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10화
게임교육의 본질.
그중에서도 컨트롤은 AI 불가침영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AI가 게임을 하면서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금지되어 있다는 소리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게 현 사회의 시스템이니 당연한 일.
이에 따라 개인이 남을 가르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자, 오늘은 워밍업으로 검바람 나락이나 해볼까?”
“검바람 좋지요.”
“첫 시간이니까 설렁설렁할게요.”
“마음대로 해.”
“네에─.”
남들이 상위 게임에 몸을 담금과 달리, 과외를 하면서 삶을 유지하는 강호재.
그는 오후 파트의 그룹 과외생 4명과 함께 검바람 나락을 시작했다.
최종픽은 아래와 같이 결정되었다.
쟉스
록스
솔아카
아리스타
스카널
‘조합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네.’
강호재가 생각하고 있으니, 학생들이 말한다.
“선생님은 스카널 하시네요?”
“그거 어렵지 않나요?”
“맞아요. 다리도 많고. 궁 쓰러 달려가다가 발 꼬이는 거 아니에요?”
‘귀엽기는.’
강호재는 피식 웃고, 앞으로 향하면서 말했다.
“괜찮아. 너희들도 언젠가는 한 번은 하게 될 거니까.”
“윽, 스카널은 하기 싫은데요.”
“구려요.”
“흐음~ 다들 구린 챔프한테 캐리 받아봐야 정신 차리겠구나.”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며 미니언 웨이브를 기다린다. 적팀의 조합은 쉐앤, 트라스타냐, 다이아나, 루울루, 트린담이어 정도…….
‘할 만하다.’
이쪽 팀은 포킹 챔피언인 록스가 있다.
원거리 공격력 딜러가 없는 게 흠이긴 하다만.
어차피 검바람 나락 특성상 승률 정보 평균으로 매치가 잡히니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미니언이 생성되었습니다.]
별안간 게임이 시작되었다.
“록스! 영창은 더 빠르게. 속박이 성공하면 연속적으로 다른 스킬을 날려주는 게 좋아.”
“넵, 선생님.”
강호재는 팀 간 전음으로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줬다. 학생들은 그에 따라 동작을 수정하거나 위치를 바꿨다.
그의 그룹 과외가 순조롭게 진행될 때였다.
“쌤! 저기 저 쉐앤 움직임이 엄청 현란한데요?”
“응?”
문득 상대 팀 쉐앤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쉐앤은 양쪽으로 스텝을 밟으며,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정신없네…….’
제자리에서 몸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는데. 저기에 무슨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신경 지구력이 남아도는 걸까. 아니면 특별한 동작인 걸까.
강호재가 눈매를 좁히고 관찰하고 있을.
핏-!
바로 그 순간이었다.
쉐앤의 몸이, 일순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메인 스킬인 도발 돌진의 스킬 동작이었다.
‘이, 이렇게 빠르다고?’
페이크 동작을 취하면서 나오는 스킬치고는 속도가 빠르다. 이 정도면 거의 즉시 시전 아닌가?
강호재가 빙의한 스카널의 몸이 뒷걸음질 쳤다. 쉐앤의 몸이 터널링 상태가 되며 챔피언을 통과한다.
이에 맞은 적들은 도발에 걸렸다.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일정 시간 동안 쉐앤을 공격해야 했다.
슈욱!
‘안 돼.’
쉐앤의 스킬인 검의 혼이 날아온다.
그 칼끝이 노리는 것은 솔아카.
마침내 합쳐진 보랏빛 검강이 솔아카의 목숨을 취했다.
“솔아카!!”
“다들 스킬 퍼부어!”
당황한 강호재는 자신도 모르게 전음이 아닌 상태로 말했다. 하지만 뭐, 큰 상관은 없다. 쉐앤은 이미 적진으로 들어온 상태니까.
처치!
[쟉스 -> 쉐앤]
팀원들의 스킬을 맞은 쉐앤이 처치되었다. 큰 저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처음부터 솔아카를 노리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탱 챔피언으로 이런 저돌적인 짓을 하다니.’
아리스타나 스카널도 먼저 이니시를 거는 챔피언이긴 하지만.
저렇게 킬을 목적으로 몸을 내던지지는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선생님, 아까 그 쉐앤은 도대체…….”
“너무 신경 쓰지 마. 저런 건 아직 너희에게 일러.”
계곡이 아닌 검바람 나락을 위한 행동.
잘못 습관이 들면 컨트롤이 헤퍼질 확률이 있기에 말 머리를 돌렸다.
그렇게.
판은 어느새 중반부가 되었다.
상대 원거리 딜러인 트라스타냐가 생각보다 잘해서 그런지, 돌파하기가 영 쉽지 않았다.
“내가 봐서 트라스타냐 얼려올게.”
강호재가 매의 눈으로 전장을 살폈다.
사람이 컨트롤 하는 이상 틈은 나올 수밖에 없는 법.
퐝!
별안간 기회가 다가왔다.
트라스타냐가 앞점프를 한 것이었다.
‘트타로 앞점프라니! 날 너무 얕보네.’
스카널이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이동기가 빠진 트라스타냐에게 독침을 꼽았다. 독침에 맞은 부위가 얼음으로 변하며 몸이 굳는다.
트라스타냐 수정체를 만든 스카널은 그녀를 매달고 타워로 향했다.
‘쉐앤은 뒤에서 싸우고 있으니 궁극기를 못쓰겠지.’
쉐앤이 궁극기를 쓰기도 전에 죽일 생각이었다. 그의 독침이 준비되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우우우웅─.
트라스타냐에게 보랏빛 막이 생겨났다.
쉐앤의 궁극기였다.
“어, 어떻게…….”
곧이어 나타난 쉐앤.
그는 도착하자마자 평타 방어 결계를 펼쳤다.
탱태애채채챙탱-!!
모든 평타가 일시적으로 무효화 된다.
그런 아군들 사이로 쉐앤이 도발 돌진을 날렸다.
원딜이 살았으니, 당연하게도 한타는 대패였다. 게임을 끝낸 뒤, 학생들이 그에게 말했다.
“우, 그냥 뒤에 좀 봐주시지.”
“아리스타로만 보호하기 힘들어요.”
“흐음, 그랬구나. 아직 너희들의 숙련도를 고려하지 못했네.”
차마 쉐앤의 실력이 좋았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위에서 내려온 놈인가.’
당장 생각나는 것은 부계정.
부랴부랴 수업을 마무리한 강호재는 이번 판의 기록을 매드무비 제작봇에 넣었다. 그리고 쉐앤만 나온 컨트롤 영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뭔가 잘하면서도,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묘하네.’
다만 보고 있어도, 얻어지는 건 없었다.
누군가를 특정할 수 있는 특색있는 컨트롤이라기엔 애매했으니 말이다.
강호재는 스크롤을 넘기다가 연관에 떠 있는 언더 워치 영상을 발견했다.
매트리가 플라즈마 리볼버를 매우 절도 있게 쓰는 영상이었다.
-갑자기 싸우다가 저런 식으로 연사하네.
-기본에 충실한 영상이네요. 매일매일 아이에게 보여주는 중입니다^^
그리 긴 영상은 아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한 번에 5발을 전부 쏟아내네……. 손가락이 엄청 빠르다. 나도 한 번 해볼까?’
이어서 언더 워치로 전환한 강호재가 플라즈마 리볼버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일전의 영상을 상상하면서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흐음……. 잘 안되네.”
이후 몇 번이고 시도했지만, 영상 속 매트리의 움직임이 재현되는 일은 없었다.
* * *
때는 흘러서 어느덧 특별 전형 시험 당일.
고대현은 거대한 체육관 앞에 도착했다.
거대한 돔의 아래로 수많은 응시생과 무인 자동차, 학부모들이 모였다.
[한국게임고등학교 시험장]
특별 전형 : 1관
그리고, 그런 인파의 위로 눈길을 끄는 전광판이 보인다. 펄럭이는 현수막의 아래로, 전형별 시험장 배정이 적혀있었다.
‘나는 1관으로 가야겠네.’
대현은 시험장으로 향하며,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이게 특별 전형의 작년 시험 내용이야. 오늘부터 연습하자.
여기도 족보처럼 예상 시험 내용이 공유되고 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추천서를 받을 때 했던 검날 흘려내기 라던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오래달리기 같은 것을 했다.
‘한마디로 나한테 껌이라는 소리네.’
처음에는 PC 모드가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좋아졌다.
“아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적당히 하고 오렴.”
“시험 끝나고 연락하거라.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네에─!”
대현은 응원의 한마디를 던지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들어갔다.
위잉. 우웅.
그러자 캡슐이 작동되는 소리.
응시생들의 웅성대는 소리.
분주한 분위기 등등이 합쳐져, 장내 전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얘네들이 전부 응시생이란 말이지?’
나름 사기적인 묘수 한 가지를 가지고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분위기에 압도된다.
대현은 목울대로 침을 꿀꺽 넘기고.
배정 캡슐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 보자, 여기가 내 지정 캡슐이군.’
대현은 빨간색 캡슐 옆에 짐을 내려놓고 옆을 둘러보았다.
스트레칭을 하는 학생부터, 뭔가를 흉내 내는 학생. 팔굽혀 펴기를 하는 학생 등등. 다양한 학생들이 있었다.
‘……자세한 룰은 당일 공개라고 그랬었지.’
대현은 그들에게서 눈을 돌리고.
특별 전형의 자세한 룰에 대해 상기했다.
분명 특정 게임을 베이스로 한 것에서 스킬을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라 들었다.
‘전투는 아니니까 큰 변화는 아니겠지. 누르는 타이밍만 얼추 맞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대현이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였다.
“쟤도 특별 전형 보러온 애인가?”
“되게 빈약하게 생겼네.”
어디선가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곳에 응시생 두 명이 있었다.
“야, 너 어제 계속 접속하고 있던데 전날에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겨우 순겜 6시간 한 거 가지고 무슨…….”
눈이 마주치자 모르는 척 말을 돌린다.
그 모습을 보며, 고대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곧 시험이 시작됩니다.]
그때.
시험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서 나왔다.
곧이어 준비된 캡슐의 해치가 푸쉬이-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지금까지 내부 검사와 소독을 한 듯했다.
[다들 배정받은 캡슐로 들어가 주세요.]
대현은 캡슐 내부로 들어가서 내부를 살폈다. 적당히 넓고 쾌적했다.
‘나쁘지 않네.’
캡슐과 헤드셋의 다른 점은 뉴럴 퓨즈 카트리지의 소모가 없다는 것이다.
게임고는 지하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캡슐방이 있다고 하니까. 대현은 입학하면 그곳을 애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합격하면 지금 쓰는 헤드셋은 내가 쓰고, 진아한테 새거나 줘야겠다.’
원래 안 했던 애가 열심히 하는 걸 보니까 퍼주고 싶다고 해야 하나?
뭐랄까.
뉴비한테 좋은 아이템 하나 찔러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영상 수익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었지……. 클릭 몇 번에 그 정도니까. 딱히 아깝진 않네.’
게다가 PC 모드라서 자신은 좋은 헤드셋이 필요하지 않았다.
여하튼, 당당하게 합격하고 나서 새 헤드셋을 준다. 이때 동생의 반응을 감상하는 것.
그것이 현재 고대현이 가지고 있는 소소한 목표였다.
‘내가 합격하면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뤼신할 때 반응도 볼만했었는데…….’
그런 생각에 골똘히 빠져있으니.
[곧 시험이 시작됩니다.]
[신체 스캔 중…….]
[도핑 검사 이상 없음 확인.]
[링크 스타트]
별안간 익숙한 소리와 함께 게임이 시작되었다. 대현은 내면의 PC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응시했다.
‘이건, 뤼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쭉한 검바람 나락.
좌우 폭이 아주 넓다.
챔피언이 뤼븐으로 고정되어 있고.
1자로 된 돌벽이 장애물 달리기처럼 무한정 세워져 있었다.
띠링─.
[-특별 전형 시험 내용 전달-]
[뤼븐으로 벽을 넘어라! : 뒤처진 사람부터 1명씩 탈락. 마지막 남은 5명이 합격자로 선발됩니다.]
[사용 가능 스킬 : 자유의 날개, 용맹한 돌진.]
[일반 이동 : 발걸음 고정. 이동 불가.]
[쿨타임 : 제한 없음.]
‘뤼븐으로 앞에 있는 벽을 계속 넘으라는 거구만?’
뤼븐은 2번 검을 휘두르고, 마지막 3번째에 공중으로 뛰어오른 후 땅을 찍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점프 거리가 짧기에, 벽면에 딱 붙어서 시전해야 했다.
‘뤼븐이면…… 할 만하다!’
대현은 화면 속의 뤼븐을 움직여봤다.
뤼분은 원래 세계에서 자주 해봤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정글에서 몇 번 벽을 넘어보기도 했고 말이다.
[응시생들은 출발선 앞에 서주세요.]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10]
[9]
.
.
“아, 올해 시험 난이도 미쳤네…….”
“무슨 벽까지 넘고 달리기도 해야 하냐…….”
“당일 기준 하나 공개라면서. 이건 거의 2개인데?”
“내 말이.”
옆에서 푸념이 이어진다.
목소리를 듣자 하니, 일전의 그놈들이었다. 저들의 기준으로 보면 어렵긴 하겠다.
‘그래도 뭐, 알아서 잘하겠지.’
대현은 주저 없이 움직였다.
티어가 아이언 2가 된 순간부터.
그는 자비라는 게 없어진 상태였으니.
* * *
한편.
또 다른 응시생 이하린은, 가상현실 내부로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과연 시험 내용이 뭘까.’
이하린은 재빨리 자신의 몸부터 훑었다. 몸은 레전드 오브 히어로의 캐릭터인 뤼븐으로 되어있었다.
전년도가 3렙 배낭을 메고 산을 등반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약간의 동작 완성도까지 겸비한 측정 방식인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저 너머를 응시했다.
‘계속 점프하면서 이동하는 건가? 5명이 남을 때까지?’
게임을 무리해서 계속하면 그로기 상태에 빠진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난이도라니. 이것이 말로만 특별 전형…….
[응시생들은 출발선에 위치해 주세요.]
이하린은 눈앞에 뜬 문구에 따라 출발선 앞에 섰다.
‘열심히 해보자!’
그녀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