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유적 포식자-6화 (6/66)

6화. 별미

“이번 사냥의 핵심은 꼬리잡기다.”

안중현은 베테랑답게 불꽃꼬리 사냥법을 잘 알고 있었다.

“환수 타입인 녀석의 몸뚱이는 얼마든지 재생과 변화가 가능하다. 이 점은 굉장히 까다롭다. 녀석은 자신의 변신능력을 통해 도주는 물론 자신의 몸뚱이를 꼬리를 지키기 위한 방패로 내세울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녀석이 자신의 꼬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방패로 만드는 순간, 그 방패를 뚫고 꼬리에 타격을 줄 만한 마법이 우리에겐 없다.”

그 말을 듣던 이강우는 마음속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석 중의 정석.’

이강우는 사실 7등급 몬스터에 대한 지식이 많진 않다. 7등급 유적을 사냥할 일이 거의 없었으니까. 그나마 불꽃꼬리 같은 경우는 여러모로 특이한 구석이 많았기에 조금이나마 지식이 있을 뿐.

그런 이강우가 봤을 때 안중현이 내놓은 답은 감히 반박하거나, 결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물론 사냥이란 것이, 정답만이 전부는 아니다.

핵심은 그 정답을 위한 풀이과정이다.

“또한 지형적 특성으로 넘어가면…… 현재 우리가 있는 이 유적의 특징은 개미굴처럼 방이 있고, 그 방이 여러 갈래의 길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안중현은 그 풀이과정 역시 알고 있었다.

“마법사 한 명에 총꾼 세 명씩, 그리고 이번 불꽃꼬리 사냥의 주력이 될 이우희에게는 네 명. 총 3개 팀이 서로 떨어진 채 움직인다. 쉽게 말해서 한 팀이 미끼가 되는 순간, 방 안으로 이동하면서 불꽃꼬리를 유인하고, 그사이 다른 두 팀이 불꽃꼬리의 꼬리를 잡기 위해 다른 방향에서 움직인다.”

풀이과정과 정답도 말해줬다.

그럼 남은 건 실행?

아직 아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불꽃꼬리 사냥에 앞서 사전 작업에 들어간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현재까지 파악된 8등급 이하 몬스터를 제거한다.”

사전 작업.

그게 먼저였고, 안중현은 그 사실 역시 놓치지 않았다.

‘이자라면 따라가도 좋겠어.’

그리고 그런 안중현을 보며, 이강우는 그를 유적에서만큼은 믿을 수 있는 존재로 판단했다.

* * *

안중현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사냥이 시작됐다.

그렇게 시작된 사냥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사냥이었다. 세 명의 마법사들이 세 개의 팀으로 나뉜 채 마치 경쟁을 하듯 몬스터를 제거했다.

최소 3서클 마법사들, 여기에 무장을 마친 총꾼들이 포함된 전력 앞에서 9등급 몬스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9등급 몬스터는 발견되는 순간이 기일이 됐다.

어찌 보면 이제까지 너무 안전을 염두에 두고,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몬스터 사냥을 했던 것이, 그렇게 시간을 보냈던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냥은 쉬운 수준을 넘어 가소로웠다.

물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그렇게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인 덕분에 이렇게 필요할 때 빠른 사냥이 가능한 셈이니까. 어쨌거나 이강우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자신이 했던 유적 사냥이, 사냥이 아닌 그냥 자살행위로 느껴질 정도로 이강우는 안중현이 이끄는 이 유적 사냥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강우는 그 만족감에 빠지진 않았다.

‘불꽃꼬리라…… 생각보다 위험해. 불안요소가 적지 않아.’

이강우는 당장 느끼는 만족감 앞에서 분명하게 존재하는 불안요소를 애써 무시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이강우가 봤을 때 불꽃꼬리 사냥에는 여러 가지 불안요소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일단 가장 큰 불안요소는 안중현이 메인이 아닌 서브가 됐다는 점이다.

‘안중현 외의 나머지 마법사들 실력은…… 나쁘진 않지만 베테랑은 아니야.’

분명 마법은 그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에 마력을 주입하면 어느 마법사라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쓰는 것과 잘 쓰는 건 엄연히 다르다.

특히 속성이 반대되는 마법을 쓰는 건 굉장히 힘들다. 이강우가 마법사가 아니기에 확신에 차서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름 마법사들이나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속성이 정반대되는 마법을 쓰는 건 평생 오른쪽에 위치한 운전석에서 오토 기어로 운전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왼쪽에 운전석이 위치한 차에서 수동 기어로 운전을 하는 느낌이라고 한다. 운전이 안 되는 건 아닌데, 정말 미친다.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사고도 일어난다.

물론 거듭된 훈련과 연습 그리고 약간 타고난 능력이 있으면 반대 속성의 마법을 쓰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불어 굳이 마법사가 마력을 주입하지 않아도 마법 아티팩트에 마력을 주입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괜히 마나스톤이 비싼 게 아니다.

하지만 안중현은 그런 방법들을 준비하지 않았고, 결국 데리고 온 마법사에게 주연 자리를 내주는 방법을 택했다.

문제는 그 주연이다.

‘이우희라고 했나? 딱 봐도 인턴이던데.’

마법사를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그 마법사가 가진 마나 서클의 개수. 둘은 그 마법사가 사용 가능한 마법의 등급과 특징. 마지막 세 번째는 경력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요소 중 마법사의 능력을 가늠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건 마지막 세 번째 요소인 경력이다.

마나 서클은 그냥 카테고리다. 2서클 마법사가 필요한 일에는 2서클 마법사 중 한 명을 고르는 게 중요하지, 1서클 마법사나 3서클 마법사를 살펴볼 이유는 없다. 마법 역시 앞서 말했듯이 마법 아티팩트는 가진 놈이 임자다. 숙련도가 분명 존재하지만, 마법사에게 눈앞에서 숙련도를 증명해라, 그런 것보다는 차라리 그 마법사가 자신의 능력으로 보여준 결과물을 보는 게 더 빠르다.

그리고 즈믄나래 정도 되는 일류 길드라면 소속된 마법사의 커리어를 적당히 꾸며주는 배려를 해준다.

속칭 인턴.

베테랑 마법사가 진행하는 유적 사냥에 신참내기 마법사가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참가시켜주는 행위다.

이번에 안중현 대신 주연이 된 이우희, 단발머리에 고양이 외모를 가진 꽤 예쁘장한 미모를 가진 그녀는 이강우가 봤을 때 인턴이 분명했다.

주력 마법은 얼음 속성의 마법으로, 원하는 형태의 얼음 무기를 만들어내는 3서클 마법 아이스 웨폰이었고, 그녀는 아이스 웨폰 마법을 통해 창, 칼 그리고 활까지 만들어내며 제법 괜찮은 실력을 보여줬다. 기본기는 분명 있었다.

그러나 몬스터와 전투를 치르는 모습에서 어색한 부분이, 실력을 떠나 경험이 부족한 부분이 이강우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그녀가 정말 불꽃꼬리를 상대할 수 있을까?’

반면 불꽃꼬리는 7등급 몬스터 중에서도 상대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놈이다.

안중현의 설명처럼 놈은 필요에 따라서 자신의 몸체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괴물이 되어서 상대를 위협할 수도 있고, 반대로 조그마한 쥐새끼로 변해 잽싸게 자리를 빠져나가는 도주 실력을 보여줄 수도 있으며, 날개 달린 새가 되어 삽시간에 머리 위를 날아갈 수도 있다.

그 어떤 몬스터보다 변수가 많고, 때문에 수준급 대처 능력을 요구하는 놈이다.

이러한 점들은 분명 불안요소다.

다른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다고 해서 애써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요소들에 의해 마법사가 위험해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총꾼이니까.

결정적으로 이강우는 이우희 팀에 속했다. 이강우가 그동안 보여준 능력, 총꾼 능력이 안중현이 높게 산 결과물이었다. 안중현도 불안요소를 느끼기에 이우희에게 이강우를 붙여준 것이었다. 안전제일을 추구하는 이강우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갑지 못한 결과물이다.

‘결국 이게 총꾼 인생이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인생이, 부평초 인생이 총꾼 인생이거늘.

그 순간 베이스캠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강우가 슬그머니 품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작은 접이식 손거울을 펴고, 이강우가 거울을 바라보는 순간 거울에 빛으로 된 문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오직 한 명, 이강우만 볼 수 있는 글자다.

이강우가 그 글자 중 하나인 [능력치]를 터치했다. 여러 수치가 거울을 가득 채웠지만, 이강우는 오직 하나만 봤다.

-섭취 마력: 5,009 포인트

이강우가 입을 꽈악 다물었다. 어금니와 어금니가 꽉 맞닿을 정도로 물었다.

‘5천 포인트.’

이 순간 이강우가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죽으면 아무 소용없지.’

이강우가 곧바로 [도서관] 항목을 눌렀다.

* * *

이강우가 5천 포인트를 모았을 때 그는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을 했다.

당장 브론즈북 구매를 통해 새로운 마법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3만 포인트짜리인 실버북을 염두에 두고 포인트를 좀 더 모아볼 것인가?

사실 마법이란 게 1서클, 2서클 마법도 충분히 효용성이 높지만 정말 그래도 3서클 마법이 훨씬 더 나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브론즈북에서 3서클 마법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못해도 질러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3서클 마법이 나온다고 해서 아직 1서클조차 활성화되지 않은 이강우가 3서클 마법을 쓸 수 있을지, 그건 미지수였다.

즉, 이강우의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브론즈북에서 좋은 게 나와도 쓸모가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못 먹는 감을 먹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는 게 옳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했다.

결국 이강우는 당장 선택을 하기보다는 뜸을 들이려고 했다. 이번 유적 사냥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유적 사냥을 마치고 이후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브론즈북을 구매할지 말지 고민을 해도 늦을 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미뤘던 선택을 했다.

[5천 포인트로 브론즈북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브론즈북을 구매했다.

[섭취 마력 포인트가 감소합니다.]

[브론즈북이 개방됩니다.]

[‘마력 부여’ 마법을 획득하셨습니다.]

여러 개의 알림이 거울 위를 가득 채웠다.

‘마력 부여?’

이강우가 거울을 얼굴 가까이 가져왔다. 작은 글자를, 마력 부여 마법에 대한 설명을 확실하게 보기 위해서였다.

[마력 부여]

-2서클 마법.

-자신의 마력을 지정된 무기에 부여합니다. 마나 서클이 많을수록 부여할 수 있는 마력의 양과 유효시간이 길어집니다.

2서클 마법이 등장했다.

‘어? 진짜? 진짜 마력 부여 마법이야?’

그리고 꽤 좋은 마법이다.

마력 부여 마법은 이강우도 모르는 마법이 아니었다.

일단 이 마법은 환수같이 물리적인 대미지를 주는 무기가 통하지 않는 놈들을 상대로 무기에 마력을 부여해서, 놈들의 실체에 대미지를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 마법이었다.

효용성?

매우 높다.

2서클 마법 중에서도 마력 부여 마법은 꽤 높은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가격도 비쌌다. 보통 2서클 마법 아티팩트보다 가격이 1.5배 혹은 2배 이상 비쌌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궁합이다. 굳이 도검과 같이 사용자가 리스크를 가져야 하는 무기에 마력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총알, 수류탄, 포탄에도 마력 부여가 가능하다. 어떻게 보면 무기에 코팅을 해주는 마법이니까.

특히 수류탄과 궁합이 좋다. 수류탄의 주변을 마력으로 코팅한 후에 터뜨리면, 수류탄의 위력을 환수 타입의 몬스터에 제대로 먹일 수 있으니까. 수류탄의 순수한 위력은 3서클 마법 이상으로 강력한 살상력과 위력을 자랑한다.

문제는 마법 자체가 위력적인 게 아니라, 마법 사용자의 능력이 더 중요한 마법이란 점이다.

쉽게 말하면.

‘돼지 목에 걸기엔 아까운 금목걸이가 나왔군.’

아직 1서클조차 활성화되지 않고, 그저 반의 반쪽짜리 마나 서클을 가진 이강우에게는 분명 버거운 마법이다.

‘분석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 걸 보면, 어쨌거나 내가 마력이 있으니 이 마법도 사용은 가능하겠지만, 실제 사용시간이 얼마나 될지…… 그보다 마력이 바닥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마력 빨려서 뒈지는 건가?’

지금 이강우가 가진 마력의 양으로는 솔직히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아니, 과연 짧은 시간이나마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일단 그게 먼저겠군.’

그러니까 그 부분을 먼저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한번 기회를 본 후에 테스트를 해봐야지.’

* * *

불꽃꼬리와의 일전을 앞두고 진행된 사전 작업은 빠르게 그리고 착실하게 진행됐다.

이미 곳곳에 설치해둔 카메라와 여러 장치들을 이용해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면서 그에 맞는 작전과 전투를 치르는 중이었고, 덕분에 단 한 명의 피해 없이 일을 치렀다.

또한 식량을 비롯한 보급품 역시 처음 들어왔을 때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오히려 몬스터가 아닌 사냥꾼 쪽이 장기전을 하고 싶을 정도다. 아니, 몬스터를 잡을수록 먹을거리가 넘쳐나니 오히려 식량은 더 늘어나는 상황.

결정적으로.

“출문 찾았습니다!”

이 와중에도 빼먹지 않고 거듭된 로봇을 이용한 탐색 결과 출문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들어왔던 것과 똑같은 문이 존재하는 방을 발견한 것이다. 그건 곧 최악의 상황에 7등급 몬스터와의 전투를 배제하고 출문을 통해 나가면 목숨은 부지하고, 모래시계문 클로즈가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출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이번 유적 사냥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짧은 환호성과 함께 주먹을 쥐었다.

안중현도 마찬가지였다.

‘불꽃꼬리가 상대라는 것만 제외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베스트 시나리오군.’

그 무렵이었다.

“이강우, 이강우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습니다.”

출문이 발견되자마자 이강우, 그가 베이스캠프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것은.

* * *

‘20초.’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순간 이강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건 다름 아니라 초였다.

‘20초 동안 쓸 수 있어.’

이강우를 찾아온 갑작스러운 경련의 원인은 다름 아니라 급격한 마력 소모에 따른 후유증, 일명 마력 쇼크였다. 마력 쇼크의 증상은 저혈당 쇼크와 비슷했다. 손발이 갑자기 저리기 시작하고, 현기증이 나며, 혈색이 급격하게 나빠지며, 심할 경우에는 경련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는다.

이강우의 경우에는 의식을 잃는 상황까진 오지 않았지만, 온몸의 자유가 박탈되는 그 느낌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섬뜩했다.

그러나 그 불쾌하고, 섬뜩한 경험 앞에서 이강우는 속으로 웃었다.

‘이건 꽤 쓸 만하겠어.’

이강우는 마력 부여 마법을 20초나 쓸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물론 웃는 건 이강우뿐이었다.

이강우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순간, 베이스캠프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변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출문 발견으로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했고, 당연히 베이스캠프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강우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는데 그 좋은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 리 만무하지 않은가?

망가진 분위기.

총꾼 중 두 명이 이강우의 상태를 체크했고, 당장 생명에 지장이 가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파악하는 순간, 이강우가 보다 나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줬다.

삼십여 분.

이강우가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정을 되찾기까지 걸린 삼십여 분의 시간 동안 베이스캠프의 분위기는 이번 유적 사냥에서 가장 최악의 분위기였다.

정신을 차린 이강우는 곧바로 안중현과 대화를 했다.

“몸 상태는?”

“괜찮습니다.”

“평소 지병이 있었나?”

“아닙니다.”

“특정 몬스터와 접촉한 경험 혹은 우리들과 다른 무언가를 먹은 적이 있나?”

“없습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이강우는 속으로 연거푸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강우는 출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곧바로 마력 부여 마법을 썼다.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된 상황이었고, 이후에는 불꽃꼬리 사냥을 위해 밥 먹을 시간조차 제한될 상황, 무언가 시도를 해보려면 그때가 유일한 기회였으니까.

그렇다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일이 잘 풀리면 이강우의 안전을 위해서 그를 출문을 통해 먼저 밖으로 보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강우를 격리 조치할 수도 있으니까.

혹은 이강우의 증상이 마력 쇼크 후유증이란 걸 눈치채고, 이강우가 혹시 몰래 마법 아티팩트를 품 안에 숨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때문에 안중현과의 대화는 매우 중요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번 일을 그저 개인적인 해프닝 정도로 만들어야 했다.

“몬스터 도축에 따른 부작용인가?”

“그건…….”

그 순간 대답을 해준 건 천영수, 바로 그였다.

“몬스터 도축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생겼을 터. 무엇보다 도축한 몬스터 중에서 문제가 생길 만한 녀석은 한 마리도 없었네.”

천 노인의 말에 안중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우는 재차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안중현은 천 노인의 말을 어느 정도 귀담아들으니까. 대충 여기서 정리되겠네.’

한편 안중현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안중현 입장에서는 이번 일을 단순하게 지나칠 수는 없었다. 이강우의 갑작스러운 경련이 만약 바이러스나 혹은 독같이 다른 이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에 의한 것이라면 이강우를 하루빨리 이번 파티에서 배제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내가 보기엔 바이러스나 독은 아닌데…….’

하지만 반대로 이강우 주변에 있던 사람들 중에 이강우와 같은 증상을 보인 이는 없었다. 또한 베이스캠프에서 이제까지 이강우와 보낸 시간, 결정적으로 이강우가 직접 도축한 몬스터와 그 몬스터로 만든 음식을 먹은 이들이 멀쩡한 상황에서 이강우가 몬스터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경련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그렇게 높진 않았다.

사실 이런저런 사항을 조합했을 때 개인적인 지병 등에 의한 경련일 가능성이 컸다.

의외로 많다. 유적이란 특수한 환경, 극도로 제한된 생활 환경, 특히 빛 한 점 제대로 들지 않는 개미굴 같은 공간 속에서 보름 넘게 지내면 자신도 모르는 지병이 문제를 일으키는 건 물론, 아무런 지병도 없던 인간이 새로운 병을 얻게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어쨌거나 안중현은 여기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선택지는 둘.

이강우를 격리하느냐, 아니면 계속 같이 움직이느냐.

‘흠.’

만약 이강우가 평범한 총꾼이라면 격리를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강우는 뛰어난 도축 기술자임과 동시에 뛰어난 총꾼이었다. 실제로 안중현이 봤을 때 열 명의 총꾼 중에 이강우보다 실력이 좋은 이는 없었다.

‘이강우는…… 불꽃꼬리 사냥에 있으면 좋은 전력이다.’

대단한 일이었다. 천 노인은 애초에 총꾼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쳐도, 이강우를 제외한 여덟 명은 즈믄나래 길드에 정식 고용된 자들이다. 전직부터가 화려한 자들이다. 특수부대 소속이었고, 최고의 전문가를 모은 그곳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은 자들이었으며, 이미 여러 번의 몬스터 사냥과 유적 사냥을 통해 충분한 검증을 거치고 경력도 쌓은 실력자들이었다. 그저 단숨에 목돈 좀 만져보려고 크루를 통해 유적 사냥에 나서는 어중이떠중이와는 비교를 거부하는 자들이다.

그런데 그들보다 낫다?

물론 가지고 있는 기술 자체가 낫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만약 다른 총꾼들과 이강우를 놓고 사격 실력이나, 그 외에 폭탄을 다루는 솜씨, 로봇을 다루는 솜씨 등을 비교하면 이강우가 나을 건 없다. 오히려 이강우가 뒤처질 것이다.

대신에 유적 사냥에 필요한 경험과 상황 대처 능력, 몬스터에 대한 지식은 분명 우수하다.

그래서 이번 불꽃꼬리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이우희에게 이강우를 붙여줬다. 이강우라면 한 번 정도는 유적 사냥 파티에 긍정적인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

이강우를 뺀다고 전력에 큰 차질이 오거나 그러진 않지만, 반대로 이강우를 넣어서 나쁠 건 전혀 없다.

‘넣느냐, 빼느냐.’

짧은 고민 끝에 나온 답.

“몸 상태는?”

“조금만 더 쉬면 나아질 것 같습니다. 이미 멀쩡합니다.”

“좋아. 격리는 없다. 사냥은 계속한다. 그전까지 최대한 몸을 추스르도록.”

이강우를 데리고 간다.

그게 안중현이 내놓은 답이었다.

* * *

이강우가 일으킨 사건은 베이스캠프 분위기를 삽시간에 어둡게 만들었지만, 이후 이강우가 빠르게 제 모습을 찾으면서 분위기는 금방 풀렸다.

“갑옷비늘도마뱀을 이용한 스테이크입니다. 숙성을 통해 아마 맛이 끝내줄 겁니다. 소스는 저번에 잡은 무덤쥐 지방을 발효해서 만든 소스입니다. 저번에 드셨겠지만, 치즈 맛과 비슷하니 그걸 고려해서 찍어 드시면 됩니다.”

여기에 이강우가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려는 듯 솜씨를 발휘해서 나온 만찬은 이강우의 경련 사건을 심각한 사고가 아닌 소소한 해프닝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다시 한번 푸짐한 식사를 마친 유적 사냥 파티는 안중현의 지휘 아래 사전 작업을 계속했다. 불꽃꼬리와의 조우는 피한 채 유적 곳곳에 숨어있는 몬스터들을 찾아내고, 제거했다. 제거 작업이 끝난 후에는 곳곳에 보급품을 숨겨놓는 식으로 언제 어느 순간에든 최소한의 보급을, 신속한 보급을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불꽃꼬리가 주인이었던 유적을 사냥꾼들을 위한 무대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작업이 전부 끝났을 때.

“이 시간부로 불꽃꼬리 사냥을 시작한다.”

진짜 사냥이 시작됐다.

“플랜A로 시작한다. 모두 위치로 이동.”

* * *

-얼음팀 현재 B룸으로 이동 중입니다. B룸에서 잠시 대기토록 하겠습니다.

-돌팀, 얼음팀에 맞춰서 D지역에서 C지역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언제든 접촉 가능합니다.

“불팀도 움직이겠다. 돌팀이 불꽃꼬리와 접촉 그리고 유인을 준비하도록. 돌팀이 불꽃꼬리와 조우 이후 유인을 하면, 얼음팀이 방에서 나온 후에 꼬리를 잡는다.”

소형 마이크를 통해 명령을 내린 안중현이 짧게 숨을 내뱉었다. 그냥 숨이 아닌 한숨처럼 보였다.

그래서일까?

“긴장이 되는가?”

천영수가 짧게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안중현은 쓰게 웃었다.

긴장을 하느냐고?

당연히 한다. 억지라도 긴장을 해야 한다. 몬스터 사냥, 그것도 7등급 몬스터 사냥을 앞두고 긴장을 푸는 게 멍청하고 위험한 짓이다. 안중현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감각을 곤두세웠다.

천영수는 자신이 괜한 질문을 했다는 듯, 짧게 웃은 후에 화두를 슬그머니 바꿨다.

“그보다 이강우, 그 녀석에게 관심이 많은 모양이군.”

주제가 이강우로 바뀌었다.

안중현은 그 주제에 곧바로 반응했다.

“실력 좋은 도축자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법 아닙니까?”

“왕지홍이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걸세. 왕지홍 입장에서도 자네가 도축 기술자가 필요하다는 걸 모를 리가 없으니까.”

“반대로 왕지홍이 그걸 알면서도 이강우를 내 파티에 집어넣은 건, 내게 원하는 게 있으니 이강우를 놓고 거래를 하자는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까? 그 인간이 속에 키우는 구렁이가 족히 열 마리는 넘을 텐데.”

이강우는 안중현이 지명해서 데려온 사람이 아니다. 안중현이 지명했던 건 천 노인이었다. 이강우는 그런 천 노인의 스페어로 이번 유적 사냥에 참가했다.

달리 말하면 왕지홍은 이강우를 숨기려고 하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강우를 넣었다.

그럴 의도가 분명 있었고, 안중현은 나름 왕지홍의 의중을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었다.

“그도 그렇군. 그럼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녀석을 손에 넣을 생각인가?”

“천 노인께서 보시기엔 이강우란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기 의중을 숨기고, 상대방 비위를 맞추는 재주가 있는 놈이지. 적어도 겉모습이 전부는 아니야.”

“다루기는 편하겠군요.”

“가진 능력은 상당하네. 분명히 말하는데, 반년 후에는 녀석이 나보다 훨씬 실력이 좋을 걸세. 그리고 왕지홍은 그런 이강우의 진면목을 제대로 모르고 있고. 만약 왕지홍이 이강우의 진가를 알았다면 절대 자네 앞에 보여주지 않았을 걸세. 뭐, 나도 녀석의 진면목을 몰랐지만.”

대단한 칭찬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칭찬에 인색한 인물이 천 노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안중현은 이 순간 천 노인의 의중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저보고 무리를 해서라도 녀석을 잡으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왕지홍 밑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것보단 자네 밑에서 구르는 게 녀석 입장에서도 나을 테니까. 적어도 자네 밑으로 들어가면 수입과 대우를 떠나서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인 활동이 가능하지. 그리고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테고. 왕지홍 밑에 있어 봐야 결국 9등급이나 8등급 몬스터를 기계적으로 써는 게 전부일 테니.”

말을 하던 천영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짓은 내가 했던 것만으로 충분하네.”

“천 노인께서는…… 단순히 이익을 위해서 그러신 게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그러신 것 아닙니까?”

“세상을 위해서, 몬스터로부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세상이 나아지기보다는 오히려 안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됐지.”

천영수의 과거를 아는 안중현은 대답 대신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 쓴웃음 사이로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이강우의 가치를 저울질했다.

그 순간.

-불꽃꼬리가 빠른 속도로 이동합니다. 방향은 B룸입니다.

급보가 들렸다.

안중현이 천 노인과의 대화를 멈추고, 재빠르게 대답했다.

“얼음팀 B룸에서 나온 후 C룸으로 이동하라.”

-얼음팀 B룸에서 나왔습니다. C룸으로 이동 중입니다. C룸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안중현이 이번에도 짧게 숨을 내뱉었다.

‘불꽃꼬리도 우리를 인지한 모양이야. 쉽사리 교전을 허락해주지 않는군.’

* * *

-불꽃꼬리가 B룸으로 들어갔습니다.

-돌팀 대기.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30초 후에 돌팀이 B룸으로 난입한다. 돌팀이 불꽃꼬리와 접촉 및 유인을 한다.

“얼음팀, C룸에서 대기 중. 명령이 나오면 즉시 꼬리잡기에 나서겠습니다.”

이우희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그동안 머물던 베이스캠프보다 좀 더 큰 방의 문 앞에서 총을 든 채 경계 중이던 이강우는 입을 꽉 다문 채 나오려는 한숨을 꿀꺽, 삼켰다.

‘드디어 왔다.’

때가 왔다.

이제까지 적당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견제만 했지만, 몇십 초 후에 추격전이 시작될 것이다.

이강우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 순간 이강우는 다져진 자신의 각오를 간지럽히는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불꽃꼬리는…… 분명 우리 팀을 노리고 있어.’

일단 이강우는 불꽃꼬리가 현재 세 개로 나누어진 팀, 불팀, 돌팀, 얼음팀 중 유독 얼음팀만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이강우만 눈치챈 건 아니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불꽃꼬리는 유적 사냥꾼들의 존재를 인지했다. 안 할 수가 없다. 자신이 살던 집에 갑자기 쳐들어와서 자신의 부하 혹은 먹잇감이나 다름없던 몬스터들을 쓸어버린 외부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또한 불꽃꼬리는 자신의 집에 등장한 침입자를 쉽게 봐서는 안 되는 적으로 판단했다. 그게 아니라면 놈이 먼저 적극적으로 싸움을 걸었을 것이다. 놈은 지금 적극적인 교전을 피하고 있었고, 그건 상대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는 증거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불팀과 돌팀은 계속해서 불꽃꼬리와 거리를 좁히려고 시도한 반면, 얼음팀은 불꽃꼬리와 거리를 벌리려고만 했다는 점이다. 불꽃꼬리 입장에서 불팀과 돌팀은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상대로 인식되겠지만 반대로 얼음팀은 싸움을 피하는 약한 상대로 인식될 것이다.

약자를 먼저 제거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리고 얼음팀도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더 나아가 이제 그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불꽃꼬리가 B룸으로 들어갔고, 조만간 돌팀이 놈을 공격할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면 이것저것 재는 게 불가능하다. 당장 싸움에 싸움으로 맞대응을 해야지. 그렇게 교전이 시작되고, 불꽃꼬리가 돌팀과 불팀을 상대하는 사이 얼음팀이 놈의 뒤를, 꼬리를 노릴 것이다.

지금은 그것만 신경 쓰면 된다.

그것만 신경 쓰면 되는데…….

이강우의 가슴 속 이질감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았다.

‘잠깐.’

그 순간 입구만을 집중하던 이강우가 시선을 돌렸다. 이강우가 입구가 아닌 방 안을, C룸이라 이름 붙인 방 안을 살폈다. 야간 투시경을 통해 보이는 녹색 시야.

그 시야 속에서.

‘분석!’

이강우가 갑자기 분석 마법을 썼다.

[분석 마법을 사용합니다.]

녹색 세상 속에서 이질적인 움직임이, 이제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녹색 세상으로 봤을 때는 분명 밀폐된 공간이었을 벽에서 보이지 않는 틈으로 무언가가 흘러나오는 게 보였다.

분석 마법을 써야만 볼 수 있는 것!

‘마력?’

“개구멍!”

이강우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응?”

“뭐야?”

이강우의 그런 갑작스러운 외침에 사냥개시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던 얼음팀의 모든 이들이 흠칫 놀랐다. 총꾼 둘과 마법사 이우희가 이강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B룸에 불꽃꼬리가 사라졌다! 구멍! 통로!

-뭐?

돌팀으로부터 긴급속보가 도착했고, 모두가 이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당황하는 순간.

덥석!

이강우, 그가 근처에 있던 이우희의 손목을 잡고 C룸 밖으로 도망치기 시작하자.

툭!

C룸 안으로 주먹 크기의 불꽃 하나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 하나가 떨어졌다.

야간 투시경으로 보이는 그 불꽃의 등장을 두 명의 총꾼은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 역시 온 신경이 입구 쪽에만 집중되어 있었으니까. 그들은 그저 갑자기 이우희의 손목을 잡고 돌발행동을 하는 이강우를 보며 소리쳤다.

“뭐야?”

“무슨 짓이야?”

그렇게 그들의 의식 밖에서 등장한 불꽃은 귀신의 혼령처럼 허공에 떠올랐고.

크와앙!

거대한 사자의 꼬리가 되었다.

전투가 시작됐다.

* * *

반투명한 느낌이 드는 거대한 찰흙을 빚어 만든 듯한 사자의 크기는 보통 사자의 2배는 될 법할 정도로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낌새 없이 등장한 놈은 자신의 모습을 갖추자마자 입을 벌렸다. 거대한 송곳니 네 개가 번뜩이는 입을 벌린 채 배 속에 있는 것을 토해냈다.

크와앙!

녀석이 토해낸 건 단순한 울음, 소리 따위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하고 무시무시했다.

소리를 듣는 순간, 이우희의 손목을 잡고 부리나케 룸 밖으로 도망치는 이강우를 멍하니 바라보던 두 명의 총꾼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순간 그들은 용케…….

투투투!

방아쇠를 당겼다.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보통 사람이, 아니 어느 정도 훈련을 받은 이라고 해도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멍하니, 겁에 질려 굳어버린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당긴 방아쇠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사자의 신경을 거스르게 만드는 소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총구에서 뿜어진 탄환은 허공을 가르듯 사자의 반투명한 몸뚱이를 그냥 스쳐지나 애꿎은 벽에 꽂혔다.

그마저도 오래 가지 않았다.

총성이 터지는 순간 사자가 몸을 날렸고, 지척에 있는 총꾼과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앞발을 휘둘렀다. 녀석의 앞발에 달린 손톱…… 손톱이라는 표현보다는 낫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섬뜩한 형태와 예기를 품고 있는 그것은 총꾼의 몸을 종잇장 자르듯 잘라냈다.

비명은 없었다. 목과 명치 사이, 그리고 명치와 배꼽 사이, 배꼽과 허리 사이, 몸뚱이를 절묘하게 가른 손톱 공격은 총꾼이 비명을 내지를 여유조차 주지 않았으니까.

다른 한 명 역시 비명은 없었다. 사자는 앞발로 한 명을 해치우자마자 곧바로 그 옆에 있던 녀석을 향해 입을 벌렸다. 입을 벌리자마자 녀석의 목이 기린처럼 늘어났다.

덥석!

사자는 단숨에 총꾼의 머리부터 가슴까지, 입 안에 넣었다.

7등급 몬스터, 불꽃꼬리가 선공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 * *

이강우가 이우희의 손목을 잡고 달리는 순간, 이우희는 쉽게 따라가지 않으려는 듯 반항을 했다.

‘미친! 따라오라고!’

이강우가 그런 이우희를 향해 작금의 상황을 짧게 설명하기 위한 단어를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순간.

크와앙!

뒤에서 터친 살의와 적의 그리고 그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강렬한 무언의 힘에 이우희는 반항을 접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렸다. 이강우가 딱히 손목을 잡아당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달렸다. 이강우도 당연히 달렸다.

그 둘은 순식간에 룸 밖으로 나와 통로에 섰다. 통로에 서는 순간 이강우는 이우희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놓은 그 손으로 이우희의 등 뒤쪽을 가리켰다.

이우희가 이강우를 바라봤다. 하지만 바라본다고 해서 딱히 눈빛을 교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둘 다 야간 투시경을 쓰고 있었으니까. 이강우는 그냥 눈빛 교환 대신 이우희의 어깨를 밀고, 본인은 자신이 가리켰던 방향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흩어지자는 의미.

‘여기서 둘이 같이 움직여서 좋을 건 없어.’

이강우의 판단은 합리적이었다.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두 곳, 그러면 각기 따로 움직이는 게 정답이다. 괜히 같이 죽을 필요는 없다. 둘이 합쳐진다고 해서 가시적인 전력 증가를 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30초…… 아니, 20초 정도만 버티면 돼.’

또한 갑작스러운 사태에 불팀과 돌팀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불팀과 돌팀은 양쪽에서 위치해 있다. 20초 정도 후에는 그들과 합류할 수 있다.

‘합류 후 싸운다.’

지금 상황이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상정했던 범위 내의 상황이긴 했다. 안중현 정도 되는 베테랑이라면 충분히 지금 상황에 맞는 지휘를 해줄 터.

때문에 여기서 이강우는 기도했다.

‘차라리 날 쫓아라.’

이우희는 이번 불꽃꼬리 사냥의 열쇠다. 그런 그녀가 혹여 불꽃꼬리에게 역으로 잡혀서 큰 피해를 당할 경우, 상황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꼬일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강우가 쫓기는 게 낫다. 이강우 입장에서는 빌어먹을 일이지만, 이우희가 당하는 것보단 낫다.

때문에 이강우는 낌새를 봤다. 무작정 달리는 게 아니라, 정말 몇 초에 불과했지만 불꽃꼬리가 룸에서 통로 쪽으로 나오기를, 놈이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렸다.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불꽃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목이 긴 사자, 괴상망측한 모습을 감추었던 녀석은 통로로 나오는 순간 자신의 모습을 바꾸었다. 녀석의 몸이 꿈틀꿈틀거리더니, 이윽고 날렵한 늑대로 변했다.

동시에 녀석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곧바로 이우희가 도망친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이강우가 이를 갈았다.

“에라이, 씨발.”

말과 함께 이강우가 품속에 있던 거울을 꺼냈다.

* * *

손거울을 이용해 [마법] 항목에서 슬롯에 있는 마법을 교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초 남짓했다. 단순히 손이 빨라서 그렇게 신속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연습.

이강우는 혹시 이런 경우, 급하게 손거울을 이용해 마법 슬롯의 마법을 교체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서 나름 연습을 했다.

마법 슬롯을 채우고 분석 마법이 마력 부여 마법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이강우는 차고 있는 소총의 탄창을 빼냈다. 툭! 소리가 나며 탄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탄창에는 총알이 가득했다. 이강우는 꽉 찬 탄창을 버리고, 새로운 탄창을 꺼냈다. 이강우는 새로운 탄창 안에 있는 총알에 마력을 부여했다.

‘헉.’

자신의 가슴속에서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듯, 뭉텅 빠져나가는 힘에 이강우의 오른 다리가 저도 모르게 휘청거렸지만, 이강우는 바로 균형을 잡은 후에 이를 콱 물었다.

‘버텨.’

이를 콱 물고 이우희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렸다. 아직 분석 마법이 유효한 덕분에 그리고 통로가 곧게 뻗은 덕분에 이강우는 금방 불꽃꼬리를 찾을 수 있었다.

보이자마자 곧바로 총구를 겨누고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투투투!

투박하면서도 규칙적인 총성이 터졌다.

그 총성 뒤로…….

크릉!

화가 난 짐승의 울음이 작게, 낮게 울려 퍼졌다. 이강우의 총알이, 마력이 부여된 총알이 늑대로 변한 불꽃꼬리의 육체에 제대로 타격을 줬다는 증거였다.

불꽃꼬리는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이우희를 쫓던 녀석은 이강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고, 이강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불꽃꼬리를 피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진짜 빌어먹을 인생이야.’

위험을 자초했다.

그러나 후회하진 않았다. 총꾼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이다. 이게 총꾼의 역할이다. 마법사 대신 고통 받는 것. 그리고 총꾼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결국 남은 건 전멸밖에 없다.

더불어 이강우는 자신의 발을 믿었다. 불꽃꼬리와의 거리는 꽤 됐고, 조금만 도망치면 불팀과 합류할 수 있다. 이미 불팀 역시 이강우를 발견했다는 신호를 줬다.

몇 초다. 5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숨 한 번 길게 쉴 시간 동안만 불꽃꼬리에게 당하지 않는다면 죽을 일은 없다.

단지 문제는…….

‘빌어먹을!’

마력 소모.

그 부분을 제대로 염두에 두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이강우는 갑자기 몰려오는 현기증에 기겁했다. 마력 쇼크 때보다는 나았지만, 그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위안거리가 될 수는 없었다. 이강우가 이번에는 이가 아니라, 입술을 물었다.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물었다. 입술을 무는 순간, 가족의 얼굴이, 어머니와 여동생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거기까지였다. 이강우는 달리기는커녕 현기증에 쓰러지지 않은 채, 그렇게 버티는 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이강우가 제대로 뛰지 못한 채 시간을 버리는 사이, 늑대로 변한 불꽃꼬리는 이강우와의 거리를 정말 빠르게 좁혔다.

이윽고 거리가 10미터도 채 남지 않았을 때 불꽃꼬리는 도약했고, 동시에 녀석의 머리가 뱀처럼 늘어났다. 녀석의 주둥이는 찢어지듯 벌어지며, 이강우의 머리통을 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때!

-숙여!

이강우의 귀를 파고드는 그 음성에 이강우는 버티지 않고 그냥 현기증에 몸을 맡기듯, 바닥에 쓰러졌다.

퍼엉!

쓰러진 이강우의 몸 위로 불똥이 튀었다.

* * *

“내가 놈의 시선을 끌었다.”

교전은 신속하게.

“이우희 공격해! 박태중 보조!”

지휘는 정확하게.

“이강우 버텨라!”

배려마저 잊지 않은 채 1서클 마법, 불똥을 쉴 새 없이 연사하며 불꽃꼬리를 뒷걸음치게 만드는 안중현의 위엄은 남자도 반할 만큼 멋지고 훌륭했다.

불 속성인 안중현의 마법으로 불꽃꼬리의 실체인 불꽃을 없앨 순 없지만, 녀석이 만든 몸에 타격을 주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

더불어 안중현은 1서클 불똥 마법으로 처음에는 이강우 주변에 벽을 만들 듯 사용했다. 당장 녀석의 시선을 끄는 것보단 이강우를 지키기 위해, 방어적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 안중현의 공격이 효과를 봤다. 불꽃꼬리가 무리해서 이강우를 덮치기보다는 상황이 안 좋다고 느낀 건지 뒤로 걸음을 몇 걸음 물렸다.

그렇게 이강우와 불꽃꼬리 사이의 거리가 3미터 정도 됐을 때.

푸홧!

이강우와 불꽃꼬리 사이에 3서클 마법 불지뢰가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불지뢰에서 내뿜어지는 열기는 불꽃꼬리는 물론 이강우에게도 영향을 줬다.

‘으으!’

이강우는 이 사이로 신음을 흘리며, 몸을 벌레처럼 웅크렸다.

뜨겁고, 미칠 것 같다. 지척에 불꽃꼬리가 있고, 불꽃이 팡팡 터지는데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보통 사람은 이런 상황을 겪으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꽉 물고 있는 이강우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어졌다.

‘씨팔…… 살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이 이강우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구르자.’

이후 이강우는 남은 힘을 쥐어짜 몸을 굴렸다. 바닥을 벌레처럼 구르며, 불꽃꼬리와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벌리고자 했다.

그러는 사이 이우희가 전투에 참가했다. 그녀는 아이스 웨폰 마법을 이용해 작은 얼음 폭탄을 만들었다.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폭탄을 새총을 이용해 날렸다.

팟!

채 20미터가 되지 않는 거리에서 그녀가 날리는 작은 얼음 폭탄은 놀라울 만큼의 위력을 선보였다. 얼음 폭탄은 정확하게 불꽃꼬리의 꼬리에 명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푸슈슈슈!

이우희가 있는 방향에서 총꾼 한 명이 든 소화기가 소화 분말을 강하게 뿜어대기 시작했다.

소화기를 이용해서 불꽃꼬리를 잡을 순 없다. 하지만 불꽃꼬리의 꼬리에 있는 불꽃의 본질이 불인 이상, 어느 정도 영향을 준다. 사람으로 따지면 누군가 몸을 간질이는 느낌 정도는 줄 수 있다.

신경이 쓰이지 않을 리 없다.

그렇게 준비한 비밀병기, 소화기를 이용해 불꽃꼬리의 신경을 거스르며 녀석이 틈을 보이는 순간.

파앗!

이우희는 재차 만들어낸 얼음 폭탄을 새총으로 날렸다.

이우희의 아이스 웨폰 마법은 3서클 마법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위력이 대단치 않더라도, 그 마법을 위해 소모되는 마력의 질이 다르다. 겉으로 보이는 위력 이상으로 상대방에게 더 치명적인 대미지를 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불꽃꼬리의 사방에서 큼지막한 돌기둥, 흙기둥이 튀어나오며 불꽃꼬리의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이번 파티의 세 번째 마법사, 흙을 다루는 마법사가 선보인 2서클 마법 기둥주먹의 위력이었다. 기둥주먹은 단순히 불꽃꼬리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녀석의 변신하는 것을 정말 적극적으로 방해했다. 마법이 거듭 사용될수록 통로 안이 기둥의 숲이 됐다. 정상적으로 이동하는 게 불가능해질 정도로 변했다.

그러는 사이 이우희는 재차 새총을 이용해 얼음폭탄으로 불꽃꼬리의 불꽃을 공격했다.

파앗!

불꽃과 닿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며 더 큰 피해를 주었기에 대미지는 더 컸다.

크르르!

이 순간 불꽃꼬리의 입에서 나온 울음이 구슬펐다. 조금 전에 보여준 무시무시한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궁지에 몰렸다는 의미.

불꽃꼬리의 약점이었다.

불꽃꼬리는 무시무시한 변신 능력을 가진 만큼, 불꽃 자체가 가진 방어력이나 생명력은 약했다. 불꽃꼬리에게 있어 자신의 불꽃은 심장과도 같은 매우 중요한 장기인 셈이었고, 그런 곳에 연거푸 강력한 공격을 당한 시점에서 불꽃꼬리가 제힘을 발휘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물론 이우희에게 주어진 공격 횟수도 많은 건 아니었다.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야, 얼마나 쓸 수 있어?”

마력 쇼크 직전의 상황.

“……한 번.”

3서클 마법사가 3서클 마법을 연거푸 썼는데, 오히려 담담하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그 순간.

파앗!

불꽃꼬리의 모습이 모두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안중현의 시선에서도, 이우희의 시선에서도 사라졌다.

“잡았나?”

“잡았어?”

그 둘이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그 둘이 동시에 말한 목소리가.

-잡았나? 잡았어?

이강우의 귀에도 겹쳐 들렸다.

‘잡았나?’

그 순간 이강우가 고개를 휙 돌려 불꽃꼬리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런 이강우의 시선 사이로, 작은 불꽃을 꼬리에 매단 아주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보였다.

그 다람쥐가 빠르게 움직이며 이강우의 주변을 지나가려고 했다.

‘아!’

이강우는 분명 직감했다.

‘이거 잡아야 해!’

불꽃꼬리가 도망치기 위해 수작을 부렸다. 현명한 수작이었다. 기둥주먹이 만들어낸 기둥 숲에서 덩치가 크면 도주는커녕 오히려 맞추기 좋은 표적이 될 뿐. 작은 동물로 변한 건 매우 현명했다.

그리고 이곳 유적에는 개구멍이 몇 개 있다. 이제까지 유적 사냥 파티도 찾지 못한 개구멍이! 불꽃꼬리가 만약 그 개구멍을 통해 도망치고 다시 힘을 찾는다면?

‘놓치면 끝장!’

무조건 여기서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잡아야 하지? 이제 딱히 마법을 쓸 수도 없는 이강우가 환수 타입인 불꽃꼬리를 만지는 것조차 불가능할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가는 순간, 이강우의 눈앞으로 불꽃꼬리 다람쥐가 스쳐 지나가려고 했다.

생각할 시간은 없다.

할 수 있는 건 당장 즉각적인 행동뿐!

덥석!

그 순간 이강우가 불꽃꼬리 다람쥐의 꼬리를, 불꽃을 자신의 입에 넣어버렸다.

동시에.

꿀꺽!

삼켰다.

‘내, 내가 무슨 짓을?’

본인 스스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그런 이강우의 눈앞에 떠오른 건.

[9,324포인트의 마력을 섭취하셨습니다.]

마력 섭취를 알리는 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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