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33화 (33/200)

제33화

#33화

오늘 하루는 계곡을 몇 판 더하고 끝이 났다. 이어지는 모든 판에서 이기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이긴 판이 더 많았다. 아이언 2를 낀 반 치고는 높은 승률이었다.

40반의 주 상대였던 39반은 충격을 받았다. 단순 캐리만 받은 줄 알았던 고대현의 실력이 꽤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그중 몇 명은 게임이 끝나고 직접 40반을 찾아오기도 했다.

‘엄청 귀찮았지…….’

39반 킨드블루와 블러디이미르도 고개를 빼꼼 내밀며 내부를 사찰하고 갔다.

40반 같은 좁은 반에 뭐 볼 게 있다고.

물론 39반도 거기서 거기긴 한데.

계속 사람들이 오가다 보니, 동물원 원숭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는 전교생 애들이 다 방문하려나? 그건 좀 귀찮은데.’

뭔가 상상이 되는 장면이었다.

그 좁은 반 앞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닐 인파를 생각하니 오싹해진다.

대현은 옆으로 돌려 누웠다.

침대에 몸을 눕힌 그는 스마트 워치에 온 연락을 하나하나 훑었다.

잘 지내고 있냐는 부모님과 오늘은 어땠냐는 동생의 문자가 와 있었다.

진아에게 평균은 했다고 답장을 보냈다.

우웅.

그때 전화가 한 통 왔다.

김성현 대표에게서 온 전화였다.

드디어 올 게 온 건가.

대현은 상반신을 일으킨 뒤 전화를 받았다.

수화부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네. 거기는 살만하고?”

“네, 괜찮아요. 시설도 좋고 애들도 생각보다 착하고.”

“다행이네.”

작게 안도의 한숨이 들려온다.

혹여나 티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까 걱정되었나 보다.

물론 임상배를 중심으로 약간의 마찰이 있긴 했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다음 영상은 뭐로 할까요?”

“이제 슬슬 그라운드 제로도 하려고.”

“좋네요.”

그라운드 제로는 굳이 상의하지 않아도 영상의 내용이 뻔히 보였다.

일단, 신경 지구력이 돋보이는 짓을 많이 하겠지.

예를 들어서 짐을 들고 달린다든가.

등반을 하거나.

아니면 수영하는 것 등등.

‘아. 그러고 보니 김성현 대표님이랑 같이했을 때는 수영을 한 적이 없었네.’

김성현 대표도 가방을 메고 물에 들어가라 하는 식의 오더는 내리지 않았다.

‘김원 선생님도 그 부분을 좋아했으니까 어느 정도 검증은 된 셈이겠지.’

생각을 마친 대현은 몸을 뒤척이면서 말했다.

“그럼 이번 주 주말에 그라운드 제로 장면 하나 찍죠. 가볍게 3렙 가방에 RPG까지 메고 수영하는 건 어때요.”

“뭐라고??”

놀란 음성의 파형이 고막을 간질인다.

RPG를 메고 하는 수영은 그에게 자극이 큰 모양이었다. 바로 대답이 들려온다.

“그, 그게 가능해? 아무리 너라도 그건 좀…….”

“사실 저도 안 해봐서 몰라요.”

“그렇지?”

“그런데 될 것 같아요.”

“……대단한 자신감이구나.”

“어차피 빠져 죽는 것도 아닌데 한번 해보죠”

“그래, 뭐, 네가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김성현 대표는 마지못해 승낙했다.

고대현은 전지수와 그라운드 제로에서 비슷한 일을 경험했기에 큰 걱정이 없었다. 그때 김성현이 대현에게 말했다.

“흠, 보니까 벌써 네 영상이 뜬 것 같더라고.”

“네?”

“다른 채널에 말이야. 네 일반 게임 장면이 있었어.”

이번에는 타 채널에 관한 이야기였다.

비정규 일반에서 만난 누군가가 대현의 영상을 올렸다는 것이었다.

김성현 대표가 영상의 링크를 보냈다.

상대팀의 시점으로 고대현의 컨트롤이 나오는 장면이 대다수였다.

“일반에서 만난 강적…… 같은 느낌으로 올라갔네요.”

“그렇겠지. 그 구간에서 자주 하는 건 아니니까.”

‘자주 하는 게 아니라…….’

대현은 상대 시점으로 나오는 자신을 감상했다. 빠른 속도로 뒤구르기나 옆 구르기를 사용하며, 발광탄을 투척한다. 손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장전 또한 빠르고 깔끔하다.

타타타탕-!!

이어지는 전탄 격발.

손가락을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연사 동작이었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놀랄만하네.’

대현은 스크롤을 내려서 영상의 댓글을 살폈다. 아직 조회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영상이라서 그런지, 이렇다 할 댓글은 없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면.

-켄G무비 채널이랑 비슷하네.

ㄴ인정

켄G무비 채널은 처음 들어본다.

그래도 거기 나왔던 사람이랑 비슷하다고 하니 관심이 동했다.

고대현은 켄G무비 채널에 들어가서 영상을 살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영상은 켄지의 튕겨내기 영상이었다.

[켄지로 레일하라트 서리 불꽃 흘려내기.]

‘이 사람도 불꽃 흘려내기를 한다고?’

이쪽 세계에서 레일하라트의 불꽃을 흘려내는 게 어렵다는 건 이하린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과연 어떨지.

대현의 손이 저절로 영상을 재생했다.

홀로그램 화면에 켄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한창 레일하라트와 교전하고 있는 켄지는 이리저리 2단 점프를 하고 있었다. 레일하라트는 방패로 표창을 막다가 이내 거대한 불꽃 한 줄기를 전방으로 발사했다.

화르륵.

열기가 다가온다. 이에 대해 켄G무비의 켄지는.

스르릉.

단도를 빼 들었다. 그리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 갑자기 화면의 속도가 느리게 지나간다. 편집 효과로 일부러 느리게 한 것이었다.

느린 화면 속에서 첫 검날이 불꽃에 닿았다. 불꽃의 겉면을 훑어내듯이 아래에서 위로 파고 들어간다.

검날 흘려내기보다는 베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단도가 중간까지 도달했을 때, 켄지는 단도를 쥔 손목을 비틀었다.

바람을 만들기 위함인 걸까.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그와 동시에 불이 일렁였다. 그리고 다시 빼내었던 단도의 겉면으로 팔을 크게 회전시키면서 불을 쳐냈다.

다시 휘감아서 돌려보내는 듯한 동작이었다.

화아악-!

반사된 불꽃이 레일하라트를 향해서 날아갔다. 그 불은 찰나의 묘리가 담긴 켄지의 불이었다.

‘좀 치네.’

스크롤을 내려서 반응을 확인했다.

200만에 가까운 조회 수답게 반응은 좋았다.

-대단하네요. 어떻게 칼을 다시 움직여서 흘려보내지?

-나였으면 칼 들고 팔만 휘적이다가 HP 닳았을 듯

-이건 인간 승리다.

.

.

‘나도 이런 거나 올려볼까?’

대현은 김성현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저희도 이런 거나 하죠.”

“이런 거?”

“방금 링크 보냈으니까 봐보세요.”

“흐음…… 켄G무비의 불꽃 흘려내기……? 이걸 하겠다고?”

“네.”

고대현의 검날 흘려내기 실력이 좋다는 것은 김성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꽃 흘려내기까지는 미지수였다.

“가능하다면 뭐든 좋지. 어쨌든 담아내기만 한다면 폭발적인 반응은 당연히 따라올 테니까.”

“그럼 지금 해요.”

“응?”

“폭발적인 반응 따라온다면서요. 그럼 그냥 지금 해버리죠.”

오늘 있었던 홀로그램 훈련을 보니, 다음 주부터는 일정이 좀 바빠질 것 같았다. 순차적으로 올리더라도 미리 해놓는 게 편하겠지.

“그래? 그러면 이따 10분쯤 뒤에 신규 서브 계정으로 들어올 수 있니?”

“가능한데 왜요?”

“음, 아무래도 전적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게 좋은데. 기존의 전적이 나오는 계정은 마이너스 같아서.”

“아, 하긴…… 그럼 준비해서 갈게요.”

그 말을 끝으로 대현은 지하 캡슐실로 내려갔다.

* * *

한편, 지하 캡슐실 옆에 있는 헬스장.

그곳에서는 이하린이 한창 운동하는 중이었다.

“후우, 후.”

덤벨이 위아래로 왕복한다. 근육이 수축하면서 무거운 철근을 잡아당긴다. 팔이 후들거린다. 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 하다가 덤벨을 내려놨다.

쿵.

작은 소리가 바닥에 울려 퍼졌다. 이하린은 잠시 벤치에 앉았다. 수건으로 땀을 닦는다. 쉬고 있자니 돌연 낮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움직임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 뭐랄까…… 몸이 안 따라주는 느낌?’

홀로그램 훈련장에서 봤던 고대현의 전투 장면은 평범했다.

느낌은 아는데 몸이 못 움직이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거기에 더해서 몸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으니.

이하린은 의문이었다.

혹시나 해서 심장 체크도 해봤지만,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우웅.

그때 그녀의 어머니, 이근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학교생활은 할 만하니? 몸은 괜찮고?”

“네, 그럭저럭해요.”

“별로 안 괜찮아 보이는구나.”

말투에서부터 느껴진 걸까.

어머니는 금세 알아차린다.

이하린은 오늘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흐음, 그 애. 움직임이 딱딱하다고 그랬었지?”

“네.”

“어쩌면 몸이 안 따라주는 걸지도 몰라……. 예를 들어서 오랜 기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던가. 아니면 다쳤거나. 둘 중 하나겠지.”

“으음.”

“이건 내 추측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 거라. 지금은…… 그냥 학교생활을 즐기는 거에 집중해.”

“네. 알겠어요.”

그 말과 함께, 통화는 종료되었다.

이하린은 팔을 뒤로 짚고 천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딱히 즐길 거리가 없는데…….’

레전드 오브 히어로가 계속된 근래.

그녀는 따분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라운드 제로가 시작되면 몰라.

그전까지는 재미없는 일과의 연속일 것 같았다.

“끄응.”

짧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렸다.

안구에 들어오는 빛의 양이 줄어들면서 헬스장 유리 너머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오늘도 캡슐실에 가는 건가?’

고대현이 막 엘리베이터에서 나온 뒤 캡슐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하린은 헬스장을 나와서 그에게 접근했다.

“오늘도 하게?”

“응, 오늘은 영상감을 뽑아야 하거든.”

“영상? 아아…….”

유금옥과 검날 흘려내기 실험을 했을 때 영상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안 만들면 손해인 장면들만 넘치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흥미를 느낀 이하린이 입을 열었다.

“그거 나까지 껴서 해도 돼?”

“오늘도?”

오늘은 김성현 대표까지 껴서 하는 것이었기에, 다른 사람을 끼기엔 조금 애매했다. 대현은 그녀에게 짧게 사정을 설명했다.

“아, 다른 사람이랑 하는 거였구나…….”

“어차피 조만간 5명이 같이 하니까 그때 하자.”

다음 주부터는 같은 반끼리 주로 진행된다. 붙기 싫어도 붙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사정을 이해한 이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다가.

문득 대현의 몸에서 시선이 고정되었다.

“너도 헬스 좀 해야겠다.”

“헬스? 그거 내 취향 아닌데.”

“다음 주에 또 다리 후들후들 떨려고? 넘어지기 전에 알아서 단련해야지.”

“아.”

“아는 무슨. 다음 주는 아침에 구보도 할 것 같던데 뭘.”

아침 구보라는 말에 대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큰 생각 없이 말했다.

“나 입학하기 전에 병원 신세 좀 졌었는데, 그걸로 열외 좀 못하나…….”

단순 푸념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러나 이하린에게는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아까 들었던 아버지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어쩌면 몸이 안 따라주는 걸지도 몰라……. 예를 들어서 오랜 기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던가. 아니면 다쳤거나. 둘 중 하나겠지.

‘병원이라. 그런 거였군.’

“야, 나 이제 가본다. 기다리고 있거든.”

“응……? 아. 빨리 가봐.”

중간에 잡아 세웠다는 것을 잊었다.

고대현은 캡슐실 내부로 들어갔다.

이하린은 적어도 내일까지는 출입이 제한이었기에 뒤따라갈 수 없었다.

‘가상현실 헤드셋이 있긴 한데, 아껴 써야지.’

그녀는 다시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네.

라고 생각하면서.

* * *

대현은 그대로 김성현이 파놓은 방으로 접속했다. 인원은 2명이 아닌 3명이었다.

“이분은?”

“아, 우리 공방 부대표인 최성우야, 너 하는 거 보고 싶다고 해서.”

김성현의 소개에 그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고대현 학생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게임고까지 들어갔다면서요?”

“아, 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깍듯한 태도에 대현도 자연스레 고개를 숙였다.

물론, 화면 속 자신의 고개까지 숙일 수는 없었다.

이거 이럴 때는 완전 마이너스네…….

난처함을 느끼고 있으니 김성현 대표와 최성우 부대표가 대화한다.

“그럼, 체력 고려해서 그라운드 제로부터 시작할게요.”

“응. 그렇게 해.”

공방 부대표, 최성우.

그는 김성현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귀띔으로 들었고. 그중에서 대현의 그라운드 제로 실력을 제일 궁금해했다.

‘과연 그 영상이 사실일지…….’

노란색 원이 몇 바퀴 정도 회전했을까. 곧이어 게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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