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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28화 (28/200)

제28화

#28화

다음 날 아침.

대현은 이하린, 유금옥과 같이 식사하게 되었다. 같은 반 위주로 친해져야 하다 보니, 3명이 붙게 되었다.

이하린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빵식을 먹고, 대현과 유금옥은 적당한 메뉴를 시켰다.

조리 로봇이 만들어준 고등어 백반과 계란 볶음밥.

‘고등어, 오랜만이네.’

대현은 젓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내서 흰 쌀밥 위에 올리고 입에 넣는다.

쌀알 사이로 생선 살이 갈라지면서 섞여 들어간다. 소금 베이스에 후추 간이 살짝 되어 있는 맛. 나쁘지 않다.

그대로 음미하면서 된장국을 한 모금 넘긴다.

입 안을 씻어내리면서 끝에 짭조름한 여지를 주는 것이 다시 밥을 입에 넣게 만든다.

밥을 씹으니 단맛과 함께 허전함이 느껴진다. 젓가락을 움직여서 아까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잘 먹네.”

“그러게…….”

옆에서 보고 있던 이하린과 유금옥의 손이 느리게 움직인다. 고대현이 먹고 있는 고등어에 이하린의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거 맛있어?”

끄덕끄덕.

대현은 입에 밥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린이 다음에 저걸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한편.

유금옥도 숟가락을 들며 말을 이었다.

“하긴…… 어제 그렇게 격렬하게 휘둘렀는데 배고플 만도 하지.”

그녀는 어제 있었던 ‘검날 흘려내기 실험’을 떠올렸다. 솔쟈보이76의 일반 탄환부터 에나의 기면탄, 로드피그의 갈고리.

투사체로 쓸 만한 것은 거의 다 해봤다.

이 과정에서 이하린이 열심히 힘써줬다.

“설마 레일하라트의 서리 불꽃까지 반사할 줄이야.”

“응, 맞아. 나도 어제 날리고 나서 깜짝 놀랐어.”

레일하라트의 거대한 망치에서 나오는 불꽃 한줄기.

그것을 쏘아낸 기술.

대현의 켄지는 이것마저도 반사했다.

‘총알도 아니고 불을 흘려낸다, 라…… 모든 투사체의 반사가 가능한 건 알아도 막상 보면 단검을 휘두를 생각도 안 들던데…….’

레일하라트의 서리 불꽃 줄기는 투사체이긴 하지만 범위 자체가 굉장히 넓은 기술.

그렇다면. 과연 어떤 면을 쳐내야 하는 걸까.

들리는 바에 의하면 쳐 내야 하는 히트 스팟이 시전자의 생체박동 주기에 맞춰 변환되기에, 읽어내는 게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던데.

“그래서, 어제 찍은 영상은 어떻게 할까.”

일단.

유금옥은 위의 의문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어제 나온 결과물을 처리하는 게 중대 사항이었으므로.

‘어차피 같은 반이니까. 언젠간 알겠지.’

유금옥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대현이 물을 마신 뒤 답했다.

“익명으로 하면 될 것 같아.”

“아, 실명이나 그런 거 가리면 괜찮아?”

“응.”

어제 계약서를 살펴보니 그렇게만 하면 딱히 상관이 없었다. 게다가 김성현 대표는 실력에 대한 전후 사정도 잘 모르니까.

“음, 그럼 뭐라고 올리지? 그냥 실험?”

“글쎄다…….”

촬영본은 검날 흘려내기 10종류.

영상의 총 길이가 3분도 안 된다.

너무 짧아서 매드무비 생산봇이 더 긴 걸 가져오라고 할 정도.

“좀 더 길게 하지 그랬어. 이왕 할 거면.”

고대현이 아쉬운 표정으로 반찬을 깨작이자, 유금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 돼. LOH 계곡 일정 있잖아. 괜히 무리해서 판에 영향 가면 어쩌려고.”

“아아.”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났다.

어제 검바람 나락이 끝나고.

내일은 소환사의 계곡을 한다고 그랬다.

“너는 주로 라인 어디가?”

“하려고 하면 다 하긴 하는데, 보통 원딜해.”

그러고 보니, 유금옥은 검바람 나락에서도 쥔을 했었다.

“흐음, 그렇구나.”

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몇 가지 정보를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식판을 배출구에 놓고 나가자 어제처럼 사격장이 눈에 들어왔다.

“저거하고 갈래?”

이하린을 보면서 말하는 고대현.

어제의 치욕을 갚아주겠다는 의미인 것을. 이하린은 한 번에 눈치챘다.

“그래, 한 번 뜨자.”

‘뭐야 저 애들. 아침부터 사격을?’

유금옥은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에 이끌려 사격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사람이 많이 없어서 3명이 동시에 할 수 있는 구조였다. 3인 팟은 각각 서로 하나를 골라서 들어갔다.

1 사로에 들어간 대현은 자세를 잡은 뒤, 표적지를 응시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쏘는 방향만 맞추면 된다.’

어제는 반동과 무게를 계산하지 못해서 빗나갔다.

어차피 총알이 날아가서 표적에 닿는 것은 동일.

그러니 쏠 때의 각도만 맞춘다면?

‘안될 게 없지.’

대현은 흉부 안에 있는 공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몸의 떨림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총과 하나가 된 느낌과 함께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다.

끈 떨어진 인형처럼 몽롱하게 있던 그는, 일순 잡힌 직감의 가닥을 풀어냈다.

‘지금!!’

몸에 탄력이 들어가면서 총알이 발사되었다.

총알은 총구에서 표적지로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 * *

“하아암.”

학생 식당으로 향하며 대차게 하품을 하는 이의 정체는 전지수.

무인 주문기에서 대강 메뉴를 고르고 자리에 앉은 그녀는, 문득 사격장 1 사로에 있는 고대현을 발견했다.

‘같은 반 애들인가 보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사로에 서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아이언 2라서 따돌림이나 부적응 문제가 있진 않은 모양이다.

전지수는 고등어 백반을 먹으며 사격하는 장면을 응시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사격을 아주 못하진 않던데.’

그녀는 첫 시간에서 봤던 고대현을 떠올렸다.

대현은 침착하게 움직이며, 짐을 옮기고 적들을 처리하기까지 했다.

특히 벽면에서 총을 들고 적을 노릴 때는 날카로운 각을 보여주기도 했으니.

‘실제 사격으로 꽤 잘 나올지도…….’

라며, 전지수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혼자 먹냐?”

옆에 같은 반 애들이 와서 앉았다.

정태룡과 범단월, 그리고 통성명도 안 해본 여자애 2명.

‘갑자기 왁자지껄해지네…….’

전지수는 조용하게 밥을 먹다가 시끄러워진 탓에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있을 계곡. 미리 생각은 해둬야지.”

“다들 라인 어디 갈 거야? 주 챔프는?”

“그런 거보다는 조합부터 정해야…….”

저마다 의자를 끌어당겨서 앉은 아이들은 밥을 먹으며 오늘 있을 판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지수의 옆에 앉은 이유는 전략을 짜기 위함이었으니까.

“지수,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을쎄에…….”

전지수는 적당한 의혹만 던지고 대화를 넘겼다.

‘얘는 아까부터 어딜 보는 거야?’

그러던 중.

정태룡의 시선이 창문 밖으로 향했다.

사격장을 보니 학생들이 식후 사격을 하고 있었다.

사격장의 총 사로는 10개.

지금은 다들 식당을 등지고 있는지라 얼굴이나 신상정보를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명 정도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우리 심심한데 내기나 할래?”

“내기?”

정태룡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 중에서 제일 점수 높은 사람 고르기.”

각자 사로당 1만 원어치 코인을 걸어서. 맞춘 사람에게 몰아주자는 식의 말이 나왔다.

의외로 거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 재미있겠네.”

“1만은 적은데 5만 어때?”

‘이걸 진짜로 한다고?’

전지수는 머뭇거리다가 1 사로를 골랐다. 정태룡은 각자 고른 사로를 보다가 6 사로를 골랐다.

그는 옆모습의 은근한 실루엣을 눈여겨봤기에, 누가 제일 티어가 높은지 알고 있었다.

‘딴생각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삐익-!

격발과 함께 전광판에 점수가 나타났다.

“쯧, 결과 나왔네.”

범단월이 무미건조한 말투로 혀를 찼다. 그와 동시에 정태룡도 점수의 편차를 살폈다.

“어디 보자……. 오 91점.”

91점이면 교복을 입고 현실에서 쏜다는 가정하에, 나름 높게 나온 수치였다. 아마 저 점수보다 높은 사람은 없겠지.

“그럼 내가 이겼—.”

그가 승리를 확신하고 입을 열 순간이었다.

꾸욱.

“응?”

옆에서 조용하게 있던 전지수가 정태룡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사로의 맨 왼쪽을 가리켰다.

[98]

“아……?”

정태룡의 눈빛이 흔들렸다.

98점.

그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1등의 점수였다.

* * *

“아, 총 상태가 별로였다니까…….”

칭얼거리는 이하린.

전 사로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게 된 그녀는 미간을 좁히며 교실로 따라 들어갔다.

“너 어제는 50점대였잖아. 무슨 짓을 한 거야? 하루 만에.”

“몰라, 운이 좋았나 보지.”

대현은 에둘러 말을 돌렸다.

잘했으니까 잘한 거지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그때 유금옥을 발견한 허건섭이 말했다.

“어제 이하린이랑 잘했어?”

그도 알고 있었다.

이하린이 레오히를 못해서 유금옥이 이하린을 가르쳐주기로 했다는 것을.

“응. 그럭저럭 잘하던데?”

사실 레오히가 아닌 켄지 실험을 했지만…….

유금옥은 태연하게 대답하고, 자신의 캡슐 옆에 앉았다. 그녀는 대현의 실력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오두방정 떠는 건 이하린뿐이었다.

‘어차피 나중에 직접 보면 될 텐데 뭐…….’

설명은 필요 없다.

그것이 유금옥의 생각이었다.

이전의 자신도 직접 보기 전까진 안 믿었을 테니까.

‘그런 사격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니…… 아니, 딱히 감춘 게 아닌가?’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별안간 뒤에 있는 스크린에 신영범과 4명의 선생님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일전의 성채가 아닌.

그나마 익숙한 장소의 아래였다.

신영범이 자신의 뒤에 있는 포탑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오늘은 소환사의 계곡을 하겠다.]

그 말과 함께.

신영범은 소환사의 계곡 룰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5대5 대전이고, 상대 본진을 밀면 이긴다. 그럼 다들 잘해보도록.]

이번 주는 역량 평가 기간이기에.

수업보단 반끼리의 대항전 위주로 돌아갔다.

40반의 상대는 어제와 똑같은 39반.

아마 이번 주까지는 39반과만 진행하게 될 것이다.

“자, 다들 포지션은 정했어?”

게임 시작에 앞서, 반의 리더 격인 허건섭이 입을 열었다. 그는 넌지시 미드에 선다고 이야기했다.

“난 원딜.”

“정글.”

“탑.”

유금옥은 원딜.

정글은 이태원.

탑은 고대현.

“음, 그럼 내가 서폿이네.”

이하린이 서포터를 맡게 되었다.

“각자 픽은 하고 싶은 거로 해. 어차피 평가전도 아니니까.”

그 말을 끝으로 전 인원이 게임에 접속한다.

“흐음.”

고대현은 픽창을 보다가 눈에 띄는 챔피언 하나를 골랐다.

‘어차피 시야적으로 앞서니까 이게 좋겠지?’

-눈을 공격해!

독수리를 타고 빠르게 이동하는 한 챔피언. 독수리 여왕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 * *

그 시각 상위권 반.

“네가 우리팀 리더를 맡아라.”

“내가?”

팀 리더는 전체 맵 상황을 읽어내고 팀원에게 오더를 내리는 존재를 의미한다.

한타 때의 빠른 상황 판단력이 중요한 자리.

“지금 리더 할 사람이 너 말고 또 누가 있냐?”

전지수의 어깨가 똑바로 펴졌다.

정태룡이 저런 말을 할 줄이야.

그녀가 놀란 눈을 하고 있으니, 정태룡이 지갑 잔고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네가 감지 능력이 좋으니까 별수 없잖아.”

전지수의 적 감지력은 특출난 편이다.

와드를 안 박아도 갱이 오는 것을 알거나, 상대의 사각으로 밟고 들어가는 등.

거의 맵 핵 수준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 내기 때도 감지 능력을 썼지. 설마 현실에서도 그 정도 구체화가 가능할 줄이야…….’

정태롱은 학생 식당에서의 내기를 떠올렸다.

1 사로를 골랐는데 버젓이 1등을 했다.

눈빛을 보니 찍은 건 아니고.

뭔가 알고 있었다는 눈치였다.

‘가끔 보면 굴절활 비술보단 저게 더 탐난단 말이지.’

감이 좋다는 것은 뭘 해도 좋게 작용한다.

굴절활은 가끔가다가 막히는데, 저건 미리 대비가 가능하니까.

저격을 잘하는 전지수에게 딱 알맞은 능력이었다.

“그럼 나는 뭐할까.”

그때 옆에서 범단월이 말했다.

정태룡은 대충 아무거나 하라고 일렀다.

범단월은 상대의 재능을 복사하는 재능이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순수 재능만으로는 여기서 원탑이었다.

[그럼 다들 접속 시작하도록.]

때마침 신영범 학년 담임의 말이 들려오고.

1반 아이들은 저마다 접속을 시작했다.

오늘의 매치업은…….

“으, 응?”

상대팀 명단을 보던 정태룡의 눈이 커졌다. 보나 마나 2반 애들일 줄 알았는데.

베위가(김원)

카로마(도유혼)

바람 검사(신영범)

젤아스(클로이 연)

루울루(시수림)

VS

바룰스(정태룡)

트위스터 페이트(전지수)

에펠라오스(조지아)

너달리(태해란)

뤼신(범단월)

선생님들이 산개해 있었다.

게다가 신영범 학년 담임까지 꼽사리를 꼈다.

“이거 뭐냐? 이길 수나 있어?”

“간신히 버티기만 가능할 것 같은데…….”

무려 더 상향된 게임에서 구르다 온 존재들이다. 순간의 상황 판단력이나 피지컬에서 차이가 날 터.

1반 아이들은 의아한 한편, 강한 상대와 싸운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래, 이래야 할 맛이 나지.’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전지수는 트위스터 페이트에 미드로 향하며 말했다.

“일단 다들 6렙까지는 레벨업만 생각해. 선생님한테 킬 따이겠다 싶으면 그냥 싸워주지 말고 뒤에 있어.”

끄덕끄덕.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라인으로 향한다.

그때 전음으로 우려 섞인 말이 들려왔다.

“바람 검사를 트위스터 페이트로 감당할 수 있겠냐?”

“아니. 아마 지겠지. 그러니까 운영하는 식으로 가자.”

“운영이라 트위스터 페이트니까 나쁘진 않겠네.”

“맞아, 어차피 LOH는 건물 미는 게임이잖아.”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잡담이 지나가고.

드디어 라인전의 때가 다가온다.

자세를 잡은 전지수의 트위스터 페이트 앞에 신영범의 바람 검사가 나타났다.

“자네들도 강한 사람이랑 붙어야 실력이 늘지. 맨날 아랫놈들이랑 싸우면 쓰겠나.”

그의 어깨에 있는 바람 무늬 보호대가 스산한 빛을 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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