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7화
어차피 게임 할 거면 학교 갈 필요 없지 않나?
라고 생각했는데.
물어보니까 학교 인증 캡슐로 해야 정식 티어 인정이 된다고 하며.
인증 캡슐로 해야 고유 티어 각인 계정인, 퍼스널 계정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어차피 특별 전형으로 볼 거긴 하다만…….’
특별 전형.
배치를 전 시즌 점수로 대체하고.
그 대신 게임고 시험장에서 특별 시험을 본다. 특기자들의 연습 시간을 배려한 제도였다.
그래서 퇴원 후 8일째.
고대현은 선생님과 면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천서를 받기 위함이었다.
“특별 전형으로 넣고 싶다고?”
“네.”
교무실에는 고대현만 있는 게 아니었다.
비슷한 이유로 선생님을 찾아온 특기생들이 많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각각 검증한다고 하니까.
“다들 접속 시작해.”
선생님의 말씀에 다들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저게 정식 인증 판인 걸까. 색이 검정인 게 일반적인 캡슐과는 달랐다.
‘학교에 이런 게 있으니 적응이 안 되네.’
대현도 자리를 확인하고 캡슐로 이동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갑자기 앞을 가로막고 말씀하신다.
“대현이 너는 아이언 2인데 감당되니? 차라리 배치 때 점수를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
어차피 떨어질 확률이 높으니, 배치 점수나 올리라는 의미였다. 대현은 김성현 대표에게 조언받은 대로 대답했다.
“어차피 올라도 아이언 1이겠죠. 그럴 바엔 이거라도 해볼래요.”
“으음…….”
선생님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니까 확률이라도 높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아이언 2나 1이나 큰 차이는 없으니.
“그래, 경험이라도 쌓는 게 좋겠지.”
기어코 선생님의 허락을 따낸 고대현은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검증 시험의 내용을 마주했다.
게임 종류는 언더 워치.
맵은 튜토리얼 훈련장.
우웅위우잉.
숙련된 시범자인 선생님이 걸어 나왔다. 그것도 변신형 로봇형 챔피언인 부스터온으로 말이다.
철컥철컥.
곧장 연사 모드로 전환한 부스터 온.
옆에서 ‘한 번에 변신하다니, 엄청난 심상력이다…….’라고 말하는데, 괜히 무안해진다.
대현이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니.
띠링—.
별안간 대현과 나머지 학생들의 눈앞에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한 명씩. 켄지를 픽하고 내 앞으로 오도록.]
켄지와 부스터 온.
이 둘로 뭘 할지는 뻔하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영웅 대기실에 있던 켄지 중 한 명이 나섰다. 교내 중상위권 중 한 명인 김호준이었다.
그는 부스터 온의 앞으로 가면서 고대현이 있는 쪽을 힐끔 응시했다.
시험용 정식 캡슐인지라 자동으로 신체 인증과 함께 대진표에 실명이 나타났다.
‘내가 알기론 아이언인데……. 저런 애도 추천서를 받는답시고 온 건가? 최저가 없어서 그런지 이상한 애들이 많네.’
김호준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 특별 전형은 응시생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방식을 주로 쓴다. 일종의 데스매치 방식처럼 말이다.
그래서 매년 쉽다고 들어왔다가 광탈하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대부분 여기서 걸러지니까 다행이긴 하다만…… 기분은 별로네.’
갑자기 도전하는 게, 뭔가 깔보는 느낌이랄까. 최저가 없다고 왔을 녀석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김호준은 고대현을 한차례 비웃고, 부스터 온의 앞에 섰다.
부스터 온의 총알.
켄지의 검날 흘려내기.
과연 얼마나 총알을 튕겨낼 수 있을지.
우우우웅.
곧이어 부스터 온의 게틀링건이 돌아가면서 연사가 시작되었다. 탄피가 물 흐르듯 나오고, 총구에서 불이 튄다.
이에 대해 김호준의 켄지는.
티티티팅탱탱탱탱팅팅탱탱.
허리춤의 단도를 꺼낸 뒤 재빠르게 팔을 휘둘렀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총알이 하나씩 튕겨 나간다. 검날로 상대의 투사체를 튕겨내는 스킬.
[동작 구현 : 76%…….]
동작에 집중할수록 싱크로율이 오른다.
단순 휘두름에 켄지의 팔 힘이 깃든다.
스킬이 된다. 김호준은 부스터 온 옆의 벽면을 훑었다.
피탄 자국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튕겨난 총알은 아직 부스터 온에게 닿지 않았다.
‘아직이다. 더 빠르게!’
[동작 구현 : 85%…….]
팅팅팅팅팅팅팅팅.
총알이 튕겨 나가는 각도가 점점 정방향으로 바뀐다. 부스터 온에게 닿는다.
반사된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삑.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러나 시험은 금세 종료되었다.
탄을 계속 쏟을 수도 없을뿐더러. 평가 측정은 이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잘했다. 김호준 학생. 내 체력이 200이나 감소했군. 높은 반사율이었다.]
“후우, 감사합니다.”
아쉽긴 하다만.
김호준은 고개를 숙이고 대기실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진심을 다해서 그런지 지구력의 소모가 심했다.
그는 영웅 대기실의 의자에 앉은 뒤.
다음 학생이 테스트하는 걸 구경했다.
팅티티티티팅.
“어, 엇.”
단도를 휘두르다가 손이 꼬인다.
총알을 튕겨내지 못하고 되레 치명타를 맞는다.
“푸핫.”
그것을 본 김호준은 호탕하게 웃었다.
공격을 방어하긴커녕 동작에 틈을 보여서 맞다니. 동작 구현이 20% 아래라는 소리였다. 저런 실력으로 추천서를 받으려 한 건가?
‘선생님의 연사 실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애들도 연습 좀 해야겠네. 실력이 저리 떨어져서 뭘 한다고.’
켄지는 적진에 침입해서 교란하는 임무를 주로 수행한다. 실력에 따라서 게임 체인저를 자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는 린이지의 암살자 클래스로 스카웃 될 때, 중요한 스펙 사항으로 들어갔다.
라그나로크 초소 점령전에서, 마법사나 원딜 클래스는 기동력이 떨어지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고대현 학생 들어오도록.]
그렇게 김호준이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을 때, 때맞춰 고대현이 일어나서 부스터 온의 앞으로 향했다.
3대 종합 티어 아이언 2의 켄지.
볼 것도 없이 한방에 나가떨어질 게 뻔했다. 아마 시작하자마자 퇴장당하겠지.
이에 김호준은 잠시 딴생각에 빠졌다.
입학 확률에 관한 것이었다.
‘전국 단위 모집에서 뽑는 인원은 단 5명…….’
상위권은 특별 전형을 보지 않는다.
그쯤 되면 판단력, 운영, 전략, 피지컬이 크게 작용하기에.
굳이 특별 전형으로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특별 전형은 당일 출제되는 기준에 따라 평판이 확연하게 달라지니까.
‘낙관적으로 보기는 힘들겠지. 그래도 도전 가치는 있─.’
퍼어엉.
그때였다.
어디선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응??’
김호준은 벌떡 일어났다.
이건, 그냥 나올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설마…….
그는 천천히 걸어갔다. 뇌에 차가운 무언가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침내 시험장의 경치가 눈에 들어왔을 때, 김호준은 하마터면 그로기 상태에 걸릴 뻔했다.
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고철.
고대현의 켄지 앞에.
선생님의 부스터 온이 죽어있었다.
* * *
“자, 여기…….”
검증이 끝난 대현은 추천서를 받았다.
종이가 아닌 전자 추천서였지만 기분이 좋았다.
“너한테 그런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군.”
“감사합니다.”
병원에 다녀오더니 애가 바뀌었다.
선생님은 대현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거의 쏘자마자 죽었지…….’
측정 결과 스킬 제로백이 0. 2초에 가까웠다. 경이로운 수치다. 그것도 켄지의 검날 흘려내기로 그 정도라니.
한 학년 아래인 고진아와 티어 차이가 심해서 배다른 남매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닮은 구석이 있었다.
“추천서는 학교당 3명. 네 가능성을 봐서 특별히 하나 주는 거다.”
“아, 진짜요?”
학교당 3개면 나름 귀할 텐데 아이언 2에게 선뜻 추천서를 주다니.
물론 본 실력은 아이언 2가 아니지만, 대현은 선생님의 행동에 감동했다.
분명 항의가 있었을 텐데 말이지.
“혹시 다른 애들이 뭐라고 안 해요?”
그런 의문을 담아서 묻자, 선생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김호준. 그 녀석은 그냥 배치로 보겠다 하더라고……. 이건 그냥 너한테 주라더라.”
종합하자면, 벽을 느끼고 넘겼다.
뭐 그렇게 되는 건가? 어쨌든 제 의지로 줬으니 서로 윈윈이라 할 수 있었다.
‘추천서 받았다고 알려줘야지.’
대현은 김성현 대표에게 추천서를 받았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잘됐다는 말과 함께 그때 했던 매트리 영상으로 매드무비를 만들고 있다는 답장이 왔다.
‘기대된다.’
모든 게 순조로웠기에.
그의 발걸음이 한층 가볍게 움직였다.
* * *
학교에서 나온 후.
고대현은 캡슐방에 들렀다.
학교 수업? 그런 건 입원 후유증 비슷한 핑계를 대고 빠졌다.
검날 흘려내기의 충격 덕분인지 뭘 말해도 잘 먹혔다.
‘지금은 개인 수련이 더 중요하니까.’
그가 캡슐방의 프론트에 발을 디딜 때였다.
“오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였다.
어지간하면 서로 호출할 일이 없는 사이였기에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시선이 멈춘 곳.
뛰어왔는지 상기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진아가 있었다.
“추천서 받았다면서?? 아니, 진짜로 게임고 지원할 생각이야?”
“너, 학교는 어쩌고 따라왔냐?”
“지금 그런 게 중요해?”
저런 반응 때문에 일부러 말 안 한 건데…….
선생님을 통해서 건너 건너 주워들은 모양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숨길 것도 없으니 바른대로 말했다.
“응.”
“아이언 2를 담보로 잡고 본다고? 오빠, 사실 다리가 아니라 머리를 다친 거 아니야?”
진아가 한숨을 쉬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럴 거면 그냥 헤드셋 나 쓰게 두지…… 병원에서 빌려준 보람이 없잖아. 후우─.”
진아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현재 티어를 보면 당연하긴 하지.’
정상적인 반응인지라, 대현은 딱히 놀랍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나도 나름대로 연습하고 있으니까.”
“연습한다고 되면 다 되게?”
그렇게 말한 진아가 대현의 옷깃을 잡았다.
그리고 2자리가 예약된 캡슐석으로 데려갔다.
“이왕 온 김에 내가 가르쳐줄게.”
“네가 직접?”
“응.”
추천서까지 받았으니, 오빠가 안 보러 갈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확인한 다음에 몇 가지나 피드백 해줘야겠네.
그렇게 생각한 진아는, 먼저 접속한 대현의 모습을 확인한 뒤 옆에 있는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링크 스타트]
게임 대기방으로 들어온 고대현이 진아의 접속을 확인하고 말했다.
“……뭐부터 할래?”
“음, 일단 검바람 나락 맵부터 하는 게 좋겠어.”
검바람 나락은 챔피언 선택이 랜덤인 1자맵이었다.
대충 빠르게 몇 판 즐기고 싶을 때 좋은 모드.
왜 이걸 하자고 하는 걸까.
“소환사의 계곡으로 할 생각은 없어?”
“안 돼. 지금은 라인전보단 랜덤으로 나오는 챔피언의 스킬을 쓰는 게 중요해. 상대로 무슨 챔프가 나올지 모르잖아.”
“그렇긴 하지.”
레전드 오브 히어로는 스킬을 아는 게 중요하다. 상대의 스킬과 자신이 스킬을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빠르게 오른다.
진아는 고대현이 챔피언의 스킬을 제대로 모를 거라 예상해서 검바람 나락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래, 하자. 검바람 나락으로.”
원래라면 소환사의 계곡으로 하자고 했겠지만.
오늘은 진아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자신을 생각해줘서 하는 건데 구태여 토를 달 생각은 없었다.
따지고 보면 시험 준비한다고 직접 와서 도와주는 거니까.
꽤 착한 걸지도?
‘그러고 보니 진아랑 게임 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니까……. 그냥 해야지, 뭐.’
대현은 내면의 PC 앞에 앉아서 화면을 응시했다.
검바람 나락은 소환사의 계곡과 달리 랜덤 챔피언 시스템이었다.
슉슉슉-!
이를 증명하듯, 각 챔피언이 속속히 모습을 드러냈다.
-루울루
-쉐앤
-트린담이어
-우두루
-트라스타냐
‘쓰읍, 그다지 좋지는 않네. 상대방이 포킹 조합이라도 나왔다간 맞기만 하고 끝나겠어.’
다행히도 주사위로 챔피언을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서 몇 번을 돌렸다.
그 결과.
-쉐앤
-트라스타냐
-다이아나
-루울루
-트린담이어
가 되었다.
‘진입에 강하긴 한데, 초반에는 좀 힘들겠다.’
대현은 나온 조합을 보면서 미래를 시뮬레이션했다.
‘내가 쉐앤이니까, 다이아나랑 들어가서 이니시 걸고, 중간에 루울루가 몇 번 보조해주면 할 만하겠네.’
쉐앤은 일정 거리의 적을 도발해서 움직임을 제한하는 스킬이 있다. 그러니, 도발로 묶어놓은 다음. 나머지 팀원이 후진입하면 한두 명 정도는 쉽게 잘라먹고 시작할 수 있었다.
“너, 트라스타냐는 좀 할 줄 알아?”
“나? 원딜은 대부분 잘해.”
질문을 받은 진아가 당연하다는 투로 답한다.
“그런데, 오빠는 쉐앤하게?”
“응.”
“뭐, 탱 하나 있으면 나쁘지 않지.”
진아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차피 탱커니까.
실력이 떨어져도 그럭저럭 중간은 할 거라 여긴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띠링─.
곧이어 상대 조합이 나오면서 로딩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