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헌터의 자취방-179화 (178/200)

# 179

179. 침투 (2)

15평 정도 될 응접실. 입구를 제외한 각 벽에는 작은 테이블을 낀 1인 소파가 일정 간격을 두고 놓여 있었다.

먼저 대기 중이었던 두 사람은 다가오는 인기척에 정면의 입구를 응시했다.

남매로 보일 법한 금발과 푸른 눈의 남녀가 정장 차림의 남자와 함께 들어왔다.

직원은 응접실 안을 향해 오른손을 펴 보이며 말했다.

“편히 앉아 주시면 됩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아바와 달리 도현은 정면의 치에샤를 보고 굳어 버렸다.

의아함을 느낀 시선들이 도현에게 모였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도현이 움직이지 않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트론 님, 왜 그러십니까?”

직원 쪽으로 돌아간 도현의 시선에 큰 눈을 깜빡이는 아바가 들어오자 움찔한 도현은 표정을 풀며 숫기 없는 사내처럼 말했다.

“아… 저분… 머리와 눈동자 색이 너무 독특해서요.”

“아아, 저도 처음에 뵙고 무척 놀랐었죠. 그만큼 특별한 능력을 갖추신 치에샤 님이십니다. 옆의 분은 지적인 외모와 달리 야성미가 넘치시는 한 님이십니다.”

분위기를 띄우려는 건지 직원은 이상한 수식어를 붙여 소개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네 사람은 서로를 탐색만 할 뿐이었다.

‘한……?’

도현은 그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어 봤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날 듯하면서 나지 않았다.

‘뭐, 특이한 이름도 아니고.’

제브라드에서도 흔한 이름 아닌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두 사람을 향해 도현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직원은 이어서 도현과 아바를 두 사람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지금 뉴욕의 재앙을 위해 희생까지 마다하지 않으셨던 1급 헌터 아바 님이십니다. 개편된 사이커 명칭으로는 포스 원. 사이커 세계에선 각하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실 정도이시죠. 옆의 분은 트론 님. 수줍음이 많으시지만 치에샤 님처럼 특별한 능력으로 각성하신 분이십니다.”

소개를 끝낸 직원은 곧바로 뒤로 한 발 물러나 말했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안내자가 도착합니다. 그때까지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테이블 위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그럼 즐겁고 유익한 시간 보내시길.”

그 말을 끝으로 직원은 빛기둥에 휩싸여 사라졌다.

응접실엔 곧바로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입구에서 오른쪽 자리에 나란히 앉은 도현과 아바 사이에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다.

도현이 저기압인 걸 눈치챈 아바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였다.

도현은 당장에라도 치에샤의 목을 잡으려는 손을 숨겨 주먹을 꽈악 쥐는 것으로 분노를 삭였다.

‘치에샤가 어떻게 미국에 온 거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가정을 대입해 봤지만 그럴수록 복잡해지는 머리에 가슴은 뜨거운 불구덩이를 삼킨 듯 목구멍까지 바싹 말랐다.

마른침을 삼킨 도현은 좀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응접실에 들어오자마자 치에샤를 본 순간 정말 정신이 아찔해졌다. 앞뒤 잴 것 없이 목을 비틀어 뽑아 버릴 뻔했지만, 아바를 보자 도현은 가까스로 이성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시청에 들어오기 전 들었던 아바의 잔소리가 생생하게 귓가에 울렸기 때문이다.

물론 환청이지만 그 말이 신기하게도 예전에 사가가 했던 잔소리와 겹쳐 들릴 줄이야.

‘참 다행이지.’

멈추지 못했다면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은 자신과 아바가 전부였을 거다. 그리고 그녀의 조언대로 모습을 바꾼 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그로 인해 치에샤가 도현을 알아보지 못했으니까.

신이었다면 몰라도 이제 인간이지 않은가. 얼굴을 확인하지 않으면 치에샤도 눈앞에 도현이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내가 이렇게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움직일 거란 생각도 못했을 거고.’

치에샤, 아니 제브라드가 아는 도현은 절대 그런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도현은 고소함에 속에서 끓던 분노가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여유를 되찾은 도현은 눈을 굴려 아닌 척 치에샤를 봤다.

따분하면서도 멍청한 얼굴로 천장을 보는 치에샤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 보니까 다시 짜증 나네.’

모든 일의 원흉. 저 정도면 신이라기보다 악마다.

농장에서 주변인들의 기억을 지우고 감쪽같이 사라지더니 어떻게 미국까지 넘어온 건지. 인간이란 말도 사실은 거짓이 아닐까?

의심하기에는 느껴지는 기척이나 마나는 일반인처럼 평범 그 자체였다. 정말 외모만 아니면-

‘평범……?’

도현은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후려치는 위화감에 벌어지려는 입을 꾸욱 다물었다.

‘신성력이 안 느껴져.’

치에샤가 갖고 있던 한 줌의 신성력 말이다.

그래서 익숙하게 느낀 게 ‘평범’.

이어서 떠오른 의문은,

‘저 둘은 어디서 온 거지?’

자신과 아바가 들어오기 전부터 응접실에 있었다는 건 저들이 먼저 테스트를 봤다는 말이다.

그건 즉, 먼저 시청을 찾았다는 말과도 같다.

‘물론 같은 도시의 시청이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넓은 땅덩어리에 테스트를 볼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다.

뻔한 정황보다 도현은 자신이 몰랐다는 부분에서 기가 찼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대체 무슨 방법을 쓴 건지 모른다는 게 더 분했다.

도현은 조용히 감각을 높였다. 확실히 치에샤와 한이라는 사내의 기척은 다른 각성자들과 달랐다. 구름 위를 걸어 다닐 정도로 가볍고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시청이 넓다지만 모를 정도는 아닌데.’

끊겨 사라지다시피 한 흔적을 쫓아 저지시티까지 갔던 도현이다.

‘그렇다면 확인해 보면 될 일이지.’

괜히 머리 아프게 싸매고 앓을 필요는 없다. 이 일에 써먹기 좋은 아바도 있지 않나.

일단 그 전에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도현은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은 아바에게 귓속말을 하는 척 생각을 전했다.

-아바, 도와줘야겠어.

-이제 좀 진정됐어요? 하, 도현 님, 저 말라 죽어요. 뭘 하면 돼요?

아바는 도현에게 생각을 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말까지 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뭐야? 트론, 긴장 많이 했구나? 괜찮아. 누나가 있잖아.”

“아… 네, 누나.”

어수룩한 척 도현도 대응하며 머릿속 대화는 이어졌다.

-아바, 농장이 제브라드 차원과 동화됐다는 말은 들었지?

-아, 네. 전투 훈련 때문에 이오르 님 외에는 만나지 못했지만요.

그래서 치에샤를 보고도 가만히 있었던 거구나.

슬쩍 띄워 볼까?

-은발, 저게 제브라드 차원의 신이야.

아바가 순간 벌떡 일어났다. 당연하게 시선이 모였다.

도현은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지금은 인간이야. 힘도 잃었어. 신성력이 있긴 했는데, 이상하게 텅 비었군.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도 의문이야. 시청에서도 기척을 못 느꼈거든.

“누나? 왜 그러세요……?”

아바가 당황한 기색을 빠르게 지우며 살짝 부드럽게 웃었다.

“아하하… 너무 답답해서. 목이 타네. 음료 좀 달라고 할까? 트론, 너도 마실래?”

순간 기지를 발휘한 아바에게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네.”

아바는 버튼을 누르기 전 치에샤와 한을 향해 물었다.

“마실 건가요?”

치에샤는 무시하듯 멍하니 있었고, 한은 이때다 싶었는지 대답 대신 말을 걸어왔다.

“아바 님, 혹시 옆의 분이 친동생입니까……?”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시선으로 아바와 도현을 번갈아 보는데 아바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휘저었다.

“친동생 같은 동생이죠. 죽을 뻔한 걸 구해 줬거든요.”

찰나였다. 환하게 웃더니 벌떡 일어나 도현과 아바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세상에! 정말 대단한 친구군요? 동생이라 할 만합니다. 하하, 저도 아바 님의 팬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습니다! 조국의 여신을 구한 청년이라니, 정말 영화 같은 일입니다!”

과장에 가까운 행동이었지만 그게 정말 진심 같아 아바는 더 당황스러웠다.

“저, 저기…….”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는 아바를 향해 걸어 나온 한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반짝이며 아바에게 악수를 건넸다.

“아, 한입니다. 한이라 불러 주세요. 크으- 지금도 눈앞에 여신님이 계신 게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저 같은 놈에게도 운이란 게 있다니! 정말 오늘 죽어도 웃으며 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정말 기뻐하는 팬의 모습처럼 비쳤지만, 두 사람을 의심 중인 아바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손을 맞잡은 아바가 물었다.

“한이 제 팬이셨다니……. 감사하지만, 과분한 말에 제가 더 부끄럽네요. 그런데… 오늘 각성했나요?”

온화한 말투와 달리 아바는 웃음기 없는 눈으로 한을 직시했다. 그녀의 헌터 활동지가 뉴욕이었던 만큼, 웬만한 각성자들은 다 꿸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더군다나 동양인이라면 눈에 띄지 않을 리가 없다.

‘교류 헌터로 공백기가 있긴 했지만…….’

그 시기에 각성했다면 벌써 외눈박이에게 끌려갔을 거다. 그리고.

‘이 위화감.’

웃는 눈동자 뒤로 서늘한 시선이 자신과 도현을 훑는 걸 모를 수 없었다. 마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거기에 오늘 각성한 사람답지 않게 유들유들한 행동도.

천성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보기엔 너무 안 맞는 행동이 많지 않나.

초대에 응해 먼저 온 두 사람을 봤을 때 치에샤라는 여자가 조력자라 생각했지만, 도현의 말을 들은 지금, 이 사내가 조력자라는 걸 확신했다.

‘자, 어떻게 할래?’

그런 아바의 도발과 달리, 한은 정말 능청스럽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이거,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보시는 바와 같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데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재해에 휩쓸려 떠밀려 온 걸 구해 주신 분이 있었어요. 말씀해 주시기를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더라고요. 그 때문인지 드문드문 기억이 떠오르긴 하지만 집중하려 하면 엄청난 두통이……. 하핫, 이거 괜한 얘길 한 것 같군요…….”

-익숙한 시나리오네.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도현의 생각에 아바는 자신 있게 물었다.

-역시 조력자죠?

-좀 더 지켜보자.

아바는 살짝 안타깝게 한을 바라보며 양손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미안해요. 저도 동생 트론이 비슷한 일을 당해 남 일 같지 않네요…….”

“그… 런가요? 흔한 일은 아니라던데. 동정심을 산 위로였나 보군요.”

쓴웃음이 이어졌다. 희한하게도 조롱처럼 느껴졌다. 역시 뭔가 있는 게 분명한데 찔러 봐도 교묘히 피해 가는 게 보통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지.’

아바는 살짝 눈시울을 붉히며 한의 손을 양손으로 꼬옥 잡았다. 그리고 잔잔히 미소 지었다.

“그래도 떠오르는 기억이 있으니 희망이 있을 거예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저에게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꼭 도와 드리고 싶어요. 제 팬이시기도 하니까.”

“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아바 님. 말씀만으로도 힘이 나네요.”

“어머? 절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니시죠? 연락 없으면 제가 직접 찾아갈 거예요?”

“이런, 꼭 연락드리죠! 찾아오시는 건 참아 주세요. 다른 팬들에게 맞고 싶지 않습니다. 하하.”

진심인지 당황한 얼굴이 적나라했다. 대화가 끊기겠다는 생각이 든 아바는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듯 혼자 가만히 있는 치에샤를 보며 한에게 물었다.

“흐음, 그런데 미스터 한, 혹시 저기 아가씨와 아는 사이인가요? 소개 때부터 목소리를 듣지 못했네요.”

아바는 일부러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번에는 한이 곤란한 듯 쓰게 웃었다.

“저 아가씨가 영어를 못합니다. 한국어만 하죠. 어쩌다 만나서 함께 테스트를 봤는데, 일단은 언어 때문에 함께 다니는 실정이긴 합니다.”

한은 고생을 회상하는 듯 크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접근하기 껄끄러워질 정도로 노골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바에게 한국어는 장벽이라 할 수 없었다.

냉큼 치에샤에게 다가간 아바는 눈을 반짝였다.

“어머, 치에샤. 영어를 할 줄 몰랐군요. 오해해서 미안해요. 난 아바예요. 만나서 반가워요!”

“아, 안녕하세요. 치에샤… 입니다. 한국어를 무척 잘하시네요…….”

치에샤가 당황해 우물쭈물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났다. 그리고 도현의 중계가 이어졌다.

-한이라는 놈, 한 방 먹은 얼굴이야.

이때다 싶어 아바는 떡밥을 던져 보기로 했다.

“물론이죠. 한국 교류 헌터로 두 달쯤 있었거든요. 모르나요? 저 우도현 헌터 팀으로도 있었어요.”

-나이스!

도현의 추임새에 아바의 웃음이 진해졌다. 떡밥은 월척을 낚았다.

“우… 도현 헌터요?”

“도현… 아니, 우도현 헌터 말입니까?”

치에샤와 한이 동시에 되물었다. 아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치에샤의 반응이야 예상했지만, 한의 반응은 정말 날것 그대로였다.

당연했다. 도현의 최근 영상과 기사가 수백, 수천 개였기 때문에 한, 송강한은 첫 데뷔 기사나 팀을 꾸렸다는 기사를 찾을 정신이 없었다.

아바가 자신을 보며 눈을 깜빡이고만 있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송강한은 아차 싶었다. 그리고 어쭙잖은 변명을 붙였다.

“아, 제 기억이 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니에요. 그럴 수 있죠.”

라고 말하며 아바는 도현에게 생각을 전했다.

-뭔가 이상한데요?

대답이 없었다. 살짝 확인하니 조금 전까지 연기하던 어수룩한 모습은 어디 가고 심각한 얼굴로 송강한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도현 님?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아바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치에샤를 봤다. 그녀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흔들렸고, 입술은 씹어 먹을 듯 잘근잘근 뜯고 있었다.

무척이나 초조해 보이는 모습. 모든 걸 아는 사람이 봤다면 들킨 행동으로 보이겠지만, 반대로 모른다면 사정이 있어 보이는 행동으로 착각하기 좋았다.

그래서 아바는 모른 척하기로 했다.

“치에샤, 힘들면 말하지 않아도 돼요. 누구나 사정은 있는 거니까. 이렇게 한국이 아닌 조국을 위해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잖아요?”

“조국… 동료……?”

“그래요. 새로운 삶을 사는 거죠. 그리고 동료와 함께 조국을 지켜요.”

아바는 믿어 의심치 않는 애국심을 가진 사이커처럼 연기했다. 그게 통한 걸까?

“아바… 님…….”

치에샤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같이 울먹였다. 비록 그 속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좀 더 파헤쳐 주겠어!’

불붙은 아바는 살짝 섭섭한 얼굴로 말했다.

“님이라뇨. 언니라 불러요. 아, 내가 언니 맞죠? 동양인은 겉으로는 나이를 알기 힘들어서-”

“그럼요. 각성으로 이런 모습이 됐지만, 22살이에요.”

“와, 그 얼굴로 22살? 너무한 거 아니야? 5살 차이밖에 안 나는데 내가 너무 늙어 보일 정도잖아!”

“아, 아니에요! 아바 님도 무척 아름다우세요!”

“님 아니고 언니!”

“네, 언니.”

불편했던 분위기가 두 여성의 대화로 살짝 훈훈함이 돌았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송강한은 자신을 멍하니 보는 트론을 보고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이거, 이제는 트론 씨가 대화에 못 끼게 생겼군요.”

아바도 키득 웃었다.

“저와 미스터 한이 있으니 괜찮겠죠.”

도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셋은 동시에 웃었다. 그것도 잠시, 아바와 한은 웃음을 지우고 응접실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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