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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로 강해지는 헌터님-212화 (212/221)

212 이동 마법 봉인진(2)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드래곤이 탐색을 위해 흑색 거성으로 접근했을 당시, 한율도 함께 움직여 흑색 거성 앞에 자리 잡은 몬스터와 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아군과 교대해 군사 기지로 복귀했을 때, 그때 기록된 전투 영상을 통해 재생하는 오크를 확인했다.

“만만한 놈이 없네.”

“다른 몬스터와는 다르게 거성 내부에 자리 잡은 몬스터니까요. 아마 리치, 그리고 데스나이트 또한 거성 밖에 자리 잡은 리치, 데스나이트보다 강할 겁니다.”

“게임으로 보면 잡몸, 중간 보스, 보스라고 해야 하나. 아, 거성 내부에도 키메라, 언데드가 있나요?”

“없습니다. 드래곤님들의 보고에 따르면 거성 내부에는 하이시스만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거성 밖은 잡몹.

거성 내부는 중간 보스.

거성 안에는 보스.

고개를 끄덕인 한율이 다시 전장을 비추는 모니터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조에 300명씩. 총 다섯 개의 조가 교대를 해 가며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몬스터를 토벌하고 있었지만 몬스터의 숫자가 워낙 많고 몬스터의 등급이 너무 높아 숫자가 줄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흐으음.”

유럽 대륙의 헌터, 그리고 유럽 대륙에 배치된 마법사와 기사, 무인들.

언데드를 토벌하고 키메라를 사냥하는 2조, 일명 유럽조라 불리는 2조의 전투를 지켜보던 한율이 모니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레스트를 불렀다.

“레스트 님.”

“예, 한율 님.”

“키메라는 몰라도 언데드들은 숙주, 아니, 주인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하이시스가 토벌되면 활동을 멈출까요?”

“아뇨.”

아니다.

고민도 없이 바로 나오는 대답.

한율이 고개를 돌려 레스트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모니터를 통해 전장을 살피는 중이었다.

“전투 도중에 갑작스레 언데드들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 많은 몬스터를 소환해 마나를 제대로 주입받지 못한 언데드가 아공간으로 송환되었다고 추측했지만 전투를 마치고 복귀, 그 후에 영상을 확인해 보니 리치, 또는 등급이 높은 스켈레톤 메이지가 이동 마법진을 타고 이동하는 순간 일부 언데드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언데드들의 주인은 하이시스가 아니라 리치, 그리고 상위 등급의 스켈레톤 메이지라는 건가요?”

“예.”

“……흐음. 그럼 리치는요?”

“리치와 마주친 정령왕, 에리얼 님의 보고에 따르면 그들은 하이시스와 계약을 맺었다고 했습니다.”

“…….”

“…….”

침묵.

설명 도중에 갑작스레 찾아온 침묵에 한율이 고개를 갸웃하며 레스트를 바라봤다.

“그래서요?”

“끝입니다. 그 계약이 하이시스가 사망할 시 함께 사망하는 계약인지, 아니면 명령을 따른다는 계약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즉, 토벌해 봐야 안다?”

“예.”

“레스트 님은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시고?”

“저는 명령입니다.”

즉, 하이시스가 토벌되어도 리치는 계약에서 해지될 뿐이니 활동을 멈추는 것이 아닌 지금처럼 국가를 침략할 가능성이 높다.

“드래곤이 지구에 있고, 정령왕이 지구에 있으니 계약이 해지되는 순간 도주, 몸을 숨기고 활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귀찮아질 수가 있겠네요.”

“예. 물론 부족한 정보를 통해 만들어 낸 가설일 뿐입니다.”

“…….”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

한율은 그렇게 생각했다.

“골치 아프네…….”

***

이동 마법 봉인진 연구에 들어가고 30일.

지도에서 사라진 국가는 없었다.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한 어느 국가가 지도에서 사라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예상보다 일찍 지구의 게이트화가 벌어진 탓이고, 너무나 운이 나빠 키메라가 아닌 스켈레톤을 소환하는 리치가 연속적으로 소환된 탓이었다.

30일이라는 시간.

그 시간 동안 멸망한 국가처럼 리치가 소환된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리치가 연속적으로 소환된 국가는 멸망하지 않았다.

지구의 게이트화가 발생하고 수십 일이나 흘렀을 때, 그때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S등급 게이트라는 퀘스트가 생성된 직후, 지구는 살아남기 위해 움직였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전 세계에 설치했고,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군사 기지를 설치했다.

무공과 마법을 개방해 헌터의 무력을 상승시켰으며, 몬스터를 대항하기 위해 평화를 체결하고 모든 나라가 보유한 무기 70%를 몬스터 전용 무기로 개조했다.

쿠웅.

대한민국, 마법사의 탑.

자신의 힘을 컨트롤하지 못해 큰 소리를 일으킨 청발의 사내가 깜짝 놀라 의자를 확인했다.

의자 다리에 균열이 일어났지만 그게 전부였고, 그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청발의 사내는 바로 고개를 돌려 회의 테이블 앞에 있는 거대한 칠판을 바라봤다.

30일.

몽골로 향한 헌터, 그리고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 몬스터와 싸우고 있을 때.

국가를 지키는 헌터, 그리고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 소환된 몬스터를 토벌하고 게이트의 핵을 파괴할 때.

블루 드래곤 하메르를 비롯한 마탑의 장로들은 마법사의 탑에 남아 하이시스의 이동 마법진을 연구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하이시스는 명성대로, 그리고 차원 이동을 성공한 최초의 마법사답게 매우 뛰어난 마법사였다.

“30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라가 멸망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도시를 잃은 국가가 많았다.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자신처럼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마탑의 장로들을 돌아봤다.

“몽골로 향한, 또는 향하는 마법사들을 제외하고 국가에 남아 헌터들을 지원하는 마법사들, 그들이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물어보시는 것입니까?”

“그래.”

“3개월?”

“하아?”

“인력이 부족합니다.”

인력…….

작업에 참가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몽골로 향한 대마법사들을 차출할 수도, 국가를 지키는 대마법사들을 차출할 수도 없다. 그러니 연구를 위해 마법사의 탑에 남은 것처럼 전투 외 다른 업무에 참여한 마법사들이 이동 마법 봉인진 설치 작업에 참가해야 하는데 그중 상위 등급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을까?

없다.

고서클 마법사, 대마법사라 불리는 이들은 모두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끄응.”

인상을 찌푸린 하메르가 다시 고개를 돌려 칠판을 바라봤다.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하는 순간, 그 순간 국가를 지키는 헌터들이 몽골로 이동해 하이시스 토벌 작전에 참가할 수 있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쉽게 걸음을 뗄 수 없는 대마법사들, 그리고 오러 마스터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인력……. 인력…….”

작은 목소리로 ‘인력’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칠판을 바라보던 블루 드래곤, 하메르가 다시 고개를 돌려 마탑의 마법사들을 바라봤다.

“마탑에 남은 대마법사들은?”

“저희들뿐입니다만.”

“아니. 우리 차원의 마탑.”

지구의 마탑이 아닌 자신들이 살고 있는 차원, 그 차원의 마법사의 탑.

“데려오실 생각이십니까?”

“방법이 있나?”

“……없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 차원의 방어가 허술해집니다.”

“하이시스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차원의 벽은 무너지고, 차원의 벽이 무너지면 차원과 차원이 충돌한다. 몬스터를 걱정해, 국가 간의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걱정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

“그건.”

그렇다.

하이시스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차원의 벽은 무너지고, 차원 충돌 현상이 발생한다.

“쯧, 드래곤의 이름으로 맹세를 하고, 그 맹세를 퍼트리겠다. 다른 차원으로 향한 이들이 복귀하기 전까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전쟁을 벌인 이들은 드래곤들이 직접 나서 죄를 물을 것이라고.”

“…….”

마탑의 장로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드래곤의 맹약.

영구적인 평화는 아니지만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올 것이고,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오면 몬스터의 침략을 대비해 지원군에 참가하지 않은 대마법사들이 차원을 넘어 지구를 방문할 수가 있다.

“그래도 몇 명 되지 않습니다.”

마탑의 장로 중에 한 명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몇 명인데.”

“연속해서 이동 마법을 설치할 수 있는, 그리고 이동 마법 봉인진을 설치할 수 있는 대마법사는 다섯 명입니다. 이 중 차원 지원군에 합류할 수 있는 마법사는 두 명입니다.”

“이유는?”

“이동 마법진을 관리할 마법사, 그리고 몬스터의 침략을 대비할 마법사 한 명입니다.”

“세 명이라…….”

대마법사 세 명이 참가하면 이동 마법 봉인진 설치 작업이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아주 조금 빨라질 것이다.

“드래곤 일족에서 셋이 더 차원을 넘을 수 있다. 그것까지 계산해 나오는 설치 작업 시간은?”

“휴식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한 달.”

“…….”

늦다.

그래도 늦다.

하메르가 다시 차출할 수 있는 대마법사가 있는지 고민했다.

“엘프 대마법사는?”

“드래곤님들의 요청을 받아 전부 지원군으로 합류한 상태입니다. 현재 우리 차원에 남은 엘프들은 오러 마스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낸 하메르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대마법사를 데려와야 하는데…….

“음?”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하메르가 빤히 마탑의 장로들을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은퇴한 대마법사들이 있지?”

“예?”

“은퇴한 대마법사들.”

“…….”

“엘프나 인간들 중에도 은퇴한 대마법사들이 있을 거고.”

은퇴한 이들을 복구시킨다.

불쌍하다는 생각?

“그들이 있었군요.”

“그러게. 그들이 있었네.”

마탑의 장로들은 하지 않았다.

상황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들이 과연 복귀할 것이냐는 것이었지만 그건 문제가 없었다.

드래곤.

은퇴한 대마법사들을 복귀시킨다는 방법을 떠올린 이가 중간계의 수호자, 드래곤이었기 때문이다.

드르륵.

하메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동 마법을 사용했고, 발아래에 마법진이 생성되자 바로 마나를 주입하며 마탑의 장로들에게 말했다.

“돌아오자마자 설치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게.”

“예. 알겠습니다.”

“다녀오십시오.”

마탑의 장로들은 인사를 건넸고, 하메르는 바로 이동 마법을 사용해 몽골로 향했다.

치열한 전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는 전장.

하메르는 주변을 둘러봤고, 때마침 휴식 시간이었는지 크라이스가 막걸리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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