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총공격(2)
탱크가 불을 뿜었다. 표적은 최전방에서 헌터들을 공격하는 몬스터가 아닌 그 후방, 아직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들이었다.
전투용 헬리콥터도, 공중을 날아다니며 미사일을 발사하는 전투기도 마찬가지였다.
쉬이익!
작은 원형 방패가 날아갔다. 목표는 빠른 속도로 달려왔지만 수십 명의 헌터들에게 둘러싸여 멈춰 선 키메라의 오른쪽 앞다리.
푸욱!
칼날이 튀어나온 방패는 그대로 다리에 박혔고, 방패가 날아온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 것인지, 아니면 방패에 담긴 마나를 통해 방패의 주인을 확인했는지 자이언트 보어가 고개를 홱 돌렸다.
돌진?
자이언트 보어는 돌진하는 대신 입을 쩍 벌렸고, 이대한은 빠른 속도로 앞으로 튀어나가 양팔을 들었다.
촤좌좡!
양팔 손목에 차고 있던 팔찌가 거대한 방패로 바뀌었고, 그 순간 자이언트 보어가 브레스를 뿜었다.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브레스를 피하기 위해 움직이면 다른 동료들이 피해를 입을 수가 있다.
물론 S등급 몬스터의 브레스는 홀로 막아 낼 수 없는 공격이었지만 이번 전투에는 신성 연합이 참가했고, 드래곤이 참가했으며, 자연의 힘을 다루는 정령들이 참가했다.
이대한이 홀로 브레스를 막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물의 상급 정령이 돕고 하늘 위에서 전장을 살피던 드래곤과 대마법사들이 도왔기에 그는 브레스를 막아 낼 수 있었다.
브레스를 뿜어내는 그 순간, 자이언트 보어는 오로지 이대한에게 집중한 상태.
타악!
문수원이 앞으로 튀어나갔고, 김건우가 앞으로 튀어나갔다.
김건우는 왼쪽 앞다리를 노렸기에 오러 소드를 키웠고, 문수원은 오른쪽 앞다리에 박힌 방패를 노렸기에 손에 쥐고 있던 망치에 대량의 마나를 주입했다.
부우웅!
콰앙!
망치가 방패를 가격, 방패는 더욱더 놈의 다리에 파고들었다.
촤악!
김건우의 오러소드가 왼쪽 다리를 파고들었다.
비명.
지르지 않았다.
키메라로 인공 진화를 거치며 고통을 잃어버린 것처럼 놈은 브레스를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본 후,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찍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
황급히 뒤로 물러서 놈의 공격을 피했지만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일어난 여파로 거대한 돌덩어리, 흙덩어리가 문수원, 김건우에게 날아왔다.
피한다?
불가능하다.
거대한 돌덩어리 하나, 흙덩어리 하나가 날아오는 것이 아닌 수십, 수백 개의 돌과 흙덩어리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수원, 김건우는 황급히 양팔을 교차해 심장과 머리를 보호했지만 그런 피해를 최소화한 방어는 할 필요가 없었다.
“어스 실드!”
“실드!”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하늘 위로 이동해 전장을 살피는 대마법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수원, 김건우의 앞, 흙으로 이루어진 벽이 솟아나 날아오는 흙덩어리와 돌을 흡수했다.
푸른 실드가 사방으로 날아가는 돌과 흙덩어리를 막았다.
“후아.”
“후우.”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몸을 바로한 문수원, 김건우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었다.
마나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었기에 박치기의 여파를 막아 낸 흙벽은 바로 사라진 상태였다.
크르르르.
붉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싼 헌터들을 둘러보던 자이언트 보어, 놈이 거대한 콧김을 뱉고 다시 움직이자 헌터, 오러 마스터, 무인들 또한 놈을 토벌하기 위해 움직였다.
***
키메라와는 다르다. 스켈레톤, 구울 등과 같은 언데드들은 소환수로 분류되기 때문에 소환자가 사망하면 그대로 활동을 정지한다.
구울은 다시 시체로 돌아가고 스켈레톤 또한 마나 공급이 멈춰 그대로 뼈와 뼈의 연결이 끊겨 무너진다. 그래서 김세혁을 비롯한 은신에 특화된 헌터 및 무인들은 조용히 전장을 돌아다녔다.
아군이 위험에 처해도, 몬스터의 약점을 발견해도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조용히 움직였다.
-찾았습니다. 좌표는…….
이어폰을 통해 흘러 들어오는 사내의 목소리.
김세혁이 빠르게 기억을 더듬어 좌표를 확인하고 다시 움직였다. 은신 능력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보법을 밟아 적의 공격을 피해 움직인 그는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 건지 거대한 뼈골렘이 멈춰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의 다리 사이로 이동해 활시위를 당겼다.
목표는 스켈레톤 나이트, 그리고 듀라한에게 둘러싸인 후드를 눌러쓴 스켈레톤.
-시작하겠습니다.
누군가의 보고.
타앙!
희미하지만 귓속을 파고드는 발사음.
퍼억!
치이익!
스켈레톤의 머리가 옆으로 쏠렸다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총알이 관통한 부분에서 새하얀 연기가 흘러나왔지만 일반적인 리치가 아니었는지 성탄이 몸에 박혔음에도 놈은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어 염동력 마법을 사용, 강제로 성탄을 빼고 몸을 돌렸다.
공격과 동시에 은신이 풀린 사내를 향해 리치, 스켈레톤 나이트, 그리고 듀라한의 시선이 돌아갔고, 그 순간 옆으로 몸을 돌린 리치의 뒤로 다섯 명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슈슈슈슈슉!
두 명의 사내는 높이 도약한 후에 단검을 던졌고, 바로 지척까지 다가온 세 명의 사내는 땅을 박차 앞으로 튀어나갔다.
기습 공격.
초절정 경지에 오른 암살자들의 습격이었지만 리치는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어 돔 형태의 실드를 생성했다.
콰과광!
날아온 단검이 실드에 부딪쳐 폭발했고, 빠른 속도로 접근해 단검을 휘두르던 세 명의 암살자가 암살에 실패했다고 판단, 바로 공격을 포기하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리치의 시선이 다시 돌아가 공중으로 도약한 암살자들에게 향하는 순간, 김세혁이 활시위를 놓았다.
쉬이익!
공격 마법으로 반격하기 위해 실드를 해제한 리치의 왼쪽 가슴을 노리고 화살이 날아갔다.
하지만.
쉬이익!
갑작스레 리치의 앞에 나타난 흑색 갑옷의 기사가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화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검날과 화살촉이 부딪치며 발생한 거대한 폭발.
이를 악문 김세혁이 다시 은신 능력을 사용해 모습을 감췄고, 다섯 명의 암살자, 그리고 한율처럼 총기를 다루는 헌터도 다시 놈을 암살하기 위해 은신 능력을 사용했다.
***
적응을 마친 대마법사,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전장을 살피는 대마법사들이 적응을 마쳤을 때,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움직였다.
대마법사들과 함께 아군을 지원하고 후방의 적을 공격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드래곤 일족답게 하메르는 함께 움직이는 대마법사들과는 다르게 한 가지 임무를 더 부여받았다.
-후우…….
작게 숨을 고른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흑색 거성을 바라보며 주문을 외웠다.
흑색 거성 밖에 몬스터가 있고, 흑색 거성을 둘러싼 높고 두꺼운 성벽 안쪽에 몬스터가 있다.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받은 추가 임무는 성벽을 무너트려 성벽의 밖과 안을 연결시키는 것.
-아공간 오픈.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아공간을 오픈했다. 그는 거대한 쇳덩어리, 미스릴을 꺼내 자신의 앞에 고정시켰다.
-아공간 클로즈, 아이언 랜스.
4서클 마법이다. 하지만 땅속에 있는 철을 뽑아 생성한 아이언 랜스가 아닌 미스릴로 만든 아이언 랜스다.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아이언 랜스를 날렸다. 거대한 미스릴 창은 빠른 속도로 날아갔지만 벽에 닿지 못했다.
쉬이이익!
거성 주변을 돌아다니던 드레이크와 자이언트 와이번의 뼈로 만들어진 드레이크 스켈레톤이 미스릴 창 앞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푸부북!
미스릴 창 두 자루가 성벽이 아닌 드레이크 스켈레톤의 육체에 박혔다.
블루 드래곤, 하메르는 마나를 끌어올렸지만 드레이크 스켈레톤의 육체가 단단한 탓인지, 아니면 놈이 가진 흑마나의 영향인지 미스릴 창은 움직이지 않았다.
콰직, 콰지직.
마나와 흑마나의 충돌 때문일까.
드레이크 스켈레톤의 뼈가 강화된 탓일까.
3대 금속 중 하나라고 불리는 미스릴 창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분노?
블루 드래곤, 하메르는 분노하지 않았다. 드레이크 스켈레톤 따위가 자신의 마법을 막아 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았다.
이미 크라이스와 함께 흑색 거성 주변을 관찰하던 도중 드레이크 스켈레톤과 충돌해 놈의 신체가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노하는 대신 웃음을 터트린 그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크라이스 님!
파앗!
황금빛의 폭발과 함께 거대한 골드 드래곤, 크라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공간 오픈.
골드 드래곤, 크라이스가 아공간을 열어 거대한 쇳덩어리를 꺼냈다.
미스릴?
아니다.
오리하르콘.
신성 연합의 도움을 받아 구한, 그리고 레어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던 신성력이 담긴 금속, 오리하르콘을 꺼냈다.
-아이언 랜스.
쉬이익!
한 자루에 불과하고 그 크기 또한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만든 미스릴 창보다 작았다. 하지만 신성력이 담긴 금속, 오리하르콘으로 이루어진 창이었다.
또 다른 드레이크 스켈레톤이 내려와 자신의 몸으로 오리하르콘 창을 막아섰지만 오리하르콘 창은 두부를 가르듯 그대로 놈의 몸을 통과해 벽에 박혔다.
-아이언 익스플로젼.
콰과과광!
벽에 박힌 오리하르콘 창이 폭발.
콰르르르르.
흑색 거성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이 무너졌고, 모든 언데드, 키메라의 시선이 골드 드래곤에게 향하는 순간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앞으로 날아와 드래곤 피어를 사용, 놈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켜 골드 드래곤, 크라이스가 다시 몸을 숨길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
벽은 무너졌다.
벽이 무너졌어도 흑색 거성 바로 앞에 자리한 몬스터들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목적은 벽을 무너트려 경계를 무너트리는 것.
“움직이는 건가?”
팽호진이 옆에 있는 레스트에게 물었다.
모두가 몬스터와 싸우고 있다.
누군가는 위기에 처했고, 누군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한율을 비롯한 최상위 무인, 대마법사, 드래곤은 참전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이시스를 상대하기 위해 최상의 컨디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뇨. 기다립니다.”
“언제까지?”
정파 소속 무인들이 언데드를 상대로, 키메라를 상대로 부상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었기에 팽호진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지만 레스트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난전이 벌어질 때까지.”
“…….”
“성벽 안쪽에 자리하고 있던 몬스터들까지 참전하는 난전이 벌어질 때까지.”
“…….”
“그때까지 대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