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27화 (27/200)

제27화

#27화

“상대 켄지…… 조심하세요.”

“예?”

위도 테이커에게 경고의 소리가 들려온 것은.

전반전에 로드 피그를 했던 유저가 문득 시멘트라를 픽했을 때였다.

“그 켄지, 중간에 난입하면서 튕겨내기를 썼는데, 제 모든 탄을 튕겨냈…… 아니, 복제 반사했다고요.”

“복제 반사요?”

켄지의 검날 흘려내기는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상대의 기술을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트레리스가 던진 폭탄이나 핸조가 쏜 궁극기 등.

그것을 켄지가 튕겨내기로 ‘정확하게’ 튕겨내면 적팀이 아닌, 켄지의 아군이 쏜 투사체라는 판정이 나온다.

즉, 좋은 기술이나 궁극기를 완전히 역이용당할 수 있다는 의미…….

솔직히 설명만 들으면 사기 기술이었다.

하지만.

‘난이도가 엄청 어려워서. 고티어가 아니면, 그런 경지의 튕기기는 잘 안 나올 텐데…….’

위도 테이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재 게임은 비정규 일반전.

기본적인 승률에 따른 MMR매치로 사람을 만나긴 해도, 그렇게 높은 티어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위도 테이커는 앞선 전반전에서 로드 피그의 돈재앙 장면을 보지 못했다. 다만, 멀리서 로드 피그가 적진으로 진입하는 건 봤기에.

‘뭔가 있긴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후반전을 시작했다.

전반은 사단에서 했으니 후반은 마을이었다. 기계 사원 앞에 있는 마을로 영웅 대기실이 이동된다.

위도 테이커는 시작과 동시에 갈고리 작살을 이용해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체공 시간 동안 줌을 당겨서 상대 적진을 스캔했다.

‘흐음…… 일단 크게 눈에 띄는 건 없네.’

아까까지 켄지에 대해 들었건만.

막상 올라오니 켄지보다는 윙스턴이나 팔라가 있나 없나가 더 신경 쓰였다. 걔들은 작정하고 위도 테이커를 공격하고는 하니까.

철컥철컥.

그렇게 저격총의 줌을 당기며 일대를 탐색하고 있자니, 별안간 스코프에 켄지의 모습이 잡혔다. 마을의 중앙에 있는 마을 회관의 아래에서 켄지가 이리저리 이단 점프를 하고 있었다.

‘벌레처럼 잘 움직이네…….’

공중에서 다시 텀블링 하면서 벽을 타고 이동.

그리고 표장을 던지면서 이단 점프.

일련의 동작이 부드러웠다.

한두 번 해서 나올 수 있는 솜씨는 절대 아니었다.

다시금 전 로드 피그.

현 시멘트라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조심이라…….’

하지만, 켄지는 저 멀리에 있고 이곳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방법이 없었다. 걱정을 접은 위도 테이커는 줌을 당기고 적들의 머리와 몸통을 노렸다.

타앙-!

희미한 적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탄환.

‘좀 더 머리에…….’

혀를 내밀고 저격에 집중할 때였다.

스코프에 지붕 위의 켄지가 잡혔다.

그런데.

“어?”

아래의 적진이 아닌, 먼 곳을 응시하는 켄지. 묘하게 보는 방향이 겹친다.

‘설마 나를 보고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자신의 사고에 반응한 듯, 켄지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저격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런 무방비 상태로 가만히 있다는 건, 설마.

‘검날 흘려내기로 복제 반사를 쓰려고?’

위도 테이커는 그런 말을 내뱉으려다 철회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갔다. 검날 흘려내기로 단거리나 중거리 투사체를 튕겨내는 것은 봤어도, 위도 테이커의 장거리 총격을 반사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아니, 솔직히 인외의 영역이다, 그거는…….

다시 마음을 다잡은 위도 테이커의 눈이 스코프에 닿았다. 그리고, 곧이어 건방진 켄지에게 완벽한 헤드샷 한 발이 날아갔다.

‘이건 못 막는다!’

검날 흘려내기를 쓰기도 전에 날렸다.

검날 흘려내기의 100%에 도달할지라도.

총알이 도달하기 전까지 구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잘해봐야 옆으로 튕겨내겠지.

이에 위도 테이커가.

방아쇠에서 손을 놓고.

숨을 내쉬었다.

내쉬고.

정수리에 구멍이 뚫렸다.

퓩-!

“어……?”

지금.

무슨.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위도 테이커의 부릅떠진 눈이 이내 차갑게 식었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켄지는.

등허리에 있는 칼집에 단도를 집어넣고 있었다.

‘미친…….’

그 한마디와 함께 시야가 암전되었다.

* * *

[승리!]

마을전도 그럭저럭 승리했다.

“가볍게 이겼네.”

“그러게…….”

이기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다른 게임을 하기에 앞서.

유금옥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너, 아까는 어떻게 한 거야?”

너무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한 대현은 짧게 말하기로 했다.

“몰라.”

“어……?”

“그냥 하다 보니까 됐어.”

고대현의 대답을 들은 유금옥은 눈을 깜빡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검날 흘려내기로 돈재앙 복제 반사.

넉백 효과까지 있는 기술인지라, 검날 흘려내기로 막는 게 더더욱 어렵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됐다니.

애초에 그런 컨트롤을 그냥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있다고 해봤자 게임고 위 학년.

혹은 숙련된 전문가뿐이리라.

유금옥은 고대현을 유심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채널 운영 같은 것도 하고 있어?”

“운영은 안 하고 있어.”

“정말? 그럼 이참에 채널 운영도 해보지, 그래? 솔직히 조회 수 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음…….”

대현은 오랜만에 핸드 무비의 존재를 떠올려냈다.

난생처음 보는 학생이랑 계약하고 싶다 하질 않나.

이리저리 모니터링을 해주질 않나.

‘솔직히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지.’

김성현 대표가 없었다면 3~4군 정도의 일반고에 들어갔을 것이다. 조만간 연락을 줘야겠다.

“어차피 소속 채널이 있어서. 개인 채널은 안 하고 있어.”

“아, 뭐야. 이미 있었어? 그럼 그 사람들도 알고 있겠네.”

유금옥은 자신만 아는 정보가 외부에 유출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직 고대현의 정보를 본 적은 없으니까.

“그럼, 나중에 계약 채널에 네 매드무비 올라오는 거야?”

“응. 그렇겠지.”

‘내 채널에 잠깐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유금옥이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띠링.

알림음이 울렸다.

‘누구지?’

띠링.

[담판같이 ㄱ]

[기달랴바!]

다급한 메시지가 왔다.

이하린이었다.

[너 정지라면서, 어떻게 온 거야?]

[방에 있는 헤드셋으로 하는 중]

[ㅇㅎ]

[빨리 초대나. ㄲㄲㄲㄲㄲ]

그렇게 초대 수락을 받은 이하린은.

유금옥에게서 일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자 켄지 검날 흘려내기 부분에서, 이하린의 시선이 묘해졌다.

‘엄마가 알아보라고 하셨으니까…….’

생각을 마친 그녀가 대뜸 입을 열었다.

“그럼, 나까지 껴서 검날 흘려내기 실험해보자!”

* * *

한편, 그 시각.

캡슐실 어딘가에서 접속된 또 다른 게임 내부.

상하이 동방명주 타워 맵의 아래로 두 인영이 쓰러졌다.

털썩.

정태룡의 핸조와 범단월의 트레리스였다.

타워의 외벽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온 위도 테이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생각보다 싱겁네.”

……게임이 끝난 뒤.

로비로 돌아온 정태룡이 위도 테이커에게 말했다.

“싱겁다뇨. 수호 기사님이 너무 강한 거겠죠.”

레기온 성의 수호 기사.

정태룡은 오늘은 그분에게 과외 비슷한 걸 받는 중이었다.

그것도 범단월까지 껴서.

“너는 같이 하겠다고 비집고 들어왔으면 가서 자르든가 해야지. 왜 죽은 거냐.”

“그러게.”

범단월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일전의 전투를 상기했다.

‘설마 그런 식으로 헤드샷을 날릴 줄이야.’

린이지 수호 기사의 실력의 출중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무려 수호 기사니까 말이다. 하지만 고속으로 순간 이동하는 트레리스를 저격하는 건 전혀 예상치 못했다.

‘로프를 타면서 훅 샷을 하는데, 트레리스의 돌진 거리까지 예측해서 쏘다니…….’

로프를 타며 체공하던 위도 테이커는, 곧바로 줌을 당겨 격발을 시도했다. 그런데 그게 맞은 것이었다.

즉, 거리와 속도를 다 알고 있다는 의미.

“그러게는, 무슨. 다음 판에는 좀 잘해봐라.”

“너나.”

후원하는 사이인 그들은 친한 한편으로 라이벌 의식도 있었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

“둘 다 켄지를 하면 어떨까요.”

그때 수호 기사 말했다.

뜬금없는 제안이었기에 정태룡이 말했다.

“켄지? 저는 근접 암살보단 원거리 딜러 타입인데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고개를 저은 수호 기사가 말을 이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합니다. 근접 암살자들의 심리를 완전히 이해한 순간. 이를 상대한 자는 정점에 이르는 법입니다.”

“으음.”

“듣자 하니 OT 때 하위권에 기습적으로 한 방 먹었다면서요?”

“아니, 그건 또 어디서 들으셨어요?”

“비밀입니다.”

‘이런…….’

뭐라 반박하고 싶지만.

거의 선배 격이나 다름없는 수호 기사가 하는 말이니 들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단 점프나 벽 타기는 핸조랑 비슷하기도 하고.

‘물론 표창 던지는 게 싫긴 하지만…….’

오랜만에 하자는 생각으로 켄지를 골랐다. 커스텀 중복 가능 모드 인지라, 켄지가 2명이 되었다.

“너, 튕겨내기는 좀 하냐?”

“조금.”

“조금이면 안 되지, 새끼야.”

켄지의 스킬과 동작은 간단하지 않다.

특히 검날 흘려내기는 어설프게 했다간 구현율 하락으로 쿨타임만 생기고, 공격 흘리기도 실패한다.

이것은 표창을 날리는 기본 탄환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궁극기, 폭탄 부착의 구현만 어려운 트레리스와는 결이 다르다.

정태룡의 핀잔에 범단월이 짧게 대꾸했다.

“쉬워.”

“뭐어?”

“그동안 영상 보면서 ‘복사’했거든.”

범단월이 당당하게 나오자, 정태룡은 얼이 빠졌다.

적어도 자신이 보는 앞에서.

범단월은 켄지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영상을 보기만 한 거로 복사를 한다고? 아무리 이놈이 천재적이라도 그건 좀…….’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게임이 시작되었다.

“준비나 해.”

치이익.

문이 열리고 두 명이 각각 앞으로 돌진했다. 허공에 초록색 빛의 띠가 이어진다.

켄지는 돌풍참이라는 돌진 딜링 스킬이 있어서, 빠른 이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켄지의 돌풍참이 끝나고 발이 땅에 닿는 그 순간.

“──!!”

탕─!

총알이 날아들었다.

저격이다.

수호 기사의 위도 테이커가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팅!

튕겨 나간 총알이 옆에 있던 땅에 먼지를 일으킨다.

팔이 얼얼하다.

체력이 줄어들었다.

간발의 차로 튕겨낸 정태룡은 혀를 내둘렀다.

딱 돌풍참이 멈추는 지점을 노렸다.

거리 계산이 완벽하다. 반사적으로 검날 흘려내기를 쓰지 않았다면 멈추자마자 죽었겠지.

[동작 구현 : 44%]

‘급하게 써서 그런가 44밖에 안되네.’

검날 흘려내기의 구현율이 100에 도달하면, 상대 기술을 정확하게 되돌려주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걸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고. 헤드샷 범위만 커버할 정도면 충분하니까.

정태룡은 단도를 허리춤의 칼집에 넣은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빠져나올 문을 미리 조준하고 있을 확률도 있으니, 검날 튕겨내기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2층 창틀로 위로 2단 점프를 했다.

벽면에 위도 테이커의 유독성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

‘여기는 조심해야겠네.’

잘못 지나갔다간 체력이 줄어들면서 상대에게 작동 신호가 전송된다. 대략적인 위치가 나온다는 뜻이다.

수호 기사는 맵을 꿰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합류해서 같이 가야겠다.’

2명이 동시에 진입하면 한 명은 살겠지.

정태룡이 뒤따라온 범단월에게 시선을 옮길 때였다.

치이이익.

유독성 함정이 발동되었다.

아이고야.

“아니, 눈에 보이는데 그걸 왜…….”

“핸디캡.”

“뭐?”

“어차피 이길 거니까 한 수 물러줘야지.”

‘이 미친놈이, 수호 기사 상대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정태룡은 말을 아끼기로 했다.

이제 이동해야 한다.

그가 슬슬 움직이려는데, 뒤에서 범단월이 말했다.

“내가 먼저 나갈게.”

범단월의 검날 흘려내기를 본 적은 없다. 애초에 켄지를 하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먼저 제물이라도 되겠다는 건가?’

고민하던 정태룡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한 명이 희생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니까.

“알았어. 먼저 가.”

정태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는 범단월.

그 순간.

탕─!!

약속한 듯이 오는 빨간색 궤적.

날아오는 탄환에 맞춰.

범단월의 켄지가 검날 흘려내기를 시전했다.

사사사삭!

‘오.’

뒤에서 보던 정태룡이 감탄했다.

기대 이상이다.

팅!

탄알이 경쾌하게 튕겨 나갔다.

정석적 튕기기였다.

예상보다 깔끔하다.

‘이제 내가 나서야겠군.’

저격 게이지가 차오르기 전.

그 틈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전진한다.

정태룡은 돌풍참을 준비했다.

시전 동작을 취하고.

싱크로율을 높이면서 발을 뗀다.

하지만 뒤이어.

띠링─.

“어······?”

처치.

[켄지 -> 위도 테이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켄지가 위도 테이커를 처치하다니.

“설마.”

정태룡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갔다.

“훗.”

완벽한 복제 반사를 구현한 범단월.

그의 덜덜 떨리는 손이.

스르릉.

단도를 칼집에 넣었다.

칼이 뱀 우는 소리를 내었다.

* * *

한편, 켄지의 검날 흘려내기 실험방.

“뭐지?”

눈을 깜빡였다.

이하린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설명하자면…….

불꽃이 날아들었다.

그것도.

레일하라트, 라는 탱커 챔피언으로 서리 불꽃 망치를 날린 직후에.

‘서리 불꽃을 반사하다니…… 이게 가능한 거였어?’

꿀꺽.

이하린이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

“너…… 방금 그거 어떻게 한 거야?”

이에 대해, 대현은 짧게 대꾸했다.

“몰라.”

“어……?”

“그냥 하다 보니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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