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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38화 (38/200)

제38화

#38화

신영범은 야나 이바노프 같은 인재를 육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특별 전형에서 억지로 신경 지구력을 기준으로 하게 했고.

학교특수 시설도 늘린 거니까.

“난이도 결정이라고요?”

“그래.”

정태룡의 말에 신영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변성 부하 무기를 베이스로, 그라운드 제로를 하는 거지. 어떠냐? 내 계획이.”

“이 무기로 그라운드 제로를요?”

총을 무겁게 해봤자 큰 득실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스킬은 파밍형. 무기는 현재 무기로 해서…… 중세 모드로 할 거다.”

중세 모드라는 말에 정태룡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런 방식은 타국의 훈련 대륙에서나 자행되는 일이었다.

‘그 힘든 거를…….’

입을 꾹 닫은 그는.

레이피어를 든 고대현을 위아래로 훑었다.

‘재능이네.’

정태룡의 눈에 비친 고대현은 검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만한 짐을 들고 잠수도 하는 놈이니까…… 저놈한테는 괜찮겠지.’

그는 오른쪽에 구비되어 있는 병기함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활을 집어 들었다.

잡은 손목 주변부에 창이 떠오른다.

삑 - [신경 부하 레벨 : 4]

‘신경 부하 레벨4? 일반 그라운드 제로의 4배잖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끼이이익.

시위를 당긴 정태룡의 얼굴이 이내 일그러졌다. 팔에 엄청난 부하가 가해진다.

“이걸로 수업하겠다니…… 난이도 결정이 좀 성급하신 것 같은데.”

“벌써 약한 소리를 하는군. 그런 소리 할 시간에 빠르게 써보는 게 좋을 텐데 말이지.”

저 인간, 어쩐지 성 내부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더니…….

그렇게 생각한 정태룡은 미간을 좁히며, 화살을 놓고 있는 힘껏 시위를 당겼다.

끼기기긱.

팔이 삐걱거리면서 뒤로 물러난다.

아주 못 쏠 정도의 장력은 아니었지만.

전투용으로 쓸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퓻! 끼이익.

퓻! 끼익.

하지만 조금씩 빠르게 장전과 쏘기를 반복하니 활은 급격하게 가벼워지고.

삑- [신경 부하 레벨 : 0]

이내 고무줄을 당기는듯한 장력 상태가 되었다.

“어떠냐. 그 정도면 할 만하지?”

“뭐어…… 아주 못할 정도는 아니긴 한데. 시작 강도가 너무 높은 거 아닌가요?”

빠르게 사용하면 가벼워진다는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전투 시작과 종료 후.

다시 움직일 때의 신경 지구력 소모가 극심할 것 같았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수련법이라니, 솔직히 신경 지구력은 수련한다고 해서 많이 늘어나는 부분이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신영범이 그 생각을 읽은 듯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는 신경 지구력 수련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그나마 많이 쓰이는 곳이 그라운드 제로지만, 그마저도 비술로 훅훅 넘기기 일쑤야. 그래서는 해외의 괴물들을 이길 수 없어.”

학창 시절에는 다양한 챔피언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편한 직업을 고르기 위한 노력일 뿐이었다.

막상 린이지로 넘어가면 메이지류로 정착한 뒤 편한 스킬만 찾았다.

‘그걸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

맨날 화이트 클래스니 블루 클래스니 하면서 급을 나누는 것도 그렇고.

너무 편중된 나머지 조합상 취약점이 명확했다.

“그 괴물들은 신경 지구력으로 계속된 공격을 취해서 상대를 지치게 만든다. 우리들의 취약점을 계속해서 공략하는 중이지.”

‘흠, 아무래도…… 그 사건을 말하는 것 같네.’

북부에서 졌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가 정확히 누구와 붙었는지는 은폐된 사실이었다.

다만, 정태룡은 레기온 성주의 아들답게 내부 사정을 알고 있었다.

“라그나로크가 꽤나 뼈아팠나 보네요.”

그가 전음으로 말하자, 신영범도 전음으로 답했다.

“당연하지. 맨날 게임 강국이니 체계적 교육이니 하던 사람들이 고작 한 명한테 막혔는데 어떻게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은 게임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특히 신경 지구력을 최대한 덜 쓰면서 강한 직업을 키우는 데에 몰두했다.

반면 탱커나 광전사 같은 신경 지구력의 소모가 큰 직업은 상대적인 아래였다.

요약하자면.

신경 지구력 소비 효율이 낮은 직업은 천대 아닌 천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화력이 높아서 공성전은 잘 굴러갔기에, 계속 그렇게 지냈다. 그 녀석들이 등장하기 전까진…….

“그 사람이면. 야나 이바노프 말하는 거 맞죠?”

“그래.”

이바노프가의 괴물.

원래 그쪽 사람들이 강하긴 했다만. 야나는 좀 더 특별했다.

그녀는 한국에 묘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간 여러 가지 전조현상이 있었다면, 작년의 라그나로크 때부터 본격적이었다.

아마.

이대로 가면 언젠가 있을 라그나로크 때 또 당하겠지.

“흐으음. 근데 가능할까요? 이런 거로 그런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게.”

“해보긴 해야지. 어쩌면 쉬울지도 모르고.”

신영범의 시선이 레이피어를 들고 있는 고대현에게서 멈춘다.

그는 아직도 레이피어를 들고 있는 상태였다.

‘레전드 오브 히어로에서 앳쉬를 할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특별 전형으로 나쁘지 않은 애가 들어온 것 같군.’

고대현.

신경 지구력이 좋음과 더불어 켄지의 동작 완성도도 상당히 높았다.

‘잘하면…… 둘 다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티어가 아이언 2임을 고려했을 때, 이대로 정진한다면 좋은 성과가 나올 듯한 학생이었다.

신영범은 전음을 풀고 육성으로 말했다.

“어쨌든, 난이도는 지금 들고 있는 검 수준대로 할 거니 다들 그런 줄 알도록.”

“네에??”

“아. 이건 좀…….”

뒤이어 검을 들어본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러다가 그로기 상태에 걸리면 어쩌려고 이러는 건지…….

“이러면 특별 전형으로 들어온 사람한테만 너무 유리한 거 아닙니까?”

그때 15반 대표인 임상배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마. 맞아요. 이러면 역차별이죠.”

“40반에 너무 몰아주기 방식인데요?”

그것을 신호로 다른 학생들도 불만 사항을 이야기했다.

이런 식의 수업은 특별 전형이 몰려있는 40반에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신영범은 학생들이 하는 말을 쭉 경청하다가 턱 끝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

“40반은 세부 컨트롤 능력이 떨어지니까 큰 상관이 없지. 신경 지구력이 높다고 해서 움직이는데 안 힘든 건 아니니까 말이야.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게 동등 조건으로 맞추는 거라 본다.”

“하, 하지만…….”

“그것도 아니면. 설마 세부 컨트롤까지 밀린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신영범의 말에 아이들이 주춤한다.

그들의 시선이 옆에 있는 고대현을 위아래로 훑는다.

확실히, 드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들고 나서 휘두르는 과정이 어색했다.

“설명은 끝났으니까 이제 접속 종료하겠다. 다들 수고했고 다음 주에 보자꾸나.”

팟-

그 말을 끝으로 모든 학생의 시야가 암전되면서 접속이 종료되었다.

* * *

그 무렵, 반한 연합 수뇌부.

“요즘 들어서 한국 대륙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크기 전에 잘라야 합니다.”

“맞습니다. 이대로 가면…….”

다들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한다.

전부 한국 대륙에 필드를 많이 빼앗긴 나라인지라 목표는 같았다.

‘목표는 한국 대륙의 절멸.’

한국 대륙의 영역 확장은 선을 넘은 수준이었다. 마법사와 원딜을 앞세워서 타 대륙의 필드와 던전을 그렇게나 갈취해 가다니.

“거기는 욕심이 너무 많소. 이참에 목을 잘라야 하오.”

중일 대륙 연합이 말했다.

검사를 많이 육성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무섭게 성장하는 한국 대륙은 눈엣가시에 불과했다.

“검사들이 붙어서 한 대 때리면 죽어버리는 게 마법사와 원딜인 것을……. 이참에 기강을 다시 잡아야 하오. 다들 어찌 생각하시는지.”

“하지만, 붙는 게 어렵잖습니까.”

“크흠. 그건 그렇긴 하지.”

대륙이 합쳐지는 라그나로크.

한국 대륙은 이때 냅다 고화력 마법을 퍼부어댔다.

빼앗은 던전이 많기에 마법사의 힘도 강했다. 솔직히 만만하게 볼 상대들이 아니었다.

그때, 구석에서 조용하게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제가 준비한 투사가 있으니, 이참에 그걸로 한국 대륙의 역량을 실험해보면 어떻겠습니까?”

“투사?”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남자에게 집중되었다.

바체슬라프.

러시아 대륙의 왕.

괴물 같은 근성으로 유명한 남자였다.

“바체슬라프. 그게 무슨 소린가? 준비한 병기라니?”

사람들이 의아하게 묻자 그가 답했다.

“한국 대륙에 침략전을 걸어서 그 밑천을 알아내는 겁니다.”

침략전이라는 말에 의견이 분분했다.

“침략전?”

“명분이 없으면 침략전은 불가능 아닌가?”

“흠, 한국 대륙을 벌써 대놓고 척지기엔 좀 그런데 말이지…….”

한국의 심기를 거스르기엔 아직 준비된 것이 없다. 이게 반한 연합의 현재 위치였다.

“괜찮습니다. 명분은 만들면 그만이고. 이번 일은 러시아 대륙에서 독단적으로 한 일로 할 테니.”

“자네 설마…….”

“제가 가는 건 아닙니다. 잠시 제가 키운 투사를 보내려고요.”

말하는 것을 보아하니 많은 병력은 아니었다.

“몇 명이지?”

“한 명입니다.”

“한 명??”

다시 한번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소규모 침략전이라니. 그렇다면 패배는 거의 확정이라는 건데, 패배했을 때 장기 정지를 당할 그 사람이 불쌍하지도 않소?”

“맞습니다. 적어도 600일 이상일 텐데.”

침략전에서의 정지는 단순한 계정 정지가 아니었다. 하루의 일정 시간을 캡슐에 접속해서 감옥 안에서 머물러야 한다.

안 그러면 계정 자체가 초기화된다.

말 그대로 진짜 감옥살이를 하는 셈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그쪽 성주랑 투사가 연이 있어서.”

“성주랑?”

“예.”

바체슬라프가 입꼬리를 올렸다.

“마음이 약하신 분이니 과한 처사는 내려지지 않을 겁니다.”

“그럼, 침략전은 언제 할 생각인가.”

“아마, 내일 밤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바체슬라프는 어느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마침 적당한 건수가 잡혀서 다행이군.’

인류 관리 1조항에 따른 명분 작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 * *

주말을 맞이한 고대현.

“학교생활은 어떠니? 수업은 따라갈 만하고?”

“네, 그럭저럭할 만해요.”

그날 저녁.

고대현은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가정용 조리 로봇이 만든 음식이 식탁 위에 놓인다.

게임고에 갔던 아들이 근 1주일 만에 집에 왔으니 질문거리는 많았다.

“주 챔피언은 정했니?”

“어, 음, 그냥 하나하나 해보는 중이에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붙었다는 것에 순수하게 좋아하시던 부모님은 이제 버티는 걸 걱정하고 있었다. 합격과 졸업은 엄연히 다른 문제니까.

“오빠는 어떻게든 알아서 잘할걸요?”

옆자리에 앉아 있던 진아가 말했다.

부모님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진아가 오빠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네가 어쩐 일로…….”

“그런 게 있어요.”

확정적인 말투였다.

대현의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이서 같이 해보기라도 한 건가?’

다이아가 괜찮다고 하니 조금 안심이었다.

“알아서 잘하면 다행이긴 하지 그런데…….”

하지만 다이아는 게임고에서 그닥 높은 편이 아니었다, 위로 올라가려면 더 열심히 해야만 했다.

우웅우웅.

말을 이으려는 와중에 진동이 울렸다.

대현의 아버지는 고개를 내리고 손목에 나타난 메시지를 읽었다.

그의 얼굴이 별안간 사색이 되었다.

“대현아 너 잠깐 아빠랑 어디 좀 가야겠다.”

“네?”

갑자기 어디를 가자고 하시는 걸까.

머뭇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대현의 귓전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레기온 성 상부에서 널 찾는다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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