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겜공역전 세계의 게임천재가 되었다-2화 (2/200)

제2화

#2화

한때.

일본에 ‘세가 타워’라는 건물 전체가 오락실 기기들로 잔뜩 채워진 시설이 있었다.

이때 한국은 일본과 달리 고사양 PC만 일렬로 쭉 놓인 구조. 흔히들 PC방이라 부르는 시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이 나오고.

캡슐이라는 장치 때문에 한국의 게임 시설도 점차 일본의 세가 타워처럼 대규모로 운영하게 되었다.

마치 캡슐 호텔처럼, 건물 전체가 캡슐방으로 쓰이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시설처럼 말이다.

대현은 고개를 들어 눈앞의 건물을 올려다봤다.

부모님 세대에 유행했던 PC방에 비하면 몇 배나 큰 구조.

새삼스레 그 규모를 체감하면서 내부로 진입했다.

위잉-

자동문이 열리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여느 때와 같은 풍경이 보인다.

좌측 벽에 일렬로 쭉 눕혀져 있는 가상현실 캡슐과 옆에 있는 대기실.

대기실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모니터로 자신의 플레이를 돌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음? 오늘은 뭔가 분위기가…….”

구조는 똑같다.

똑같은데…….

뭔가 모인 사람들의 분위기가 달랐다.

평소에는 담배를 뻑뻑 피우는 아저씨, 대학생, 그리고 또래의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뭐랄까.

다들 모범생 같았다.

분위기도 정숙하고, 표정 또한 진지했다.

뭔가 게임을 안 할 것처럼 생겼다고 해야 하나? 정확하게 설명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이상한 소리도 들려왔다.

“딸! 오늘 끝나고 전적표 가져와. 엄마가 확인하고 피드백해줄 거니까.”

“아, 알았다고!”

뭐지.

대현은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끼며 계단을 밟았다. 아래층은 이미 자리가 없었기에 위로 이동했다.

올라가면서 생기는 잠깐의 시간 동안.

그는 생각에 잠겼다.

‘흠, 수능이 끝난 건 아닌데 어디서 유입된 거지?’

보통 이런 경우는 수능이 끝나고 유입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시기상 아직 수능이 끝날 때는 아니었다.

‘이런 분위기를 어디서 느껴봤지?’

하고.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니, 어느새 2층에 도착했다.

2층은 사람이 좀 적네.

막 계단을 올라온 뒤, 주변을 둘러보면서 빈자리를 탐색할 때였다.

“대현이니……?”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익숙한 목소리.

여기서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

대현의 고개가 소리의 근원지로 돌아갔다. 그리고 시선이 멈춘 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했다.

“엄마……?”

입이 벌어졌다.

엄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빠, 동생까지.

가족들이 삼위일체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

“오……빠?”

대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게임을 싫어하는 부모님이 캡슐방에.

그것도 동생이랑 같이 오다니. 몸 어딘가로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내가 캡슐방에 오는 것을 실시간으로 검거하려고?’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부터 이상했다.

방에 책이 잔뜩 놓여있고.

지금은 부모님이 기다렸다는 듯 대기를 타고 있다니.

돌연, 책이 가득한 방에 갇히는 미래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

양쪽 사이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적을 깨뜨린 것은 아빠의 손짓이었다.

“대현이 너…….”

아빠의 입이 벌어졌다.

뭔가를 말하려고 하시는데…… 들리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발이 움직였기에.

“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몸이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계단을 향해서 왼발.

그리고 오른발.

그다음.

삐끗-

발이 미끄러졌다.

발은.

허공을 밟고 있었다.

다음 발판이 없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몸이 기울었다.

바닥이 멀어지고 시야가 천장을 향한다.

잠깐, 여기 계단 생각보다 높은─.

우당탕- 뽀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불이 번쩍였다.

“으윽!”

입에서 절로 고통에 찬 소리가 나온다.

다리가 뜨겁고 등에서부터 기분 나쁜 고통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이내 몸 전체를 휘감았다.

“대현아!”

몸 어딘가가 부러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일어서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아이고, 애가 왜 안 하던 짓을…….”

“…….”

그러나 걱정에 찬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왜인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다쳤으니까 혼내진 않겠지.

“아야야…….”

그래도 어딘가 부러진 느낌은 진짜였기에 의지와 관계없이 가만히 있어야 했고.

“병원부터 가자. 빨리!”

결국,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 * *

일어나자마자 캡슐방으로 직행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 아닌지는 미뤄두더라도, 신체적인 경우로 봤을 때는 완전 손해였다.

계단에서 미끄러지고.

흰색 깁스가 차여진 다리와 몸 군데군데에 감긴 붕대. 그리고 흰색 환자복을 얻게 되었다.

‘한 번 넘어진 거로 심하게도 다쳤네…….’

자세한 내역을 설명해보자면, 다리가 부러지고 몸 이곳저곳에 살짝 금이 갔다.

강하게 넘어졌다곤 하지만 예상보다 심한 부상……. 그간 운동을 도외시하고 게임만 한 성과였다.

[약, 일주일 정도 입원이 필요합니다.]

[나노 머신 투여 때문에 기간이 그리 길진 않을 겁니다.]

“네…….”

로봇 의사가 상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자리로 돌아간다.

저 로봇 의사, 원래는 의사들 반대로 안 쓴다고 하지 않았나? 아까부터 간호사도 그렇고 의사도 그렇고, 순 기계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뭐,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법이 바뀌었거나 시범 병원일 수도 있으니.

대현은 애써 신경을 돌렸다.

지금은 그런 의문보단,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

조용한 병실과 은은한 약품의 냄새.

현재 병실에 남은 사람은 가족들뿐.

드디어 논쟁의 때가 왔다.

마침 기다렸다는 듯.

“그래서…… 캡슐방은 왜 간 거니?”

아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곧바로 본제가 나오는 건가…….

발뺌할 것도 없었으므로,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게임…… 하려고요.”

“그래…··?”

아빠의 말끝이 올라간다.

그래가 아닌, 그으래? 였다.

화났다는 뉘앙스인 걸까?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들었다.

“대현아.”

“네.”

“나는 사실…… 오늘, 네 방에 있는 책들. 그거 다 버릴 생각이었다.”

“네……?”

“어차피 사는데 필요한 기초지식은 다 윤리교육 시스템으로 주입받았고, 기술 개발도 전부 AI가 하는데, 허구한 날 기초학문이나 공부하고 말이지…….”

아빠가 한숨을 푹 쉬었다.

“어제 너 방문 걸어 잠그고 나서, 엄마랑 아빠 속 많이 썩었다 이놈아.”

예상치도 못한 말에 대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책. 그거 엄마 아빠가 갖다 놓은 거 아니었나? 아니, 그보다 기술 개발이랑 AI는 무슨 소리람.

의아함에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신다.

“그런데 제 발로 직접 캡슐방에도 가고, 이제부턴 스스로 게임도 한다고 하니까…….”

툭-

축구공이 들어있을 만한 크기의 상자가 앞에 놓였다.

포장되지 않았기에,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물건.

이건…….

“가상현실 헤드셋?”

곧바로 옆면에 새겨져 있는 상품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처음 보는 연식이지만 딱 봐도 좋아 보였다.

분명 고가의 모델이겠지.

“이걸 왜 저한테…….”

“크흠.”

멍하니 상자를 보고 있으니, 팔짱을 끼고 목소리를 크게 내신다.

“몸이 그래서는 캡슐방도 못 가니까……. 그래서 주는 거야.”

“…….”

말문이 막혔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을 그토록 싫어하던 아빠가 가상현실 헤드셋을 사주셨다.

이는 살면서 못 볼 것이라 생각한 광경 중 하나였다.

게다가.

이 대화의 흐름이라면 어제 말했던 이야기의 연장선. 즉, 게임고 진학을 허락해준다는 것이었으니.

“고, 고맙습니다…….”

앞선 이상한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대현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순간.

“아, 뭐야.”

갑자기.

“그거 나 준다고 샀으면서!”

뒤에서 동생, 진아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뭐지……?’

동생은 평소에 공부한다고 게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게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기 일쑤였다.

물론 가상현실 게임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겼을 수도 있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그래도 오빠가 제 발로 갔으니까 기회는 줘야지……. 당장 좋은 고등학교는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니?”

“치이, 그게 뭐야.”

그뿐만이 아니라.

엄마가 진아를 달래면서 하는 말도 이상했다.

‘무슨 소리지?’

순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스쳐 지나갔다.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하는 듯한 이 기분.

“이거 캡슐방에 꽂혀있던 자룐데 읽어볼래? 이제 곧 [고등학교 배치]잖아.”

“고등학교 배치요?”

때마침 엄마가 팸플릿 한 장을 건네셨다.

고입요강이 담긴 팸플릿.

게임고에 대한 팸플릿은 아니었지만, 얼핏 담긴 내용이 이목을 끌었다.

‘이 내용은?’

고대현은 어느새 팸플릿에 담긴 글을 몰입하며 읽고 있었다. 분명 일반고인데, 입시 기준이 전부 게임고 같았다.

“뭐야, 이게…….”

이게 정상적인 변화가 아니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현아?”

가만히 있으니, 별안간 엄마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그…… 점수컷이 다 높지? 그래도 지금부터 준비하면, 6군 고등학교 정도는 희망이 없을 거라 생각하진 않아. 그러니까─.”

흘려들을 수 없는 말에 의해.

강제적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멈춘 시선의 끝에서.

대현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게임 열심히 해라. 엄마가 응원할게.”

……게임 열심히 해라.

그 말이 뇌리를 뜨겁게 달구었다.

* * *

병실에서 일련의 해프닝이 있고 나서.

약간의 시간을 전후로 하여.

“으흐흐.”

고대현은 가상현실 헤드셋을 보며 웃고 있었다.

핸드폰에서 봤던 문구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분명.

[위상 역전 (게임-공부)]

[특이점 돌파]

[아카식 레코드 – 페러렐 월드 조합 - 대상자에게 적합한 환경을 구현합니다.]

……라고 했었나?

믿기지 않지만, 꿈이 아니었다.

역전.

말 그대로 게임이 우대받는 세상이 되었다.

부모님과 몇 번씩이나 대화를 나누고 확인한 결과, 세상이 바뀐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학교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가르치고.

졸업하고 나서는 그때 배웠던 게임의 총집합형인 대규모 RPG 게임으로 정규 코인을 번다.

그것이 기본소득에 더해져, 각자의 빈부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 시스템.

기술 개발은 특이점 돌파 때문에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개발하는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하는 수준…….

거기에 더해서 수리까지 자가 수복처리를 하니, 사람이 할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관념 역전이라…….’

고대현은 인터넷 창을 펼쳤던 기억을 더듬었다. 어딜 가나 3대 종목 게임과 린이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역전 전의 인력이 필수로 투입되던 분야는, 하는 사람이 있어도 취미에 가까운 포지션이 되었다.

이유는 대강 짐작된다.

게임을 해야 기본소득 이상의 돈이 나오니까.

먹고 살려면 대학은 가야지, 의 대학 포지션이라 봐도 무방했다.

촤락.

그쯤, 대현은 커튼을 열고 창문 밖을 응시했다.

커튼 너머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그간 보던 일상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게 있다면 로봇이 많아졌다는 것 정도?

대현은 바깥을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어쨌든 내 세상이라는 거네.’

이곳의 게임 수준이 어떤지는 몰라도.

종합 티어 마스터를 달았던 자가 우대받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아무래도 역전 세계다 보니.

바뀌기 전의 자신은 쓸모없는 공부나 하던 애로 치환된 것 같았다.

따라서 게임고에서 콘택트를 받았다는 사실이 무산되고, 종합 티어는 아이언 2가 되었다.

‘아이언 2라니…… 정신 나갈 것 같다.’

빨리 이 답답한 점수에서 벗어나고 싶다. 티어가 올라서 가족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실력은 변함없겠지……?”

고대현은 가상현실 헤드셋을 끼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삑.

[링크 스타트]

그러자 게임 모드 진입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이 하얗게 변했다.

시작 전 대기실.

현재 서 있는 장소는 병상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흰색 공간이었다.

‘몸은 그럭저럭 잘 움직이네.’

캡슐방에서 하는 것보단 몰입감이 떨어졌지만, 얼추 비슷한 정도로 몸이 움직였다.

그렇게 가상현실의 신체를 움직이며, 뉴럴링크 테스트를 하자,

띠링-

별안간 눈앞에 창이 하나 나타났다.

[게임을 로딩 중입니다.]

이제 창에 나타난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게임으로 접속하는 방식.

‘처음은 간단하게 그라운드 제로부터 하면 좋을 것 같네.’

고대현이 로딩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퀘스트를 감지했습니다.]

[퀘스트가 자동 실행됩니다.]

“응?”

갑자기 이상한 문구가 떠오르더니.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공중에서 펑- 하고, 이상한 게 생성되었다.

쿵.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나타난 것은, 직사각형의 둔탁한 벽돌 같은 물건.

“이건?”

낯이 익다.

분명 머지않은 과거, 어떤 커뮤니티에서 사진의 형태로 본 적 있는.

흔히들 데스크톱 PC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설마.’

대현은 그 물체의 앞에 가까이 가보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니터에 불이 들어왔다.

모니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떠 있었다.

[퀘스트 명 : 써보고 말해라.]

퀘스트 기간 내에는 PC 모드로만 진행 가능합니다.

※ 퀘스트 포기 시 역전 세계가 재역전됩니다.

앞에 떠오른 문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X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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