‘그래도 좋게 끝나서 다행이네.’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애초에 일어날 만한 건수도 없지만.
‘상위권 애들 특징을 본 게 예상 밖의 이득이었지.’
범단월, 태해란, 조지아의 강점을 알았다. 아직 전지수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OT 때 보여준 거로 봐선 저격이 강점이었다.
‘이제 대응법만 알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차가 집에 도착했다.
대현은 집안에 발을 들이며 앞을 응시했다.
‘아빠는 오자마자 자랑이시네.’
아빠의 말을 들은 엄마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이는 진아도 마찬가지였다.
아까 들었던 질문의 반복이 이어졌다.
“……아직 정식 수락은 아니에요. 생각해본다고 했지.”
대현은 손사래를 치면서 입을 열었다.
1주일 정도 체험한 뒤 결정할 생각이었다.
원래 조바심을 내면서 바로 수락했다간 귀찮아지거나 밑천을 털릴 수도 있으니까.
“저는 잠깐 방에 좀…….”
대현은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린이지의 직업 현황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신경 지구력을 빌미로 후원한다고 했으니, 현재 시장이 어떤지는 알아봐야겠지.
인터넷에 검색한 뒤, 대현은 눈에 띄는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커뮤니티는 온통 야나 이바노프에 대한 글로 가득 차 있었다.
‘뭐지?’
딱 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저께 김성현 대표님이 해명해서 더이상 의문은 없을 거라고 그랬는데…….’
학생 식당에서 재빨리 보냈던 문자.
김성현 대표는 그걸 받고 나서 계정 정보를 공개했다.
몸을 가리고 있던 탓에, 외형상 큰 차이가 없어서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도 성별 정보가 달라서 입증되었다고 했었다.
대현은 커뮤니티를 응시했다.
이제보니 한국에 부계를 만들었냐는 상관이 없는 문제고.
그저 야나 이바노프를 까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차피 한국에 적대적인 사람이니. 일단 욕하고 보자는 마인드인 것 같았다.
[야나 이 사람 별로 강하지도 않잖아. ㅋㅋㅋㅋ]
[솔직히 허세 너무 역함]
[어차피 마법으로 한방~]
[전붕이 마법사한테 허둥지둥 맞는 영상]
‘지금 보니까 메이지랑 원딜계열 커뮤네.’
메이지를 치켜세우고 나머지를 내리까는 글들이 많았다.
[야나가 있는 대륙 현 상황]
-영토가 너무 줄어들어서 아파트식으로 다닥다닥 건물 붙이는 중임 ㅋㅋㅋㅋㅋ
ㄴ유저들끼리 너무 가깝네 ㅋㅋㅋ
ㄴ서로 부대끼고 좋네~
ㄴ영토크기 역전세계 ㅋㅋㅋㅋㅋ
라그나로크는 각 대륙의 결합, 전투 후 분할로 진행된다.
야나가 있는 러시아대륙은 연이은 패배로 영토가 꽤 줄어든 상태였다.
‘북부 쪽만 늘어났다고 그랬지…….’
다만.
예외적으로 작년에는 한국이 후퇴했다.
한국 대륙의 북부 지방 일부를 러시아에게 빼앗긴 것이었다.
학교 상황을 살펴보니, 신영범 학년 담임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흠. 그런데…… 전부 다 약하다고 하네?’
고대현은 미간을 좁히며 스크롤을 내렸다. 많은 학생이 반발을 일으켰던 수업 방식.
안 봐도 이쪽 세력을 대비한 수업이라는 게 느껴졌었다.
정말로 상대가 약했다면.
신영범 학년 담임이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텐데.
‘설마, 힘을 숨겼던 건가?’
대현은 나름의 상상을 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예상가는 바는 없었다.
애초에 면식이 있는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하암.”
보다 보니 졸음이 온다.
눈을 감았다.
푹신한 이불의 느낌이 뺨에 닿았다.
몸이 땅에 달라붙는 듯한 감각이 지속된다.
삐비빅.
그러다가 눈을 떴다.
‘잠깐 졸았나 보네…….’
밤이 깊었다.
대현의 시선이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손목의 스마트 워치에서 알림이 울리고 있었다.
연동된 가상현실 관리 앱으로부터 이상한 메시지가 도착했다.
[공습 경보]
대현은 눈가를 비비적거리면서 생각했다.
‘공습 경보?? 이게 무슨 개소리야?’
자세한 내용을 눌러보니 적군 기습에 따른 기사 소집을 시행한다고 적혀있었다.
대현은 일전에 들었던 내용을 상기했다.
‘아, 아까 수호 기사가 무슨 소집? 참전 어쩌고 하던데…… 그건가?’
고대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접속을 종료했는데, 다시 들어갈 명분이 생겼다.
그러나 방을 뒤지던 대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 씨, 까먹고 안 챙겼네.”
가상현실 헤드셋을 기숙사에 두고 왔다.
현재 시각은 12시를 넘겼다.
지금 나가서 캡슐방을 가는 건 애매한데…….
‘아, 생각해보니까.’
대현의 발걸음이 자신의 방을 나와서 진아의 방으로 향했다.
진아는 아직 깨어 있는 상태였다.
똑똑.
“들어가도 됨?”
“응? 왜에?”
방 안쪽에서 화들짝 놀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갑자기 문을 두드려서 놀란 모양이었다.
기다리고 있으니 별안간 문이 열렸다.
“자고있는 거 아니었어?”
“가상현실 헤드셋 좀 빌리게.”
“……지금?”
끼익.
문이 더 크게 열리고 방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가상현실 헤드셋은 충전 중인 상태였다.
“저거 충전하면서 쓸 수 있지?”
“응.”
“그럼 잠시 쓴다?”
“아니, 근데 이 밤중에 게임을 하려고?”
진아가 미심쩍은 눈길로 올려다본다.
대현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레기온 성에 공습 경보가 나서 가야 한다고……?”
“사실 안 가도 되는데, 그냥 구경하고 싶어서.”
그래봤자 기사 대행이고, 임시일 뿐이었다.
이런 사람이 가서 뭘 할 수 있겠는가.
‘그냥 내부 좀 봐보는 거지.’
미성년자는 상위게임 접속이 제한되어 있기에.
이런 식의 경험이 소중했다.
‘공습? 지금 레기온 성에 습격이 왔다는 뉴스는 전혀 없는데……?’
한편, 진아도 대현의 말을 듣고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침대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홀로그램 송출 모드로 해. 나도 관전하게.”
“너도 보게?”
“저번에 나한테 다 알려주기로 했잖아.”
그러고 보니. 입학식 날에 그런 약속을 하긴 했었다.
고대현은 별말 없이 침대에 누운 뒤 접속을 시작했다.
[링크 스타트]
[특수 발령 코드를 허가하시겠습니까?]
[기사 대행 D급 (고대현) 접속 허가]
[접경지로 이동합니다.]
팟.
내면의 공간 안에 있는 모니터가 번쩍, 하고 점멸하면서 접경지의 풍경을 보여줬다.
거무스름한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
그 아래에 활처럼 길게 휘어 있는 해안가.
절그럭거리는 냉병기 소리.
곳곳을 별처럼 밝히는 횃불.
웅성웅성.
하늘을 향해서 활과 총을 겨눈 사람들.
함성이 공기 사이사이를 가득 메꾼다.
“쏴라!!”
검은색 밤하늘에 형형색색의 빛줄기가 길게 이어진다.
그중에서는 록스와 베루코즈의 궁극기로 보이는 광선도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츠즈즈즈.
모든 광선의 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어둠이 찾아오고.
푸확!
구름이 양쪽으로 걷히면서 황금색의 구체가 내려왔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듯.
올곧게 하강한다.
자세히 보니 황금색의 거대한 구체 내부에 사람 한 명이 있었다.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는.
저 사람은.
“고일의 바위 갑옷?”
실드를 생성시키는 방어 아이템인 고일의 바위 갑옷.
그것을 착용한 금발 머리 여자가 망치를 들고 크게 회전했다.
다음 순간.
쩌억.
망치가 닿은 땅이 무너졌다.
고대현은 그제야 상황을 인식했다.
저 금발 머리 여자…….
단신으로 이 많은 사람들에게 싸움을 걸어온 것이었다.
* * *
침략전이 열리기 전.
“한국 커뮤니티에서 네 이름이 나오던데 이게 뭐니?”
“네?”
야나 이바노프가 아버지에게 뜬금없는 소리를 들은 것은, 그녀가 막 가상현실 캡슐에서 나왔을 때였다.
“그쪽은 또 왜 그런데요?”
야나는 금발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불만스러워서 간간이 몇 마디 해줬더니, 잊지 않고 계속 들러붙는다.
‘아주 독종이야 독종.’
그나마 작년 라그나로크때 돌풍 길드를 반 죽여놔서 본보기가 될 거라 여겼건만.
후.
야나는 한숨을 푹 쉬고 한국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그리고 속속히 떠오르는 글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한국 서버에 부계정을 만든 적이 없는데??’
커뮤니티는 이바노프가 한국을 참교육하러 왔다는 글부터 해서 환영한다는 글이 대다수였다.
마침내 작성글 대부분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반응이 좋네……?”
나쁜 반응을 예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야나 이바노프는 그 원인이 커뮤니티의 성향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들 신경 지구력을 많이 쓰는 직업이구나…….’
지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몰린 곳이었다.
야나는 그곳의 몇몇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이유노의 방송 클립 영상을 보러 갔다.
‘이 사람은 뭔데 이게 가능한 거지? 신기하네.’
의심자를 본 야나 이바노프의 눈이 커졌다.
이 사람은 자신이 아니다.
아마 방탄조끼와 3렙 헬멧을 쓴 탓에 헷갈린 것이리라.
보니까 한국인 같은데 호기심이 생긴다.
그녀는 한참 동안 영상을 보다가 이윽고 생각했다.
‘한국에 아직도 이런 사람이 남아 있구나.’
한 대륙에서 성주까지 갈 정도면, 다른 대륙에도 중급 규모로 영역이나 성을 사기에.
각 대륙의 상위급 존재들이 모여서 필드 스와핑을 하는 일이 더러 존재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도 대륙도 한때 한국 대륙 내에 소유하고 있는 필드가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위치가 위치다 보니, 그쪽의 성주들과 교류를 하면서. 야나는 한국에 있는 유저들과 게임을 한 적이 있었다.
‘전지수는…… 참, 아까웠지.’
야나는 전지수에 대해 생각했다.
한때 전지수와 친하게 지냈지만, 그녀 아버지의 성향 차이 때문에 벌어졌다.
고부하 챔피언이나 직업을 무시하는 사람은 질색이었기 때문이다.
‘지수…… 신경 지구력 쪽으로 재능이 많았는데, 아버지의 압박으로 그걸 그렇게 버리다니.’
야나는 그때부터 한국 대륙의 시스템을 안 좋게 보게 되었다.
‘이 사람도 비슷하려나.’
그녀의 시선이 측은해졌다.
문득 영상 속의 사람이 전지수와 겹쳐 보인다. 결국, 메타에 맞춰서 자신을 재단한 사람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
‘이쪽으로 넘어오면 될 텐데…….’
돌연 스카우트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의 영상에서나 잠깐 나온 존재고, 되짚어보니 저 정도의 사람이면, 알아서 살길을 모색할 것 같기에.
‘그냥 신경 끄자…….’
애써 시선을 돌리고 할 일을 했다.
의혹은 뭐…….
알아서들 하게 놔두기로 했다.
괜히 해명한답시고 장작만 넣어주는 일을 하긴 싫으니까.
……그렇게 하루 이틀 정도가 지나고.
“야나야. 아직도 네 이야기가 나오더구나.”
“아직도요?”
야나는 다시금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이거 매드무비 올라왔는데 뭐임.]
-이 사람 한국 채널이랑 계약함?
‘내가 한국 채널이랑 계약했다고?’
이건 처음 듣는 소리였다.
야나는 당장 해당 영상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채널에 짧게 나왔던 장면의 긴 버전이 재생되었다.
‘이건, 자세히 보니까 남자 같은데? 사람들이 내 인게임 체형을 잘 몰라서 그러는 건가……?’
게임 속에서의 자신은 항상 투구와 갑옷을 입고 있었다.
이 영상 속의 사람도 얼굴을 가리고 방탄조끼를 입었다.
[근데 채널에서 공개한 정보 보니까 아니네.]
ㄴ 어쩐지.
다행히도 접속 지역 식별코드 정보가 공개되면서 의혹은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남은 분노는 계속 이어졌다.
‘흐음…….’
오늘의 야나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커뮤니티에 접속한 상태였다.
그녀의 눈에 비방성 글들이 한 무더기로 들어왔다.
자신이 약하다는 것부터, 저런 약소 대륙의 굼벵이들은 메이지한테 한 입 거리라는 글이 난무했다.
‘때려주고 싶네.’
전사들에게 영토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킬 영역이 좁을수록 방어하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방어 범위가 넓은 탓에 마법사를 많이 쓰는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굳이 기를 쓰고 싸울 이유가 없었다.
‘옛정을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더니…….’
“야나야.”
“예.”
“네 힘을 한국 대륙에 보여주렴.”
때마침 바체슬라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딸에게 권유한다.
“메인 스킬까지 써도 된단다.”
“진짜요?”
야나 이바노프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했다.
“근데 정지당하면 어떻게 하죠?”
“흠, 너무 걱정하지 말 거라. 레기온 성으로 침략하면…… 잘 봐줄 확률이 높으니까.”
“……네.”
“여기 인장이다. 지금처럼 밖으로 나갈 때는 네가 내 도끼인 걸 명심하거라.”
“알겠습니다.”
인장을 받은 야나는 가상현실에 접속했다.
패배 확률이 높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모두에게 자신의 실력을 각인시키면 된다고 여기면서.
[인식 완료.]
1년에 2번만 쓸 수 있는 인장을 소모했다.
그리하여.
야나는 성의 재단에서 인류 관리 시스템, 에덴과 접촉하게 되었다.
“한국을 상대로 침략전을 하려 합니다.”
[명분 불명. 목적을 정확하게 명시하길 바람.]
침략전은 특수한 이유가 있어야 성립된다. 제일 잘 먹히는 건 명예와 관련된 것이었다.
“명예 회복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유언비어 때문에 말이죠.”
[자료 검색]
[페이지 빈도수 확인]
[……승인 처리 완료]
다행히도 승인이 나왔다. 침략 인원이 극히 적어서 그런 듯했다.
이제 침략전 시작 위치를 부르면 끝이다.
‘음, 레기온 성이 있는 쪽은…….’
지도를 보던 야나의 뇌리에 전지수의 모습이 스쳤다.
원래라면 기간티아.
저곳에 해야 맞긴 하지만.
‘아버지 말을 들어야겠지.’
그녀는 레기온 성을 골랐다.
[선전 포고 내용이 성에 전달됩니다.]
[이동을 시작합니다.]
[대륙간 터널링 시작]
……그렇게 해서 현재.
콰앙!!!
엄청난 신경 지구력을 소모한 야나 이바노프의 철퇴가 땅을 뒤흔들었다.
고일의 바위 갑옷까지 착용한지라, 순간적인 부하량이 배로 늘었다.
하지만.
“이런 미개한 약소 대륙 주제에!”
퍽!
“시끄럽네.”
마법사들의 머리를 깨는 일은 가능했다.
망치를 움켜쥔 야나의 몸이 크게 회전한다.
손아귀에 힘을 꽉 주자 망치가 붉은색으로 빛난다.
‘이거 하나면 끝이지.’
메인 스킬로 가지고 있는 변성 고중력.
인위적으로 물체의 무게를 높이는 스킬이 발동되면서 파괴력이 증가한다.
한국이 소비 지구력 대비 고 파괴율을 추구한다면.
야나 이바노프는 그딴 거 상관없이 둘 다 최대로 때려 박는 스타일이었다.
스걱!
보유 서브 스킬 중 하나인 데리오스의 피도끼 회전이 사용되면서 야나의 피가 차오른다.
망치로 한 동작이었지만 구현도가 높았다.
“야, 저거 왜 안 죽어?!”
“마법 저항력이 어떻게 되먹은 거야?”
정령의 석상 갑옷을 수십 겹이나 껴입었다.
전사와 탱커의 자존심.
그것은 방어 아이템을 중복으로 착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거라도 해줘야지 밸런스가 살지.’
물론 하나 낄 때마다 신경 부하 수치가 높아지지만. 그녀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나를 모으는 메이지 한 명을 처치하고.
퍽!
방향을 전환하면서 3명을 동시에 처리했다. 극에 달한 힘은, 마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멍청한 녀석들.’
입꼬리를 올린 야나의 망치가 아래로 내리쳐진다.
보유 스킬인 레일하라트의 지각변동이 다시 한번 사용되려는 때였다.
텅!
망치가 멈췄다.
뿅망치로 거대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이 감각…….
야나 이바노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팔이 멈춘 곳을 향해 나지막하게 말한다.
“너는, 누구냐.”
그녀의 말에, 방패를 든 남자가 태연하게 말했다.
“대리기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