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갑전선에서 살아가는 법-6화 (6/186)

6. 당신도 그들 중 하나(3)

[사용자 인식. 글레이프니르. 시스템 기동.]

귀를 울리는 날카로운 구동음.

목덜미에 느껴지는 뻐근한 감각에 잠시 눈을 찡그렸다.

"아파?"

"처음엔 죽을 것 같았고, 지금은 좀 익숙해졌지."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조용한 목소리에 답했다.

같이 탄 렌이었다.

"신경을 기체에 직접 연결한 거야. 대부분은 연결 시술 중에 죽어."

"…빨리도 말하네."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 얀은 자신이 앉아있는 조종석을 둘러보았다. 이미 검게 변한 피딱지들이 곳곳에 튀어 처참한 모습.

살인사건의 현장을 보는 듯 했다.

“자, 그럼 이제 설명해. 네가 누군지, 난 왜 이 녀석을 움직일 수 있는지.”

“말하면 믿어줄 거야?”

“믿어야지. 보아하니 이 녀석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너 밖에 없는 것 같고.”

그렇게 말한 얀이 렌과 얼굴을 마주했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 심지어 검은 제복에 특유의 어두운 인상까지 겹쳐, 얀의 모습은 단순히 음침한 것을 넘어 퇴폐적이었다.

그에 반해 그를 마주보는 렌의 모습은 순백.

새하얀 머리칼과 눈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비인간적인 깨끗함이었다.

“열쇠.”

“…뭐?”

“난 열쇠야. 주인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열쇠.”

“아니 뭔, 영문도 모를 소리를 하고 있어?”

다짜고짜 자신을 열쇠라고 소개하는 렌을 본 얀은 답답한 마음을 애써 억눌렀다.

이 여자는 처음 만날 때부터 이 모양이었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다시 렌의 입이 열렸다.

“이 아이는 시험대. 네가 열쇠를 갖기에 알맞은 인간인지 시험할거야.”

“아까부터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내가 묻고 싶은 건….”

그렇게 반문하려던 찰나,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얀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혹시나 쓰러질지도 모르는 콜로서스를 받아내기 위해, 케인이 직접 콜로서스를 끌고 온다고 했었지.

“아무래도 더 이상 여유부릴 수는 없겠군.”

결국 이 여자한테서 뭘 얻어내는 건 포기해야 했다.

필요한 건 그녀의 정체 같은 게 아니라 이 녀석을 사용하는 방법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짜증을 눌러 담은 얀에게 렌이 말했다.

“기동방법. 제대로 알아야 해. 첫 전투 기억나?”

그나마 기체 설명서로써는 도움이 될 것 같았기에 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밖에 기억 안나. 기동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종간을 잡은 손을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려 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우우웅-

움직이는 것은 조종간을 쥔 팔이 아니라, 이 거대한 콜로서스의 팔이었으니까.

마치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콜로서스의 몸.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런 미친, 몸이…?"

목덜미 아래로 온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조종간을 쥔 두 팔과 함께 사실상 조종석에 묶여있는 모양새였다.

"뇌에서 나오는 신경신호를 가로채서 기체에 전달해. 연결되어있는 동안에는 반신불수."

친절하게 원리를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렌의 목소리에 한숨이 나왔다.

연결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이 기체에서 탈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소리.

이 기체가 부서진다면 자신 또한 죽는 것이 확실했다.

- 어떤가, 계속 움직일 수 있겠나?

확성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눈앞에 서 있는 것은 은빛으로 빛나는 케인의 콜로서스였다.

그 아래에는 어느새 모여든 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사들은 확성기를 쓰던데, 이것도 가능한가?"

"의식을 집중해. 목소리를 내려고 하면 대신 말해줄 거야."

집중하라니, 뭘 어떻게?

두루뭉술한 설명에 얼굴을 찡그린 얀이었지만 그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가 하는 말을 따르기로 한 얀이 입을 열었다.

- 문제없습니다.

콜로서스에서 흘러나온 얀의 목소리에 그것을 구경하던 다른 기사들이 술렁거렸다.

정말로 콜로서스를 다룬다.

형벌부대 출신이, 그것도 마력도 가지지 못한 자가.

누군가는 경악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흥미로운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 좋아. 성능 실험을 위해 이쪽까지 걸어오게.

-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한 발을 내딛는 얀.

하지만 이내 온 몸을 감싸는 묵직한 느낌에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윽…!"

마치 늪 속에서 발버둥치는 감각.

온 몸에 쇳덩이를 두른 듯한 발을 내딛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그때는 도대체 어떻게 싸운 거지?'

눈앞의 은빛 콜로서스에 탄 케인의 말로는 이 기체가 엘프군의 콜로서스를 잡아 뜯었다고 했다.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인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발을 내딛는 것조차 이렇게 힘든데, 도대체 어떻게?

쿵. 쿵.

“저런 움직임으로 엘프군의 콜로서스를 물리쳤다는 건가? 믿기 힘들군.”

“저렇게 둔한 움직임으론 근접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집이 될 거야.”

“장갑은 튼튼하다던데, 그럼 차라리 고기방패로 쓰면 되겠군?”

“하하! 아무리 콜로서스에 탄다고 한들, 형벌부대는 형벌부대인 모양이야!”

곳곳에서 들리는 다른 기사들의 비웃음 소리.

그렇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케인은 진지한 눈으로 기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골격 자체가 일반적인 콜로서스와는 다르군. 아니, 애초에 저걸 콜로서스라고 부를 순 있는 건가?’

마치 진짜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관절.

거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장갑판.

지금 움직이고 있는 콜로서스의 모든 것들이 지금의 문명으로는 감히 기술의 단편도 훔쳐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 더 빠르게 달려올 수 있겠나?

케인의 물음에 얀이 몸에 더 힘을 주었다.

어느 정도 걷는 것에 익숙해진 것인지, 성큼성큼 걷는 속도가 빨라지는 얀의 콜로서스.

그렇지만 그것을 조종하는 얀의 몸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가득했다.

“생각보다 더 힘든데…!”

“자기 몸의 수백 배는 되는 질량을 움직이는 거야. 들어가는 신호의 양도, 감당할 정보의 양도 차원이 달라.”

“처음 탈 때도 생각했는데, 그런 건 미리 좀 말하라고…!”

그렇게 뇌까리면서 안간힘을 쓰는 얀.

어느 새 케인의 콜로서스 앞에 다다랐지만, 이미 온 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다.

“기동상태 양호. 첫 기동치고는 상태가 좋아.”

“난 전혀 좋지 않은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렌의 말에 답한 얀.

심호흡을 하자 어느 정도 몸이 안정되는 것이 느껴졌다.

- 좋아. 기동할 수 있다는 건 확실하군. 그럼 이제….

그렇게 말하며 케인이 콜로서스를 움직이던 때였다.

삐이이이이이---!

본부까지 울려 퍼지는 높은 나팔소리.

비상사태를 울리는 경계병의 나팔소리였다.

- 전원 전투배치! 적습이다!

콜로서스에 탄 채 그렇게 외친 케인이 먼저 달려 나갔다.

“젠장, 이런 이른 시간에 습격이라니!”

“남은 기사들도 어서 부르게! 예비 골격도 가능한 만큼 가져와! 어서!”

얀의 기동실험을 지켜보던 기사들도 어느새 분주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순식간에 파일럿을 태운 네 기의 콜로서스가 정비창에서 나와 전선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비켜! 다들 경로에서 벗어나라! 잘못하면 콜로서스에 깔려 죽어!”

예정에 없던 긴급출동에 분주한 병사들이 비명과 함께 대로에서 물러났다.

변방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콜로서스들의 진격에 몇몇 병사들이 넋을 잃은 채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프군 콜로서스 확인! 총 세 대입니다!”

- 연계할 수 없도록 포격을 멈추지 마라! 보병은 적 보병을 억누르고 연막으로 시야를 가려! 한 놈씩 각개격파한다!

케인의 지시와 함께 다섯 대의 제국군 콜로서스가 일렬로 늘어섰다. 그리고 그 앞에는 전선 전체를 빼곡하게 채운 고블린 무리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키이이이익!!!”

그리고 그 위로 나타난 엘프군의 콜로서스.

양 손에 기관포를 장비한 콜로서스에게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저들이 우리의 성지를 모욕하고 이웃 부족의 부락을 불태운 자들이다! 모두 죽여라!

“키이이이익!!! 인간! 모두 죽여라!”

“인간들! 죽인다! 잡아먹는다! 오늘은 연회다아아!!!”

이윽고 들려오는 공포 소리.

그것을 시작으로 전선을 빼곡하게 채운 고블린들이 미친 듯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대기!!! 적의 수가 너무 많다! 총알을 낭비하지 마!”

“포병대의 포격과 함께 사격한다! 전원 대기!!!”

이번에는 공격이 아닌 방어.

최전방에 선 형벌부대원들이 그들에게 돌진하여 진출을 늦추는 사이, 자리를 다 잡은 일반병들이 일제히 기관총에 탄을 먹였다.

“형벌부대 1진 붕괴합니다!”

“2진, 3진에서 탈영병이 속출합니다! 곧 붕괴합니다!”

“써먹지도 못하겠군, 버러지 놈들!”

만일 이 콜로서스에 타지 않았다면, 자신 또한 저 전선에서 고블린들을 죽이고 있었겠지.

제국군 콜로서스들과 포격을 주고받는 저 거인들 틈바구니에 껴서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전장을 바라보는 얀.

그 사이에 완전히 붕괴된 형별부대의 저지선에서 고블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일정 부분에 다다랐을 때.

“지금이다! 폭파!”

푸콰콰쾅!!!

최후 저지선에 설치해놓은 폭약이 일제히 터지며 밀집되어있던 고블린들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전군 사격 개시!!!”

탕! 타타탕! 타탕!

“키이익?!”

“다리! 다리이이익!!!”

“키에에엑!!!”

지난번 전투의 입장이 서로 뒤바뀌어있었다.

안 그래도 키가 작은 고블린들의 대다수는 몸 전체가 폭탄의 파편에 휘말려 형체를 알 수 없게 되었고, 살아남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과 같이 뒤엉켜 싸우던 형벌부대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 적군의 기세가 꺾였다! 기사단은 내 지시에 따라 보병을 지원한다! 섣불리 나서지 마라!

- 계속 돌격하라! 싸우다 죽으면 너희들은 명예로운 엘프족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돌격!

체계 없이 무질서하게 전선을 밀고 들어오는 고블린들.

그것은 가장 효과적인 전술이기도 했다.

기관총과 대포를 아무리 쏟아 붇는다 하더라도 개미처럼 달려드는 저들을 언제까지고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라면 1차 방어선이!”

“계속 버텨라! 도폭선 연결이 끝나는 대로 철수할 것이다!”

오랜 전투로 열 겹이 넘게 파여진 참호.

고블린의 압도적인 물량을 버티기 위해서는 이렇게 차츰차츰 수를 줄여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이 전선은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으니까.

그렇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쿵. 쿵. 쿵.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에 병사들의 얼굴에 절망이 깃들었다.

지난 번 공격을 좌절시킨 그 거인들이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젠장, 젠장! 적군 콜로서스가 돌진해옵니다!!!”

“이 상황에서?!”

지축을 뒤흔드는 발소리와 함께 전선으로 뛰어든 세 대의 콜로서스.

- 엘프 왕국 근위기사단이 참전한다! 성왕에게 영광 있으리!!!

***

“나도 가야겠군.”

“무리.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바닥났어. 이대로 싸우면 5분도 못가서 쓰러져.”

조용히, 그렇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경고하는 렌.

하지만 분주하게 출동을 준비하는 병사들을 본 얀은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쿠구구궁….

자세를 낮춘 콜로서스가 가슴팍에 조용히 손을 갖다 댔다. 이윽고 조종석 해치가 열리며 밖으로 나가는 길을 만들어주었다.

“내려.”

“…?”

갑작스러운 축객령에 의문을 표하는 렌.

그렇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이 전선이 밀리면 난 죽거든. 겨우 기회가 찾아왔는데, 몸이 안 따라준다고 마다할 수는 없어.”

“죽어? 전투의 패배가 네 죽음으로 직결되지는 않아.”

“직결 돼. 적어도 난.”

렌의 반문에 조용히 답한 얀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서둘러 나가라는 뜻이었다.

“…5분이야.”

“뭐?”

다짜고짜 내뱉은 렌의 말에 얀이 되물었다.

“네 의식이 버틸 수 있는 시간. 아무리 길어도 5분이야. 그 뒤에는….”

“첫 전투처럼 쓰러진다는 말이군. 전선 한복판에서.”

“그래.”

그렇게 말한 렌은 조종석 밖으로 몸을 날렸다.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콜로서스의 손으로 건너간 렌.

조용히 조종석에 앉아있는 얀을 잠시 바라본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죽지 마.”

“…뭐?”

얀의 눈이 크게 뜨였다.

10년이 넘도록 싸워온 전쟁터에서,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네가 죽으면 난 다음 사람을 찾아야 해. 너무 오래 걸려. 비효율적이야. 그러니 죽지 마.”

“하, 하하, 하하하….”

헛웃음?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난생 처음 겪는 이상한 감각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절대 안 죽어.”

의아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렌에게 얀은 그렇게 말했다. 그 한마디는 어쩐지 그녀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말인 것 같았다.

***

- 인간 놈들의 잘난 기사단은 어디로 갔나! 무서워서 꽁무니를 뺀 것인가?!

- 은기사! 당장 나와라! 그대의 콜로서스를 나 부르타엘의 창이 꿰뚫을 것이다!

한 대는 기관포, 한 대는 돌격포 그리고 마지막 한 대는 거대한 랜스.

각자 다른 장비를 찬 콜로서스들이 전장에 난입하여 방어가 한창인 보병들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투콰앙!

참호에 설치해놓은 모래주머니들과 엄폐물들은 돌격포 한 방에 터져나가고, 우왕좌왕하는 보병들에게는 기관포 세례가 이어졌다.

- 젠장, 언제 저기까지 침투를!

침음성을 내뱉은 케인이 급하게 그들 사이로 달려들었다.

목표로 삼은 은색 콜로서스가 나타나자 엘프 기사들에게 득의한 미소가 걸렸다.

- 납시셨군. 은기사!

- 네놈의 무훈도 오늘로 끝이다!

그렇게 말하며 짓쳐오는 랜스.

그렇지만 이 정도에 당할 정도라면 그를 은기사라 추켜세우는 이는 없었을 것이다.

키리릭!

마치 방패처럼 넓은 장갑판이 랜스의 앞을 사선으로 가로막는다. 힘의 방향이 어긋나자 균형을 잃은 콜로서스가 잠시 동안 빈틈을 보였다.

- 빈틈!

- 어딜!

예리하게 그곳을 노리는 은기사의 돌격포를 다른 콜로서스가 막아냈다.

나머지 한 기의 콜로서스는 뒤늦게 합류하는 네 대의 콜로서스를 막아선 채 그들에게 돌격포를 겨누고 있었다.

- 젠장, 엄폐! 다들 엄폐하라!

- 단장님! 이대로 가면…!

잠시 동안이지만 아군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철수할 수밖에 없는 건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처럼 얻은 카드도 사용해보지 못했다.

단 세 대 만으로 전선을 압박하는 엘프군.

압도적인 기술 격차에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저 장갑을 뚫을 수만 있었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철수를 명령하려는 순간.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엘프군 콜로서스가 순식간에 짓쳐들어왔다.

- 근위기사 델란엘! 은기사의 머리를 취하겠다!

‘젠장, 이 상황에서 실수를…!’

황급히 팔에 장비된 방패를 들어 올리는 은기사.

그렇지만 델란엘의 콜로서스가 장비한 스파이크는 단 한 번의 주먹질로 그것을 꿰뚫어버렸다.

투콰앙!!!

‘크윽?!’

이윽고 균형을 잃은 케인의 콜로서스를 직접 붙잡은 델란엘이 그대로 그것을 짓눌렀다.

- 크하하하! 자! 내게 목숨을 구걸해라! 은기사! 어서!

그렇게 말하며 한 손을 은기사의 조종석으로 가져가는 델란엘.

스파이크를 이용해, 조종석 째로 그를 꿰뚫을 생각이었다.

- 이걸로…!

그렇게 조종석을 겨냥한 채 손을 든 순간.

카앙-!

어디선가 날아온 무언가에 의해 치켜든 콜로서스의 팔이 크게 꺾였다.

- 무슨?!

갑작스러운 충격에 당황한 듯이 주변을 살피는 델란엘.

이윽고 천천히 걸어오는 그것을 본 델란엘의 머리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 아, 아아아…! 아아아아!!!

이번 전투로 마음속에서 떨쳐내려 했던 그 콜로서스.

자신의 콜로서스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던 그 괴물이 자신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 이봐, 델란엘! 왜 그러나?!

- 괴물! 괴물이! 저 괴물이 또오오오!!!

델란엘의 괴성을 듣고 반응이라도 한 것인지, 괴물의 머리가 들어올려져 그를 바라보았다.

진회색빛을 한 이질적인 콜로서스.

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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