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35화 (35/200)

제35화

#35화

아침이 밝았다.

“흐으음. 끄응.”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침대 위에 있는 등이 엄청나게 밝아졌다.

눈을 팟 뜨자마자 다시 감았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몸을 돌려서 일어났다.

‘적응 안 되네 진짜.’

생체 리듬을 맞추는데 빛이 영향을 많이 준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았다.

대현은 억지로 세면을 완료하고 문밖을 나섰다. 유금옥에게 식당의 어딘가로 모이라는 문자를 받고 이동했다.

도착하니까 40반 인원이 다 모여 있었다.

“뭐냐. 갑자기 화목해졌네.”

“이제 슬슬 같이 먹어야지. 다른 반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어.”

유금옥의 턱 끝으로 다른 테이블을 가리켰다. 첫날에는 뭉텅뭉텅 비어있던 자리가 꽤 왁자지껄 해졌다.

드르륵.

그 장면을 의자에 앉으며 눈에 담았다.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5명이 모두 테이블에 앉았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피곤해 보이네. 어제 몇 시에 잤는데 그러냐.”

허건섭의 질문에 고대현이 눈가를 비볐다.

“글쎄다? 한 2시?”

매드 무비를 찍었다.

그라운드 제로가 끝나고, 레일하라트의 서리 불꽃 흘려내기까지 한 탓에 시간이 많이 지났다.

“되게 늦게 자네. 너 이번 주는 괜찮은데 다음 주는 컨디션 관리해.”

“오케이.”

그렇게 대답하면서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뭔가 어색하다. 고대현은 의미 모를 이질감을 느끼다가…… 이내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여기 학생이 앉아도 되는 곳이야?”

전교생이 기숙사에 있고, 한 학년이 200명에 달했기에. 식당은 넓고 테이블이 많았다.

오늘 40반 팟이 앉은 테이블은 그중에서도 고급스러운 라운지에 위치한 테이블이었다.

중앙에 분수가 있으며, 살짝 열린 창문으로 정원의 햇살이 들어오는, 그런 곳.

학교 식당을 보면 학생과 선생이 먹는 장소가 따로 구분된 것처럼.

그런 느낌이 물씬 나는 장소였다.

“당연히 앉아도 되지. 학생이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곳인데.”

“아, 그래? 시설이 달라서 아닌 줄 알았네.”

태연하게 넘기는 고대현에게 유금옥이 말했다.

“학교 코인을 내야 앉을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유료였어?”

“응, 이 자리는 나름 편의적인 시설이나 서비스가 많거든. 교실 서비스는 몰라도 이런 건 좀 누려봐야 되지 않겠어?”

유금옥은 대현의 켄지를 본 이후로 어딘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살고 있었다.

“훈련 대륙에서 쓸 건 아껴야지…….”

“괜찮아. 이기면 되니까.”

“으음.”

대현이 회의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자니, 유금옥이 테이블의 한 부분을 톡톡 두드렸다.

지잉.

그러자 테이블 위에 선명한 홀로그래피 화면이 떠오른다. 유금옥은 화면 속에서 메뉴 하나를 고른 뒤 창을 넘겼다.

그녀가 공중을 톡, 하고 치자 창이 공중에서 미끄러진다.

대현은 목을 움츠리면서 어색하게 창을 받아들었다.

좌석 전용 특별 메뉴까지 있다는 게 놀라웠다.

‘오늘은…… 오므라이스나 먹자.’

무난한 오므라이스를 골랐다.

음식은 곧바로 나왔다.

테이블 인원이 메뉴를 고르자 로봇이 직접 서빙까지 해준다.

몇 분 만에 테이블이 풍성해졌다.

“이게 코인의 힘……?”

“어때. 이 정도면 괜찮지?”

계속은 못 하겠지만 가끔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숟가락을 들어서 첫술을 떴다.

숟가락 끝이 계란을 파고 들어간다.

붉은빛으로 볶인 밥은 푹신한 계란 내부에 고이 싸여 있었다.

동그랗게 도려내서 아랫부분부터 파내듯이 들어 올린다. 조심스레 입안에 집어넣자 고슬고슬한 밥알이 입안에서 흩어진다. 여러 가지 감칠맛 나는 소스를 머금고 있는 밥알.

단순하게 밥만 본다면 간이 심심하게 된 볶음밥에 불과하지만, 뒤이어 계란이 씹히면서 맛이 다채로워진다.

중간중간 질릴 것 같은 구간을 케첩이 채워주면서 다음 숟가락질을 이어나간다.

“어제 그거 봤냐?”

“그게 뭔데.”

그때 이태원이 새로운 대화 주제를 꺼냈다. 그가 물을 넘긴 뒤 입을 열었다.

“야나 부계정. 한국에서 발견됐다고 글 올라왔어.”

“뭐어? 진짜?”

“누가 발견했는데.”

“게이밍 플러그 소속 게이머가 방송하는 중에 발견했다는데?”

‘야나?’

고대현의 고개가 올라갔다.

어제 야나 이바노프의 영상을 보고 잤었다.

‘대부분 차력쇼 하는 영상이었지.’

얼굴과 몸을 가린 사람이 나와서 차력쇼를 한다. 신경 지구력을 뽐낸다.

내용만 보면 자신이 어제 찍은 내용과 비슷했다. 그래서 어떻게 차별점을 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거에 대한 말이 나오다니.

“마침 저기 나오네.”

“어디?”

“저어기.”

오늘 앉은 자리는 스크린이 잘 보이는 곳이었다. 이태원이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이 거기로 향했다.

[오늘의 핫토픽.]

스크린에서는 야나 이바노프로 추정되는 사람의 컨트롤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그리고…….

“음?”

고대현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순간 세계가 정지한 듯했다.

‘뭐야, 저거, 나잖아?’

스크린에서 움직이는 사람은 어제의 자신이었다. 멍하니 있으니 옆에서 애들이 재잘거린다.

“저 사람 한국 대륙 엄청나게 싫어하던데.”

“그야 탱전사니까. 마법사랑 원딜러가 많은 한 대륙이 마음에 안 든 거겠지.”

“그럼 나중에 침략할 데이터 모으려고 만든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이바노프 가문 사람들이랑 한국 대륙 성주랑 사이가 나쁘기도 하고······.”

“생각해 보니까 동맹도 깼었지.”

고대현의 손이 멈춘다.

너무 모르는 사람이랑 연관된다.

그는 몸을 틀어서 김성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대충 알아서 처리해달라고 해야지. 일단 대표니까 어떻게든 하겠……지?’

고대현이 문자 전송을 마치자 이하린이 말을 건다.

“잘 먹다가 왜 그래. 체했어?”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손사래를 쳤다.

밥맛이 떨어진 김에 숟가락을 놨다.

그리고 추가로 나온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면서 다른 테이블을 보니.

다들 스크린으로 같은 영상을 보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쪽팔리네.’

그래도 대현은 한쪽 귀를 열어두고 아이들의 대화를 들었다.

알게 된 사실은 이바노프 가문이 한국 대륙을 싫어한다는 것과 린이지 내부의 러시아 대륙 영토가 상당히 작다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탱커나 전사가 많구나.’

전사나 탱커는 옆에 힐러를 붙여야 하는데, 난전 중에 힐러 보호와 전투를 동시에 하는 것보다는 마법을 날리는 게 낫다는 대화가 이어졌다.

고대현은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 질문했다.

“그래도 다들 LOH에서 탱커나 전사 같은 것도 꽤 많이 하지 않아?”

“응? 그야 상대 스킬이나 강점을 직접 체득해야 나중에 방어할 때 편하잖아.”

요컨대 적을 알면 나를 안다는 것이었다.

“맞아. 상대 진영 붕괴시키기도 편하고. 특정 상황에서 대강 무슨 행동을 취할지 아니까.”

유금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고대현은 생각했다.

‘한국은 어른이 된 다음 포킹을 하기 위해서 학창 시절에 여러 가지를 하는 구조구나.’

대현은 각 대륙의 주요 메타에 대해서 듣다가 반 친구들과 함께 교실로 올라갔다.

* * *

[오늘은 언더 워치를 하겠다. 오늘이 마지막 역량평가니 열심히 하도록.]

다음 주부터 무슨 수업을 할까.

고대현이 잠시 상상하고 있자니, 허건섭이 평소처럼 말했다.

“다들 희망 포지션이 뭐야?”

언더워치는 탱딜힐의 조합을 맞추는 게 중요했기에, 허건섭은 나름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포지션이 겹치거나 하면 곤란하니까.

“나는 딜.”

“탱.”

“난 힐.”

각자 포지션을 말한다.

허건섭과 고대현은 딜, 이태원과 이하린은 탱, 유금옥은 힐이었다.

이 정도면 나름 잘 나누어진 것 같다.

이제는 픽을 말할 시간이었다.

허건섭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켄─.”

“잠깐.”

“응?”

그때 유금옥이 허건섭의 말 허리를 잘랐다. 그녀가 고대현을 가리켰다.

“켄지는 대현이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갑자기?”

“보면 알아.”

“오…… 넌 미리 봤다는 거야? 둘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같이 했나 보네.”

유금옥이 말을 더듬었다.

“아, 아무튼. 그런 게 있어! 빨리 시작하자고.”

그녀는 차마 설명은 못 하고, 보면 안다면서 질문을 넘겼다.

‘독수리 여왕이랑 비슷한 건가?’

장난식으로 말해도 유금옥의 말투에서 뭔가를 느낀 허건섭은 켄지를 넘기기로 했다.

그렇게 대략적인 픽이 정해지고.

5명은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자동으로 매치업이 되며, 게임에 접속된다. 종류는 언더 워치.

맵은 상하이 동방명주 타워.

어두운 밤중에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대기실에서 창밖을 보고 있자 스피커가 진동한다.

[목표가 활성화 중입니다.]

40반 아이들은 문이 열리기 전에 각자 고른 챔피언으로 워밍업을 했다.

“너는 둔피?”

“나는 이게 딱 맞더라고. 레오히에서도 세토가 제일 좋고.”

고대현은 둔피를 고른 이하린을 보며 말했다.

“잘 어울리네.”

“그렇지?”

비꼬려고 한 말이었건만.

그녀는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인정하니까 더 무서워 보인다.

둔피를 본 허건섭이 말했다.

“이하린, 너 탱이라면서 둔피하는 거야?”

“응? 둔피 정도면 탱 아니야?”

“아니, 탱이라기엔 좀 애매하지…….”

허건섭은 적당하게 데바, 윙스턴, 바리키트를 하라고 말하려 했다.

‘아니다. 그냥 하고픈 거 하게 해야지.’

하지만 직전에 철회했다.

안 맞는 걸 하는 것보단 좋겠지.

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이하린의 티어가 낮은 건 레오히가 원인이니까.

언더 워치는 꽤 할지도 모르고.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삐익.

때마침 대기실의 문이 열린다.

상대방은 레전드 오브 히어로에서 면식이 있는 39반이었다.

“이번에도 이기자!”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빠른 점령이 필수였으므로, 일제히 돌격했다.

참고로 팀 조합은 아래와 같았다.

둔피

켄지

레일하라트

에나

트레리스

Vs

데바

매트리

메위

자랴

로시우

“대현, 각 봐서 몸 약한 애들 잘라줘.”

“입력 완료.”

돌풍참과 트레리스의 궤적이 공중에 선을 그린다. 저번 레오히 때와 마찬가지로 고대현과 허건섭이 적진을 휘젓기로 했다.

원형으로 넓게 조형된 내부에 도달하자 총탄이 스쳐 지나간다. 정면 돌파는 무리고, 당연히 사이드로 돌아서 들어간다.

이단 점프를 이용해서 발걸음을 옮기자, 자신 있게 달려오던 매트리와 마주쳤다. 매트리는 즉시 발광탄을 던졌다.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빼고.

앞으로 휙!

‘느려.’

일련의 과정은 고대현에게 매우 느리게 보였다. 그거보다도 키보드를 한 번 누르는 게 훨씬 빨랐기에.

티팅-!

발광탄을 검날 흘려내기로 반사 시켰다. 검날에 맞은 발광탄이 그대로 매트리에게 날아가서 터진다. 발광탄을 맞은 매트리의 머리 위에 별이 떴다.

슈슛슉!

그대로 표창을 던졌다. 헤드샷의 히트 범위에 표창이 작렬했다. 매트리의 HP가 감소했다. 그 위로 돌풍참을 그린다. 녹색 선과 함께. 매트리는 죽었다.

“매트리 컷.”

“벌써?”

허건섭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온다.

돌입한 지 30초도 안 지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럼 내가 로시우 마크할게.”

트레리스의 뾱뾱이는 소리가 멀어진다.

콰앙!!

그때 뒤에서 굉음이 들려온다.

돌아보니 둔피가 메위를 개떡으로 만들고 있었다. 얼음 동면에서 깨어난 메위가 어퍼컷을 맞고 날아간다.

죽은 메위의 앞에서 둔피가 말했다.

“너, 아까 위험했어.”

어쩐지.

갑자기 모니터 속 켄지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싶었는데, 메위가 음침하게 각을 보고 있던 모양이다.

“고마워. 그런데 너 레오히는 못하더니 언더 워치는 좀 하네?”

“응. 이건 평타 동작을 맞출 필요가 없으니까.”

레오히는 평타 동작을 맞추지 않으면 평캔이 일어나지만, 언더 워치는 정해진 평타 동작이 없다.

대신에 어딜 때리든 대미지가 동일하게 들어가는데.

레오히와 그라운드 제로의 중간쯤이라 보는 게 좋았다.

‘그래서 더 나은 거군.’

[정복 중…….]

상대 메인 딜러들이 금방 죽었기에 정복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죽은 상대 팀은 조합을 바꿨다.

메위와 데바가 빠지고.

하늘을 날면서 바주카를 날리는 팔라와 윙스턴이 추가되었다. 둘 다 켄지를 상대하기 좋은 챔피언이었다.

팔라의 바주카포는 땅에서 터지면 넉벡을 일으키고, 윙스턴의 레이저는 검날 흘려내기가 불가능하니까.

‘적당히 궁 한번 쓰고 교체해야겠다.’

다시 시간이 지나고 정복 게이지가 90까지 차올랐다. 이제 굳히기에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꾸웅!

그때였다.

“어? 이거.”

팀원들의 몸이 서로 잡아 당겨진다.

집결된 중앙에 자랴의 중력 집속탄이 떨어진 것이었다.

끼루룩!

이어서 들리는 새소리.

재빨리 마우스를 돌려서 근원지를 찾아냈다.

2층에 있는 라운지에서 매트리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궁극기, 일출의 시간을 시전하고 있었다.

“이거 완전히 걸렸네…….”

“위로 방벽 좀 들어봐!”

“미안, 몸이 끼어서 안 움직여.”

매트리의 궁극기 시전보다 중력탄이 빨리 풀리겠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그리고 강해지는 후광빛을 보니, 꼴에 게임고라고 일반 비정규에서 봤던 매트리보다 완성 속도가 빨랐다.

‘나 혼자 살겠지만, 이 방법밖에 없네.’

고대현의 켄지가 하늘을 향해 검을 들었다.

참고로 궁 게이지는 95%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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