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전선에서 살아가는 법-11화 (11/186)

11. 내부의 적(4)

[기상 예정시간에서 5분 경과. 파일럿의 행동 교정을 요구함. 본 AI는 귀하의 알람시계가 아님.]

이른 아침.

조종석을 울리는 목소리에 얀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모든 생활을 콜로서스 안에서 해결하며 미친 사람처럼 훈련한 지 벌써 일주일.

이젠 웬만한 막사보다도 오히려 이 조종석 안이 더 편할 지경이었다.

“입 좀 다물어봐, 어제 후유증 때문에 골이….”

그렇게 말한 얀은 자신이 타고 있는 조종석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조종석에 비친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고 해야겠지.

“닐, 통신.”

닐. 글레이프니르의 이름에서 따와 대충 지어준 이 AI의 이름이었다.

[….]

밖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렌의 모습을 본 얀이 그렇게 말했지만, 글레이프니르의 AI 닐은 대답이 없었다.

“빨리 안할래?”

[해당 생체단말의 행동방식과 감정회로는 파일럿 얀 베르쿠트의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하지 않음. 대화 회피를 권장함.]

퉁명스럽게 조종석을 울리는 목소리에 작게 한숨 쉰 얀이 힘줘서 말했다.

“빨리 연결해. 명령이야.”

[명령 확인. 통신 연결.]

그렇게 말한 뒤 눈앞에 렌의 얼굴이 나타났다.

평소와 같은 무감정한 표정으로 조종석이 있는 곳을 올려다보는 렌.

언제 봐도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 어때? 기체 상태.

“지난주와 비교하면 훨씬 나아. 적어도 달리는 것까지는 가능하니까.”

가동시간도 10분 정도는 무리 없이 운용할 정도. 처음 콜로서스에 탔을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지만 얀의 얼굴에는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 첫 연결 후 곧바로 기동한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워. 이렇게 발전한 것도….

“여전히 실전에선 못써먹는 상태지.”

5분이나 10분이나.

아무리 성능이 우수한 콜로서스라고 해도, 10분 만에 퍼져버리는 결함품을 쓰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엘프군 진영에는 5기의 콜로서스가 추가로 투입된 상황.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써야한다는 것이 기사단장 케인의 지론이었다.

“10번기 장갑재 장착 완료! 기동 개시합니다!”

“좋아! 이제 이쪽도 수는 얼추 맞췄어!”

일주일동안 사력을 다한 이들이 마지막으로 정비장을 떠나는 콜로서스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으로 전선에 배치된 제국군 콜로서스는 총 열 다섯. 엘프군의 중원소식을 듣자마자 새로 발굴된 콜로서스 골격에 달라붙어 만들어 낸 쾌거였다.

- 제압사격을 위한 무장을 제외하고, 전 기체는 근접전 무장으로 환장한다! 장갑을 뚫을 수 없는 이상 고전적인 방법으로 가야지!

- 예!

예비로 차출된 기사들과 견습생도들까지 전부 투입하여 구색만 겨우 갖춰놓은 콜로서스 기사단.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동하는 저들을 선배 기사들이 엄하게 지도하고 있었다.

기사단이 철수하는 것은 다음 전투 이후. 그때까지 살아남는 것이 저들의 목표겠지.

“얀 베르쿠트 하사! 있나!”

정비창 한 구석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목소리.

낯익은 그 목소리에 얼굴을 찡그린 얀이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갈색 머리의 기사.

“란델…?”

치유사들이 하루 종일 달라붙은 효과가 있었는지, 말끔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는 란델.

기사의 부름을 못들은 체 할 수는 없었기에, 얀은 조용히 기체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갔다.

“부르셨습니까, 기사님.”

“여기 있었구만! 하, 하하! 그, 오늘은 좀 어떤가?”

‘…뭐 하는 수작이지?’

다짜고짜 자신에게게 다가온 란델이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드리며 물었다.

지난주에 결투를 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에 순간 얀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차라리 죽여버리겠다고 달려드는 게 마음이 편한데.’

얀 자신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좋지 않을진데, 그는 오죽하겠는가.

마음속으로 조용히 한숨 쉰 얀은 란델의 얼굴을 보았다.

‘참는 게 얼굴에 다 보이는데.’

어색한 웃음 사이로 이를 앙다문 것이 보였다.

연기를 하려면 좀 제대로 하던가.

가식이 뚝뚝 묻어나오는 표정이 오히려 그를 안도하게 했다.

“그, 뭐냐. 지난주에는 미안했네, 얀 하사!”

다짜고짜 그렇게 말하며 한 손을 내미는 란델.

그 모습에 주변 정비병들과 기사들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분노를 억지로 눌러 참으며 먼저 사과를 건네는 모습. 기사의 관록을 몸소 보이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래봬도 정의감이 좀 투철한 편이라,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야.”

‘어딜 봐도 흑심이 가득한 결투였는데 말이지.’

그렇게 생각한 얀이었지만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투 결과에 따라 얀의 죄는 없는 것이 되었지만, 얀의 무자비한 폭행을 바라본 이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형벌부대의 악마가 기어코 기사님까지 죽이려 들었다.’

결투를 지켜본 일반 병사와 장교들 사이에서 퍼져나간 소문 덕분에 얀을 바라보는 부대원들의 시선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헛소문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에 반해 결투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 란델의 평가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것이 현실.

거기에 이런 광경까지 보였으니, 그의 평판은 더욱 올라갈 것이 분명해보였다.

“콜로서스에는 이미 익숙해진 모양이지? 전보다 움직임이 더 좋아졌는데?”

‘진짜 미치겠네. 아까부터 뭔데 친한 척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하하! 거 이 친구 겸손은!”

그렇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트린 란델이 나지막히 얀에게 말했다.

“안 그래도 다음 전투 때 자네와 내가 같이 선봉에 서게 되었네. 그 때문에 찾아온 거야.”

“…기사님과 제가, 말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얼토당토않은 소식에 순간 얀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할 뻔 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네. 사령관님이 직접 주신 명령서도 여기 있지.”

정신이 나간 것인가?

지난주 까지만 해도 서로 결투하겠다고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을 같이 선봉에 내세운다니?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 얀.

“죄송합니다만, 기사님. 그건….”

“안된다고는 하지 말아주게. 서로 결투까지 갔던 우리들이 협력하는 걸 보면, 형벌부대원들과 일반병들의 사이도 조금은 수습되지 않겠나?”

그렇게 짐짓 큰 소리로 외치는 란델.

“오오!”

“역시 기사님은 뭔가 다르시군.”

주변에서 그런 목소리와 함께 란델을 칭찬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란델을 바라보는 얀은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미친 소리. 지금 상황은 그 때 당신이 내뱉은 말 때문이잖아.’

그래도 전시에는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일반병과 형벌부대는 란델과 자신의 결투 덕분에 완전히 척을 지게 되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 기사단과는 달리, 일선에 있는 병사들은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 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

“그래서, 연계를 위해서라도 저 콜로서스의 정보를 알 필요가 있다네. 말해줄 수 있겠지?”

가식적인 웃음과 함께 그렇게 묻는 란델.

“기체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는 정비를 담당하는 렌 조사관에게….”

“허허! 이 사람 참!”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려 한 얀이었지만 무리였다.

상대는 이미 이러한 여론전에 정통한 기사.

아무런 준비 없이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장갑 강도나 그런 것을 묻는 게 아니야. 가동 시간이라던지, 자네가 낼 수 있는 기체의 출력이라던지, 그런 것 말일세.”

웃음기를 잃지 않는 란델의 얼굴을 보며 얀은 한 줄기 불안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아군에게, 심지어 상급자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형벌부대 출신인 얀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에게 거부권 따위는 없었으니까.

‘뭔가 있어. 지금 이 녀석의 정보를 다 내어주는 건 위험해. 특히 저 인간에게는.’

그렇게 생각한 얀은 정확히 그가 물어본 사항들에 대해서만 대답하기로 했다.

‘출력은 엘프군 콜로서스의 두 배 정도에, 가동시간은 10분 이내. 그 이상 기동할 시 기체가 스스로 멈춰버린다는 말이지?’

얀의 상황을 전해들은 란델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창조주의 유물이라 하지만, 가동시간이 문제로군? 10분이면 전선에 가는 도중에 퍼져버리기 일쑤겠어.”

탑승자의 마력만 충분하다면 영원히 기동할 수도 있는 것이 콜로서스. 다른 모든 무기체계를 제치고 콜로서스가 전쟁의 주역이 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연료가 필요 없는 무한에 가까운 가동시간.

그것이 불가능한 시점에서, 저 콜로서스는 실전성이 없는 무기가 된 것이다.

“고맙네. 내일 있을 작전에서 참고하도록 하지.”

“…내일,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의문을 표한 얀이었지만 란델은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래. 내일 작전.”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란델.

숙소로 향하는 모습이 굉장히 분주해보였다.

“얀 하사! 거기 있었나? 방금 기사단장님께서….”

전에 만났던 포병장교 단델 클라우스가 그에게 다가왔다.

“얀 하사? 어딜 그렇게 보고 있는 건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자신을 눈치 채지 못한 얀을 본 단델이 의아하다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

“소위님. 적의 공격날짜가 내일입니까?”

“음? 아니, 그런 말은 듣지 못했네.”

뜬금없는 얀의 물음에 의문을 표한 단델이 말을 이었다.

“애초에, 엘프들은 텔레파시로 소통하지 않는가? 우리로서는 그들이 어떤 작전을 세우는 지 알아낼 방도가 없다네. 덕분에 이렇게 상시 경계태세를 유지하는 거지.”

“…전 순간 제가 알고 있는 상식이 틀린 줄 알았습니다.”

맥이 탁 풀린 듯 그렇게 중얼거리는 얀.

란델이 사라진 장소를 잠시 바라본 얀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콜로서스를 바라보았다.

“얀 하사?”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단델의 목소리가 들려옸지만, 도저히 그것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내일 있을 작전에서 참고하도록 하겠네.’

란델 저 인간은 분명 그렇게 말했지.

그렇게 생각한 얀의 입에서 나지막하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씨발. 내통했군.”

***

삐이이이-!

“적습! 적습이다! 모두 일어나!”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깊은 새벽.

보초병의 고함소리와 함께 전선에 예광탄이 수도 없이 발사되었다.

순식간에 대낮처럼 밝아진 전장.

그렇지만 엘프군 진영이 있는 곳은 깊은 어둠 속에 둘러싸인 채 콜로서스의 발소리만이 그들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있었다.

“기사단 출동하라! 선봉대 앞으로!”

자신의 부대를 확인한 얀이 글레이프니르에 몸을 실었다.

[굿 모닝 파일럿. 글레이프니르, 시스템 기동.]

“네 눈에는 지금이 아침으로 보이냐.”

조종석에 앉자마자 들리는 무미건조한 농담에 답한 얀.

[본 AI에게는 눈이라는 시각기관이 탑재되어있지 않음. 인류연방 국제 표준시에 의거, 지금은 아무튼 아침임.]

“입만 살아가지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진회색의 콜로서스 글레이프니르.

예광탄의 붉은 빛에 둘러싸인 그를 필두로, 세 기의 콜로서스가 얀의 뒤를 따랐다.

- 젠장, 이딴 결함기와 함께해야 한다니.

- 란델 경! 따르겠습니다! 지휘 부탁드립니다!

- 모두 뒤처지지 말게!

예광탄의 불빛에 하나 둘 적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참호 속에서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던 경계병들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언제 또 저렇게 수를 불렸는지 모를 고블린들의 뒤로, 다른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잠깐만, 저 새끼들…!”

망원경을 낀 보초병이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퍽!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이 적들을 관찰하던 망원경을 뚫고 관측병의 머리를 꿰뚫었다.

어둠 속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정확도의 저격.

고블린에게 이 정도의 사격술은 당연히 무리였다.

“오크…!”

일부는 철모와 전투복. 그리고 대부분은 무거운 방탄갑주를 걸친 거한들이 거치형 기관총을 손에 든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인간의 세 배 이상은 되는 괴력과 지구력. 그리고 짐승과도 같은 투지와 인간과 같은 판단력.

엘프 왕국의 전사 계급을 담당하고 있는 전투종족. 오크들이었다.

“전사들이여! 가증스러운 인간들의 본거지를 쓸어버리러 가자!”

“후! 후! 후!”

“후! 후! 후!”

전장을 통째로 울리는 기합소리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전진하는 오크 군단.

선봉의 고블린들이 기관총의 화력을 버텨내는 사이, 방탄갑주를 두른 오크들의 기관총이 인간들의 참호를 향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투두두두두두!

- 이럴 수가? 증원은 콜로서스 뿐만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기세로 전선을 압박하는 고블린과 오크 군단.

유일한 강점이었던 보병전력의 우위를 상실했다는 것을 알자 기사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 란델 경. 위험합니다! 철수를…!

- 카일 경! 앞에!

기사 중 한 명이 그렇게 외치자, 이름을 불린 기사가 황급히 앞을 바라보았다. 포탄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불덩이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 아, 안돼!

쿠콰아아앙!

불덩이에 맞은 콜로서스가 힘을 잃은 듯 축 늘어졌다. 조종석과 마력로가 있어야 할 콜로서스의 가슴 한가운데에는 텅 빈 구멍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 마력포! 마법사들까지 동원되었단 말인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엘프군의 대공세.

중앙 전선에서나 볼 수 있는 오크 군단과 마력포가 이 전선에 투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령관의 얼굴 또한 사색이 되었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이 정도의 군사를 이런 변방에…!”

그제서야 사령관은 지난주에 기사단에 내려온 철수명령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의 게으름 덕에 명령을 늦게 전달한 것이 전선의 병사들에겐 오히려 도움이 된 셈일까?

“사령부는 이 곳을 대가로, 중앙 전선을 압박할 생각이었어!”

뒤늦게 그렇게 외치는 사령관을 본 부관들이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난주 명령서가 내려왔을 때부터 꾸준히 건의하던 사항을 못 본 체 한 것은 저 사령관이었기 때문이다.

쿠콰쾅!

여태까지 한 번도 공격받지 않았던 본영에 오크 군단의 포격이 작렬했다.

인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확도로 떨어진 포탄들. 경호하던 콜로서스가 그것을 막아내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사령관을 포함한 참모진 전부가 불덩이가 될 판이었다.

“히, 히이익!?”

코앞에 떨어진 포탄 때문에 공포에 질린 사령관이 곧바로 본영 밖으로 몸을 뺐다.

“사, 사령관님!?”

“지휘는 네놈들이 알아서 해! 난 본, 본부에 지원을 요청하러 가겠다!”

그렇게 말하며 다급하게 말을 달리는 사령관.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그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전선 지휘관이 도망가 버렸다. 전투가 시작한 그 순간.

사령관의 직속 참모였던 부관은 지휘부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우선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려라! 방어선에 가담해서 오크 보병들을 먼저 섬멸하라!”

“주, 중령님. 그럼 선봉으로 나간 네 기의 콜로서스는 어떻게 합니까?”

부관들 중 한명이 그렇게 묻자 오히려 참모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났다.

“선봉이라니? 누가 그런 걸 명령했단 말이야?”

쿠콰아앙!

두 번째 마력포와 함께 두 번째 콜로서스가 힘없이 쓰러졌다. 전선에는 도착도 하지 못한 채 벌써 두 기의 콜로서스를 잃은 것이었다.

[전방에 적 기동병기 다수 포착. 격파 가능성 희박함.]

“알긴 알고 있는데 말이지.”

벌써 두 명의 부하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앞에서 달려가는 란델의 콜로서스는 평정심을 유지한 채였다.

아니, 정확히는 쓰러진 두 기사는 안중에도 없는 듯 했었다.

- 후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확성기를 통해 조용히 그렇게 물은 얀.

- 아니? 모두 작전대로 되고 있다네.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대꾸한 란델이 전선 한복판에 멈춰 섰다.

“…닐.”

[명령 대기중.]

“지금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는 포격들 중에서, 나와 란델의 콜로서스를 노린 것이 있나?”

마지막 확인을 위해 나지막이 묻는 얀.

[분석 결과. 적 포격 궤도에 현 작전구역은 포함되어있지 않음.]

예상대로의 답변이 나오자 얀 또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 기사님. 연기 더 안하셔도 됩니다.

얀이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란델의 콜로서스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 하, 생각보다 눈치는 빠른 놈이었군.

‘네 말실수 때문에 알아낸 거야. 등신아.’

그렇게 속으로 뇌까린 얀.

그런 얀을 바라보는 란델의 콜로서스가 천천히 등에 장비한 검을 꺼냈다.

- 맨몸으로는 이기지 못했으니, 콜로서스로 재결투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 결투? 웃기지 마라. 네놈은 그럴 가치도 없어.

그렇게 말하는 란델.

그의 등 뒤로, 발소리와 함께 엘프군의 콜로서스들이 일제히 나타났다.

[전방에 적기 출현. 수는 다섯. 후방에 다섯 기가 추가로 대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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