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9화 (9/200)

제9화

#9화

게임은 어느덧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팀 스코어 35 VS 25]

킬 수는 대현의 팀이 10 앞서는 상황.

하지만 못하는 사람의 비율이 비슷한지라, 서로 한 끗 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대 팀이 던지면 다음 턴에는 아군이 던지고. 다시 쉐앤과 트라스타냐가 성장해서 구멍을 메우고.

이러한 구조의 연속이었다.

만약 쉐앤이나 트라스타냐가 조금이라도 못했더라면, 진작에 기울어졌을 것이다.

대현은 적절한 카이팅을 하고 있는 진아를 바라보았다.

게임을 안 하던 동생이랑 게임을 하니까.

뭔가 기분이 묘했다.

‘템도 잘 사고 컨트롤도 잘하네.’

그도 LOH의 난이도가 어떤지는 잘 알고 있었다.

복잡한 챔피언은 거의 남아 나지 않을 정도의 동작을 취해야 하며 몬스터 챔피언 같은 경우에는, 아예 작동을 못 시키는 사람도 많았다.

거미와 인간형을 오가는 챔피언인 얄리스와 너달리…….

이런 것들을 아예 못한다는 소리였다.

오직 심상력이 강한 자들만이 그런 챔피언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진아는 그런 쪽을 컨트롤 하는 재능까지는 없는 것 같네.’

그때였다.

- 내 독침 맛을 봐라!

전투가 시작되었다.

스카널이 어정쩡하게 서 있던 다이아나를 얼려서 납치해 간 것이었다.

쉐앤이나 트린담이어는 바로 죽지 않아서 그런지. 적당하게 HP가 낮은 다이아나를 데리고 갔다.

대현은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생각했다.

‘스카널도 조종하기가 어려운 다족류 챔피언이라고 알고 있는데……. 좀 하는 사람인가?’

각을 보다가 점멸을 써서 데려가는 게 예사롭지 않다.

처치!

[쟉스 -> 다이아나]

결국 끌려간 다이아나가 난도질을 당해서 죽어버렸다.

그쯤, 대현의 쉐앤도 록스와 솔아카에게 닿았다.

-아군 지켜!

앞서 당한 게 학습됐는지. 아리스타와 스카널이 쉐앤을 집중 마크했다.

이와 더불어 솔아카의 침묵 장판 스킬까지 아래에 깔려서, 쉐앤은 아무런 스킬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역으로 쉐앤에게 스킬을 퍼부은 탓에 후진입하는 트린담이어를 막을 사람이 없었다.

트린담이어의 궁극기는 불사조의 분노. 5초 동안 피가 일정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적어도 5초 동안은 무적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치명타 때문에 일반 공격 대미지가 장난 아니지.’

스킬로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록스나 같은 물 몸 챔피언은 5대 이내로 마무리할 수 있다.

우어어어!

쓰걱─!!

처치!

[트린담이어 -> 록스]

마침내 트린담이어의 포효와 함께 록스가 처치되었다.

실력이 떨어진다 해도 기본 공격이 주된 챔피언인지라, 판을 깔아주니 1인분은 했다.

[팀 스코어 35 VS 26]

방금 한타로 인해 전황이 크게 기울어졌다. 타워도 2차 타워까지 밀었다. 이제 던지지만 않으면 질 이유가 없었다.

“마음에 안 들어…….”

한편, 대현의 뒤에서.

진아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컨트롤하는 트라스타냐의 어깨가 축 처졌다.

멋지게 원딜 캐리를 보여주려 했건만. 어느 순간 잔반 처리만 하는 구도가 되었다.

원딜이 구원자가 되어야 하는데, 존재감이 트린담이어보다 못했다.

루울루도 후열에서 실드를 걸어주다 말고, 어느새 쉐앤에게 다가가 버프를 주고 있었다.

뭔가 게임에서 붕 뜬 느낌이랄까.

이러다가 상대 팀에서 트라스타냐 있었음? 같은 소리가 나오게 생겼으니.

‘이번에는 무리를 좀 해야겠다.’

다시 한타가 시작되고.

트라스타냐의 포지션이 과감해졌다. 그러고 보니 저런 애들한테 쫄 필요가 없잖아? 난 잘하는데.

펑!

무심결에 앞으로 로켓 점프를 썼다. 딸피가 된 록스를 잡기 위함이었다.

‘괜찮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잠시.

콰과과과!

이동 포식자 버프를 받은 스카널이 갑작스레 파고들어 왔다.

‘뭐야, 날 보고 있었다고?’

-내 독침 맛을 봐라!

트라스타냐의 몸이 굳은 채 적진으로 끌려갔다. 스카널은 예상보다 트라스타냐를 주시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지?’

상대의 노림수를 읽는 훈련.

탑에서의 붸인을 자주 했기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당장 킬을 따낸다는 생각에 전체적인 상황을 읽지 못했다. 어느덧 스카널의 스턴이 풀리고, 록스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HP가 내려간다. 죽음이 가까워진다.

‘어?’

그때, 문득 시선에 쉐앤의 모습이 잡혔다.

쉐앤은 눈송이 스펠로 이동해서.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솔아카를 잡고 있었다.

‘후 다행이다. 내가 앞점프 한 건 못 봤겠네.’

LOH에서, 하다가 죽으면 실력 없다는 평가를 받는 앞점멸, 앞점프, 앞비전. 이 중 하나인 앞점프를 하다가 실수했다.

그러한 이유로 진아는 쉐앤에게 궁 요청을 하지 않았다.

‘집중하느라 등 뒤는 못 봤겠지……?’

진아가 내심 안도하고 있을 때였다.

우우우웅!!!

돌연 주변이 보라색 기운으로 가득 찼다. 이건…… 아무리 봐도 쉐앤의 보호막이었다.

‘어, 어떻게?!’

의문을 느끼기도 잠시뿐.

별안간 그녀의 눈앞에 쉐앤이 도착했다.

4픽에게 궁을 쓰겠다는 수인(手印)을 손에 맺은 채.

“아아…….”

쉐앤의 궁극기인 [아군의 의지]는 아군에게 실드를 줌과 더불어, 아군의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스킬.

파앗─!

순간 이동한 쉐앤의 도발 돌진이 스카널과 쟉스, 록스의 몸을 한 번에 긁었다.

그리고 곧바로 황혼 검강을 펼친 뒤, 몸이 약한 록스부터 공격하기 시작했다.

딱딱 합이 맞춰진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의해 록스가 죽었다.

[쉐앤 -> 솔아카]

[쉐앤 -> 록스]

더블킬!

‘그 짧은 틈 사이에?’

진아의 눈이 커졌다.

킬 기록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자신이 눈을 뗀 바로 그 순간.

솔아카를 처치하고, 자신을 향해 궁을 쓴 것이었다.

쿵쿵!

“앗.”

전투의 소리에 정신을 차린 진아는 곧장 쉐앤의 뒤를 따랐다. 이후로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승리-]

정신을 차리니, 게임은 이미 끝나 있었다.

* * *

“오랜만에 재미있게 했네.”

“어, 응…….”

LOH의 대기실.

게임이 끝나고, 진아는 말이 없어졌다. 처음에만 해도 이거저거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뭐랄까.

흠잡을 게 거의 없었다.

시야각도 넓고.

스킬 시전 동작도 깔끔했다.

음, 궁 타이밍까지 좋았네.

물론.

‘소환사의 계곡을 해보진 않았지.’

아직 소환사의 계곡이 남았다.

계곡은 검바람 나락이랑 시스템이 다르니까.

진아는 이를 악물고 대현에게 말했다.

“이제 소환사의 계곡으로 해볼까?”

“응.”

진아는 곧장 소환사의 계곡 방을 팠다.

다만 대현이 원하는 5대5 PvP가 아닌 훈련 모드였다.

“뭐야, 훈련모드??”

“어, 내가 몇 개 가르쳐줄게.”

대현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훈련 모드로 진입했기에 잠자코 진아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챔피언은 중간에 바꿀 수 있으니까 아무거나 골라.”

[소환사의 계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다리고 있자니 3개의 길이 뚫려있고 중간중간 정글이 있는 소환사의 계곡에 도착했다. 게이트린을 고른 진아는 갤리오를 픽한 대현을 보며 말했다.

“오빠, 왜 이렇게 동작이 딱딱해?”

“어?”

“아니, 굳이 평소에 걸어 다닐 때도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데.”

진아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현의 챔피언은 시종일관 딱딱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시전 동작을 취할 때 저렇게 하는 게 더 좋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는 게 진아의 생각이었다.

“아, 이건 뭐…… 그냥 습관이 그렇게 들어서 그래.”

“흐음…….”

병원에서부터 급격하게 시작했으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보통 처음 하는 사람들이 각이 딱 잡혀있으니 말이다.

“그럼, 내가 하나하나 알려줄게.”

고대현이 초보자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한 그녀는 자신의 허리춤을 가리켰다.

허리에는 아이템 벨트라는 게 있었는데.

왼쪽에 6개의 슬롯, 오른쪽에 작은 구슬 4개가 박혀 있었다.

“벨트는 제대로 쓸 줄 알아? 사용 아이템 쓰는 것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거든.”

동작 단축의 이점.

그것은 아이템과 와드의 사용이 편하다는 것이었다. 이를 상기한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아가 계곡 저편을 향해 턱짓했다.

“따라와.”

그 후로는 일종의 강의 시간이었다.

부쉬 앞에서 멈춘 진아가 오른쪽 슬롯에 있던 작은 구슬 하나를 꺼낸다.

와드볼이었다.

힘줘서 누르니 주먹만 한 크기로 커지는 와드볼.

진아가 와드볼을 부쉬에 던지자 부쉬에서 와드가 솟아오른다.

이어서 주변이 밝아진다.

“라인전 할 때 미리 부쉬에 와드 박아야 해. 상대 정글이나 미드가 올지 모르니까.”

대현의 전적에 소환사의 계곡이 거의 없으니. 와드 박기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기초를 알려주는 고진아.

“와드 박으면 지도에 떠. 이렇게.”

허리춤에 있던지도 지도를 펼쳐서 보여준다. 고대현은 마우스 스크롤을 돌려서 확대한 화면을 응시했다.

지도는 타워와 아군이 있는 곳, 와드 주변만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위에서 보니까 훨씬 작다.

“그리고 이건 감지 와드.”

이어서 빨간색 와드볼을 원반처럼 던진다.

공중에서 멈춘 와드볼의 주변으로 빨간색 레이더가 돌아간다.

나중에 이걸로 적 와드를 지우거나, 은신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오빠는 서포터로 갈 확률이 높으니까 중간중간에 감지 와드볼을 던져줘야 해. 알겠지?”

추가로 다른 와드로는 넓은 시야를 밝히는 대신 적에게 바로 보이는 조명탄 와드, 주변에 적이 오면 알려주는 경보 와드가 있었다.

‘흠…… 다 아는 내용인데.’

“오케이~.”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고.”

“넵.”

대충 져주듯이 대꾸하자 그제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번에는 계곡에서 필수인 벽 통과야.”

게이트린으로 빙의한 진아가 벽에 등을 기댔다.

‘아, 저거 그물 발사로 벽 넘기네.’

저건 고대현도 아는 것이었다.

벽에서 ‘터널링 스킬’을 사용하면 벽 통과가 가능하다는 것을.

투확—!

게이트린이 앞으로 그물을 쏘자, 몸이 물에 빠지듯 벽 뒤로 쑤욱 가라앉는다.

정석적인 터널링 장면이었다.

“이게 일반적인 벽 넘기랑은 또 다른 거거든? 잘못하다간 못 넘고 벽에 박으니까 잘 봐둬.”

진아가 어깨를 으쓱인다.

오빠가 벽 통과에는 미숙할 것이라 여긴 그녀였다.

“이제 오빠도 한 번 해봐.”

“나 갤리오라서 터널링 못하는데……?”

“오오, 알고 있네?”

“……당연히 알지.”

일순 진아에게 무시당했다.

각 챔피언의 스킬 정도는 다 알고 있는데 말이지.

“게이트린으로 바꿔서 해.”

“…….”

그래도.

고대현은 말없이 게이트린으로 전환했다.

억지로 게이트린 벽 터널링을 하게 된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터널링은 진작에 마스터했고.

PC 모드가 된 뒤로는 더 편해졌다.

긴박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실패할 일은 거의 없었다.

터엉-! 퍽-!

하지만 일부러 실패했다.

동생이 가르쳐주겠다면서 이렇게 붙는 것도 색다른 일이다.

진아는 자기 시간을 끔찍하게 아끼는 애니까.

‘한 번은 져줘야지.’

말은 저렇게 해도 속으로 걱정해주고 있음이 틀림없으리라.

벽 통과를 실패한 고대현의 앞에, 진아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봐, 역시 어렵지?”

“그러게…….”

자연스레 터널링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아까 했던 쉐앤도 동작 구현 떨어지면 벽 통과 못 하니까 조심해.”

그로부터 얼마간은 아까 가르쳐줬던 개념의 복습 시간이었다.

맵 리딩부터 해서 와딩까지 하나하나 다시 해보라고 한다.

‘으음…… 지루하다.’

대현의 손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였다.

와드 박기는 클릭 한 번에 이루어지기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딸깍.

그러다가 와드를 이상한 곳에 박았다.

아니, 클릭했다.

부쉬가 아닌 벽에.

그러자 와드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벽을 넘었다.

와드가 벽 너머에 생성되었다.

위에서 본 탓에 반대편 시야까지 보인다. 그간 연습하면서 몇 번씩 봐왔던 장면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진아가 토를 달았다.

“와드를 벽 너머에 박아서 뭐하게. 어차피 안 보이는데.”

“응……?”

건성으로 대답하던 대현의 뇌리에 번뜩하고 무언가가 떠오르고.

‘어차피 안 보인다라…….’

곧 와드로 이득 볼 수 있는 챔피언을 찾았다.

삐빅.

다음 순간.

챔피언을 바꾼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뤼신을 픽한 고대현이 앞으로 나왔다.

“응?”

뤼신을 본 진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는 생각했다.

벽 너머에 와드를 박는다.

이는 미리 맵 스크롤을 펼친 다음에나 의미가 있는 행동이었다.

‘아니면 아군이 지도를 보고 있는 와중에 박던가.’

레전드 오브 히어로는 시야가 매우 중요한데. 특히 급습이 많은 계곡맵은, 적을 확인하기 위한 [옵저버]라는 부포지션이 있다.

정글 혹은 서포터가 담당하는 이 포지션은, 지도를 확인하면서 팀에게 전음으로 위험을 알려주거나.

조명탄 와드를 쏠 때 맵을 보고 있는 임무를 담당한다.

“뤼신은 왜 들고 왔어?”

그러므로 뤼신이 올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뤼신은 장님 챔피언이니까.

“해볼 게 있어서.”

“뤼신으로?”

“어.”

진아는 뤼신이 벽 가까이 가자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설마 뤼신의 방어막으로 터널링을 하려고?’

뤼신이 와드에 보호 방어막을 쓰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안다.

‘그런데, 그게 벽 너머의 와드에도 가능한 건가?’

다만 뤼신을 컨트롤하는 사용자가 보는 것은, 어두운 배경에 사물 파동이 섞여 있는 단편적인 장면에 불과하다.

검은색 종이에 흰색으로 대강 그어놓은 것처럼 보이니까.

그나마 횡파를 맞춰야 적의 모습이 정확하게 보이고 접근도 가능한데…….

진아의 눈이 뤼신을 위아래로 훑는다.

“뤼신으로 와드 방어막 정도는 써보고 하는 거지?”

뤼신은 아군 말고 와드에도 방어막을 주면서 이동할 수 있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와드로 이동하면서 횡파 컨트롤이 가능하며.

매드무비 장면처럼 부족한 거리를 보충하고, 횡파로 적을 맞출 수도 있다.

‘단, 가능하다면 말이지.’

감이 좋은 사람은 오히려 쉽다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는 와드의 ‘기척’을 읽는 것조차 힘들었다.

“음, 일단 처음 해보는 거긴 해.”

“역시.”

이는 세상이 바뀌고 나서 처음 해본다는 소리였지만.

진아는 뤼신이라는 챔피언을 처음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새삼 놀라운 것도 없었으므로.

그녀는 팔짱을 끼고 대현의 다음 행동을 주시했다.

별안간 뤼신이 벽 앞에 섰다.

그리고 벽 너머의 와드 기척을 읽는가 싶더니…….

-쏘옥.

벽을 넘어버렸다.

아니, 통과해버렸다.

그것도 보이지 않는 반대편 와드에 방어막을 주면서 터널링을.

“엥……?”

진아의 팔짱이 저절로 풀렸다.

그녀의 눈이 뤼신이 사라진 벽을 황망하게 응시했다.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을 가지고서.

‘벽 너머에 있는 와드 기척을 느꼈다고?? 그게 가능해?’

방어막은 아군의 기척을 인식하고, 이를 끌어당긴다는 의식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다른 챔피언과는 달리 감각 의존도가 높은 뤼신은.

그 작동 방식조차 기척 읽기로 수행되었다.

‘그래서 뤼신은 감각의 천재들만 쓰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어째서…….’

-쏘옥.

그때 뤼신이 다시 통과해서 넘어왔다. 이번에는 반대편 부쉬에 박아놨던 와드로 이동한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속으로 두 번 일어났다.

“어……? 어어?”

진아는 고개를 도리질 치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방금, 어떻게 한 거야?”

이에 대해.

고대현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냥, 하니까 되던데?”

“뭐어……?”

진아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개를 뒤로 젖힌 그녀는.

계곡 위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비가 한 마리 날아다닌다.

‘실력을 숨긴 건 아니야. 그냥 갑자기 열심히 했을 뿐이지……. 그렇다면, 역시 그건가?’

되짚어보면 같은 핏줄이니.

무턱대고 수준 이하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그녀는 오랜 생각 끝에 결론을 내렸다.

‘천재.’

오빠가 천재였다.

그것도 이제 막 개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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