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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13화 (213/221)

213 마지막 준비(1)

SS등급 퀘스트가 시작되고 33일.

추가로 지구를 방문한 다른 차원의 지원군은 블루 드래곤 하메르와 마탑의 장로들의 요청에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후우. 이 나이에 뭐 하는 건지.”

100세를 넘겼다.

90세에 장로직을 놓고 제국 아카데미의 교수로서 인생을 보내던 마탑의 전 3장로, 유벤이 고개를 돌려 함께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하는 마탑의 현 3장로를 째려봤다.

“험험. 죄송합니다. 선배님.”

“허허, 죄송하다라.”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 유벤 대마법사가 이동 마법 봉인진을 활성화시키고 3장로에게 말했다.

“죄송하다는 놈이 내 위치를 그리 자세하게 알려 줬느냐?”

“상황이 상황이지 않습니까.”

“…….”

그건 그렇다.

상황이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것처럼, 괘씸한 것은 괘씸한 거지.”

“험험. 바로 이동하지요. 선배님.”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유벤이 지구의 물건, 스마트폰을 꺼냈다. 바로 연락을 취해 좌표를 확인하려는 것도 잠시, 그는 물끄러미 스마트폰을 바라보다가 3장로에게 물었다.

“후배야.”

“예. 선배님.”

“이 물건 말이다.”

“네.”

“우리 차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냐?”

“어, 일부만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부?”

“예, 선배님. 설치된 어플이라는 거. 그중에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어플만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터넷이 안 돼? 그럼 전화는?”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흐음.”

아쉽다.

너무나 편리한 지구 문물인데.

“컴퓨터 같은 것은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 그래?”

“물론 인터넷은 어렵지만요.”

“그래도 기존에 설치된 프로그램은 사용할 수 있다는 거지? 한글이나 엑셀 같은 거.”

“예. 그렇습니다. 선배님.”

“흐음.”

“그리고.”

일을 마치고 복귀할 때, 그때 컴퓨터를 구입해 복귀하자는 생각을 하며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유벤이 다시 고개를 돌려 3장로를 바라봤다.

“지구의 스마트폰 정도는 어렵지만 이미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스마트폰 개발 연구?”

“예. 마법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개발 연구입니다.”

“그래?”

“네. 지구의 스마트폰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흐음,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유벤이 스마트폰을 조작해 좌표를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일 끝나면 마탑에 한번 들르마.”

***

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은퇴한 마법사들이 복귀, 복귀한 마법사들이 다른 차원의 지원군에 합류해 지구를 방문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은퇴를 했다고 해서 수련을, 연구를 그만둔 것이 아니다. 시간에 쫓기듯이 연구를 하고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닌 24시간 중에 2~4시간 정도 수련 또는 연구를 하며 시간을 보낸 것이기에 은퇴한 마법사들의 실력은 여전했고, 그런 그들이 기존에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과 합류해 움직이니 빠른 속도로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할 수 있었다.

이동 마법 봉인진 연구를 시작하고 30일.

이동 마법 봉인진을 완성했다.

이동 마법 봉인진 연구를 마치고 30일.

지구 전역에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했다.

하지만 복귀한 대마법사들은 다시 차원을 넘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차원으로, 은퇴 후의 삶을 살고 있는 새로운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다른 차원의 지원군에 남아 몽골로 향했다.

하이시스를 쓰러트려야 다시 은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드래곤들의 눈치를 보고 복귀를 요청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정말 많네.”

이동 마법을 사용해 군사 기지에 도착하는 대마법사들.

은퇴 후 강제 복귀한 대마법사들을 바라보며 혀를 내두른 한율이 고개를 돌려 바로 옆에 서 있는 크라이스에게 물었다.

“설치는 끝난 거죠?”

“그래. 설치는 끝났다.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는 작업이 남아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사흘 내에 모두 도착할 거다.”

“사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율이 다시 고개를 돌려 강제 복귀한 대마법사들을 바라봤다.

“……크라이스 님.”

“그래.”

“사흘 후에도 교대하며 전투합니까?”

“아니. 전력을 다해 총공격을 해야지.”

사흘 후, 최고 전력들이 전부 합류하는 순간 총공세를 펼친다.

“방법은요?”

“그건…….”

말끝을 흐려 한율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린 크라이스가 손을 들어 우측 끝에 설치된 이동 마법진을 가리켰다.

파앗.

빛의 폭발.

한율이 고개를 돌려 우측 끝에 설치된 이동 마법진을 바라봤다.

한숨을 내쉬며 넥타이를 잡아당겨 느슨하게 풀고 있는 협회장 김환성이 보였고, 한율의 시야에 김환성이 들어오는 순간 크라이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부터 구상해야지.”

***

몽골에 위치한 군사 기지.

김환성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이시스가 몽골에 나타나 긴급하게 군사 기지를 설치했을 때, 김환성은 협회를 지원하는 대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군사 기지를 방문했다.

“많이 달라졌군.”

전투의 흔적은 없다. 하지만 치열한 전투를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헌터가 많았다.

누군가는 상처를 꿰매고 있었고, 누군가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또 누군가는 자신보다 뛰어난 실력자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부서진 장비를 수리하기 위해 군사 기지 구석에 위치한 대장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김환성의 시선이 부서진 장비를 들고 있는 헌터들을 따라 구석에 위치한 대장간으로 향했다

거리가 있다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방문한 뛰어난 실력자의 도움을 받아 S등급에 오른 김환성이었다. 그는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인간, 드워프, 엘프, 도복을 입은 무림의 대장장이들이 한데 모여 작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셨어요?”

마법진 위에 서서 물끄러미 대장간을 바라보고 있던 김환성이 매우 익숙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화려한 갑옷이 아닌 군복을 입은 사내와 새하얀 도복을 입은 노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김환성이 먼저 새하얀 도복을 착용한 노인, 크라이스를 향해 허리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네고 한율의 인사를 받았다.

“고생한다. 레스트 님과 언소월 님은?”

“레스트 님은 전장이요.”

“응?”

한율과 레스트는 함께 움직이고 있다.

“아, 후퇴 작전을 지원할 마법사가 필요하다고 해서요.”

“너는?”

한율도 6서클 마스터로서 후퇴 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마법사에 해당한다.

“마나 부족.”

자신의 복부를 손바닥으로 두들기며 대답하는 한율.

피식 실소를 터트린 김환성이 다시 물었다.

“언소월 님은?”

“주변 정찰이요.”

언소월들은 무인들과 함께 흑색 거성 주변을 순찰하고 있었다.

“회의 시작하기 전에 복귀한다고 하셨고요.”

고개를 끄덕인 김환성이 걸음을 옮겨 마법진 위에서 벗어나 한율, 그리고 크라이스의 옆에 서서 다시 한 번 군사 기지를 둘러봤다.

허리를 툭툭 두들기는 강제 복귀한 마법사들을 발견하고 어색한 미소를 그렸던 김환성이 수십 개의 모니터가 설치된 천막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휴식을 취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니터 앞에 모여 전장을 살피는 이들이 많았기에 의자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제자리에 서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김환성의 시선이 흑색 거성을 비추는 모니터로 향했다.

“하이시스는?”

“여전해요.”

하이시스가 움직이지 않았기에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하는 것이 쉬웠고, 소환된 몬스터를 토벌하는 데, 그리고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먼저 몽골을 방문한 이들이 교대식 전투를 통해 휴식을 취하며 몬스터와 싸울 수 있었다.

김환성의 시선이 다시 전장을 비추는 모니터로 향했다.

스켈레톤과 싸우는 헌터, 키메라를 상대하는 오러 마스터, 후방에서 아군을 지원하는 대마법사, 후방에서 공격 마법을 사용해 몬스터를 토벌하는 대마법사.

전장으로 달려가 부상을 당한 아군을 호송하는 무인, 하늘을 날아다니며 자연의 힘을 사용해 몬스터와 싸우고 아군을 지원하는 정령.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하던 전투기가 폭탄을 투하해 후방에 자리한 몬스터들을 공격했고, 한율처럼 성탄을 보급 받은 저격수들이 일격에 쓰러트릴 수 있는 몬스터들만 골라 토벌하고 있었다.

“율아.”

“네?”

“60일간 쉬지 않고 진행한 거지?”

“네.”

“……후우.”

60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몬스터와 싸웠음에도 너무나 많은 몬스터들이 남아 있었다.

“이 전투에 참가할 수 있는 가장 낮은 등급은?”

“A등급.”

“……B등급이 아니라?”

“B등급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해요.”

“네. 대량의 언데드들이 뿜어내는 사기를 막아 내며 싸워야 하는 전장이거든요.”

사기(死氣).

죽은 자가 내뿜는 기운.

다른 말로 하면 죽은 자가 내뿜는 마나.

“적응 기간이 필요하냐?”

“네. 사흘 후, 모든 전력이 이곳에 도착해도 며칠 정도는 교대식 전투를 이어 가며 적응 기간을 가져야 해요.”

“신성 연합이 함께해도?”

“어려워요.”

“…….”

김환성이 다시 군사 기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헌터들을 확인했다.

신성 연합이 함께해도 적응 기간이 필요한 전투.

그런 전투를 60일간 이어 간 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헌터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길었던 것일까, 아니면 모니터를 통해 전투를 지켜보던 시간이 길었던 걸까.

김환성이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둔 스마트폰이 진동하자 바로 손목을 거둬 시간을 확인했다.

회의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회의장으로 이동할 거다. 너는 어쩔 거냐?”

“저는 잠시 남을게요. 지켜볼 사람들이 있어.”

“레스트 님하고 언소월 님?”

“아뇨.”

고개를 저은 한율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상태로 이동 마법진을 돌아봤다.

“……아.”

지켜볼 사람.

누구인지 알았다. 그래서 김환성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긴 후에 회의실로 향했고, 한율은 걸음을 옮겨 이동 마법진이 설치된 구역으로 돌아가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

회의 시작까지 25분.

회의 시작까지 20분.

회의 시작까지 10분.

이동 마법진은 더 이상 발동하지 않았다.

“먼저 가마.”

“네. 그 사람들 도착하면 같이 이동할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크라이스가 몸을 돌렸다. 그는 특유의 느릿한 걸음으로 회의실로 향했고, 홀로 남은 한율은 다시 이동 마법진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기다렸다.

회의 시작까지 5분.

“뭐 하십니까?”

후퇴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전장으로 향했던 레스트, 방금 도착했는지 시원한 생수를 마시며 다가오는 레스트를 발견한 한율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네고 대답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서요.”

“흐음, 같이 기다려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그럼 먼저 가 있겠습니다.”

“네.”

레스트가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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