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20화 (20/200)

제20화

#20화

OT가 시작되고 몇 분 뒤.

교무실에 모인 선생님들은 각 학생의 게임 장면을 보고 있었다.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요.”

“음, 일식은 어때요.”

아니.

사실 보는 사람은 없었다.

양극화된 티어끼리 붙여놓은 상태에서 평가를 내리는 것도 애매하고.

어차피 OT에다가 랜덤으로 섞어서 진행하는지라, 특별히 관찰하는 게 악효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해서, 팀워크 향상과 배려심 키우기 정도로 보자고.

“이건…….”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김원의 시선이 40반 최하위 티어인 고대현에게서 멈췄다.

‘가방을 메고 수영하다니, 아무리 신경 지구력이 좋아도 뒤 없이 게임을 하네.’

안 그래도 짐이 많은 상태인데.

그걸 가중하는 행위까지 한다.

물론 그 대신에 아쿠아 바이크를 타긴 했지만.

‘그냥 맨몸으로 가져온 다음에 메고 타는 게 좋았을 텐데.’

보다 보니 티어가 낮은 이유가 있었다.

김원은 계속해서 고대현을 주시했다.

사실, 이번에 저 학생 건으로 말이 많았으니까.

신영범 학년 담임으로부터 특별 케어 명령이 내려올 정도였다.

‘특별 전형에서 뤼븐의 동작 완성도가 전부 100이었지……. 우연히 연습한 챔피언이 걸린 건가?’

레전드 오브 히어로의 신경 지구력 소모량이 적다곤 해도 한계가 있었다.

특별 전형처럼 계속 쓰면 언젠가 그로기 상태가 오며, 그 전에 동작 완성도가 하락하게 된다.

‘그라운드 제로는 어디까지 할까 궁금하네.’

어차피 볼 사람도 없었으므로.

김원은 계속해서 고대현을 주시했다.

그러다가 별안간 특이한 상대가 등장했다.

‘순간 괴력이 좋네. 얘도 40반이구나.’

사실상 신경 지구력으로 합격한 사람들만이 모인 40반. 당연하게도 그 인원들 대부분이 짐을 들고 있었다.

이하린 같은 경우에는 초반까지 짐을 들다가 이제 막 폭주하는 중이랄까.

‘이하린 학생도 특별한 기술을 배운 건가?’

김원은 잠시 한국의 상위권에 대해 생각했다. 전부 하나씩 특수한 기술은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녀석들.

한국은 특유의 컨트롤에 집착하는 자들 사이에서 비술이라고 하는 게 전해지고 있었다. 스킬 슬롯의 한계를 컨트롤로 보완하는 것이었다.

린이지로 가면 티가 많이 안 나는 분야긴 하다만. 학창 시절에는 나름 상위권들의 전유물로 사용되는 형국이었다.

탕.

그때였다.

화면 속의 이하린이 죽었다.

‘흠, 일단 넘기고.’

김원은 이하린이 허무하게 죽자 화면을 넘겼다. 시간이 지나자 정태룡의 컨트롤 장면이 나왔다.

권총을 들고 팔을 흔들면서 격발하니, 총알 휘면서 날아간다.

비술이라고 하기 애매할 정도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기술.

‘시원시원하네.’

최소한의 동작으로 적을 효율적으로 해치운다. 물론 게임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 투자 대비 결과가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슬슬 마지막인가?’

시간이 지나자 게임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은 정태룡과 이태원.

그리고.

‘고대현??’

바다에서 헤엄을 쳐서 보트 아래로 진입하다니. 김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촤악.

손에 땀을 쥐면서 보고 있자니, 보트 위로 올라온 고대현이 총으로 정태룡을 쐈다.

아이언 2의 총알이 수석에게 닿은 것이었다.

탕!

하지만 그 이후에 날아든 이태원의 총알에 죽었다. 기습했다 하더라도, 수적인 열세는 어쩔 수 없던 것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예상외다. 이따 학생 상담 시간 때 1순위로 불러야겠군.’

……그리하여 현재.

김원은 고대현을 상담하는 중이었다.

“너는 나중에 졸업하고 광전사로 지원해보는 게 어떨까?”

그의 말에 고대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광전사요?”

광전사는 정신없이 지구력을 소모해야 한다. 그 때문에 인력이 많이 갈려 나가는 기피 클래스 중 하나다.

원래는 추천을 잘 안 하는 곳이긴 한데…….

“나중에 되면…… 까짓거 함 해보죠.”

“그래 잘 생각했다.”

그래도 이 학생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김원의 입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되면 해본다고 한다.

“아, 그리고 학교 코인 정산 비율은 정했니?”

코인이라.

대현은 그 말을 듣고 비음을 흘렸다.

‘특별한 시스템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이게 그거로군.’

그는 김성현 대표에게 들었던 말을 상기했다.

게임고는 주간 평가 점수에 따라 학교 코인을 정산해준다고 그랬다.

그리고 그 코인은 린이지 내부에 있는 훈련 대륙에서, 반별로 [성]을 건축하는 용도로 쓰인다.

‘나중에 각반별로 모의 공성전을 한다고 했었지 아마?’

“네. 정했어요.”

“이번 주는 역량 평가 주간이라 전부 OT니까. 기본금 일괄 지급이고, 다음 주부터 변동이야.”

“넵.”

“됐다. 그럼 다음 사람 좀 불러와 줄래?”

상담은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첫 시간이라서 데이터도 얼마 없으니, 길게 할 만한 이야기가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가방 메고 수영하는 걸 이렇게 좋아할 줄이야.’

김원 선생님은 그 장면만 잘라서 가지고 있었다.

의외로 다른 건 관심도 없는 모양.

‘원래 세계에서는 다 행동 보정이 들어가서 괜찮았지.’

일단 체력적인 것으로 꿀을 빨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을 확실히 깨달은 대현은 교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그러자.

-…….

다들 캡슐 안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뭐야.

낮잠 시간인가?

고대현은 묘한 압박감을 느끼며, 다음 순서인 이태원을 깨웠다.

그는 눈을 깜빡이다가 약간의 스트레칭을 한 뒤 복도로 나갔다.

‘흡혈귀도 아니고 관짝마냥 들어가서 자네…….’

대현은 캡슐 옆에 있는 여유 공간에 앉았다. 좁다. 자리에 앉으니 주머니에 뭔가 잡혔다.

아침에 나온 부식이었다.

빵이 나왔지만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놨다. 대현은 그것을 꺼내서 빵 봉지를 뜯었다.

마침 입이 심심했으니.

뜨드득.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을 입가에 가져가려 할 순간이었다.

꼬르륵.

바로 옆에 있는 캡슐에서, 뜬금없는 소리가 났다. 대현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이하린이 멍한 시선으로 빵을 응시하고 있었다.

.

.

.

‘뭐, 뭐지……?’

처음엔 의문이었지만 빵에 향하고 있는 눈빛을 보고 깨달았다.

‘배고픈 건가.’

순간 아침에 머리카락이 젖어 있던 게 생각났다.

식당에서 밥 먹을 때도 없었지.

늦잠 자서 아침을 굶은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대현은 마음 편히 빵을 먹을 수 없었다.

‘조금 줘도 되겠지?’

“먹을……래?”

“어?”

빵을 건네며 권유하자 이하린의 낯빛이 밝아졌다.

“와, 고마워~.”

입맛을 다시던 그녀가 상반신을 기울였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서 빵을 잡았다.

절반 정도를 쭉 찢어서 입 안에 넣는다.

‘많이도 먹네.’

대현이 빤히 응시하고 있자, 빵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이하린은 잠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음식물을 넘긴 다음에 입을 열었다.

고맙다고 말하려는 걸까.

“그거…… 더 안 먹을 거야?”

아.

“여기…….”

딱히 배고프진 않았으므로.

나머지도 줬다.

이하린은 걸신들린 듯 목구멍으로 빵을 넘기고 말했다.

“후, 덕분에 살았네. 고마워.”

빵이 아닌 결핍된 산소라도 들이켠 것처럼 말한다.

“배고팠나 보네.”

“응, 미리터를 해제하고 나면 먹어줘야 하거든.”

“해제?”

“앗…….”

이하린의 안색이 순간 창백해졌다.

입가를 손으로 가린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 그런 게 있어.”

대현은 의아했지만 일단 넘기기로 했다. 물어봤자 대답이 들려올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대화가 끊기니 잠시 정적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게임하려고 그랬었지.’

대현은 본래 목적을 떠올렸다.

아까 게임고 애들끼리 에란웹을 돌려보고 깨달았다. 상위권은 예상보다 훨씬 괴물이라는 것을.

특히 전지수의 해상 저격이나 이하린의 기괴한 동작은 예상치도 못했던 것이었다.

‘나도 마우스로 가능하게 연습해야겠어.’

게임 하다 보면 견적이라는 게 나올 때가 있다.

아직 맞지 않았지만, 쏘는 순간 ‘됐다’라는 감정이 들 때가.

그리고 그런 감정이 들 땐 여지 없이 들어맞고는 했다.

‘그 정도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야.’

그렇기에 가능하다.

대현도 상위 랭크라서 알 수 있었다.

저격 정도야 조금만 숙달하면 가능했다.

아.

물론, 이하린은 조작 환경 차이 때문에 구현하기 힘들 거 같지만…….

‘업그레이드 사항도 살펴야겠다.’

시설 말고도 UI 업그레이드가 있었다.

어쩌면 동작 단축키가 늘어날지도 모를 일이지.

대현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캡슐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너…… 또 하게?”

이하린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고대현이 짐을 들고 이리저리 파쿠르하는 모습을 상기했다.

“응, 해볼 게 있어서.”

“헐…….”

이하린의 눈빛이 대현을 훑었다.

자신을 바짝 따라오던 사람이라고.

합격 명단을 봐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경험하니 뭔가 색다르다.

상상만 하던 것이 확정된 느낌이랄까.

빵을 먹고 수면을 취한 덕에, 그녀의 기억이 점점 선명해졌다.

-나중에 그 아이에 대한 걸 알아보거라.

허름한 도복을 입은 어머니.

그는 합격자 명단을 보면서 고대현에 대한 걸 알아보라 하셨다.

-걔도 비술(祕術) 사용자일지 모르는 노릇이니까.

‘흠, 심장에 댔을 때 느낌은 안 왔는데…….’

갑자기 뭔가가 증폭된다는 느낌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타입이었다.

‘계속 해제를 유지할 리는 없고—.’

치이익.

그녀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고민하는 사이. 대현의 캡슐이 닫혔다. 별안간 작동하는 캡슐.

지속 퀘스트가 하루 6시간 게임 하기라서 미리미리 해두는 게 편했으므로.

[링크 스타트]

그는 곧장 반쪽짜리 가상현실 세계로 들어갔다.

“괴물…….”

그것을 본 이하린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 *

그 시각 1반.

“뭐 하는 놈이지…….”

한숨을 내쉬며 머리카락을 가다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엔 그 장면이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거기를 잠수해서 오다니…….’

그는 40반의 고대현과 마지막에 맞붙었으며, 그 엄청난 신경 지구력을 직접 체험하고 오는 차였다.

‘흠, 비술은 아니야. 그냥 순수한 신경 지구력 그 자체…….’

신경 지구력은 발달시키는 것에 한계가 명확하다. 거의 신체적으로 개인의 최대치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그 때문에 자신과 같은 상위권들은 컨트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련을 진행했다. 그렇게 향상될 때마다 아래 티어를 무시하곤 했는데…….

‘궁금하면 죽고 나서 찾아오라니…… 절대 안 가지.’

생각을 정리한 그는, 고대현과 같은 팀이었던 전지수에게 말했다.

“너 걔랑 같은 팀이었지?”

“응.”

“그놈, 원래부터 그 정도였어?”

“아니, 나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야.”

“뭐, 이상한 기술 쓰는 애는 아니지? 갑자기 신경 지구력이 오른다던가. 뭐 그런 것들.”

“에이 설마…… 애초에 그런 건 존재 할 수가 없잖아.”

전지수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을 이었다.

“신경이 다 파괴될 텐데. 그런 걸 누가 써?”

“음. 하긴, 그건 그렇네.”

정태룡은 나중에 따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잉-.

그때였다.

교실의 자동문이 열리면서 성인 여성 한 명이 교실 내부로 들어왔다.

시수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자신을 1반에서 10반까지 관리하는 담임이라 소개한 뒤, 간략하게 커리큘럼을 말했다.

“그럼, 이제 한 명씩 상담할 게. 먼저 하고 싶은 사람부터 라운지로 올래?”

1반은 교실이라고 하기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교실 한편에 있는 라운지에 가서 앉자, 여유가 되는 학생부터 차례차례 상담을 진행했다.

첫 타자는 1반 멤버 중 한 명인 범단월이었다.

그는 처음 본 기술을 한 번에 카피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덕분에 레기온 성 성주의 후원을 받고 있었다.

‘뭐, 발굴은 내가 했지만.’

다리를 떨면서 차례를 기다리던 정태룡은, 문득 생각난 사실을 말했다.

“너, 아까 보니까 이상한 애한테 죽은 것 같더라?”

“응?”

설마 보고 있었던 건가.

전지수는 마시고 있던 물을 살짝 내뿜을 뻔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의식하면서 말했다.

“봤어……?”

“어. 목 졸려서 죽는 것까지 봤지.”

이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전지수가 일순 정지하자, 정태룡이 말을 이었다.

“유명하지도 않은 애한테 지다니. 요즘 폼 너무 떨어진 거 아니야? 이러다가 중간 평가 끝나고 반 바뀌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신경…… 꺼.”

졸업하면 본격적인 ‘성’의 경쟁이 시작된다. 최상위권이자 엘리트인 그들은 벌써 미묘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정태룡도 린이지 한국 대륙 18대 성중 하나인 레기온 성주의 아들이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성주 승계 자격은 나와야 하지 않겠냐.”

정태룡은 길게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듯 혀를 차고. 넓은 교실에 마련되어 있는 라운지로 이동했다.

그리고 베이커리에서 빵을 고른 뒤, 소파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

좋은 시설이건만.

위잉.

전지수는 자동문을 넘어 복도로 나왔다.

장소는 좁아졌지만,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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