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3화 (3/200)

제3화

#3화

세계가 바뀐 부분까지는 좋았다.

부모님에게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승승장구하게 될 미래까지 손에 넣은 셈이었으니까.

“아오, 이 개 같은 PC 모드.”

하지만.

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흰색 대기실에 들어선 이물질.

낡은 책상과 의자.

그리고 원흉의 그 물건.

대현은 내면의 PC라 이름 붙인 곳 앞에 앉아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화면 속.

#80등이라는 수치가 반짝거리며 주인을 반기고 있었다.

80등.

그래, 80이란 말이지?

이것이 퀘스트 모드로 낼 수 있는 최대였다. 아무리 사용기기가 다르다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니.

고대현은 팔짱을 끼고 혀를 내둘렀다.

기존의 가상현실에서 종합 마스터를 찍었네, 어쩌네의 문제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서.

그라운드 제로를 가상현실로 컨트롤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신은 재빠른 움직임으로 적들을 처리하는 것에 능통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가상현실은 신체의 자유도가 현실처럼 높기에. 생동감 있는 감각과 전투로 생존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반면, 이 PC 모드에선 몸이 목석마냥 딱딱하게 움직이고, 키보드로 조작할 수 있는 가지 수가 정해져 있었다.

다른 유저들이 100가지의 경우의 수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자신은 10가지 경우의 수가 전부였다.

‘그나마 이득이 되는 건 장전할 때 편하다는 것 정도인가…….’

한숨을 내쉬었다.

몇 가지 동작이 자동화되어 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고대현은 생각난 김에 퀘스트 창을 열었다.

[퀘스트 명 : 써보고 말해라]

[지속 퀘스트 : 하루 플레이 시간 : 6시간]

[오늘의 퀘스트(1) : 그라운드 제로에서 처치 10회]

[오늘의 퀘스트(2) : 레전드 오브 히어로에서 타워 10개 철거]

* 보상 : 각 1골드.

-퀘스트로 획득한 골드를 통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세요.

[종합시설 1단계] -> [2단계]

[UI 1단계] -> [2단계]

1단계 업그레이드 소모 골드 : 5

여러 장비의 업그레이드 안내 사항이 보인다. 물론 장비를 바꾼다고 엄청난 실력변화가 생기는 않겠지만.

‘그래도 올릴 수 있는 건 최대한 올리는 게 좋겠지.’

대현은 다시금 한숨을 쉬며 오늘의 퀘스트 목록을 살폈다.

[그라운드 제로에서 처치 10회.]

[레전드 오브 히어로에서 타워 10개 철거.]

간단한 퀘스트임에도 불구하고 클리어가 버거웠다.

‘이런 상태로 가다간 망한다…….’

몇 판을 돌려보고 깨달았다.

이대로 가다간 그저 그런 고등학교에 가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원래 세계에서 마스터까지 달았는데, 6군 고등학교라니 웃기지 말라고 해.’

아직 부모님에게 말은 안 했지만.

무조건 높은 고등학교에 지원할 생각이었다. 못해도 4군은 가자는 다짐이었다.

솔직히 4군이나 6군이나 뭔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숫자를 최대한 높이는 게 좋을 것이다.

‘이딴 걸 써보라고 주다니……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고.’

고등학교 배치까지 남은 기간,

단 2주일.

그동안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실력을 올려야 했다.

고대현은 이를 악물고, 민감도가 구린 마우스를 잡았다.

상대는 가상현실 환경의 컨트롤.

자신은 꼭두각시 인형.

서로 다르긴 하지만.

결국 각자의 의지대로 움직인다.

단축키를 활용하면,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이렇게 된 이상 적응한다.’

대현은 가상현실 게임에 처음 입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곧바로 다음 게임을 시작했다.

* * *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약 3일이 지났다.

지속 퀘스트와 오늘의 퀘스트, 그리고 오퀘를 깨면 나오는 추가 퀘스트까지.

골드를 얻을 거리는 많았다.

하지만 지난 3일간 완료한 퀘스트는 6개 정도였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여유가 없다고 하기엔 병원에 계속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퀘스트를 6개밖에 못한 이유는…….

“대현아, 게임도 좋은데 밥 먹고 해.”

“병원식이 별로라서 그런가. 입맛이 없어요.”

“그래? 엄마가 밖에서 맛있는 거라도 사 올까?”

매일 같이 찾아오는 부모님 때문이었다.

“놔둬, 좋은 길드에 들어가려면, 열심히 해야지.”

“안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말로만?”

신뢰도가 너무 바닥인지라, 게임 시간을 보여줘야 했다.

“벌써 4시간 정도 했거든요?”

“뭐??”

거참. 사용 시간을 보고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신다.

“어머 웬일이니. 네가 하루에 순겜 4시간이라니…….”

“에이 뭘 이 정도 가지고.”

부모님 앞에서 대놓고 게임을 한다. 이 사실만으로도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재미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진진한 건.

“오빠, 그거 언제까지 쓸 거야?”

동생, 진아의 반응이었다.

진아는 헤드셋이 방치될 거라 생각했는지 종종 병문안을 따라왔다.

‘분명 내가 안 하는 사이에 쓸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어림도 없다.

온종일 게임만 했던 자에게 6시간은 껌이었으니.

“아직 4시간밖에 못했어. 더 해야 된다고.”

“뭐? 4시간? 거짓말하지 마. 평소에 30분 하는 것도 힘들어했으면서.”

“진아야 오빠 게임 하는 데 방해하지 말렴.”

“…….”

입을 꾹 닫고 병상을 노려보는 진아.

진아는 병실이 비어있는 틈을 타서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변했어? 이번에는 또 뭘 하려고…….”

역전으로 따지면 새로 나온 학습 기기 사용해보겠다고 하는 꼴인데…….

동생이 여러모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안 변해. 주위 환경이 변했을 뿐이야.”

“뭐……?”

그래도.

순순히 헤드셋을 넘겨줄 마음은 없었다.

고대현은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

“궁금하면 관전해보던가. 홀로그램 송출 모드로 할 거니까.”

비정규게임은 헤드셋 자체의 기능으로 외부 송출이 가능하고, 타인도 관전이 가능했다.

외부 피드백용 기능이라나 뭐라나.

아무튼 고성능이었다.

“그래,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봐보자고.”

이에 진아가 콧방귀를 꼈다.

대현 역시 웃으면서 가상현실 헤드셋을 끼고 게임 모드로 진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삑-

[링크 스타트]

이제는 익숙한 소리와 함께 흰색 공간이 나타났다. 남들에게는 그저 게임 선택 전, 몸 상태나 훑는 장소겠지만.

드르륵.

고대현은 의자를 끌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2단계로 올리니까 좀 괜찮네.’

처음에는 이런 걸로 게임을 하려니 어색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UI를 업그레이드하니까 조작법에 대한 간단한 사용 설명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어디, 현재 골드 상황이…….”

[종합시설 2단계]

[UI 2단계]

다음 업그레이드 소모 골드 : 10

현재 보유 골드 : 1

업그레이드하고 남은 골드는 1이었다.

‘2단계가 되니까 의자부터 해서 여러 가지 장비가 바뀌었지.’

지금도 단조로운 풍경이지만, 1단계보단 좋았다. 물론 음향이나 화질이 아주 좋지는 않았다.

자세히 보면 화면 픽셀이 눈에 잡히고, 소리도 동굴처럼 울렸다.

‘그래도 계속 올려야지. 이거라도 좋아야 하니까.’

딸깍.

그라운드 제로에 접속해서 큐를 누르자 곧바로 게임이 잡혔다.

고대현은 세계가 바뀌고 나서 그라운드 제로만 하고 있었다. 아직 다른 게임은 실행해보지도 않았다.

‘일단 그라운드 제로부터 속성으로 끝내고 해야지.’

고등학교 배치의 3종목인 그라운드 제로, 언더 워치, 레전드 오브 히어로.

셋 중에서 컨트롤 캐릭터가 하나인 건 그라운드 제로밖에 없었다.

언더 워치나 레전드 오브 히어로는 챔피언 종류가 너무 많아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남은 기간이 짧으니까. 하나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야.’

결국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서 언더 워치와 레오히를 버렸다.

뼈아프다.

게임을 해도 부모님이 뭐라 안 하시는 건 좋지만, 갈 길이 멀었다. 이대로라면 입학해도 문제겠지.

‘누가 코치해주면 좋을 텐데, 진아한테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부우웅.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곧이어 익숙한 엔진 소리.

모니터 속의 분신 캐릭터가 비행기 내부에 앉아 있었다.

웅성웅성.

거대한 비행기 안에서 저마다 지도를 훑어보며 낙하를 준비한다.

……조용하다.

욕설이 난무하던 기존 세계와 비교하면 쾌적한 환경.

이런 부분은 좋다.

하지만 현실감이 0에 가깝다는 게 이러한 장점을 모두 깎아내렸다.

원래는 낙하산을 매고, 뛰어내리는 것까지 직접 몸을 움직여서 했는데.

지금은 앉아서 키보드를 누르는 것만으로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수 있었다.

솔직히 몸은 편했지만, 뛰어내리기 전의 가슴 뛰는 생동감은 전혀 없었다.

‘역시 구려…….’

M을 눌러 맵을 펼쳤다.

UI업글 덕에 몇몇 행동 단축키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지도에 나타난 것은 총 12개의 도시가 있는 장소.

‘맵은 에란웹이군.’

퀘스트 상태만 아니었다면 바로 포춘키로 갔겠지만.

아직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기에, 사람이 많이 없는 농장 주변에 착륙할 생각이었다.

띠링-

-[어디서 내릴 거야?]

그때 귓전으로 진아의 음성과 함께.

허공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현 상황에 대해 별말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관전은 게임 속 풍경만 보이는 듯했다.

“농장 주변으로 갈 거야.”

-[농장이라…… 아직 초보니까. 적당한 지역이네.]

초보.

진아의 눈에는 초보자인 모양이다.

하긴, 원래 세상에서도 진아에게 과외를 받아야 할 정도였으니.

진아의 반응이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초보는 아니지…….”

자존심 때문인지 초보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맴돌았다.

부우웅-

그때.

비행기가 섬 끝자락에 진입했는지, 쿠궁- 하는 소리와 함께 해치가 열리며 바람이 들어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낙하를 시작한다.

현재 지점은 채굴장과 군사기지 사이.

원래 세계였다면 진작에 뛰어내렸을 지점이었다.

초보…….

초보라는 말이 다시금 뇌리를 스치고.

고대현은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F를 눌렀다.

-[여기 농장 아닌데??]

이어서 사람들이 낙하하고 있는 해치로 분신이 이동했다.

아직 시각을 제외한 모든 게 구리다.

내려봤자 오래 못 살 건 당연지사.

하지만 끓어오르는 듯한 감각에 손가락이 움직였다.

무의식적이라기보다는 아마도 본능적으로.

딸깍.

화악- 치지직-

모니터가 하늘을 비추고, 스피커를 통해 날아드는 바람 소리가 귀에 걸쳤다.

그런 풍경 속에서 대현의 캐릭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꾸욱.

키보드를 몇 번이고 강하게 누르자, 캐릭터가 오른쪽 아래로 머리를 박았다.

더욱 빠르게.

대현은 총과 교전이 가득한 군사기지로 향했다.

* * *

한편, 고대현이 있는 병실의 바로 옆자리.

“아이고 허리야.”

그 빈 침대에 얼마 전 새로운 환자가 들어왔다.

입원 사유는 허리디스크로 인한 수술 및 과로.

그의 침대 아래에 신체 상태와 이름이 적힌 태그가 붙여졌다.

[이름 : 김성현]

[나이 : 35]

아직 젊은 나이건만 허리디스크에 걸렸다. 그것도 책상에 거의 앉아 있지 않는 요즘 시대에.

‘이제 영상 편집은 무린가.’

김성현은 자신의 허리를 매만지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영상이 될 만한 소스를 뽑아서 하나하나 이어붙이고 편집을 한 탓에,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갔다.

거의 중노동과 같은 과정.

이는 현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작업이었다.

자동 편집 프로그램이 있기에.

게임을 끝마친 뒤 곧바로 영상이 제작되고.

그 영상의 조회 수를 이용해서 코인을 버는 게 요즘 구조였다.

‘모든 개인이 채널 운영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때문에 매드무비는 범람 수준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딥러닝을 통한 작업이라 퀄리티도 준수하고, 작업량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현이 매드무비를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

그의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었다.

‘수작업으로 독창적인 걸 만들고 싶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비싼 월 구독료 프로그램에 한정된 이야기.

대다수는 킨에마스터 같은 기본 프로그램으로 영상을 뽑아내기에, 영상의 느낌이 비슷했다.

‘난 이런 게 싫단 말이지.’

김성현은 잠시 현시대에 대해 생각했다.

기계를 통해 일에서 벗어난 인류.

그들은 이상적인 세계를 만들었다.

인류 관리 시스템 에덴을 통한 모든 기업과 단체의 소득을 개인에게 분배.

무 일거리와 기본소득으로 인한 삶의 의욕 저하를 게임으로 보완.

공정한 티어로 평가받는 사회.

이 정도면 유토피아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헬스를 제외한 육체 활동의 평가 절하가 심해졌다.

다들 하는 이유를 모르며 하지 말라고 하기 일쑤였다.

이제 노동력이 들어가는 곳은 게임교육 정도? 게임교육은 AI 불가침영역으로 설정된 지라, 이 부분만큼은 인간의 영역이었다.

‘그래도 메인 게임 외에 나머지가 너무 등한시되는 건 좀 아까운데…….’

띠링-

그때 상념을 뚫고, 김성현의 스마트 워치에 도착한 문자 하나.

[저, 그만둘게요.

계약금은 지갑:r124E34ef124SF45으로 보내주세요.]

그것을 보자 김성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간 매드무비 소스를 제공해주던 사람이 그만두겠다고 한 것이었다.

‘어쩔 수 없지. 새로운 사람을 알아봐야겠군…….’

자신이 직접 게임을 하고 영상도 뽑으면 좋으련만, 앞서 말했듯, 현재는 영상포화의 시대.

안타깝게도 그의 컨트롤은 특색이 없고, 색다른 컨트롤이 없으면 보는 사람도 없었다.

‘구인 공고라도 할까?’

김성현이 턱 끝을 쓰다듬고 있을 때였다.

“어?”

갑자기 옆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가상현실 헤드셋을 끼고 있는 남자애와 옆에 있는 여자애.

상황을 보니 여자애가 남자애의 게임 상황을 관전하고 있는 듯했다.

‘저 애. 몇 시간 동안 게임만 하더니 아직도 하네.’

김성현은 그간의 시간을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처음 병실에 왔을 때부터.

저 아이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거의 온종일…….

‘잘하는 애인가? 아니면 게임 영재?’

이에 김성현의 관심이 쏠렸다.

마침 계약했던 사람이 그만뒀으니.

이참에 학생을 타깃으로 한 영상 제작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읏차.”

그는 태연하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위잉-.

그리고 부축해주는 간호사 로봇에 의지해가며, 고진아의 뒤를 느리게 지나갔다.

헤드셋의 옆.

홀로그램이 영사되고 있기에 게임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응?”

처음에는 단순 흥미용으로.

요즘 애들이 어떻게 게임을 하나 구경할 생각이었건만.

‘이놈 봐라?’

그런 김성현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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