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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갑전선에서 살아가는 법-68화 (68/186)

68화 복수는 나의 것(1)

부와아아앙-!

눈앞에 있는 거대한 강철 사냥개를 향해, 벨커스 기사들의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불꽃을 튀기며 눈앞에 있는 고대인의 병기에 작렬하는 기관포탄. 고폭탄으로 이루어진 탄환이 장갑에 맞아 폭발하며, 녀석의 시야를 차단하고 있었다.

- 베르켈! 라일!

- 알겠습니다!

이윽고 비델의 기체 양 옆에서 나타난 두 대의 콜로서스가 포연에 휩싸인 핏불 테리어를 향해 돌격포를 발사했다.

투콰앙-!

굉음과 함께 울려 퍼지는 타격음.

충격에 몇 걸음 뒤로 불러난 핏불 테리어를 본 기사들이 득의의 미소를 지었지만, 이윽고 멀쩡한 모습으로 걸어 나온 고대인의 병기를 보며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괴물이 따로 없군…!”

이윽고 자세를 낮춘 핏불 테리어가 곧바로 벨커스의 콜로서스를 향해 쇄도했다.

- 이, 이런 미친?!

- 어느 새 여기까지!

마치 포탄과도 같은 가공할 속도로 돌진해오는 강철 사냥개의 모습에 혼비백산한 기사들이 그것을 향해 기관포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공중에서 그들을 향해 쇄도하는 핏불 테리어의 모습을 보며, 벨커스의 기사들은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카앙-!

- 긴장을 놓지 마라! 돌격포로 놈의 움직임을 막아!

등에 장비된 검으로 핏불 테리어를 쳐낸 비델의 기체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다른 벨커스의 기사들이 마음을 다잡았다.

- 지금이다! 쏴라!

몸을 숙여 고대 병기의 거대한 거체를 힘껏 밀어낸 비델이 그렇게 소리쳤다.

쿠콰쾅-!

땅바닥에 처박혀 몸을 비척거리는 핏불 테리어를 향해 다시 한 번 기사들의 돌격포가 불을 뿜었다.

크어어어어-!

착탄지점에서 울려 퍼지는 괴성.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그것을 들은 벨커스의 기사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 젠장, 우리가 가진 무기로는…!

- 흠집 하나 나지 않는군요. 어떻게 하죠. 스승님!?

포진을 가다듬으면서도 낙담한 듯 침음성을 흘리는 벨커스의 기사들이었지만, 핏불 테리어를 바라보는 비델은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

- 이런 곳에서 물러선다면 벨커스의 기사로써의 도가 서질 않는다! 물러서지 마라! 계속 버티면서 저 놈의 숨통을…!

- 아뇨,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렇게 외치는 순간, 비델의 말을 끊고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다른 기사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앞으로 나선 벨커스의 콜로서스들을 헤치며 처음 보는 진회색 콜로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 돌격포대. 탄종을 고폭탄으로 교체해 주십시오. 기관포를 장비한 이들은 해제한 뒤 근접무장으로 전환.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걸어오는 글레이프니르의 손에는 콜로서스의 키만한 대검이 살벌하게 빛나고 있었다.

- 얀 베르쿠트…!

- 네놈의 지시를 따를 것 같으냐!?

그렇게 반발하는 벨커스 기사들을 비델의 손이 가로막았다.

- 스승님?!

- 급한 불부터 꺼야 된다. 녀석의 지시에 따른다.

제자들에게 그렇게 말한 비델은 이내 뒤에서 장비들을 호그에 싣고 있는 발굴단원들을 향해 외쳤다.

- 기사단이 막는 사이, 발굴단은 이대로 철수하시오!

- 그레이하운드! 발굴단을 호위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87독립중대원들이 발굴단원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대검을 치켜든 채 눈앞에 있는 사냥개에게로 달려든 글레이프니르가 그것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투콰앙-!

굉음. 아니, 폭음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거대한 소리가 이어지고, 어마어마한 충격량에 뒤로 나가떨어진 핏불 테리어를 향해 비델의 콜로서스가 손짓했다.

- 발사!

그와 함께 작렬하는 고폭탄들.

쿠콰콰쾅-!

폭연 속으로 모습들 드러낸 핏불테리어가 분노한 듯 글레이프니르를 향해 포효하기 시작했다.

크어어어-!

- 돌격 개시!

그러는 사이 비델과 함께 돌진하는 세 대의 콜로서스.

그들이 도착하는 동안 덤벼드는 핏불 테리어를 상대하는 것은 그레이하운드의 몫이었다.

캉! 카캉!

자신을 향해 짓쳐드는 사냥개의 머리, 앞발을 검으로 쳐내는 글레이프니르.

이윽고 도착한 벨커스의 기사들이 합류하며 거대한 사냥개의 움직임은 점점 더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쿠콰쾅-!

작렬하는 돌격포와 내리쳐지는 콜로서스의 검.

이윽고 핏불 테리어가 세 기의 콜로서스에게 붙잡힌 사이, 거대한 사냥게의 등에 올라탄 글레이프니르가 그대로 자신의 대검을 핏불 테이러에게 박아 넣었다.

키이이이이이이-!

철판을 통재로 짓이기는 소리와 함께 경련하는 핏불 테리어의 몸체. 이윽고 단말마와 함께 쓰러진 핏불 테리어를 확인한 벨커스의 기사들은 조종간을 잡은 손을 놓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잡았다!

- 스승님! 해냈습니다!

쓰러진 고대인의 병기를 보며 환호하는 벨커스의 기사들.

환희가 가득한 기사들을 흡족한 눈으로 훑어본 비델은 이윽고 얀을 바라보며 씁쓸한 듯 입맛을 다졌다.

‘가공할 무력이다. 13황자파가 아니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입하고 싶을 정도로.’

그렇지만 이미 비델은 얀의 의향을 확인한 상황. 한숨과 함께 발굴단을 돌아본 비델의 눈빛이 깊어졌다.

“발굴단이…. 모두 철수했군.”

드워프 유랑단의 숙련도는 역시 무시무시했다.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정리한 뒤 멀어지는 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스승님.’

그러는 사이, 상황을 눈치챈 몇몇 기사들이 자신을 향해 수신호를 보내왔다.

‘지금이라면 제거할 수 있습니다.’

‘명령을 주십시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수신호하는 제자들을 보며 비델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파벌 싸움에 미쳐있다고는 하나 자신은 엄연히 기사. 먼저 휴전을 제안한 뒤 그의 뒤통수를 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사로서의 나인가, 벨커스로서의 나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비델은 참을 수 없는 피로감을 느꼈다.

제국을 위해, 승리를 위해 싸워온 자신의 지난 세월과는 달리, 정적을 제거하고, 자신의 입지를 세우는 데에만 혈안이 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 탓이었다.

‘천출의 기사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자신의 명예마저 내버려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비델은 고개를 내저은 뒤 자신의 기사들을 향해 수신호 했다.

‘이미 그와는 얘기를 해 두었다. 교전하지 마라.’

그래. 이것으로 되었다.

사사로운 암투도, 시답잖은 일로 제자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도, 지긋지긋했다.

그레이하운드 중대에 둘러싸여있던 내내 느낀 피로감이 작금에 와서 폭발한 듯 했다.

그렇게 수신호를 한 뒤 얀을 향해 걸어가는 비델. 그를 알아챈 것인지, 얀의 글레이프니르 또한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 훌륭한 전투였소. 얀 베르쿠트 경. 다시 이렇게 싸울 수 없다는 것이 유감일 뿐이오.

그렇게 말하자 눈앞에 있는 진회색 기체에서 웃음기 서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비델 경도, 좋은 지휘였습니다. 공부가 되었군요.

그렇게 말하자 슬며시 웃음지은 비델이 아직까지도 엉거주춤 서 있는 자신의 제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 전투 중지! 벨커스 기사단! 전원 철수…!

으지직!

그리고 싸움을 멈추라는 비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 …어?

- 스승님?

그것을 지켜보던 네 명의 기사들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방금 전까지 핏불 테리어의 몸을 부수던 글레이프니르의 대검이, 비델의 콜로서스를 일직선으로 뚫은 채 솟아나있었다.

콰득! 콰드득!

튀어나온 검날에 흥건히 묻어있는 것이 자신들의 스승의 피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쯤, 쑤욱, 하고 검을 뽑아낸 진회색 콜로서스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 흐흐흐흐흐…!

웃음소리의 근원. 글레이프니르에 탄 채 입가를 비튼 얀은 뒤를 돈 비델의 콜로서스에 검을 박아 넣는 순간, 자신의 몸을 채우는 충족감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 야, 얀 베르쿠트…!

- 지금 무슨 짓을…!

그렇게 침음성을 흘리며 두어 걸음 물러서는 기사들.

쿵-!

대검에 꿰뚫린 틈새로 주인의 피를 쏟아내고 있는 비델의 콜로서스가 힘없이 그곳에 허물어지고, 대검을 든 글레이프니르의 발이 그것을 짓밟으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벨커스 기사단. 전원에게 질문한다.

방금 전의 웃음소리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착 가라앉은 목소리.

황급히 돌격포와 기관포를 장전하는 벨커스의 기사들을 향해 얀의 음성이 비수와 같이 파고들었다.

- 10년 전. 본가에 입적한 야니카라는 하녀에 대해 아는 것이 있나.

그 한마디에 몇몇은 의문을, 그리고 몇몇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야니카라니, 그 이름은?

- 아, 아버지께 들은 적이 있어. 벨커스의 피를 위해서…!

- 그만!

그 이름을 입에 담으려는 순간, 서로가 서로를 향해 고함을 치며 입을 다무는 벨커스의 기사들.

그리고 그것을 보며 씨익 미소 지은 얀이 다시 한 번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다.

- 흐흐흐…! 그래, 알고 있단 말이지?

대검을 들어올리며 그들의 콜로서스와 눈을 맞추는 글레이프니르. 붉게 빛나는 두 안광은 마치 그 안에 탄 얀 베르쿠트, 자신의 눈빛인 양 살벌하게 빛나고 있었다.

- 똑똑히 들어라! 내 이름은 얀 베르쿠트! 네놈들에게 희생된 천한 하녀, 야니카 벨커스의 아들이다!

그 말을 듣는 것과 동시에 먼저 움직인 것은 벨커스의 기사들이었다.

공포에 질린 그들은 눈앞에 있는 진회색 콜로서스를 향해 미친 듯이 돌격포, 기관포,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쏟아 붇기 시작했다.

쿠콰콰왕-!

- 제, 젠장! 젠자아앙!

- 가주님이 놈을 제거하라고 한 이유가 있었어! 죽여라! 죽여어어!

- 살려 보내선 안 된다! 절대로 놈을 살려둬선 안돼!

작렬하는 포탄과 함께 미친 듯이 흔들리는 글레이프니르의 몸체.

가해지는 충격을 받아낸 생각도 하지 않는지, 아니면 자신이 내뱉은 그 한마디의 여운에 잠겨 있는 건지, 기체를 통해 피드백 되는 고통을 그대로 받아내며 가만히 있던 얀이 그 상태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얀.”

“알고 있었어! 이 녀석들은 야니카를 알고 있었어…!”

살며시 얀의 이름을 부르는 렌이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파일럿 신호 확인. 전투 출력으로 전환. 동조율 고정 해제. 글레이프니르, 전 장갑판 개방.]

푸쉬이이이-!

기관포탄이 작렬한 뒤의 포연.

그 속에서 온 몸의 장갑판을 열어젖힌 글레이프니르가 천천히 그 속에서 걸어 나왔다.

쿠구구구구…!

장갑 틈새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검붉은 연기를 망토처럼 두른 그 모습에 얼굴이 창백해진 벨커스 기사들의 콜로서스가 두어 걸음 물러났다.

- 괴, 괴물…!

방금 처리한 핏불 테리어와는 차원이 달랐다. 무감정한 기계가 아닌, 의지를 확고히 다진 짐승이 내뱉은 진득한 살기.

투화악-!

그것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공포에 질린 벨커스의 기사들 사이로, 글레이프니르의 신형이 순식간에 짓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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