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5화 (15/200)

제15화

#15화

‘여기가 기숙사 내부…….’

고대현은 기숙사 내부로 들어와서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일전에 짐을 옮기면서 구조는 다 파악했지만, 역시 사람으로 점점 가득 차니…… 뭐랄까.

분위기가 달랐다.

“야, 지하에 있는 자율 게임실 가볼래?”

“벌써?”

“이럴 때 확인해보고 그러는 거야.”

괜히 으스대면서 게임력을 과시하는 무리부터.

곁눈질로 전투력이라도 측정하듯 주변 사람을 응시하는 애들까지.

‘이게 이 세계의 게임 잘하는 학교인 건가? 장난으로 브실골플, 거리다간 한 대 맞을 것 같네.’

고대현은 묘한 신경전을 느끼고 뒤통수를 긁적이며 방문 앞에 섰다. 그러자 위잉- 하고, 문이 열리며 10평대 정도 되는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1인 1실.

고등학교 기숙사에 1인 1실로 10평대면 최고급 시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침대부터 해서 옷장과 화장실, 그리고 곳곳에 스마트 홈 가전 기구들이 콤팩트하게 놓여있었다.

대현은 그것들을 하나하나 훑은 다음 침대에 누웠다.

벽면을 은은하게 쏘고 있는 주황색 조명을 보고 있자니 잠이 솔솔 온다.

그러나 눈이 침침해질 때 즈음.

대현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퀘스트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속 퀘스트는 시간이 안 되니 넘기고.

오늘의 퀘스트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15분 살아남기니까.

“음, 지하에 있는 캡슐방에나 가볼까.”

어차피 1판으로 끝날 퀘스트다.

대현은 메모장에 적어놓은 스텟을 펼쳤다.

[지속 퀘스트 : 하루 플레이 시간 : 6시간]

[오늘의 퀘스트 : 그라운드 제로에서 15분 살아남기]

* 보상 : 각 1골드.

[종합시설 3단계]

[UI : 3단계]

3단계가 되면서 음향과 화질이 더 좋아졌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상대의 인기척을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으니.

앞으로 시설 단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예정이었다.

‘오늘도 퀘스트나 깨러 가자.’

대현은 복도를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왼편에 길쭉한 문이 보인다.

위에 [캡슐실]이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아 여지없는 캡슐방이었다.

‘문을 닫았나?’

그러나 앞에 몰려 있는 몇 명의 인원. 그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를 듣자 하니, 오늘은 문을 안 여는 듯했다.

‘하긴, 입학식 첫날은 안 열 수도 있지…….’

유지 보수라던가 점검의 문제 등으로 문을 닫았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다시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였다.

“쟤가 걔야?”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왜인지 모를 싸한 느낌에 고개를 돌리자, 남자애 한 명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옆에는 친구들로 추정되는 애들을 끼고서.

‘역시…… 소문이 퍼진 것 같네.’

게임고를 아이언 2가 들어갔으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없겠지. 게다가 같은 학교 출신인 임상배도 이 학교에 합격했다.

아마, 거기서부터 소문이 가속화됐을 것이다.

‘벌써 친목질이나 하고 있고…….’

대현의 눈이 학생 무리를 훑었다.

예비 합격자들끼리 만나서 미리 사설 게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높은 애들끼리 맞붙어서 난이도를 극한으로 올린다나 뭐라나.

“진짜 제도가 어떻게 되먹은 거냐.”

“안 그래도 괜히 저걸로 트집 잡고 여기 까더라, 사람들이.”

서로 입을 가리고 중얼거린다.

‘흠, 근데 외적 티어가 그 모양이니까…… 솔직히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야.’

고대현이 약간의 자비심으로 상대를 이해하려 할 때였다.

“너, 특별 전형으로 들어왔다고 그랬었나?”

문득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설마 1대1 신청이라도 하는 건가?

대현은 바라던 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렇구나.”

하지만 그가 기대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문 닫았대. 점검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내일부터 연다더라.”

“어?”

갑자기 1대1을 신청하거나.

대놓고 유치하게 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간단하게 정보를 알려주고, 친구들과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만약 수업 때 만날 일 있으면 잘해보자~”

다만, 특유의 무시하는 어조로 입꼬리를 올리는 걸 보아하니.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떨어져 나갈 거라 여긴 듯했다.

‘그냥 속 시원하게 1대1이나 걸지. 질질 끄네…….’

대현은 속으로 혀를 차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일부러 느리게 걸은 덕에 무리는 이미 올라가고 없었다.

‘후우, 내일 반에 갔을 때도 저런 애들이 있는 건 아니겠지?’

참고로, 반배정은 40반으로 되었다.

한 반에 5명씩 40반.

한 학년에 200명.

5인큐 기준, 점수순으로 줄을 세웠다.

당연하게 1반일수록 티어가 높은 애들이 있는 반.

낮을수록 티어가 낮은 애들이 있는 반이었다.

‘고 티어들만 모였다고, 학급 넘버 자체로 또 등급을 나누는 시스템이라니…… 너무 각박한 거 아니냐고.’

학기 시험을 통해 2학기가 될 때 재편성을 한다고 하는데. 적어도 그때까지는 게임고 최하위 반에서 썩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띵-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곧이어 철문이 양쪽으로 열리고.

대현은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입을 크게 열고 하품을 하면서.

‘어, 저 애는?’

그러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오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이국적인 눈매를 가진 이하린이었다.

그녀도 지하 캡슐실에 볼 일이 있는지 그쪽으로 발걸음을 틀었다.

그것을 보자 괜히 신경이 쓰인다.

‘흠, 문 닫은 거 말해줄까?’

대현은 짧게 고민한 뒤, 결론을 내렸다.

하자.

적대하는 애도 알려줬는데, 나라고 못 할 건 뭐람. 그리고 쟤는 같은 전형 응시자기도 하니까.

“저기, 오늘 문 닫았어.”

“어?”

대현의 말에, 걸어가던 이하린이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나한테 말한 거야?”

“응.”

그녀의 눈이 캡슐실에서 멈췄다.

불이 꺼져 있어서 어두웠다.

이하린은 당황스러움 반, 고마움 반으로 다시 천천히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

“…….”

문이 닫히고 잠깐의 정적이 이어졌다.

대현은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하린은 조용히 있는 게 싫었는지, 대현에게 간단한 질문을 했다.

“너는 몇 반이야?”

“나? 40반.”

“어……? 나랑 같은 반이네……?”

이하린의 눈이 대현의 왼쪽 가슴 아래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순간 경직되더니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뭔가를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

땡.

그때였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말허리를 잘랐다.

이하린이 누른 층계였다.

여자층이 남자층보다 아래였으므로 먼저 내려야 했다.

이하린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말했다.

“아깐 고마웠어.”

“아, 응…….”

곧바로 문이 닫히고.

대현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에서 멈춘다.

‘같은 반이라…….’

구조상 같은 반끼리 팀을 맺고, 다른 반과 대결하는 구도가 많이 나올 것이다.

‘뤼븐으로 잘 뛰던데 기본은 하겠지, 뭐.’

머릿속으로 팀 전력을 대강 예상해본 대현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내일은 첫날이니까 빨리 가서 자기나 하자, 라고 생각하면서…….

한편 그 무렵.

이하린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면서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합격자 명단의 이름과 마지막에 들었던 목소리를 대조하면서.

‘쟤가 그때 그 뤼븐이었다고?’

* * *

다음 날.

빰빰 빰-

기상 알람 소리가 기숙사 전체에 울린다.

“으…… 시끄러워.”

고대현은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린 채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아직 수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룸메가 없으니 늦잠을 자기 최적의 조건이었다.

파앗-

하지만 갑자기 밝아진 시야 때문에 고대현은 잠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무리 아침이라고 해도 이렇게 밝을 리가 없는데 뭐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힘겹게 눈을 뜨고, 그는 머리맡에 있는 밝은 광원을 발견했다.

그것이 시야를 밝혀, 신체 리듬을 강제로 깨우고 있었다.

‘에라이…….’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자, 어느새 잠은 달아난 상태.

대현은 하는 수 없이 일어나서 씻고 밥을 먹기로 했다.

급식실은 기숙사의 바로 아래에 위치했는데, 들어가니 의외로 자리가 텅텅 비어서 한산했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왁자지껄 밥을 먹는 무리는 윗 학년 선배들이 전부였다.

‘저 사람들은 이미 중간 기말까지 해봤겠네? 부럽다.’

대현은 캡슐방에서 혼밥을 하는 일이 잦았기에.

어색하게 밥을 먹는 다른 애들과 달리, 태연하게 밥을 먹으며 선배들의 말을 훔쳐 들었다.

“야, 올해 중간은 공성전 평가한다더라?”

“진짜? 난이도 조졌네.”

공성전.

그것을 듣자, 불현듯 떠오른다.

-게임고는 여기에 있는 훈련 대륙에서 모의전을 치를 수 있어. 이게 게임고가 좋은 이유지. 남들보다 앞서나가기 편하니까.

게임고는 상위 게임에 숙달하기 위한 인프라가 잘 발달 되어있다고 들었다.

“아마 평범하게 싸우다가 업적 순서대로, 능력치 보정 들어갈걸?”

“하, 그럼 처음부터 힘들게 뛰어야 한다는 소리잖아.”

‘이야기만 들어봐서는 감이 안 오네…….’

시험 내용은 당일 공개와 더불어, 선생님들만 관전 가능했기 때문에 정보가 거의 없었다.

‘나중에 몇몇 선배들이랑 친해지면 물어보든가 해야지.’

대현은 밥을 우걱우걱 넘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아침 바람을 맞으며 교실로 향하는 길.

학교 전경을 쭉 훑었다.

‘학교 부지가 엄청 넓네. 학교 체육관 같은 곳도 있고…….’

시선이 운동장에서 멈췄다.

아침부터 체육복을 입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보아하니 선배들 같은데, 저런 아침 운동도 커리큘럼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솔직히 운동은 좀 귀찮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마나 걸었을까.

대현은 어느새 교실 하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위에 1이 적혀있는 문.

최상위 티어.

이 세계의 챌린저급이 거주하고 있는 반이었다.

‘어디 한 번 봐볼까?’

곁눈질로 내부를 쓱 훑었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넓은 교실의 중앙이 나무와 꽃으로 꾸며져 있고, 여러 간식과 편의 시설.

누울 수 있는 매트까지 구비되어 있다.

‘시설 좋네~ 이게 고등학교?’

이러면 학교 생활할 맛 나지.

대현은 들뜬 기분을 느끼며 자신의 교실로 향했다.

그런데.

문득 보이는 교실의 풍경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대충 10반을 지날 때 깨달았다.

반마다 인테리어가 다른 게 아니라.

숫자가 커질수록 확연하게 아래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잠깐만, 이거 설마…….’

대현은 어느새 40이 적혀있는 문.

자신의 반에 도착했다.

드르륵.

자동문이 아닌 수동문.

약간의 힘을 줘서 문을 옆으로 밀자, 교실 내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

좁은 평수.

캡슐 5개와 약간의 쉴 수 있는 공간만이 있는 구조. 앞선 반과 비교하니 그 차이가 너무나도 확연했다.

게다가 맨 처음 봤던 1반의 시설이 너무 고급스러워서 그런지 역 체감이 더욱 심했다.

‘올라가면, 더 좋은 시설을 누릴 수 있다는 건가……. 그래도 캡슐은 동일한 걸로 줘서 다행이네.’

드르륵.

교실의 크기를 가늠하며 시선을 옮기고 있으니. 별안간 반 친구들이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평범해 보이는 남자 2명.

단발 여자 1명.

마지막으로 머리를 덜 말렸는지, 젖은 머리카락으로 들어오는 이하린까지.

총 5명이 모였다.

이렇게 모이니 교실보단 동아리 방 같은 느낌이다.

처음 볼 땐 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교실이라는 개념을 포기하고 보니까 꽤 넓은 것 같기도?

“음…… 다들 안녕……?”

조용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마른 체격의 남자애가 말했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먼저 말을 트는 타입인 듯했다.

“아, 안녕.”

“안녕.”

고개를 끄덕이는 반 아이들.

여기까지는 좋다.

좋은데…….

이리저리 주제를 돌리다 보니.

서로의 티어를 말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일단 나는 플레 1.”

“다이아 4.”

“플레 2.”

“골드 4.”

특별 전형 합격자만 모인 건지 평균 티어는 낮았다.

흐음.

대현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이언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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