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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11화 (11/200)

제11화

#11화

이하린은 긴장하면서 시험 내용을 읽었다. 동작 완성도와 신경 지구력을 중점적으로 보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심상력은 없어서 다행이다.’

작년이 등반이었다면.

재작년에는 ‘레그싸이’라는 챔피언으로 땅굴파기를 했었다. 그것도 최후의 5인이 남을 때까지.

‘인외형은 챔피언은 재능빨이 심해서 별로란 말이야.’

레그싸이는 팔 2개로 땅을 기어 다니는 괴물형 챔피언인데.

이런 챔피언은 아무나 다룰 수 없었다.

갑자기 그런 괴물로 빙의해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한다니.

‘어쩌다 할 수는 있어도, 인간적으로 좀…….’

띠링-

그러는 사이, 다른 응시생들도 전부 출발선에 자리했다. 별안간 발밑에 불이 들어오면서 카운트다운이 세어진다.

[10]

[9]

[8]

.

.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이하린은 심호흡했다. 몇 초간의 정적 동안. 그녀는 시험 전에 들었던 말을 상기했다.

-너는 지구력만 좋고 나머지는 영 별로야. 이번에 게임고 들어가면 잘하는 애들이랑 하면서 실력 좀 키워봐.

-시험 날 아침부터 왜 팩트로 때려? 그리고 아직 시험도 안 봤거든?

-그 힘을 쓰면 되잖니. 걱정할 것도 없이 금방 끝날 텐데.

-……언제는 쓰지 말라면서.

-오늘은 경우가 다르지. 일단 붙어야 하니까.

삐익-

이하린을 현실로 불러들인 것은 긴장을 비집고 들어오는 시작 음이었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영웅의 돌진을 쓰면서 자유의 날개 3 초식을 쓴다.

칼을 오른쪽으로 휘두르고.

다시 왼쪽으로 찌르며, 마지막에 점프하면서 내리찍기.

[동작 구현 : 20%…….]

……를 대충대충 빠르게 한다.

쿨타임이 없으니 몸이 되는 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다른 사람이 완성도에 따른 장거리 이동이라면, 이하린은 고반복을 통한 장거리 이동이었다.

그녀는 곁눈질로 다른 트랙의 애들을 응시했다. 크게 뒤처지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깔끔한 3초식 점프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제 곧 벽이다. 준비해야지.’

타타탓.

이하린은 발구름 속도를 높였다.

처음에 쉬었다가 후반에 페이스를 올릴 생각은 없었다. 곧 첫 번째 벽 앞에 도달했다.

“핫!”

자유의 날개 1 초식. 2 초식.

마지막 내리찍기 3 초식.

삐빅.

[동작 구현 : 80%]

뤼븐의 몸이 크게 뛰어오름과 동시에 벽을 넘었다.

바짝 뒤따라오던 몇 명이 벽에 머리를 박고 떨어졌다.

벽 너머에서 낙오된 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뤼븐 거의 안 해봤는데…….”

“벽 개 높아.”

일정 동작을 취하면 싱크로율이 가미되면서 스킬, 초식으로써의 힘을 가진다.

그게 아니면 단지 발 구르기일 뿐.

스킬 동작 구현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은 넘어오지 못할 높이인 듯했다.

‘다들 형편없네.’

이하린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뒤처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페이스가 흐려질 것을 우려해, 계속 앞을 보고 향했다.

일반 땅에서는 빠르고 짧게.

벽 앞에서는 신경 써서 점프했다.

……몇 분 정도 지났을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검바람 나락과 벽들.

갈수록 몸이 무거워진다.

비슷하게 따라오던 사람들도 밀려나서 안 보이는 상태였다.

“후우- 하아- 이제 좀 쉴…….”

이에 이하린이 긴장의 끈을 놓을 찰나였다.

촤촤촥-!!

“어……?”

갑자기 자유의 날개 초식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하린의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

언제부터 있었는지 눈치도 못 챘는데…….

바로 뒤에서, 한 명이 자신을 꾸준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아직 버티는 사람이 있다 이거지?’

현재 남은 인원은 약 10명.

꼴찌부터 한 명씩 탈락시켜서 5명을 남기는 시스템이기에, 아직 안심할 수 없었다.

타닷- 탓.

앞을 보고 더욱 속도를 올린다.

격차를 확실하게 벌리기 위해서.

‘그걸 써야겠다.’

이하린은 몸에 힘을 줬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정신을 집중하자 시야가 느릿하게 변하며, 몸에 일순 탄력이 붙는다.

신경 지구력의 한계 수용 범위가 극대화되며.

발을 어디로 뻗어야 효율적일지가 눈에 보인다.

[동작 구현 : 100%]

쾅!

이하린의 몸이 저만치 앞서나갔다.

일순 동작 구현도 100을 이뤘다.

-몸의 리미터를 해제하는 거야. 신체에 내재된 고유 기능이라서 도핑에 걸릴 일이 없지.

풍경과 함께 스치는 어머니의 말.

사용 가능 시간은 길어야 2분.

대가는 한 번에 오는 탈력감.

리바운드가 꽤 큰 편이다.

‘여기서 굳이 쓸 필요는 없지만…….’

삑.

[동작 구현 : 100%]

높은 확률로 같이 입학할 녀석에게.

자신이 우위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또 얼마나 지났을까.

“후우, 우, 으…….”

슬슬 한계에 도달했다.

밤샌 것 같은 피로감과 탈력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쯤 하면 될 것 같은데…….

“허억- 헉- 이, 이제 없겠지?”

이하린은 속도를 줄였다.

조여드는 몸의 감각을 억누르며, 뒤를 돌아봤다. 그런데.

“어……? 어어?”

믿을 수 없다.

일전의 응시생이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었다. 얼핏 봤을 때, 지친 기색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실에 이하린은 경악했다.

‘분명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지친 기색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몸이 순간 경직되었다.

순간.

“윽-!”

한계치와 함께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손발을 물에 담가두기라도 한 듯, 점점 차가워진다.

‘아, 어지러워.’

이제 한계인 걸까.

멈춘 직후 심장이 느리게 뛰기 시작하더니, 이내 아찔해지는 감각과 함께 시야가 멀어졌다.

[그로기 상태 확인]

그렇게 경고음과 함께 눈이 감길 때 즈음. 어딘가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벌써 끝났네.”

누가 말했는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입에서 자동으로 욕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납득했다.

이거라면, 나를 이긴 것도 납득.

그 상태로 이하린은 눈을 감았다.

삐익-

[시험 종료]

[5인 선정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렇게 특별 전형 시험은 끝이 났다.

다행히도 5인 내부에는 포함이었다.

* * *

“아직도 안 끝난 건가? 이제 슬슬 끝나갈 때인데…….”

시험장의 밖에서.

허름한 도복을 입은 여자가 손목을 들여다봤다. 특별 전형의 평균 시험 시간은 기껏해야 1시간 남짓이다.

현실의 오래달리기와 비교하면 짧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나 캐릭터를 이용해서 복합적으로 보는 것이기에. 1시간 정도면 충분히 긴 시간.

‘뭐, 정 안되면 그 기술을 쓰겠지.’

하지만 여자는 걱정하지 않았다.

이하린은, 그 사람에게 닿기 위해 제련된 도끼니까.

‘아직 종합 티어는 골드지만, 특별 전형은 그냥 통과할 테니 앞으로 실력을 키우면 되겠지.’

그렇게 여자가 팔짱을 끼며 손가락으로 팔뚝을 치고 있을 때였다.

“이근희 씨?”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근희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이 멈춘 곳.

그녀는 낯익은 얼굴을 알아본 뒤, 입을 열었다.

“김성현?”

“오랜만입니다.”

바로 옆자리.

과거, 공성전에서 일면식이 있던 김성현이 서 있었다.

이근희는 김성현과 사적으로 친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예의상 악수를 했다.

곧이어 양 손바닥이 맞닿고.

이근희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 사람은 왜 왔을까.’

마침 혼자 기다리기 심심하기도 했으니, 그는 김성현과 대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 여기 온 걸 보면…… 설마, 벌써 자식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인가?”

“아, 자식은 아니고…… 그, 맡은 학생이 있어서 말입니다.”

“맡은 학생?”

그런 이근희의 질문에, 김성현은 고대현의 실명은 거론하지 않은 채 말했다.

“최근에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찾아서 말이죠. 근데 걔가 여기에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걔도 특별 전형 지원인 모양이네.”

“네.”

‘재능이 뛰어나다, 라…….’

뛰어난 재능이라는 말에 이근희의 관심이 일었다. 김성현은 한때 전사 클래스였다. 어쩌면 맡은 학생이 이하린과 비슷한 타입일지도 모르지.

“종합 티어는 얼마나 나오지?”

“음…… 아이언 2입니다.”

대답을 돌려준 뒤, 김성현은 멋쩍게 웃었다.

“응……?”

이근희는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라고 생각한 뒤 되물었다.

들려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

“아무리 최저가 없어도 아이언 2로 지원은 너무 한 거 아닌가?”

“확실히 최상향 지원이긴 한데, 아무래도 이게 제일 가능성이 높더라고요.”

“가능성??”

특별 전형 시험은 인원이 걸러지기 전까지 계속되는 데스매치 게임이다.

그야말로 철저한 재능 위주.

그런데 가능성이라니.

이근희가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고 말을 이으려 할 순간이었다.

우웅- 웅.

손목의 스마트 워치에서 진동이 울렸다. 전화가 온 것 같은데…….

슬쩍 손등을 곁눈질로 내려다보니, 시험 주최 측에서 온 전화였다.

이제야 시험이 끝났다는 걸까.

‘한데, 끝났다고 이렇게 연락할 리가 없는데…….’

학생 등록 정보에 나란히 병기된 부모의 연락처. 그것을 사용하는 일은 보통 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다.

이근희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잠시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네, 네…… 네?”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말도 안 돼.

하린이가.

내 역작이.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그녀는 이내 시험장 내부로 뛰어 들어갔다.

“어…….”

덕분에 김성현은 멍한 표정으로 덩그러니 남겨졌다.

‘뭐지? 바쁜 일이라도 생겼나?’

띠리링-

그때 김성현에게도 연락이 왔다.

손목에 있는 디스플레이에는 고대현의 이름이 떠 있었다.

드디어 끝났구나.

김성현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손목을 귀에 가져다 댔다.

곧이어 그의 귓전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가 들려왔다.

* * *

모 도심에 위치한 캡슐방.

그러니까 캡슐 타워의 내부.

진아는 가상현실 캡슐에서 게임을 하던 중, 문득 떠올렸다.

‘지금쯤이면 시험 끝났으려나?’

오늘은 게임고의 특별 전형 시험이 있는 날.

진아도 게임고의 입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니, 시험이 있는 날 정도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오빠가 굳이 게임고에 지원하지 않았어도 말이다.

푝- 표옥-

진아는 레전드 오브 히어로에서 붸인을 컨트롤 하며 생각했다.

‘오빠는…… 떨어졌겠지?’

차리라 가능성이라도 없으면, 신경 쓰일 일이 없건만.

‘처음 하는 챔피언으로 그렇게 했으니……. 역시 감각의 천재라는 거겠지?’

막상 옆에서 보니 재능이 있는지라, 괜스레 뇌리에 떠오른다. 그런 건 쉽사리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꾸욱.

땅을 구르고 은화살을 쏘는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트리플 킬!]

[쿼드라 킬!]

-마무리

진아는 적들이 죽은 평지를 슥- 훑고는 구르기를 멈췄다.

높은 스킬 동작 완성도와 강도 높은 심상력을 요구하는 레전드 오브 히어로.

이 게임에서 진아는 확실하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정진한다면 내년에 있을 게임고 입학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있는 상황.

이렇게까지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 그간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마, 오빠는 모를 것이다.

[게임을 종료합니다.]

[캡슐을 개방합니다.]

진아는 의식이 수면 위로 떠 오르는 듯한 감각과 함께 눈을 떴다.

그러자 밝은 빛과 함께 캡슐방 내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응차-

그녀는 몸을 일으킨 다음 생각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

그렇게 겉옷을 몸에 걸치고 있는데.

-야

라고.

문자가 하나 와있었다.

보낸 사람은 오빠.

그사이에 시험이 끝났나 보다.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게임고의 특별 전형 시험은 절차가 빠르기로 유명하다.

당일에 최종 합격 여부까지 나오는 초단기 시험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야라니, 합격한 거야 만 거야.”

말할 거면 똑바로 하지.

야- 하나만 보내니까 괜히 궁금해진다.

진아는 대현에게 문자를 보낼까 말까 하다가, 그냥 전화하기로 했다.

뚜루루-

그렇게 몇 번의 수신음이 오가는 사이, 진아의 뇌리에 그간의 일들이 짧게 스쳐 지나갔다.

-오빠한테 그런 권유를 한다니, 거기 사기 치는 곳 아니에요? 그런 틀…… 아니, 세대 차이가 나는 채널을 어떻게 믿어요.

-확실히, 대현이를 게임고에 보낸다고 말하다니. 정신이 좀 나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뭐 어때. 대현이가 게임을 하고 있는데.

이어지는 아빠의 호탕한 웃음소리.

자신은 매일 같이하는 게임을, 오빠는 이제야 했을 뿐인데 칭찬 일색이었다.

지금도 둘 다 시험장에 마중 나가셔서, 집에 가면 혼자일 텐데…….

뭐랄까, 조금 서운한 느낌이 들었다.

뚜루루- 탁-

그때였다.

드디어 고대현이 전화를 받았다.

이에 진아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붙었……어?”

대현은 그런 물음에 대해,

“야.”

“어……?”

짤막하게 답했다.

“승전고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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