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헌터의 자취방-130화 (129/200)

# 130

130. 대륙 스케일 (3)

소림사가 봉산을 발표한 지 3년.

도현은 그저 호기심이었다.

워프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가 없는 중국. 거기에 1등급 워프까지 떡하니 있는데 그냥 지나갈 리가.

들키는 것도 상관없었고, 시비가 붙는다고 해도 문제없다.

그래서 워프 앞으로 왔더니.

출입 금지 구역인지 반경 20미터 안에 느껴지는 인기척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 워프 자체에서 마나가 흘러나오다 못해 줄줄 샜다. 그 영향으로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고, 다가온 들짐승들은 터져 죽는다.

그 예로 4급 이하 헌터인 왕호우더, 리찌리인, 시웬시오, 쑨타오 4명이 오자마자 기절했다.

한국 헌터들이야 차 부부나 서 팀장은 3급 이상이니 상관없었고, 막 3급이 된 김경희나 재우도 의외로 괜찮았다.

의외인 건 프로페셔널 팀의 4급 헌터 정현이었는데, 오히려 그녀보다 정령 마루가 골골댔다.

그리고 도현 티켓으로 주펑이 함께 왔는데, 안전 관광이라는 우스갯소리로 도현표 방어막을 두르고 있어 멀쩡했다.

예상 못한 상황이었지만, 이것대로 중국 헌터들이 의욕을 불태워 주니 썩 나쁘지 않았다.

도현은 허공에 손을 흔들어 워프 기운을 흩트리는 것으로 정리했고, 정신이 든 리찌리인이 진법을 설치하는 동안 주위를 살폈다.

낡은 나무판자 위에 굵게 써진 한자.

읽을 줄은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 깔린 건 어둠과 음습함이었다. 오랜 시간 워프에 노출되어서일까.

그런 실내에 홀로 금붉게 빛내는 달 조각은 마치 위험을 경고하는 사이렌 등처럼 보였다.

다들 그런 워프를 보며 저마다 생각에 잠긴 동안, 도현은 문득 제브라드로 넘어가게 된 계기였던 게임의 난공불락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황금 갑옷을 입은 채 왕좌에 앉은 그 보스의 눈이 저렇게 황금빛으로 붉게 타올랐으니까.

파직파직 터지는 스파크는 덤이었다.

‘어? 스파크?’

도현이 눈을 깜빡였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인지하고 난 뒤부터 스파크가 잦아지며 범위가 넓어지고 있었다.

도현은 미간을 좁히며 옆의 차도식에게 물었다.

“매부, 1등급 워프 외형은 다른가요?”

“아닙니다. 색만 다를 뿐이죠. 그런데 이상하긴 하군요. 금색을 띠는 붉은색 워프는 처음 보는데요?”

음, 그렇다면 저건 아무래도 생각하는 그게 맞는 것 같은데.

호기심에 왔다가 이거 중국에 좋은 일만 하고 가는 것 아니려나.

말이 없어서인지 매부가 슬쩍 물어 왔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잠깐 고민하던 도현은 이런 건 말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했다.

“이거, 워프 브레이크 같은데요.”

“계양산에서 있었던……?”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차도식은 굳은 표정으로 심각하게 말했다.

“다른 분들은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

맞는 말이다.

1등급 워프다. 제 목숨을 장담하기도 힘든 워프인데, 무려 브레이크까지 예상된다.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었지만, 도현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이다.

그렇게 버거울 거였으면 애초에 혼자 왔겠지.

마침 진법 설치가 끝난 리찌리인이 손을 탁탁 털며 들어오다 멈칫했다.

“분위기 왜 이래?”

도현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아쉽긴 하네요. 테스트 좀 해 보려고 했더니. 리찌리인, 진법은 얼마나 유지되지?”

테스트란 말에 핏기가 삭 가시는 이들 사이에서 그녀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파훼하기 전까지는 계속. 뭐, 2급 공안 헌터가 여기까지 쫓아온다면 끝이겠지만.”

‘설마 봉문한 소림까지 오겠어?’라며 장난스럽게 키득거리는 목소리에 도현이 혀를 찼다.

“그러기에 숙련이 아니라 등급을 올리라니까.”

“아니, 그게 마음대로 돼?”

울컥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라 비휴단 전부가 그랬다.

다짜고짜 넘어간 농장이란 세계에서 한 달을 미친 듯이 굴렀는데 현실로 일주일도 안 지났을 때의 기분이란.

물론 진법을 대범위로 설치하면서 숙련도가 최대치로 올랐지만, 등급은 오를 기미가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그녀야 진법과 씨름하는 게 다지만, 단원들은 차 부부에게 먼지처럼 털렸다.

특히 대장인 주티엔용은 함께 합류하게 된 한국의 김경희라는 헌터 때문에 자괴감에 빠졌다.

그가 지옥 같은 훈련을 견뎌 낸 것은 보란 듯이 강해져 무시하지 말란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도현을 볼 날만 기다리며 이를 갈았는데, 그가 늘 달고 다니는 재우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서 할 말을 잃었다.

그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까딱일 때면 어느새 밥이, 음식이 젓가락 사이로 순간 이동해 버리는 것이었다.

그것도 귀찮은지 나중에는 입만 우물거리는데 모든 음식이 사라지는 경지까지 보였다.

섬세한 컨트롤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쓸 정도라니…….

얼마나 지옥 같은 훈련을 견뎌야 가능한 것일까?

그래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 세상의 어떤 텔레포터도 그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걸.

비휴단의 소스라치는 경악에도 재우는 그저 흐흐! 웃으며 멍하니 음식만 우물거렸다.

리찌리인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도현이 저렇게 훈련을 꼭 집을 때면 부족하단 말인데, 혹시나 특훈하자는 건 아닐까……?

그녀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궁금증이 더 컸다.

리찌리인은 이유가 궁금해 도현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왜……?”

“왔네.”

도현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진법이 펼쳐진 절 입구 밖으로 향했다.

바뀐 게 하나 없는 풍경 그대로였지만, 갑자기 허공에서 파문이 일더니 스님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어억! 귀, 귀신!”

뒤로 나자빠지는 주펑과 달리 모두 스님을 보고 긴장했다.

잘 긴장하지 않는 차도식도 본능적으로 하지현을 등 뒤로 숨기며 앞으로 나섰는데, 그 얼굴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연 소림사군요. 1급 헌터라니!”

‘1, 1급!’이라고 외치는 주펑의 통역에 여기저기에서 감탄과 함께 긴장이 몰려왔다.

어쨌든 불법 침입이니 말이다.

그런 걱정과 달리 스님, 우슈보가 합장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우슈보라 합니다. 시주들께선 금홍월석에 들어가십니까?”

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가지.”

“시주, 감사합니다.”

입술을 일자로 다문 우슈보의 눈은 어떤 결심으로 가득했다.

[1등급 워프, 봉인된 도철에 입장하셨습니다.]

[2주기 워프입니다. 제한 시간 안에 도철을 처리해야 합니다!]

[워프 브레이크까지 11시간 59분 남았습니다!]

“도… 철?”

“워프 브레잌… 크흡!”

“처남님! 이대론 모두… 커헉!”

보호막을 두른 주펑을 제외하고 들어옴과 동시에 모두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차도식마저 하얗게 질려 소리치는데, 붉게 치솟은 민둥산 사이로 먹구름이 움직였다.

쿠구구궁!

이족 보행을 하는 소의 다리와 하반신이 보였다. 그 위로 사람의 손과 팔에 이어 사람의 얼굴이 드러났다.

무엇이든 찢어발길 듯한 짐승의 날카로운 이빨과 무쇠 코뚜레, 소귀와 하늘을 찌를 듯 굽은 뿔까지.

20층이 넘는 빌딩 하나가 몸을 굽혔다. 새카만 동공에 헌터들이 거울처럼 비쳤다. 공포에 미쳐 버릴 만큼 엄청난 기운이 뼈째 짓이길 듯 다가왔다.

“끝인가…….”

주티엔용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스쳐 갔다.

“빈도가 막겠습니다. 시주들께선 도망치십시오!”

모두가 감탄했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앞장서다니.

다만 차도식과 하지현만 당황한 눈빛으로 우슈보와 도현을 번갈아 봤다.

도현은 손가락을 튕겼다.

몸을 압박하던 기운이 말끔하게 사라지며 진탕이 됐던 속이 거짓말처럼 나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두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바로 앞까지 짓쳐 들어온 동공이 도현을 향했다.

그리고,

크아아아아!

날뛰기 시작하는 놈을 향해 도현이 주먹을 날렸다.

커어어억!

한 방에 점이 되어 날아갔다.

도현이 웃었다.

“이놈 쓸 만한데?”

씨익 웃는 얼굴에 흠칫하는 헌터들 사이로 차도식과 김경희만이 존경의 눈빛으로 도현을 바라봤다.

***

중국은 난데없는 워프 실종으로 비상사태가 일어났다.

10일 전쯤, 톈진에 한국 헌터 우도현이 나타나더니 번화가에서 헌터들을 살해하고 도망쳤다.

영상 매체와 온라인에서는 그 일로 국제적 범죄자로 낙인찍히며 평생 들어도 넘칠 욕이 난무했지만, 그 당시 톈진에 있었던 관광객이나 톈진 시민들이 찍어 올린 영상에 사람들은 이상함을 느꼈다.

복잡한 번화가에서 게릴라전처럼 나타난 헌터들이 시민과 여행객이 있음에도 공격을 감행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마법이 번화가 거리를 향해 떨어졌다.

자동차 4대가 다닐 정도로 넓은 거리였지만,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사람이 들어차 있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경악했다.

공격에 터져 나가는 사람과 무너지는 건물을 예상했지만, 벽이라도 만난 듯 허공에서 터져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폭발음에 공포를 느끼고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밀치고, 밟히고, 몸싸움이 일어났다.

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헌터들의 공격보다 저 상황이 앗아 갈 생명을 예상하고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지만, 그 누구도 다치거나 죽지 않았다.

상처 하나 없이 웃으며 몸을 보여 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다들 중얼거렸다.

‘기적’이라고.

오히려 전멸한 것은 공격을 감행한 중국 공안 헌터들이었다.

아수라장이 된 거리뿐만 아니라 허공도 그러했다.

목을 부여잡고 괴롭게 발버둥 치다 일시에 머리가 터져 죽었다.

거리는 혼란이 가중됐지만,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들 모두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고, 그게 환상이 아니라는 듯 무기와 옷가지가 거리로 떨어졌다.

이 영상은 업로드 즉시 삭제됐다.

그럼에도 계속 올라오는 동영상에 나중에는 그날 업로드 자체가 막히기도 했는데, 외국 사이트로 올라가면서 기다렸다는 듯 퍼지기 시작했다.

한 시간 만에 5천만 뷰를 찍었고, 하루가 지났을 때 1억 뷰까지 올라갔다.

동시에 그 상황에서 도현만 찍은 동영상도 올라왔다.

그저 긴장감 없이 손가락을 세 번 튕기는 모습이었다.

전혀 현실감 없는 행동은 그 번화가에 있던 모든 사람을 살리는 행위였다.

두 영상은 ‘핑거스냅의 기적’이라 하여 많은 패러디를 만들어 낼 만큼 시선을 집중시켰고, 후속으로 우도현 헌터의 참교육이라는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100평 정도의 음식점에 쳐들어온 중국 공안 헌터.

도현이 그들을 시원하게 패는 모습은 편집을 걸쳐 자막까지 동원되며 빠르게 퍼졌다.

유행어로 ‘밥 먹을 때 개도 안 건드린다.’라는 말과 다시 나타난 검은 연기, 그 연기를 콕 집어내는 도현의 외침에 중국에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의심이 커졌다.

그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영상까지 올라왔다.

도현이 사라진 뒤 사람들을 수색하는 공안들이었다.

짐과 구매한 물건은 물론이고 옷까지 서슴없이 벗겨 확인하는 것으로 모자라, 남녀 할 것 없이 몽둥이로 때리기까지 했다.

인권 유린이 따로 없는 행동이었다.

실시간으로 올린 영상은 결국 영상을 올렸던 여행객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끝났다.

댓글이 폭발했다.

톈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수색을 거부했다가 구타를 당했고, 다른 가게의 사장은 목숨을 잃었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중국을 향해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여행객들은 도망치듯 비행기에 올랐고, 유학 중인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인들은 기회라 여겼다. 외국인을 전부 내쫓고 인민들만의 사회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믿는 구석이란 건 역시나 워프였다.

땅이 넓은 만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널린 것도 워프다. 그것만 있어도 향후 100년 이상은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 목소리는 도현이 워프를 털기 시작하고, 텅텅 빈 워프를 발견하면서 일주일 만에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소림의 1등급 워프에 도현과 헌터들이 입장했을 때.

리갈루스 앞에 차가운 인상의 소녀가 나타났다.

“오랜만이군. 아니, 자주 본다고 해야 하나?”

낮게 웃은 그는 린 아니사를 훑었다.

17살쯤은 될까 싶은 체격의 여성체. 백금을 갈아 넣은 듯한 긴 은빛 머리카락 사이로 차갑기 그지없는 은빛 눈이 찡그려졌다.

“조금 쉬나 싶었더니.”

한국에 이어 중국까지, 2주 만에 3천 개에 가까운 워프가 도현의 손에 털렸다.

다시 만들어야 하는 린 아니사의 입장에선 짜증 날 만했다. 땅덩이가 넓기로 소문난 중국이었으니까.

리갈루스가 미소 지었다.

“천천히 하자고?”

그녀의 눈동자가 천천히 리갈루스를 향했다.

무슨 의도인지 묻는 시선이었지만, 리갈루스는 그저 부드럽게 웃기만 했다.

“말 그대로야. 그동안 이곳에 지내면서. 개미들을 보는 것도 나름 쏠쏠하거든.”

“거절하겠어.”

망설임 없이 나온 말에 그는 침울해졌다가 작게 웃었다.

“이거 차인 건가? 마음 아프군. 나름 너와 난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나?”

처음 7명이란 신이 모이고 역할을 분배했을 때, 워프 창조에 대해 회의를 요청한 걸 말하는 것이었다.

말이 회의지 속내는 명령이었다.

그녀가 초기에 만든 워프들은 광활했고, 몬스터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제브라드에서 몬스터들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던 버릇이 튀어나온 거다.

그런 이유로 워프가 만들어지는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고, 지구에 마나가 정착하는 데도 더뎠다.

결국 명령 같은 요구가 떨어졌다.

오직 단계에 맞는 몬스터만 들어 있는 워프.

이건 말이 워프지, 몬스터 주머니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이 이들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그 때문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 각지의 워프는 기준과 목적이 달랐다.

이 모든 일을 진행한 건 눈앞의 리갈루스.

물론 그녀와 휘를 제외한 모두가 동의했다. 그래야만 그녀가 포인트를 얻을 수 없을 것이고, 이길 수도 없을 테니까.

점령하는 신과 행성의 성장을 도와야 하는 신들로 나뉘는 게 규칙이었다.

이 모든 시작점이 워프다. 수혈하듯 지구가 천천히 마나에 익숙해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인데,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구는 강해진다.

그러면 이 미친 신들의 유희가 끝나더라도 행성이 멸망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워프를 유지하려 했지만, 알아챈 놈들이 ‘주기’라는 것을 넣었다.

어차피 그녀의 목적은 도현이 제브라드에서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것.

이미 목적 달성은 끝났다. 남은 건 급성장과 동시에 눈앞의 적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뿐.

린 아니사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요구 사항은?”

“어둠 속성. 그리고… 우선은 이곳부터 근처 시 5곳 정도로 하지.”

“끝?”

“강제 브레이크 권한을 원해.”

순간 린 아니사가 멈칫했다. 불쾌한 시선이 그에게 머물렀다.

“그 권한은 줄 수 없다는 걸 알 텐데?”

그녀를 흥미롭게 보던 리갈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포인트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린 아니사는 멈칫했다.

신의 화폐로 하는 정식적인 거래라면 현재 배틀과는 별개의 일이 되니까.

그리고 저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지 알 만했다.

“한국의 우도현 때문이지?”

그는 부정하지 않는 대신 즐겁게 웃었다.

“제대로 놀아 봐야지. 이상하게도 그놈에 대한 정보가 없단 말이야. 직접 쫓을 수도 없고.”

그녀는 리갈루스를 무시하고 할 말만 했다.

“5개. 10포인트. 그 이상은 지구가 못 버텨.”

“그러지. 대신 베이징에 1등급으로.”

“포인트 두 배.”

“좋아.”

“…정말 미쳤어.”

“대신 1등급은 지금 당장 해 줘.”

“하…….”

한숨을 내쉰 린 아니사가 사라졌다 돌아온 건 30분이 지나서였다.

여전히 차가운 얼굴이었지만 워프 때문인지 무척 피곤해 보였다.

리갈루스 앞에 선 그녀는 검지를 내밀었다.

“말대로 1등급 워프야. 20만 포인트.”

“휘유! 오랜만의 지출이군.”

검지를 맞댄 뒤, 린 아니사는 자수정 하나를 던졌다.

“그럼.”

“좀 더 있을 생각 없나?”

그녀는 리갈루스의 말을 무시하며 허공에 발을 내디뎠다. 공간을 넘어 익숙한 거실에 닿아야 할 발이 여전히 붉은 카펫을 밟고 있었다.

린 아니사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굳었다.

“후후후.”

등 뒤에서 웃는 황금색 눈동자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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