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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9화 (19/200)

제19화

#19화

‘뭐냐 이건…….’

당황스러운 건 고대현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거다.

이런 건.

갑자기 흙을 뿌리고 별짓 다 하는데…….

‘조금 멋진 것 같기도?’

적어도 비정규 일반에서도 보던 컨트롤 방식은 아니었다. 전지수도 그렇고. 이하린도 그렇고, 다들 특이한 부분이 하나씩 있었다.

딸깍.

고대현이 상자로 변한 3명의 아이템을 이리저리 믹스하고 있을 때였다.

타앙-!

총알이 날아들었다.

앞에 있던 바닥에서 흙먼지가 튀어 오른다. 한 자리에서 너무 오래 있었던 모양이다.

고대현은 곧장 컨테이너 뒤로 숨어서 상황을 관찰했다. 날아오는 방향은 7시 부근이었다.

‘아직 에임은 기대 이하지만…… 그래도 해볼까?’

스코프를 8배율로 교체했다.

이어서 E키를 누르고 몸을 기울였다.

마우스로 줌을 댕기면서 건너편을 응시한다.

시선이 멈춘 곳.

짐을 들고 있는 같은 반 학생이 보였다. 이름이 이태원이었나……? 아무튼, 저 녀석도 짐꾼으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듯했다.

‘옆에 보좌하고 있는 애는 어디 있지?’

그렇다면, 옆에 주 딜러가 있을 터.

대현의 마우스가 세밀하게 움직였다.

별안간 총구 끝에 화살을 당기고 있는 남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입학식 때 수석으로 나온 정태룡이었다.

“화살?”

대현의 시선이 그가 들고 있는 무기에 고정되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도 화살이 드랍되고는 한다. 그래서 아무도 쓰지 않는 그런 무기였다. 장전하는 것도 느리고, 위력이 그렇게 강하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퓻!

탕!

생각하고 있자니, 화살이 발사되었다.

거의 동시에 대현의 총알도 날아갔다.

다만, 활 든 녀석이 옆으로 비틀면서 쏘는 탓에 총알이 빗나갔다.

‘왜 저렇게 쏘는 거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쒜에에엑-!!

옆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분명 건너편에서 쐈는데.

옆에서 날아온다.

방향이 바뀌었다.

푹-!

어깨춤에 화살이 박히면서 HP가 감소한다. 고대현은 바닥에 엎드려서 붕대를 감으며 생각했다.

‘역시 괴물들이 많네.’

기억하기로는 곡사? 인가하는 기술이었을 것이다. 저걸 그라운드 제로에서 하는 놈은 처음 본다.

애애애앵!!

붕대를 다 감고 주춤거리며 물러나고 있으니, 전기장의 범위가 줄어든다는 경보가 울렸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른지라 전기장이 금세 다가왔다.

‘아까 걔는 이동한 모양이네.’

한 명을 잡느라 시간을 지체하기보단 이동을 선택한 듯했다.

파직, 파지직.

때마침 뒤에서 푸른색 전기장이 고대현의 아바타를 덮쳤다. 대미지가 들어가면서 HP가 서서히 감소한다.

‘슬슬 이동해볼까.’

이제 남은 사람들은 상위권 중에서의 상위권. 그야말로 진짜들이었다.

고대현은 다음 괴물을 보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 * *

몇 분 전.

철컥.

‘전지수가 당했다?’

스코프로 상황을 지켜보던 정태룡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1군 끝자락이라고 해도 개개인 간의 큰 차이는 없다. 애초에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저 여자애는 10반 구간에서도 못 본 사람인데…….

스코프를 확대한다.

‘흠, 특이하긴 하네. 실용적이진 않지만.’

저런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총알 한 방에 죽었다.

그라운드 제로란 그런 게임.

총이 전부다.

총알이 상대에게 닿기만 한다면.

탕-!

정태룡의 총알이 고대현에게 날아갔다.

행동 예측과 수읽기에 따른 예측 지점이니 빗나갈 일은…….

핏!

“어?”

탄이 빗나갔다.

분명 상자 앞에서 고개를 숙일 걸 예측했는데.

행동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데이터와는 약간 다른 놈이었다.

‘이쪽의 기척을 감지하고 미리 스탑무빙……? 꼴에 보통 놈은 아니라는 건가?’

정태룡은 총을 내려놨다.

방금까지는 솔직히 평범한 실력.

사격만 놓고 보자면 전지수에게 밀린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으니.

“활 줘.”

“여기.”

스륵-

옆에 있던 40반 인원, 이태원에게 활을 받았다.

대부분 줍지 않는.

정태룡만이 애용하는 특수무기.

끼이익.

그가 활시위를 당겼다.

숨어있는 적을 잡을 때, 의외로 총이나 수류탄보다 이게 편했다.

‘컨테이너 뒤.’

끼기기긱.

화살 뒤쪽을 잡고, 회전시키면서 비튼다. 바람을 예측한다.

적절한 순간에 굴절될 수 있게.

힘을 준 손가락 끝에 힘을 뺀다.

활이 활시위를 떠난다.

그 상태로 회전하며 날아가는 화살.

피잉-!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그리고 은폐물을 몇 미터 남겨둔 시점.

화살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틀고, 다시 원래 궤적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

이윽고.

푸욱-!

은폐물을 회피한 화살이 적에게 닿았다.

하지만.

‘뭐야, 이번에도 완벽하게 닿은 건 아닌가…….’

비술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나름 상위권인 기술이건만…….

‘첫판이라서 감이 떨어졌나?’

정태룡은 활을 거뒀다.

저 멀리서 전기장이 다가오는 게 보인다.

전기장에 닿으면 지속해서 체력이 줄어들고, 신경 부하가 커지기 때문에 바로 이동해야 한다.

자칫하면 짐을 다 버리고 가야 할 수도 있으니.

“가자.”

“으, 응.”

정태룡이 앞서가고, 짐을 든 이태원이 그 뒤를 따랐다. 전기장이 좁혀드는 방향은 군사기지의 최하단 부분이었다.

‘흐음, 이거 설마 바다로 좁혀드는 건 아니겠지?’

지도를 본 그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전기장의 범위가 해상에서 좁혀지는 일이.

‘그렇게 되면 배를 구해야 하는데…… 까다롭게 됐네.’

지도를 집어넣은 그가 이태원에게 말했다.

“이제 짐 최소한으로 줄이고, 해안가 쪽으로 가자.”

“알았어.”

벌써 전기장에서 많은 인원이 낙오되었다.

어차피 마지막 순간은 빠르게 결정 난다. 최소한의 탄알과 붕대, 구급상자를 챙긴 그들은 해안가 근처에 위치한 창고에 들렀다. 그리고 거기서 마지막 교전을 치르게 되었다.

쨍그랑.

기둥을 지나는데 창문이 깨진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날아온 총알이다.

‘내부라서 활은 안 되겠고…….’

허리춤에 있던 권총을 꺼내든 정태룡.

그가 바닥에 있던 물건으로 공중에 던졌다.

펑!

곧바로 총알에 관통되면서 조각나는 나무 상자.

‘위치 파악 끝.’

상자가 조각나는 각도와 총알 날아온 위치. 창고 내부의 구조. 이에 따라 도출할 수 있는 위치는 오른쪽 기둥 뒤편이었다.

정태룡은 권총을 든 팔을 크게 휘둘렀다. 휘두르면서──.

탕!

손가락에 힘을 줘서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굴절되면서 창고 내부를 가로지른다.

털썩.

완벽한 각도로 맞은 건지, 한 번에 헤드샷이 나왔다.

“후우.”

일순 엄청난 집중력이 소모되었다.

그 탓에 정태룡의 다리가 풀렸다.

애애앵!

그런데도 전기장은 좁혀들었다.

이동을 재촉한다.

정태룡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전기장이 창문 너머로 보인다.

정태룡은 허탈한 표정으로 지도를 펼쳤다.

‘에라이, 진짜 물 위가 마지막 범위였네…….’

현재 남은 인원은 3명이다.

즉, 한 명이 더 있다는 건데…….

“빨리 나가서 자리 잡자.”

“응.”

둘은 즉시 밖으로 나왔다.

다행히도 매복하고 있는 적은 없었다.

그대로 부둣가의 배를 구해서 바다 위로 이동했다. 생존자 수는 아직 동일했다.

“어디 간 거야 이놈은.”

“글쎄…….”

이쯤 하면 나올 때도 되었다.

게다가 마지막 전기장이라서 오래 버티지도 못할 텐데…….

정태룡이 미간을 좁히고 육지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촤악.

어디선가 물보라 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뒤에서.

“너…… 어떻게 한 거냐?”

정태룡은 잔뜩 굳은 얼굴로 총을 잡았다.

대량의 짐을 들고 있는 고대현.

그가 배 위로 올라오면서 대꾸했다.

“궁금하면 죽고 나서 찾아와라.”

그 말과 함께 방아쇠가 당겨졌다.

* * *

치이익-

가상현실 캡슐이 열리는 소리가 교실 전체를 가득 메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게임에서 죽은 순서대로.

하나둘씩 캡슐에서 몸을 일으킨다.

40반 학생 2명, 유금옥과 허건섭.

그들은 퀭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마침 할 것도 없으니, 일전의 게임에 대해 주고받았다.

“너는 누구랑 팀 했어?”

“20반쯤에 있던 사람이랑.”

40반은 대부분 상위권 학생과 팀을 이루었다. 점수 차이로 인한 밸런스 매칭이었다.

물론, 앞으로는 반 대항전식으로 진행되겠지만.

이렇게 한 학년이 다 들어갈 땐 균형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위에 애들 잘하더라.”

“너도 느꼈냐?”

“당연하지.”

그 결과.

상위권의 전투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솔직히 티어가 높다고 해서 아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러나 작은 차이가 하나가 큰 결과를 만들었다.

“다들 에임 장난 아니던데, 기척 듣는 것도 잘하고.”

공부가 많이 되었다.

킬캠이 공개되지 않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옆에 3명은 언제 나오는 거지?”

“몰라, 아직 살아있는 거 보면 60위 안에는 든 것 같은데.”

허건섭과 유금옥은 거의 내리자마자 죽었다. 40반에서 종합 티어가 제일 높은 2명이었기에.

그들은 살짝 무안해졌다.

하지만 이내 매칭 시스템에 대한 게 생각났다.

낮은 만큼 더 높은 반 애들과 팀을 이뤘을 것이니. 작금의 상황이 대강 이해되었다.

“근데, 아이언 2면 혼자 죽었을 법도 하지 않나? 꽤 오래 버티네.”

대현의 캡슐을 보던 유금옥이 말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팀 게임이지만, 팀이 죽으면 버릴 수도 있는 게임이다. 못하면 더더욱.

“아까 내릴 때 살짝 보니까 전지수 옆에 있던 데. 아마 같은 팀일걸?”

“1군이라……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전지수는 저격을 잘한다.

상위권이 다 잘하지만, 입시 모임 정보에 의하면 그녀는 상대를 감지하는 부분이 탁월했다.

낮은 티어의 학생이 붙어 다니기에는 최적의 조합이리라.

“지금쯤 짐꾼이나 하고 있겠지. 나도 거의 짐꾼 역할만 했으니까.”

그라운드 제로는 페이스 유지가 중요하다. 현실급의 신경 부하 때문에 금세 피로해진다.

마지막 전기장 타이밍에는 본 실력의 절반만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따라서, 짐은 신경 지구력이 높은 멤버가 주로 들고는 했다.

치이익-

그때였다.

캡슐이 열리고 이하린이 나왔다.

“으, 어어…….”

이하린은 나오자마자 흐느적거렸다.

거의 그로기 상태 직전이라고 봐도 좋았다. 두 명에겐 게임 속에서 엄청난 강행군을 한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

“으어어…….”

대화가 안 통한다.

이하린은 누울 장소를 찾다가.

‘교실…… 좁아…….’

캡슐 안에 도로 들어갔다.

오래 누워있어야 하는 기계답게 느낌은 좋았다.

그녀는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나머지 2명인 고대현과 이태원도 밖으로 나왔다.

[OT가 종료되었습니다.]

그들이 나옴과 동시에 스크린에 OT가 종료되었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그렇다는 것은.

“둘이서 거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거야?”

“어, 뭐 그렇지.”

“응…….”

이태원은 전기장 안에서 짐을 들고 다닌 탓에 비실거리고 있었다.

반면 고대현은 멀쩡했는데.

덕분에 그가 모든 질문을 받는 형국이 되었다.

“마지막에 전기장 어디로 쏠렸어?”

“군사기지.”

“오, 처음부터 그 근처로 갔던 거야?”

“아니, 배 타고.”

‘엄청 편하게 게임 했나 보네? 대화하는데 하나도 안 피곤해 보여.’

척척 대답하는 고대현.

피로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리 신경 지구력이 좋아도.

이렇게 티가 안 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게다가 그라운드 제로는 높은 부하량을 자랑한다. 역시, 전지수 옆에서 엄청난 꿀을 빤 게 틀림없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드르륵-

그때, 게임이 끝나자 교실 문이 열리고 성인 남성 한 명이 교실 내부로 들어왔다.

김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자신을 40반에서 31반까지 관리하는 담임이라 소개했다.

학년 담임 신영범의 아래로 4명의 선생이, 각각 10개의 반을 케어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럼, 이제 한 명씩 상담할게. 그런데 의자가…….”

반 크기가 좁은지라 뭔가 상담하는 구색이 나지 않았다. 그는 한 명씩 복도로 불러서 상담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저 학생부터 해볼까.’

고대현에게 닿은 그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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