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손님이 오신다. 부르지도 않은(5)
“라엘. 저번엔 알프라이아 기사들과 어울리더니, 이번엔 인간이냐?”
“피차 마찬가지 아닙니까?”
“우린 손님을 모시는 거지, 인간을 모시는 게 아니야.”
“손님이기 이전에 인간이죠. 적어도 제 기준에선 그렇습니다.”
“흥.”
나이가 지긋한 노인과 라엘이 나누는 대화는 얀을 향해 쏟아지는 엘프들의 말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얀에게 몰려든 엘프들은 그의 제복에 손을 대고 자신의 이마를 두어 번 건드린 뒤, 깊이 고개를 숙이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건지….”
라엘을 맨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지만, 엘프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접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얀은 어쩔 줄 모른 채 그들이 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자자. 물러나요 물러나.”
“괜히 일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좋게, 좋게 갑시다. 예?”
인파를 해치고 나타난 병사들이 주민들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얀은 겨우 그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얀 하사. 괜찮나?”
“예. 그냥 옷자락만 만지고 끝나더군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불안한 듯이 그렇게 말하는 단델을 향해 라엘과 촌장이 걸어왔다.
“어서오십시오. 귀한 손님을 맞게 된 건은 저희 부족의 영광입니다.”
고개를 숙인 촌장이 그렇게 말하자 얀의 표정이 더욱 이상해졌다.
“손님이라니, 저 말입니까?”
얀의 질문에 답한 것은 라엘이었다.
“창조주의 유물을 움직이는 이들을 그렇게 부릅니다. 특히 저 신체는 이 마을과 연이 깊은 유물이니까요.”
“연이 깊다니요?”
“저 창조주의 신체를 발견한 것이 우리 마을의 청년들이었으니까요.”
얀의 되물음에 답한 것은 촌장이었다.
창조주의 신체.
글레이프니르를 두고 말하는 거창한 이름에 얀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라엘이 이 마을로 진입하는 데 자신을 부른 이유도 알 것만 같았다.
“저 녀석이 묻혀있던 곳에는 다른 마을이 있었는데.”
있었다.
얀의 손에 의해 지워졌지만.
“이전에는 그들도 저희 부족의 일원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신체를 모시는 방식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따로 떨어져 나왔지요.”
“허.”
그들도 그들 나름의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대충 고개를 끄덕인 얀에게 촌장이 다가왔다.
이윽고 그의 어깨에 손가락을 댄 뒤, 자신의 이마를 두어 번 두드리는 촌장.
일종의 의식을 하는 와중에도 그는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 신체를 찾아냈을 때, 저희는 그 안을 열어 그곳에 계신 창조주님을 모셨습니다. 지금은 저희 마을 뒤쪽에 있는 사당에 모셔져있지요.”
“창조주? 고대인의 시신 말입니까?”
“인간의 방식으로 말하자면 그렇지요.”
엘프 입장에서는 불경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뭔 상관인가. 거리낌 없이 질문하는 얀의 태도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저 녀석의 원래 주인이라.’
호기심이 생겼지만 그뿐, 확인하러 갈 생각은 없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글레이프니르를 바라본 얀.
어린 엘프들이 수줍은 듯 다가와 녀석의 발밑에 꽃이니 뭐니 하는 잡동사니들을 내려놓고는 사라져갔다.
‘동전 던지는 분수대도 아니고, 저게 뭐하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들려온 라엘의 목소리가 그를 상념에서 깨웠다.
“손님께서 다른 유물들을 찾고 계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촌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만.”
“흥. 네놈에게 그 유물이 필요한 것 아니냐? 손님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야.”
이 마을에서도 라엘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얀 자신, 혹은 저기 있는 라엘 뿐.
글레이프니르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병사들에게는 아예 한 마디도 걸지 않고 있었다.
“제게 필요한 게 맞습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얀이 그렇게 말하자 다시 고개를 숙인 촌장이 입을 열었다. 새삼 이 손님이라는 칭호가 저들에게 어떤 무게를 갖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저희 마을에선 따로 발견한 게 없습니다만, 다른 마을에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이 녀석을 통해 알려드리지요.”
그렇게 말하며 라엘을 가리키는 촌장.
마치 머슴이나 하인인 양 그를 대하는 태도가 의아한 얀이었지만, 이내 이전에 그가 한 말을 떠올린 얀은 속으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알프라이아 왕국에 사는 엘프들은 절 고블린보다 아래에 있는 무언가로 생각하거든요.’
야생 엘프들도 어느 정도 그 인식을 공유하는 걸까. 익숙하다는 듯 피식 웃어 보이는 라엘을 본 얀이 촌장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그럼 소식이 오는 대로….”
피유우우우-!
얀의 말이 도중에 끊겼다.
멀리 하늘 위로 올라가는 붉은 빛.
엘프의 마력광이 아닌 아군 진영에서 쏘아올린 예광탄이었다.
“적습이라고!? 말도 안돼! 엘프 군은 전선 대부분이 날아간 상황인데!”
단델의 목소리가 들리는 동안 얀은 급히 글레이프니르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몸을 날리자 그를 받아낸 글레이프니르의 손이 얀을 조종석 안으로 밀어 넣었다.
[파일럿 탑승 확인.]
“적 병력은?”
[사전에 입력된 정보에 따라 분류 개시. 돌격포 장비 기체 다섯 기를 확인.]
닐의 목소리와 함께 화면에 나타난 지형도에 다섯 개의 점이 빛나고 있었다.
엘프군 거점이 있는 곳에서 빠른 속도로 뛰어오고 있는 다섯 기의 콜로서스.
이전에 상대했던 기체들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였다.
[적 기체. 이전에 조우한 기체 대비 150%의 속도로 접근중. 전선 도착까지 20분.]
“뭐야, 전에 만난 그 초록색 놈들이 아니야?”
[이전에 감지된 기체와는 다른 형상과 재질을 확인. 신형 기체로 추정.]
닐의 말을 들은 얀이 곧바로 확성기를 작동시켰다.
그와 동시에 몸을 일으키는 글레이프니르.
엘프 부족민들이 둘러놓은 꽃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 먼저 가겠습니다. 기지로 복귀해주십시요.
그의 말에 답하듯 단델이 외쳤다.
“다들 복귀한다! 서둘러!”
분주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을 확인한 얀이 글레이프니르를 조작했다.
육중한 발소리와 함께 마을에서 멀어진 글레이프니르가 적 기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몸을 낮췄다.
[전투 출력으로 전환. 글레이프니르, 롤 아웃.]
퉁!
땅을 박차는 굉음과 함께 글레이프니르의 거체가 튕기듯 날아올랐다.
“우왓!?”
“꺄아아악!”
“뭐, 뭐야. 벼락이라도 친 건가!?”
마치 대포를 쏘는 듯한 모습에 엘프들 몇몇이 비명을 질렀다.
“허, 이건…. 상상 이상이군!”
“저런 움직임이라니, 마치 진짜 창조주님을 뵙는 것 같지 않은가…!”
라엘의 등 뒤에서 놀라운 듯한 촌장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페이지 세 기와 저 기체로 4호 콜로서스를 열 대…. 미쳤거나 란델 녀석의 재능이 개화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틀렸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벌써 손가락 한 마디만큼 작아진 글레이프니르의 모습을 본 라엘이 씨익 웃음 지었다.
“혼자서 모두 해치운 거였어! 저 기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점점 짙어진 그의 미소는 이윽고 소름끼치는 광소로 변해있었지만, 급박한 상황에 그것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델란엘. 새 기체는 어떤가.
- 아, 괘, 괜찮군. 4호 콜로서스와는 차원이 다른 성능이야.
자부심이 넘치는 본부 근위기사들의 목소리에 적당히 대답한 델란엘이었지만, 조종간을 잡은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괜찮아…. 이들은 성왕 폐하의 직속 근위기사들. 그냥 당하지는 않을 테니까….”
두 명의 생도를 데리고 본진으로 귀환한 델란엘. 정신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두 기사는 치료를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고, 그는 꼼짝없이 본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본부의 판단은 그의 예상과는 달랐다. 그를 탓하기는커녕, 두 명의 기사를 구출한 공을 치하하며 그를 승진시킨 것이다.
‘창조주의 유산을 약탈하여 다루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대는 그 압도적인 힘에 맞서 훌륭히 싸워주었다. 그대의 공을 치하하며 내 친히 그대에게 새 기체를 내린다.’
성왕이 직접 내린 서한을 받들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 그렇지만 이는 자신이 마주친 그 괴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 헤드 나이트 바르자엘이 전달한다. 도착까지 앞으로 10분. 각 기체, 무기를 점검하라.
- 카리엘 기, 이상 없음.
- 바미엘 기, 이상 없음.
- 미르엘 기, 이상 없음.
대장의 명령이 내려왔지만 불안함에 덜덜 떨리는 손을 부여잡은 델란엘은 그것을 듣지 못한 듯 했다.
- 델란엘. 문제 있나?
“아!”
확성기를 통해 울리는 대장 바르자엘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델란엘이 뒤늦게 확성기를 켰다.
- 데, 델란엘 기. 이상 없네. 미안하군.
그렇게 대답한 델란엘을 한번 둘러본 바르자엘의 눈이 깊어졌다. 아무리 강력한 적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근위기사가 적을 조우하기도 전에 저렇게 주눅들어있다니.
‘도대체 창조주의 유물이 어느 정도길래….’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다른 기사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 요란하게 예광탄을 쏴댄 것 치곤, 저항이 없는데?
- 포병과 기사단이 몸을 뺐다는 정보가 있었지. 아무래도 그 놈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닌 모양이야.
- 흥, 더러운 반쪽짜리 치곤 힘냈구만.
- 하늘에서 붉은빛을 내는 예광탄이 꺼지는 순간, 앞서 전진하고 있던 카리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전방에 적기 확인!
- 뭐야, 콜로서스는 빼내겠다고 하지 않았나?
- 거짓 정보인가?
- 각 기, 산개하라! 사각을 만들지 마!
눈앞에 있는 것은 처음 보는 진회색 콜로서스.
처음 보는 이질적인 모양에 확대경으로 그것을 본 기사들이 마른 침을 삼켰다.
‘보고대로군. 같은 콜로서스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이야….’
바일사르 제국의 콜로서스와 비교해서는 제법 정밀하게 만들어진 알프라이아제 콜로서스. 그 중에서도 자신들이 탄 6호 콜로서스는 부품의 정밀도 장갑재질 등, 모든 부분이 최신기술로 만들어낸 물건이었다.
그렇기에 육중한 형상을 한 다른 콜로서스와는 달리, 이 기체는 굉장히 날렵한 형상을 띈 것이 특징이었다.
그렇지만 저 기체는 무엇인가?
진회색으로 무광 처리된 몸체는 마치 인간의 신체 비율을 그대로 들고 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질적인 것은 그 몸체를 두르고 있는 장갑.
한 덩어리로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그 하나하나를 수많은 장갑판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양 팔을 두르고 있는 장갑은 곤충의 날개처럼, 여러 겹의 장갑판과 기계장치가 감춰진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펼쳐진다면 꽃잎으로도, 어쩌면 사자나 늑대 같은 맹수의 갈기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 탐조등으로 계속 녀석을 비추겠다. 사거리를 유지한 채 엄호!
- 지시 확인!
순식간에 반원형으로 글레이프니르를 둘러싼 6호 콜로서스들. 이내 한 기가 뿜어낸 빛이 글레이프니르를 비추기 시작했다.
자세를 낮춘 얀을 향해 그들이 어깨에 짊어진 커다란 돌격포를 겨눴다.
“이번엔 무기가 좀 커 보이는데.”
[적 무장 분석. 210mm구경의 장포신 강선포로 추정. 직격시 관통은 불가능하나 충격에 의한 장갑 손상, 혹은 파일럿의 내부 장기 손상이 예상됨.]
“최대한 피하면서 버틴다. 보조해.”
[명령 확인. 동조율 고정. 전투관제 개시.]
전술을 의논하는 얀과 닐.
그러는 사이 수신호를 교환한 6호 콜로서스들이 돌격포를 발사했다.
투콰앙!
이전에 봤던 대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폭음.
그것이 발사되는 것과 동시에 글레이프니르의 신형이 오른쪽 끝에 있는 콜로서스를 향해 짓쳐들어갔다.
- 이쪽으로 온다!
- 젠장, 탐조등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위치를…!
- 당황하지 마! 순차 사격으로 엄호하겠다!
사격을 피한 뒤 공중에서 떨어지는 글레이프니를 보며 뒤로 뛰어오르는 콜로서스.
이윽고 한 발, 두 발. 공중에 있는 글레이프니르를 향해 차례대로 이어지는 포격을 튕겨내는 와중에 낙하지점이 어긋났다.
쿵!
[충격 계산. 파일럿의 상태 진단 개시.]
“골이 좀 울리지만 버틸만해. 그렇지만 이거….”
곳곳에 적용된 경사장갑 덕분인지 충격을 최소화한 채 포격을 튕겨낸 글레이프니르.
사격각을 계산한 뒤 장갑의 각도를 조정한 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듯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장갑을 본 엘프 기사들은 침음성을 흘렸다.
- 젠장, 정말로 괴물이군!
- 계속 압박하면서 조종사의 체력을 빼! 기체는 괴물일지언정, 안에 탄 자는 인간이다!
카리엘의 침음성에 짧게 답한 헤드 나이트 바르자엘이 곧바로 글레이프니르를 향해 돌격포를 쏘았다.
기존 돌격포의 두 배는 되는 6호 콜로서스 전용 돌격포.
이 무기의 반동을 이겨낼 정도로 마력이 강한 이들은 엘프 중에서도 많지 않았다.
투콰앙!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정밀해지는 포격.
야간 투시 모니터로 그들을 훤히 보고 있는 얀과 달리 탐조등 하나에 의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포격은 대낮에 쏘는 듯 정확했다.
이전에 상대했던 기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노련한 연계였다.
“중부 전선은 어쩌고 이런 놈들을 변방으로 보내는 거야…!”
그렇게 내뱉으며 다시 튀어 오르는 얀의 글레이프니르.
심지어 떨어지는 지점을 예측한 뒤 그곳으로 포격을 날려대는 콜로서스들 덕분에 한 순간도 움직임을 멈출 여유가 없었다.
카앙-!
“아악!?”
한 쪽 어깨를 맞춘 포탄이 불꽃을 튀기며 튕겨나갔다. 어깨를 통해 느껴지는 충격에 얀이 이를 악물었다.
[데미지 컨트롤 결과. 예상 관통치의 70% 상쇄. 파일럿 상태 진단.]
“이게 원래 충격의 3할 뿐이란 말이지…!”
기체는 멀쩡하지만, 자유로운 가동을 위해 온 몸을 기체와 동기화한 상태.
글레이프니르가 공격당할 때마다, 마치 자신이 공격을 받은 듯 격통이 밀려왔다.
[적 집단의 장비와 연계를 분석. 원거리 무장의 필요성을 제의. 현 상황과 파일럿의 상태를 고려하여 전투 회피를 권장함.]
“회피하면 저것들이 본진으로 들이닥칠 거 아니야.”
[긍정.]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포격에 얀은 식은땀을 흘렸다.
달라진 기체와 무기. 그리고 물 흐르듯 이어지는 연계. 이전에 경험한 전투와는 차원이 다른 강적이었다.
가동 시간 이전에 전투 자체에 피로감이 쌓이고 있었다.
- 좋아. 이대로 계속 압박해서….
- 안돼!
추격을 지시하려는 바르자엘을 말린 것은 델란엘이었다.
- 가져온 철갑탄이 거의 바닥났네. 이 이상 전투를 지속하다간 접근전이 벌어질 수도 있어.
- …쯧. 맞는 말이군.
기습 작전이었기에 현재 콜로서스들이 들고 있는 탄은 대부분이 인마 살상용 자탄과 고폭탄.
요새 돌파용 철갑탄으로도 뚫리지 않는 장갑을 상대로는 제대로 된 충격조차 주지 못한다.
근접전을 허용한 이전 기사단의 말로를 떠올린델란엘이 그렇게 말하자 바르자엘은 조용히 수긍했다.
이 자는 저 괴물과 가장 많은 전투를 겪은 기사였으니까.
-추격 중지. 이 이상 전투를 지속해봐야 이득이 없어. 철수한다!
- 거진 서른 발은 맞춘 것 같은데, 멀쩡하잖아….
- 저런 걸 잡을 수는 있는 건가?
신형 콜로서스 다섯 기의 집중포화에도 멀쩡하게 두 발로 서 있는 글레이프니르를 보며 다른 기사들도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 안에 탄 얀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그들로서는 알 턱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